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535)
535화. 드래곤들이 온다 (4) + 일해라, 드래곤들 (1)
“상황은 들었습니다. 보아하니 저 귀한 손님 분들에게 어떤 대답을 들려 드릴지 고민하는 듯싶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나?”
“이미 폐하께선 받아들이실 생각이 아니십니까?”
나는 슬쩍 형님이 먼저 말씀하시기 이전에 그의 의견을 지지하는 발언을 덧붙였다.
어차피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렇군. 같은 결론인가.”
“같은 결론입니다.”
얼마 전 밤새워 의견을 나누고 낸 결론이죠.
그리고 왕국 입장에선 저 드래곤들을 매몰차게 거절할 이유도 없다.
그럴 명분도 없지.
이득 면을 따져 봐도 지금은 손을 맞잡는 게 훨씬 건설적이다.
다만 겁 많은 귀족들이 입에 거품을 물 테니 내가 적당히 토스해 주길 기다린 거지.
‘행여나 잘못되어도 내가 그리 말해서 그렇게 되었다, 라는 느낌으로 몰고 가고 싶을 테니까.’
어차피 내가 책임질 일도 없기에 나는 흔쾌히 나섰다.
참, 귀찮기 짝이 없는 절차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일부 귀족들은 불안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과 협상을 맺는다니…… 아무리 그래도 섣부른 게 아닙니까?”
“자칫하면 어떤 사태로 번질지 다만 저들을 겁쟁이라 매도할 수는 없다.
그들의 의견이 상식적인 답안이다.
주저하는 게 당연하지.
“……우선은 협조. 이후에 방침을 정한다, 가 가장 낫지 않을지요?”
나는 그런 그들에게 타협점을 건넸다.
“이대로 거절해 봐야 저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는 힘들 겁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가능한 좋은 방침으로 이끄는 게 낫지 않습니까?”
“하지만……
“만약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거면 뭘 해도 그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겁니다.”
여기까지 말하자 끝까지 반론은 하지 않는다.
그렇겠지.
드래곤이 인간 사회와의 분쟁을 원한다면 굳이 지금 반목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그렇게 된다.
싸우게 될 상대와는 언젠가 싸우게 되는 거지.
어린아이도 아는 결론이다.
다만 그래도 가능한 피하고자 노력하는 게 현명하게 사는 법이지 않은가.
‘……애초에 그럴 일도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이 땅에 존재하는한’이라는 접두사가 붙긴 하지만.
싸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불안하시다면 여차할 땐 책임은 제 쪽에서 지도록 하죠.”
책임질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거기까지 강하게 말해 두니 일단은 그들의 얼굴이 편해진다.
쟤네들도 참, 어지간하다.
“……아렐 공에게 떠넘기다니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습니다.”
“확실히 두 분의 말씀대로 그편이 가능한 안전하겠죠.”
“그럼 좀 더 이야기를 나눠야겠군요. 그런데 그것은 누가?”
서로 흘겨보며 침묵한다.
결론이 나도 드래곤과 직접 이야기하기 싫다는 거지.
하여간…….
“제가 나서도록 하죠. 드래곤에 대해서는 나름 연구해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법은 압니다.”
물리적으로 말이지만요. 꾸욱.
마음속으로 주먹 쥐고 김을 불어넣는 시늉을 하는 나였다.
다들 반대하지 않는다.
어차피 이것도 나한테 은근슬쩍 맡길 생각이었겠지.
“나도 같이 논하겠네.”
형님도 반대하지 않고 끼어든다.
그러니까 곤란할 때 나 찾지 말라니까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차피 이럴 생각으로 오긴 했지만.
다들 좀 ‘용기’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군.
어차피 상대는 종특이 호구인 종족들인데 뭘 겁먹나 싶나 몰라.
오히려 최근에는 정들어서 그런지 개나 고양이보다 귀엽게 보입니다.
그건 나만 그런가?
다음 날.
드래곤들과의 만찬회 겸.
이후에는 자세한 교류를 위한 간단한 합의 사항 등을 이끌어 내기 위한 자리가 이어졌다.
그래 봐야 적당히 필요한 것.
그리고 앞으로 하게 될 것을 논하는 자리였기에 이렇다 할 재밌는 일도 없이 끝났다.
물리적인 비위 맞추기는 할 필요도 없었네.
조금 아쉽다.
“……현재까지 결론은 이상입니다.”
나는 그저 담담하게 대응한다.
굳이 농담할 이유도 없고.
나로서는 이미 다 결정된 일 한번 더 읊는 자리밖에 되지 않으니까.
“위와 같은 조건이라면 에르네시아왕국 측에선 교류를 환영하는 바입니다. 혹 이견이라도?”
“없습니다.”
드래곤 측들도 달리 군소리하지 않고 순순히 듣고 넘긴다.
그 녹색 드래곤. 켈트란이랬던가?
그는 가능한 태연한 척 유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뭐, 그도 내게 허튼소리 말라, 실수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받은 몸.
내 앞에서 헛소리할 배짱은 없으리라.
거기에 딱히 부당한 조건을 내거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정당한 조건. 정당한 교류를 내걸었다.
불만을 가질 이유는 없지.
어차피 좋은 건 미리 다 챙겼다.
그렇기에 나는 내내 여유롭게 미소지었고, 그 녹색 드래곤은 불편한 듯 내 눈치를 본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형님은 그저 사람 좋은 얼굴만을 한 채 그들에게 선의의 뜻으로 밝힐 뿐이다.
“에르네시아 왕국은 이후 귀측과의 좋은 관계를 희망하네.”
“……마찬가지입니다.”
허튼소리하면 확 도마뱀 구이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 속마음을 담은 간절한 시선을 애써 피하며 그 녹색 드래곤은 얌전히 제일 형님의 호의에 화답한다.
이후 몇 번의 추가 협의를 거친 후 정식적인 조약을 체결하는 절차가 이어지겠지만 이대로면 별문제없이 이루어질 것이다.
*
드래곤들의 사절단들이 돌아간 뒤.
나는 미련 없이 바로 파힐리아로 돌아갔다.
어차피 나서 주는 것도 이번 한번이 끝이다.
이후에는 제일 형님과 귀족들이 알아서 하라지.
내가 겉으로 나서 줄 일은 이제 이 연락 하나면 끝이다.
“……소문은 들었습니다.”
현재 내가 연락하고 있는 상대.
카렛 후작은 그다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미 그 역시 이 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전에 들어 두었기 때문이다.
“그럼 지난번 말씀하신 대로 그 드래곤들의 도시에 자금을 투자하게 될 것입니까?”
“아마 별일 없으면 그렇게 될 걸?”
현재 드래곤들에게는 타국과 거래를 할 만한 신뢰 있는 화폐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우선은 에르네시아 왕국과 거래를 하고 그것을 통해 기초자금을 빨아들여야겠지.
당연 금화가 적지 않게 흘러 들어가는 만큼 일단은 화폐 발행을 감독하는 카렛 후작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만약 생각이 있으면 후작 개인적으로 그쪽에 투자해도 말리진 않겠지만.”
경우에 따라서 왕국에서 그들에게 직접 투자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나는 슬쩍 그 가능성을 말했다.
개인적으로 투자해도 좋을 거라고 일러 주는 것이다.
“……고려는 해 보죠.”
뭐, 아직은 이른 소리다.
본격적으로 조약을 맺고 거래가 성립되었을 때의 이야기니까.
드래곤의 가치를 생각해 보면 그들과 먼저 연줄을 선점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건 그도 알 것이다.
“한데. 타국에서도 과연 그들과 협의를 맺을지 그게 걱정이군요.”
“……음.”
카렛 후작의 우려에 나는 어떻게 말해 줄까 고민했다.
일단 이건 나도 확실하게 이렇다, 아니다 운운할 수는 없다.
지금 나는 타국에까지 참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렐 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그들의 시야가 어느 정도인지 말이 죠.”
“뭐, 보통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없긴 하지.”
그가 무슨 우려를 하는지는 안다.
“내가 볼 땐 적어도 음…… 일부두세 국가 정도는 보류를 밝히고 나머지는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은데.
적어도 거절은 말하지 않을 걸?”
“확실히 그게 일반적이겠군요.”
드래곤을 상대로 강짜를 부릴 만큼의 배짱과 힘이 그들에게 있을 거라 여기진 않는다.
그래도 보류 정도의 의사를 밝힐국력은 있을 테니 그것까지 염두에 두어 둔 가정이다.
“어차피 그들도 결론을 오래 미뤄두진…… 음‘?”
“왜 그러십니까, 아렐 님?”
“아니, 지금 막 하인이 서신을 가져와서…… 음, 말하기가 무섭게 타국에서도 결론이 난 모양이네.”
카렛 후작은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이 서신이 정상적인 루트에서 온 것이 아니란 것쯤은 알겠지.
아무리 그래도 소식을 접하는 게 너무 빠르니까.
그의 짐작대로 이것은 내 개인적인 정보 루트를 통해 온 보고이다.
“어디? 과연 얼마나 찬성했는지 볼까?”
나는 별생각 없이 봉투를 뜯어 내용물을 훑어보았다.
일단 구구절절한 내용은 다 치우고 요약하자면.
[에르네시아 왕국과 메르만 제국 그리고 켈리아를 제외한 전 국가에서 드래곤과의 교류에 대한 답을 보류. 결정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요구.]이라는 것이다.
“……아, 역시나 이렇게 되는군.”
나는 그 보고에서 한 가지 결론을 눈치채고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무래도 아직 그들의 가치를 모르나 보군.”
새삼 놀랍지는 않았다.
불쾌하긴 하지만 놀랄 정도의 일까진 아니다.
‘뭐, 곧 알게 되겠지.’
너희들은 곧 자신들의 안목의 부족함을 알게 될 것이다.
아니, 곧 우리가 보여 주겠군.
일해라, 드래곤들 (1)
각국에선 드레나 시를 상대로 한 교류 및 이후 드래곤들의 사회 진출에 대하여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려 드래곤이다.
성질나면 브레스를 뿜고 심심하면 날갯짓 한 방에 가옥이며 외양간이며 죄다 날려 버리고.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재앙이자 민폐 덩어리나 다름없는 생물.
당연히 그들이 이제 와서 신사적으로 나온다 하더라도 인간들 입장에선 쉬이 믿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지켜보는 것을 선택했다.
한편 드래곤들과의 교류를 허락한 타국에 밀정을 보내서 그들의 상태를 지켜보라 명하기도 했다.
그렇게 에르네시아 왕국 변경까지 파견을 온 밀정들은 연일 그들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에르네시아 왕국 측에서 시범적으로 드래곤 몇 마리를 이곳에서 고용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배짱이로군. 잘못될 경우를 생각지도 않는 건가?’
그리고 그 역시 마찬가지의 목적으로 이곳까진 온 밀정이다.
케젤스 레이네스.
수뇌부의 명을 받아서 드래곤의 현실태를 확인해 보기 위해 이곳에 찾아왔다.
‘드래곤의 활동을 감시해서 보고하라고 한들……
처음에는 임무에 대해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
드래곤을 감시하라고요?
그는 그 말을 듣자마자 무심코 주군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뭔가 잘못한 게 있습니까?’라고.
그리고 농담하지 말라며 혼이 나고 말았지.
이후 드래곤들이 그 존재를 공표하고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는 눈이 뒤집어지게 놀라야 했다.
‘……어쨌든 위에선 드래곤들과의 교류가 정말로 가치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시니.’
그에게 이 임무를 내린 주군 역시 그가 가져온 정보를 토대로 위에 보고를 할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드래곤과의 교역이 유익한지를 결정을 내리겠지.
어떤 의미로는 이후 방향성이 자신의 어깨와 눈에 달린 셈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무서워진다.
‘……문제는 대체 어떻게 판가름해야 한다는 말인가?’
고민 끝에 케젤스는 이 방법을 택했다.
타국에서 온 일꾼으로서 같은 현장에서 그 드래곤을 감시하기로.
그리하여 시작된 일명 드래곤 관찰일기.
현재 케젤스는 돈벌이를 위해 무려 타국에서까지 와서 일하는 일꾼 행세를 하고 있었다.
어디를 가나 노동력은 절실하기 마련이다.
타국이라 해도 외국과 가까운 변경지대에선 타국의 사람이라 하더라도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그렇게 들어온 것까진 순조로웠다.
그리고 사전에 입수한 대로 관찰할 대상도 확실하게 확인해 두었다.
‘오는군.’
아침을 먹으며 이후 방침을 고민하고 있자니 그 관찰 대상이 식당에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