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606)
606화. 바다를 건너 (1)
파힐리아는 즉시 도시의 모든 관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뒤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
군함의 탈출을 성공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안심하는 분위기를 낼 수가 없었다.
아렐이 탄 군함이 탈출한 뒤, 마치 그들을 놓친 것에 화라도 난 듯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갑옷들 ‘에인헤랴르’ 때문이다.
그 갑옷들은 동시에 덜그럭거리는 쇳덩이가 울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진 그저 얌전히 봉쇄만 했지만 더는 봐주지 않겠다는 듯 화를 내는 모양새였다.
바로 모든 기사와 병사들은 철저히 농성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제1 방어선을 쳤다.
“……그건 그렇고, 저거 참 의외로 효과 있지 말임다.”
병사들을 지휘하던 세이나는 콧등을 긁적이며 그 방어선의 상태를 확인했다.
도시 외곽 다소 떨어진 지점에 우뚝 솟아오른 또 하나의 두꺼운 방벽.
이것이 그동안 준비해놓은 파힐리 아의 방어 대책 중 하나.
일명 ‘치솟는 벽’.
도시 밖 약 4킬로미터 앞에 도시외벽과 동등한 재질의 방벽을 치솟게 하는 것이다.
발안자는 당연하게도 이곳의 영주인 아렐이다.
“저거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습니다.”
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네요.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아샤가 지나 가다 세이나가 한 말을 듣고 수긍했다.
처음 저 방어 수단을 아렐이 제안했을 때는 다들 어지간히 당황했지.
도시 외벽만으로는 모자란다면서 그 바깥에 동등한 강도의 벽을 하나 더 숨겨 놓자는 제안.
그가 작성한 설계도와 그리고 장인들의 피와 땀 어린 노력 덕에 그게 정말로 가능했다는 게 더욱 무시무시하다.
참고로 에르네시아 왕국 국경의 요새에도 비슷한 장치가 있다.
다만 그건 철창만 전개하는 것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 방어 수단의 염가 판으로 아렐이 변경백들에게 그 장치를 팔아먹은 셈이다.
그것도 일부러 정기적인 보수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참으로 든든하면서 악랄한 영주님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효과는 더럽게 있지 뭠까.”
“……그렇네요.”
방벽 덕에 적의 갑옷들은 진로가 막힌 채 허둥거리고 있었다.
집요하게 기어오르려 하나 방벽 위에서 병사들이 쉴 새 없이 견제하며 막고 있는 덕에 넘지 못하고 있다.
“저거라면 의외로 잘 버티……
쿵!
세이나가 안도하며 말을 끝맺기도 전에 지면 아래에서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고에 의하면 갑옷들이 외벽을 공격하는 소리라고 한다.
그 갑옷들은 자신들의 능력으로는 쉽게 넘지 못할 거라 판단이라도 한 듯 그대로 옹기종기 모이더니 그 형상을 바꾸었다.
그대로 어떤 병기의 형상이 되었다.
파성 추.
흔히 성문을 부수기 위해 쓰는 공성 병기.
그렇게 만들어진 그 파성추를 나머지 갑옷들이 들어 올려 그대로 외부 방벽에 들이박았다.
쿵!
지면까지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의외로 오래 못 버틸지도 모르겠네요.”
세이나의 말을 받아 아샤가 마저 중얼거리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한 번 철퇴가 치고 지나가자 방벽 표면의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은 위력이다.
“저걸 또 저렇게 써먹는군…… 꽤 정교한 장치군 그래.”
마침 방어 장치들을 살피다 소란을 듣고 기웃거리며 온 드워프 아켄이 보고 감탄했다.
“뭔가 기계적 장치를 쓰는 거 같군. 장치의 효율이 좋아 보이는군.
위력도 심상치 않아.”
“지금 보고 감탄할 때인가요. 그래서요, 아켄 씨? 저거 얼마나 버틸까요?”
“얼마 버티지 못할 거다.”
지금도 파성추는 계속해서 방벽을 때리고 있다.
그때마다 외부 방벽에 가하는 손상을 눈짐작으로 본 아켄은 결론을 내렸다.
방벽에 이용한 금속을 제련한 것도 그를 비롯한 드워프들이다.
그들이 잘못 알아볼 리는 없겠지.
세이나는 아쉬운 듯 불평을 했다.
“좀 더 희망찬 의견 없슴까? 좀 더 근성을 발휘하면 버틴다든가.”
“금속이 네 녀석 같은 줄 아나. 한계인 건 한계인 거다.”
“아니, 저희도 한계라면 한계인 건 마찬가지임 다만.”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세이나는 고개를 젓고는 고민했다.
저렇게 된 이상 방벽은 곧 뚫린다고 봐도 되겠지.
그렇다면 일단 방벽은 포기하고 병사들을 철수하게끔 지시할까, 아니면 좀 더 아슬아슬할 때까지 버티게 끔 지시할까?
만약 억지로 버티다가 철수할 시기를 잡지 못하고 무너진다면? 그때는 병력의 손실까지 발생한다.
빠질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아깝다고 무조건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물론 도시에는 외부 방벽 이상의 견고한 방어 수단을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과신해선 안 된다.
고작 하나를 버리는 게 악수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세이나도, 아샤도, 다른 이들도 나름 리스크를 저울질하면서 고민했다.
“외부 방벽은 단념하자.”
그런 분위기를 무시하고 지금 막 올라온 페나가 제안했다.
순간 다들 놀랐지만, 그녀의 결정 이전에 지금 여기까지 페나가 직접 올라왔다는 사실에 더 놀라기도 했다.
지금 그녀는 이곳이 아니라 성에 있어야 한다.
아렐이 부재중이니 대신 지휘할 권한이야 있지만 그래 보}? 야 형식상 보고다.
본인이 직접 여기까지 올 이유는 없다.
“페나 님? 잠깐만요? 왜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괜찮아. 아르나는 유모한테 맡겼거든. 좀처럼 낮잠 자지 않아서 고생했지 뭐야.”
“……그걸 여쭤본 게 아닌데요.”
아샤는 난감한 듯 페나가 대동한 호위들과 그리고 그녀를 안내한 병사들을 노려봤다.
왜 안 말렸나요?
다들 난처한 듯 눈을 피한다.
하긴, 까라면 까야 하는 게 병사들이니 어쩔 수 없겠지.
아샤는 책임을 묻는 건 관뒀다.
대신 조금 전에 그녀가 꺼낸 의견에 대해 마저 묻기로 했다.
“방벽을 포기하자고 말씀하신 거로 들렸는데요.”
“응. 괜히 잘못 버티다가 지금 싸우고 있는 병사들만 잃으면 큰일이잖아.”
“하지만……
저 방벽 다음은 바로 도시다.
물론 페나도 알고는 있다.
그렇다 해도 괜히 무리를 시키는 것도 아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계속 버티는 건 무모하잖아? 그리고 원래부터 저 외부 방벽은 잠시 시간을 끌기 위한 목적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하긴, 분명 그렇게 들었슴다.
뭐, 버릴 땐 확실히 버려야 하는 법임다만.”
결국 세이나도, 아샤도, 다른 이들도 페나의 의견을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
확실히 더 버티는 건 어렵다.
“그리고 방벽은 포기하는 것 나름대로 쓸 만할지도 모르잖아? 안 그렇니?”
“하…… 뭔가 방안이 있으신 검까?”
아무래도 뭔가 별도의 의중이 있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말이다.
결국, 모두가 페나의 의견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고 페나는 이후 방침을 전했다.
“우선 외부 방벽은 포기하자. 그리고……
명령에 따라 외부 방벽에서 갑옷들을 견제 중이던 병사들은 주저 없이 방벽을 포기하고 물러났다.
일부는 아직 버틸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재차 명령이 떨어지자 따르기 시작했다.
막는 자가 없다는 것을 인지라도한 것인지 방벽을 부수던 갑옷들의 움직임이 한차례 정지했다.
굳이 파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이라도 한 것인지 그대로 갑옷들은 서로의 몸통을 딛고 계단처럼 뭉치더니 올라오기 시작한다.
제아무리 높은 방벽도 그것들에게는 큰 문제는 없다.
그럴 때.
갑자기 방벽 전체에 금이 가더니 한차례 흔들렸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는 듯 방벽이 스스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기어 올려오려던 갑옷들을 포함해 방벽 근처에 달라붙어 있던 것들은 그대로 깔려 버리고 말았다.
형태를 변화시켜 통과시키려 해도 방벽 안쪽에 새겨진 마법 방해 술식 때문에 그대로 깔려버리고 말았다.
그 광경을 지켜보며 다들 마른침을 삼켰다.
“……저걸로 적어도 지금 아래에 깔린 것들은 당장 나오진 못하겠네요.”
파편에 깔려 허둥거리는 갑옷 일부를 보며 아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페나가 제안한 것은 방벽을 포기함과 동시에 그대로 무너트려서 차라리 저것들의 발을 묶자는 것이었다.
사실 방벽은 설계 단계에서 간단히 붕괴할 수 있도록 마법적 처리를 해놓았다.
그건 다들 알고는 있었다.
물론 그걸 실제로 쓰자는 배짱은 별개지만.
왜? 아까우니까.
포기라는 게 쉬운 법은 아니다.
다들 그 선택지는 무의식적으로 맨나중으로 미뤄 놓기도 했다.
“그걸 기억하고 계셨네요?”
“……응? 아? 어쩌다가. 저거 세울 때 아렐이 이전에 이야기한 걸 기억하고 있었거든.”
주변의 감탄에 페나는 슬쩍 낯간지러운 듯 적당히 흘려 넘겼다.
“그런가요?”
아렐이 평소에 이런저런 일을 자주 떠들고 다니는 건 사실이니 이상할건 없겠지.
일단은 아샤를 비롯해 모두가 이해 하고 넘어갔다.
“발을 묶은 건 좋은데 어디까지나 저거에 걸린 건 일부뿐임다.”
“ 알아.”
효과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다.
깔린 것들도 파편을 밀어 올리고 오겠지.
“슬슬 저희도 나설 준비를 해야겠슴다.”
세이나는 이미 근처에 세워 둔 장비를 챙기며 각오를 다지는 듯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본격적으로 공성전이 벌어지면 때에 따라서는 그녀를 비롯해 기사들이 나서서 적을 상대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샤도 마찬가지로 준비를 마친 채 질문했다.
“우선 기사들을 데리고 조금 시간을 끌어 볼까요?”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페나는 기사들의 출전을 자제시켰다.
몸이 날랜 기사들이라면 잠시 정찰이라도 하는 느낌으로 다녀올 수도 있을 터.
그러나 페나는 그녀들을 말린 것이다.
“?????? 슬슬.”
“예?”
“아마 슬슬 을 때도 되었으니까.
저쪽에 한차례 공격하는 건 그들에게 맡기자.”
페나가 슬쩍 무언가를 향해 눈짓하며 중얼거리자.
때맞춰 도시 쪽으로 향해 오기 시작하는 갑옷들을 향해 대량의 폭염이 쏟아졌다.
치솟는 것도 아닌 말 그대로 쏟아진 것이다.
잔해를 넘고 또는 그것을 들추고 걸어 나온 갑옷은 그 화염을 뒤집어 쓰고 그대로 녹아내렸다.
“?…”
마법.”
“우리 쪽 마법 병대는 아니지 않슴까?”
마법 공격임을 이해한 그녀들이 두리 번거 렸다.
파힐리아 측 영지 마법사들의 소행은 아니다.
그렇다면.
“조금 늦었습니다.”
디아가 텔레포트의 빛과 함께 도시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라나 버스트.’’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주저 없이 몰려오는 그 갑옷들을 향해 포격을 퍼부었다. 전방에 광범위한 범위로 빛이 치솟아 오르며 적들을 산산조각 내었다.
공격을 퍼부은 건 그녀뿐이 아니다.
마탑 측 마법사들의 정예들도 동시에 도착하고는 바로 공격을 개시했다.
“다녀왔습니다.”
그사이 디아는 성안까지 이동하고는 정식으로 도착을 알렸다.
“정비가 끝나자마자 왔습니다만.
조금 걸렸습니다.”
“아냐. 예정대로의 때였는걸.”
명목은 파힐리아의 정식 조력 의뢰.
디아는 예정대로 그 조력을 하기 위해 마탑의 마법사들을 동원했다.
방어를 위해 필요한 전력의 보충.
그것 또한 예정된 순서다.
“그럼 이제…… 응. 마탑 마법사들은 바로 배치에 들어가서 우선 대지 속성 마법으로 지형을 변화시켜서 발을 묶는 것부터 하도록 해.”
페나는 지시에 나서고자 했다.
“도시까지 접근한 녀석들은 일부러 빈틈을 유도해서 기어 올라오게 한 뒤 넘어트려. 지난번 관측한 대로면 높은 지능은 없는 모양이니까 잠깐 빈틈만 보이면 바로 반응할 거야.”
“예, 옛!”
일단 그녀의 지시를 수행하며 다들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부하들에게 명령을 전달하면서 아샤, 세이나, 디아를 비롯한 측근들은 슬쩍 계속 지시를 내리는 페나를 곁눈질했다.
조금 전부터 느꼈던 위화감.
“페나 님?”
“?????? 응?”
“아까부터 뭘 보고 계신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