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543)
543화. 어느 전생자의 회상 (5) 얼굴도, 그리고 느껴지는 기운도 별문제 없더라도 얼마든지 사람 뒤통수를 후려갈길 수 있는 법이다.
나는 그걸 지금까지 지겹게 봐 왔다.
상대를 선량하다 생각지 마라.
인간은 비겁하며, 또한 악하다.
그것이 내가 최근에 내린 결론이다.
“아. 그게요? 으으으으음? 여기서 말해야 해요?”
“말 못하면 돌아가.”
“기껏 낑낑대며 올라왔는데 돌아가 라요?! 하다못해 차라도 내주시죠?”
“걱정 마. 올라올 땐 네 발로 올라 왔겠지만 갈 땐 아닐 테니까.”
내가 손을 까닥이자 그녀의 발밑으로 살짝 바람이 휘몰아친다.
“셋 셀 때까지 대답 못 하면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지 가르쳐 주지. 덤으로 상공 1천 미터에서 낙하하는 기분도 체감하게 해 주마.”
“ 에?”
“하나.”
“자, 잠깐만요?!”
“둘.”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니까 제 개인 스승님이 되어 주세요!”
“셋. 자, 잘 가…… 음? 스승?”
정말로 날려 버리려고 마법을 캐스팅하려던 순간 나는 그대로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엘메나는 진짜 날려 갈 거라 생각했는지 두 눈을 질끈 감고 팔을 앞으로 교차시키고 있다.
“아아아아아. 이대로 날려 가는구나! 원통…… 응? 안 날려 갔네요.”
“……그것보다 찾아온 용건이 그거냐?”
“네, 제가 바라는 게 있거든요! 그러니까 좀 도와주셨으면 해요!”
“……혹시 바란다는 게 뭐, 세계의 멸망이라도 구하기 위한 거냐?”
“그건 제게 너무 짐이 무거울 거 같은데요. 제가 아니라도 누군가가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대량 파괴 병기라도 만들게‘?”
“그건 생각하지 못했네요.”
“세계 정복이라도 꿈꾸는 거냐?”
“이뤄 줄 수 있는 거예요?”
응, 이라고 해 봐야 믿지 않겠지.
“그냥 해 본 말이 다.”
“진심 같던데요?”
중간부터 그녀는 그냥 내가 하는 헛소리에 생글생글 웃으며 적당히 받아쳐 주고 있다.
“아…… 그래서 다시 묻겠는데 뭣 때문에 스승이 되어 달라는 건데?”
“제가 왕국 학회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해요!”
즉, 그건가.
숙제 도와 달라는 건가? 그렇게 받아들이면 되나?생각 이상으로 시시한 용건에 이 멍청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다소 감을 잡지 못했다.
진심으로 이 소녀는 지금 나에게 고작 그딴 용건으로 도와 달라고 찾아온 건가?
믿기지 않았다.
용건을 들은 이상 이대로 내쫓기도 무안해져 버린 바람에 나는 일단 엘메나를 집 안에 들였다.
“내올 차 같은 건 없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네요……
내내 시건방진 소리나 하던 그녀도 내 오두막 꼴을 보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저희 저택 마구간도 이것보단 나을 거예요.”
“영주님 댁 마구간하고 여길 비교해 봐야 의미는 없다고 보는데?”
내 오두막 상태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최근 기분이 꿀꿀해져서 제대로 관리를 해 놓지 않은 참이다.
그러니 오해하지 마라.
결코 가난한 건 아니다.
“차는…… 이런! 지난번 사다 놓은 건 곰팡이가 피어 있군. 음…… 잘걷어 내면.”
“아뇨! 설마 그걸 내오는 건 아니죠? 설마 저더러 먹으라고요?”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곰팡이 차를 먹게 생긴 엘메나는 살짝 기겁하더니 자신이 메고 온 가방을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찻잎을 싸 놓은 종이였다.
“짠! 여기 차가 있네요!”
“……예상한 거냐?”
“왠지 그럴 거 같더라고요.”
……뭔가 무안하다.
아니, 이딴 걸 예측당하니 뭔가 찝찝 하군.
나는 한숨을 쉬며 일단 그녀가 내 민 찻잎을 받았다.
‘……하, 하필이면 레펠 앞 차냐.’
이곳에선 레펠 잎이라 부르는 홍차와 비슷한 품종의 찻잎이다.
일반적인 홍차보다는 향이 강하고 맛이 시다.
그 탓에 찾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지만.
다만 키우기가 어려워 가격이 비싼편이지.
이거 시가만 해도 이 무게에 금화한 냥은 되는 건데.
과연 귀한 집 아가씨라고 스스로 자찬할 만큼은 되는군.
일단 그녀가 가져온 찻잎으로 그녀것과 내 것 두 잔을 끓여 내오고는 슬슬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고자했다.
“그래서? 학회라는 게? 무슨 소리냐?”
“왕국 학회 아시죠?”
“ 일단은……
“제가 거기 가고 싶은데요. 아무래도 인정받을 만한 성과가 필요해요.”
“성과라니…… 거기 입회 과정이 그랬던가?”
적어도 내가 알던 시절에는 그냥 시험 쳐서 들어가는 건데?
혹은 백으로 들어가든가.
적어도 엘메나의 가문의 재력을 생각하면 문제없이 들어갈 수 있는데?
“……아가씨? 뒷구멍으로 입학하는 걸 너무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마렴.
귀족들은 다 그래.”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이세요!
그것보다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세요! 저도 고작 기부금으로 들어갈 수 있으면 들어갔어요.”
망설이진 않는구나.
좋은 삶의 자세다.
대충 사정을 듣자니.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학회에 들어가길 꿈꾸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반대를 한다고?”
“네, 아무래도 아버님께선…… 그다지 바람직하게 생각지 않는 듯해요.”
“흐음, 의외군. 그자가 그런 사람이던가?”
나도 사고 치기 전에 몇 번 왕성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적밖에 없다.
그 전에 그렇게까지 꽉 막힌 자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학자 일을 하다가 다시 건강을 해치면 어쩔 셈이냐고 반대를 하셔서요.”
“ 건강?”
“제가 좀…… 몸이 약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봐도 좀 연약해 보이잖아요‘?”
……불과 얼마 전에 지룡 알 훔쳐서 달아다나가 죽을 뻔하신 분이 가련함을 어필하고 계십니다.
아? 네, 참으로 연약하시네요.
내가 세상에 못 나간 사이에 이곳에서 연약하다는 뜻이 정정되기라도한 건가.
세상은 눈만 떼도 금세 달라지는군.
“지금은 건강해요. 앓던 병도 아버님께서 고생해서 얻어 오신 약 덕에 나았거든요.”
그렇게 어깨를 활짝 젖히고 자신의 건강함을 어필하는 엘메나.
확실히 환자였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과연…… 이해했어. 즉, 그는 딸아이가 굳이 힘든 일을 하는 거 원치 않는군.”
과보호한다는 것이다.
그야 그렇겠지.
불과 얼마 전까지 병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애였다면 건강해졌더라도 어느 부모가 쉽게 놔줄까.
“확실히 학자가 힘들긴 하지.”
사무직이라고 오해받곤 하지만 그들만큼이나 몸 상하기 딱 좋은 일도 없다.
연구는 답이 없지.
때에 따라서는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을 때도 있다.
성과를 낸다면 영광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배고픈 일이기도 하고.
확실히 반대할 만하군.
“……결국, 아버님과는 계속 다퉜어요. 결국 아버님은 제게 조건을 거셨고요.”
그 조건이란 게 꼭 그녀가 학회에 들어갈 만한 이유를 가져오란 것.
즉, 실적이다.
“학회에서 인정할 만한 성과를 보여 주면 반대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거든요.”
“……기어코 시킬 마음이 없다는 거군.”
의도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학회에 막 들어갈 정도의 애송이들의 능력은 거기서 거기다.
그런데 실적부터 쌓아서 증명하라니.
결코 시킬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완고하네.
그러나 엘메나 역시 그 점은 익히 알고 있을 터.
“그럼 그때 그 지룡 알은……
“이렇게 된 거 지룡 알이라도 관찰해서 새끼 때부터 키워서 생태라도 증명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거든요…… 잘 안 됐지만요.”
“너 바보냐?”
조금은 그의 마음을 알 거 같다.
나도 과거에는 부모였던 적도 있으니까.
그래도 내 자식 중에는 이렇게까지 개성적인 사고뭉치는 없었던 거 같은데.
“그래서! 당신께 부탁드리는 거예요! 당신 보아 하니까 이것저것 많이 아시는 눈치더라고요! 마법도 막 써 대고. 엄청 강하시고.”
“……음. 뭐, 그렇긴 한데.”
“그럼 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그냥 절 제자로 둬 주세요!”
“제자로 들어와서 내게 배우고 그걸로 학회에 들어가겠다?”
“네! 그럴 생각이에요.”
너무나도 상쾌하게 인정하니 화를 내지 못하겠군.
하긴 그럴 목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의 제자로 들어가는 자들도 많으니까.
이상할 건 없다.
동기로서는 훌륭한 편이지.
애초에 그것도 능력이 돼야 가능한 일이고, 스승 중에는 일부러 그것이 가능한지 가늠하면서 가르치는 자도 있지.
“네? 제발요!”
“그런데 왜 나냐? 너희 정도 재력이라면 충분히 유능한 선생 정도는 고용 가능할 텐데.”
“이미 아버님께서 전부 사전에 막아버리셨어요.”
“……참, 대단한 집안이군.”
그 딸에 그 아버님이다.
대단하다. 진짜 그 나물에 그 밥이군. 진짜다.
마치 딸과 아비의 보이지 않는 공방을 보는 느낌이군.
이상하게 처절하다.
“결국 그래서 내게 생각이 미쳤다는 거군.”
“네. 지룡을 보고도 별로 대단치 않다는 듯 말씀하시는 걸 듣고 최소한 멋대로 지껄이는 꼰대보단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너 혹시 어디 가서 막 버릇없단 소리 안 듣냐?”
“사실인 걸요.”
뭐, 꼰대들보다 낫다는 말은 딱히 틀리진 않? 군.
학자라고 해 봐야 학회의 것들 태반은 도서관이나 들락날락하면서 주장할 뿐이다.
반면 나는 실전파다.
직접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제 아무리 멀고 위험한 곳이라도 몸소 입증하러 간다.
“보는 눈은 그래도 있나 보군……
아니, 그렇게 봐도 아직 받아들인다고 말 안 했거든?”
강아지마냥 반짝반짝 쳐다봐도 곤란하다.
이 아가씨는 아무래도 수인으로 태어나야 하는 걸 인간으로 잘못 태어난 거 아닌가.
“거절……하시는 건가요?”
“왜 당연하다는 듯이 승낙할 거라 생각한 건지가 궁금하군…… 이유는 알았다만 내가 받아들일 여건이 안돼. 끝.”
“혹시 당신을 쫓아오시는 분들 때문인가요?”
“음? 알고 있어?”
“얼마 전 도시에도 직접 와서 탐문하고 갔다고 해요. 그들이 말한 인상착의가 묘하게 당신하고 비슷했거든요.”
“그걸 알면서도 잘도 너, 여기 왔네?”
“뭔가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적어도 그들이 말하는 만큼 악한은 아니라고 봐요.”
“……잘도 말하네.”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악한은 지룡한테 쫓기는 소녀를 구하거나. 이렇게 충고하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사람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이런 소리나 한다.
……아냐. 그건 네가 모르는 거다.
너무 희망적인 관측으로만 사람을 본다.
특히 나에 대해서 완벽하게 오판하고 있지 않은가.
“그건 그렇다 치고, 네 말이 사실이라면 더더욱 난 받아들일 수 없어. 당장 내일이라도 짐 싸서 떠야겠군.”
“아, 걱정 마세요 그분들은 제가 병사들을 시켜서 적당히 증언을 날조하도록 했거든요.”
“……아무리 생각해도 너, 학자 타입은 아냐. 네 그 뻔뻔함은 정치가 타입이야.”
그냥 이 영지에 살면서 네 아버님의 뒤를 잇는 게 어떻겠니?
어쨌든 받아들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엘메나 역시 쉽게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 온다.
“제 스승님으로 계시는 동안은 계속 증언을 위조해 드릴게요. 어떠신가요?”
“. 야, 진짜 뻔뻔하다.”
감탄하고 싶을 정도다.
설마 이렇게 거래를 걸어 올 줄은 몰랐다.
잠시 고민했다.
이 애송이를 가르치는 게 나은가, 낫지 않은가.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대신 보수도 별개로 받겠어. 싸진 않을 거다.”
“괜찮아요. 아버님 몰래 불린 용돈이 얼마든지 있답니다~ 후후후후.
걱정 마세요. 아버님이 눈치채셔도 제 자금줄을 끊을 수는 없어요.”
“아니, 진짜 진지하게 권하는 건데.
너, 학자 말고 다른 일 하지 그래?”
그냥 이대로 말리는 게 그녀의 장래를 위한 길이 아닌가 싶었다.
그보다 정말로 병약했던 게 맞는지 진짜 의심스럽다.
“뭐, 관두려면 언제든 관둬도 돼.
내 가르침은 좀 빡셀 테니까.”
일단은 경고를 해 두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헤실거릴 뿐이다.
그것이 내가 그녀를 제자로 두기 시작한 첫날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 생에서 엘메나와의 길고 긴 인연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