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60)
60화. 디아 레키 (2)
“어쨌든 내가 누나로서! 그리고 기사로서 정할게!”
…… 기사가 영주에게 명령을 내리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라는 내 중얼거림은 사뿐히 무시당했다.
이럴 때만 누나 특권이냐.
“아렐은 당분간 마법 금지야.”
그것은 내게 있어서 재앙과도 같은 말이었다.
“디아도 아렐의 어리광을 받아 주는 거 금지!”
디아 역시 화들짝 놀랐다.
근데 왜 얘가 놀래?
“저 해고입니까?”
졸지에 생계의 위험을 느꼈는지 살짝 어깨를 떤다.
왜 이렇게 겁먹는지 알고 있다.
영지에 고용된 마법사가 계약 기간을 다 끝마치지 못하고 도중에 해고 당한다.
별다른 사유도 없이 내쫓긴다면 그것은 마법사에게 있어서 크나큰 오점이 되어 버린다.
특히 귀족 사회는 어느 곳보다 소문이 빠르니까.
이런 오점에 생기니 단번에 글러먹은 마법사가 될 것이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디아가 진심으로 시무룩해 하자 카니아 누나의 기세가 약해졌다.
아무리 내 생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기껏 고용한 마법사를 해고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막돼먹지는 못하니까.
그리고 최악의 경우가 일어난다 해도 그땐 내가 진심으로 말릴 거고.
그나저나 이렇게 심각하게 내 생활태도를 그녀들이 지적할 줄이야……
끙…….
그렇게 심했나.
확실히 디아가 마법으로 내 일상을 서포트해 주는 게 편해서 점차 의존하기 시작한 건 사실이다.
마법 도구는 정해진 효과밖에 내지 못하나 디아는 언제나 따라다니면서 능동적으로 나를 보살펴 줬으니까.
처음에는…….
(아렐 님. 저쪽 책을 꺼내 오면 되겠습니까?)
(응. 키가 안 닿으니까. 적당히 부탁해.)
이 정도로 가볍게 나를 보좌해 주는 느낌이었는데.
이게 한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아렐 님. 이대로 침대까지 옮겨 드리면 되겠습니까?)
(응. 걷기 귀찮으니까 부탁해.)
이 정도 느낌으로 글러 먹어졌다.
옮기는 게 책에서 어느샌가 나 자신이 되어 버렸다.
…… 언제 이렇게 되었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디아는 내가 아무리 게을러져도 싫은 내색 하지 않고 나를 보살펴 준 덕분에 어느 샌가 나는 완전히 힘을 쭉 빼고 지내고 만 것이다.
그녀에겐 사람을 게으름뱅이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이것도 마법인가.
‘확실히 안 좋게 보일만 하군.’ …… 진지하게 생각해 보니까 이거 정말로 다른 사람이 보면 문제를 제기할 만한데?
웬만한 환자조차도 이런 생활을 보내진 않겠지.
누가 보면 내가 무슨 폐인인 줄 알겠다.
그동안 편하게 꿀 빠는 데 눈이 감겨 있던 나는 이제야 내 현 상태를 깨달았다.
…… 마법 무섭구나.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 내가 이리도 방심할 줄이야.
“그렇게 너무 의존하다가는 몸도 나빠질걸.”
누나의 지적에는 할 말이 없었다.
당연히 내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고 평범한 인간처럼 몸이 약해질 리는 없다.
그러나 지금 카니아 누나가 던지는 지적이 너무나 상식적인 거라 반박할 말이 없다는 게 문제지.
“그거라면 문제없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반론에 나선 건 디아였다.
그녀는 살짝 한 손을 들고는 카니 아 누나의 지적에 차근차근 반론하기 시작했다.
사실 여기서 그녀가 반론해도 문제는 없다.
현재 누나는 어디까지나 기사 신분으로서 여기서 지내고 있으니까.
거기에 그녀가 딱히 계급을 따박따박 따지는 타입은 아니다.
그렇기에 카니아 누나는 순순히 디아가 하는 말을 들어 주고 있었다.
“제가 마법으로 아렐 님을 옮길 때는 마력을 조작해서 근육도 어느 정도 자극을 합니다. 그러니 쉽게 약해질 리는 없습니다.”
음? 네가 마법으로 날 들어 올릴 때마다 묘하게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런 이유였어.
그 전에 대체 얼마나 마나 컨트롤이 섬세한 거냐.
그사이에 실력이 또 늘었나 보군.
“…… 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누나가 테이블 위에 팔을 올려놓고 턱을 괴고 한숨을 쉬었다.
“아렐도 아렐이지만 디아의 태도도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너무 어리광을 받아 주기만 하는 것도 좋지 않잖니.”
“그럼 역시 해고입니까?”
“그런 짓은 안 해. 다만 다른 마법사랑 임무를 바꾸는 건 어떨까?”
이상하게 오늘의 누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견만 던진다.
4클래스 마법사는 디아 외에도 한 명 더 있으니 그와 교대해도 될 일이다.
능력 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으니, 그도 보좌 업무 자체는 잘 소화할 수 있겠지.
다만.
“그것만은 거절합니다.”
내가 아니라 디아가 단번에 거절해 버렸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디아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거절의 감정을 담고 있었다.
설마 대놓고 싫다고 할 줄이야.
나도 놀랐다.
“결코 다른 마법사에 비해서 제가 부족하단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따라서 납득 할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마법사로서 자존심을 건든 것 같았다.
확실히 이런 지적을 받고 업무를 바꾸라 그러면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일이 이렇게 된 거라 생각이 들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그녀치고는 오기를 부리는 느낌도 있다고 해야 할까.
뭔가 뺏기기 싫어 투정 부리는 애같기도 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거절하니 카니 아 누나 역시 입을 작게 벌리고 잠시뿐이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 카니아 님의 제안이 막무가 내이긴 해도 임무를 교대하라는 의견 자체는 충분히 타당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결국 아샤가 나서서 거들어 줬다.
오늘도 여기사들은 사이가 좋구나.
“왜 그렇게까지 아렐 님의 전속을 고집하는 거죠?”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 당연하다.
내 전속이든 다른 부서로 가든 급여는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내 응석을 받아 주는 것보다 다른 부서에서 칼퇴근하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나?
그러나 디아는 침묵했다.
뭐지?
무엇보다 신경 쓰이는 건 지금 디아의 태도를 보고 누나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저기? 너희 뭔가 잊은 거 같은데 결정권은 나한테 있거든?”
어디까지나 임명하고 말고는 내 허가가 있어야 한다.
“다만 저희는 디아의 행동이 과연 아렐 님의 전속으로서 올바른지 의문을 갖고 있어요.”
“잘하고 있잖아.”
“너무 지나친 것도 흠이죠……. 그리고 그걸 잘한다고 하기에는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주인을 오히려 나태하게 만든다면 확실히 그건 전속 마법사로서 실격이란 의미군.
…… 이거 내 탓인가.
내가 나태한 탓인가.
* * *
결국 카니아 누나는 디아가 내 전속으로서 자질이 있느냐를 직접 시험해 보겠다고 나섰다.
“나를 납득시키면 아렐의 전속으로 일하는 걸 인정해 줄게!”
이보세요, 댁이 무슨 시어머니인가요.
말리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나는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 왠지 구경하면 재밌을 것 같단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괜찮습니다. 카니아 님은 아렐 님의 누이. 당연히 저를 시험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작 디아 본인도 너무 쿨하게 받아들여 버려서 허무할 정도로 판이 성립되어 버리고 말았다.
…… 지켜보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말려야지.
“근데 어떨 걸로 시험하게요?”
그 전에 전속 마법사가 어떤 자질이 필요하지?
누나도 거기서 발상이 막혔는지 갑자기 버퍼링이 끊긴 것마냥 동작을 멈췄다.
5초나 지나서야 뭔가 떠올랐는지.
“마, 맞아! 먼저 머리야! 머리가 좋아야 해!”
“머리입니까?”
“아렐은 천재니까! 당연히 아렐을 보좌하려면 그만큼 머리가 좋아야 하지 않겠어?”
그렇게 주장하더니.
“여기 아렐이 해야 하는 서류가 있어.”
“…… 왜 그걸 멋대로 가져오시나요.”
그래 봐야 별반 중요한 서류는 아니기에 나는 불평만 할 뿐 말리지는 않았다.
“이걸 처리하면 되는 거야! 간단하지 않니?”
지금 나는 시작부터 패배 플래그를 세우는 누나를 보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
왜냐고?
최근에 내 몫의 서류의 대부분을 누가 처리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요즘 디아한테 다 떠넘기고 있는 거 몰라요?
그 전에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좋습니다.
마법 그거 죄다 머리로 연산해서 짜내는 거거든요.
결국 카니아 누나 앞에서 디아가 몇 초 만에 서류를 처리하는 걸 보고 나서야 누나는 할 말을 잃었다.
다음은 뭘까.
“그래, 요리야!”
… 전속 마법사하고 요리하고 상관이 있나요?
이젠 되는 대로 던지신다.
“아렐은 입맛이 까다로우니까. 전속이라면 당연히 아렐한테 맞출 수 있어야 해.”
“그렇게 들으니 제가 밥 가지고 꼬장 부리는 몹쓸 놈이 된 것 같네요.”
…… 아니 뭐, 실제로 내가 입이 까다로운 건 사실이지만 보통은 내가 해결책을 주거든.
솔직히 이번만큼은 마법사랑 전혀 상관이 없으니 말려야겠다 생각했지만.
“문제없습니다.”
또 디아는 쿨하게 받아들였다.
이런 건 거절하라고.
부당한 명령 정도는 거절할 수 있잖나.
“괜찮습니다. 마탑 시절에 허드렛일도 자주 했기에 이 정도는 익숙합니다.”
디아는 아무렇지 않게 부엌으로 가더니 그곳의 요리사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부엌을 빌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럴 듯한 요리를 내왔다.
“최근 아렐 님의 식성에 맞춰서 만들어 봤습니다.”
“…… 마, 맛있네.”
무서운 건 정말로 내 식성에 맞췄다는 것이다.
설마 내가 먹는 식사를 그동안 유심히 관찰했다는 거냐.
…… 다른 의미로 소름끼치는데?
그건 그렇고 맛은 있기에 먹어 본 나는 순순히 감탄했고, 누나는 또다시 침묵했다.
그 전에 이거 마법이랑은 아예 상관이 없잖아.
물론 맛은 있으니…… 상관없나.
“그래서 너희 둘. 무슨 생각이야?”
나는 아샤와 세이나를 따로 부른 다음에 본격적으로 추궁하기 시작했다.
오늘 낮에 카니아 누나의 행동에 관해서 반드시 들어야 할 게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카니아 누나가 이유도 없이 디아를 껄끄럽게 여길것 같진 않은데.”
내가 생각해도 오늘 누나의 언동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지나치게 마법에 의존해 화가 난건 사실이나, 그것 외에도 무언가 신경 쓰고 있다는 게 노골적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그런 누나의 폭거를 평소라면 어떻게든 뜯어말렸을 두 여기사는 말리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카니아 님은 디아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심?”
“이틀 전 보고에 있잖슴까.”
“아. 그거?”
세이나가 말하는 이틀 전 보고란 것은 영지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을 말하는 것이다.
마법사를 들여오고 나서 영지의 주요 시설이나 성 주변에는 마법 도구와 마법사로 하여금 어느 정도 경비체계를 갖춰 놓았다.
그것이 일부 파손된 흔적이 최근에 발견된 것이다.
누군지 몰라도 용케도 치명적인 트랩은 건드리지 않았다.
다만 감지용 결계에는 걸린 것이다.
범인은 현재 잡히지 않았고.
“설마 디아가 그랬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건 말도 안 된다.
디아의 알리바이는 완벽하고. 그리고 그. 녀의 결백은 무엇보다 내가 잘 안다.
“저희도 그건 아니라고 보고 있슴다.”
“그것보다는 조금 다른 게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요.”
다른 거?
“실은 아직 보고 드리지 못한 것입니다만.”
아샤는 조금 난감한 기색을 보이며 내게 편지 같은 것을 내밀었다.
“웬 편지?”
“그 침입자가 흘리고 간 것임다.
아니. 정확히는 두고 간 것이라고라고 해야 옮지 말임다.”
무단 침임에 이젠 괴문서까지 투고 하냐.
그 편지 내용을 읽어본 나는 진심으로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