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7)
7화. 첫 번째 생일 (2)
역시 왕국 직속 내무부에서 주관하기 때문인지 내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연회는 별 차질 없이 준비되었고 마침내 연회가 시작되었다.
주역이 아기란 걸 고려한 것인지 연회는 낮에 진행되었다.
나도 평소와 다르게 청초한 느낌의 드레스를 입은 어머니에게 안긴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기대하고 있었다.
“아렐? 신기하니?”
신기하기보단 신선하네요.
“그러고 보니 왕자님께선 방 밖으로 처음 나가시는 거였던가요.”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모가 말했다.
네. 바로 그렇습니다.
내 생일이라 들뜬 것도 있지만. 드디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후궁 밖으로 나간다는 점도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엄마와 시녀들과 병사들 외에 드디어 이곳의 다른 인간들을 만날 수 있는 찬스.
예상대로 연회에는 수많은 귀족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아직 연회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시선이 벌써부터 이쪽을 향하는 게 느껴진다.
단순한 호기심 약간 그리고 그저 무관심한 시선 절반.
어이쿠? 누구신진 몰라도 악의도 듬성듬성 느껴지는데?
과연 예상대로 온갖 감정이 느껴진다.
지금 시선들만으로도 내 입장이 어떤 위치인지 대강 피부로 느껴지는군.
다른 왕족들의 자리가 아직 비어 있다는 점도 그들이 나를 어떻게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게끔 해 줬다.
그러나 지금 내겐 그건 그다지 흥미 없는 것들이다.
내가 지금 관심이 있는 건…….
“하아아아암?”
나는 하품을 하며 상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비어 있는 의자.
그렇다.
오늘의 내 진짜 목적은 조금 있으면 저 의자에 앉을 남자에게 있다.
에르네시아 왕국의 국왕…….
테오넬 에르네시아.
이 몸의 애비되는 분.
어떻게 되어 먹은 건지 태어나서 지금까지 1년이 되도록 얼굴 구경도 못해 본 귀하신 분이시다.
오늘이야말로 아빠의 얼굴을 볼 찬 스란 뜻이다.
내가 두각을 나타내기 위한 계획을 실현하기까진 아직 수년이나 더 남아 있다.
그런데 마침 내 생일에 애비님께서 친히 행차하신다지 뭔가.
예상치는 못했지만 나에 대해 어필할 찬스라는 뜻이다.
잘만하면 더 빨리 우리 집 부실 재정에 관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내 존재를 어필하느냐는 건데.
그것도 나름 생각해 둔 게 있다.
내 완벽한 계획이면 국왕에게 내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겠지.
그렇게 속으로 계획을 다시 되짚어보면서 키득거리고 있을 쯤.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차 줄어든다.
음. 누군가 왔나 보네.
다수의 기척이 느껴진다.
등장한 이들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후궁들이 시녀의 시중을 받으며 들어오고 있고 그 옆을 아이들이 따라 입장하고 있다.
그렇군.
저들이..?
아마 가장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이가 왕비고, 그 나머지 기타 등등 옵션들이 후궁이 아닐까 싶다.
순간 공작새들의 단체 입장 쇼인 줄 알았네.
내 생일에 서커스도 해 주는 건가 하고 순간 설렜잖아.
왕비와 후궁들의 외모를 하나하나 확인한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훗, 역시 울 엄마가 가장 미인이야.
묘한 승리감에 도취된 채 시선을 옮겼다.
그럼 같이 나타난 아이들은 그녀들의 자식…….
즉 이 몸의 배 다른 형제란 건가.
헤에. 어디 어떻게 생겼나 얼굴이나 좀 보자꾸나.
내가 친히 평가해 주지.
가장 먼저 키가 훤칠한 상쾌한 인상의 금발의 청년이 눈에 띄었다.
2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데. 나이 차이가 꽤나네.
아마 그가 장남으로 짐작되었다.
그것보다.
“칫
나는 혀를 찼다.
엄마가 내가 왜 이러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분하지만 미남이군.
여자들 꽤나 울리고 다니겠어.
그렇군.
저 녀석이 차기 국왕이겠군.
제법 단련했는지 예복을 입은 몸도 탄탄해 보이고 눈매도 맑다.
내 눈으로 봐도 장래가 기대되는 애송이라고 할 수 있겠어.
전형적인 엄친아 스타일인가.
재수 없어라.
나는 그의 얼굴을 확실하게 기억에 새겨 두고는 다른 형제들로 눈길을 돌렸다.
열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드센 인상의 적발의 소녀.
그 아래로는 각각 열 살 아래쯤되어 보이는 남자애와 딱 봐도 아직 어려 보이는 여자애가 둘이다.
모두가 왕족답게 외모는 결코 나쁘지 않다.
다만 장남이 너무 산뜻하다 보니 다른 형제들이 별로 눈에 안 띄네.
이 자리에 왕족들이 전부 모인 거라면 내 위의 형제는 총 다섯 명이라는 뜻이 된다.
그나저나 형제들이 죄다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는뎁쇼?
가장 어린 여자애가 다섯 살쯤 되어 보인다.
나이 차 나는 형제들인가.
이게 좋은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
배가 다른 형제라서 그런지 별로 친밀감이 들지 않아.
거기에 우리 집이 평범한 집안이면 또 모를까.
죄다 배 다른…… 그것도 왕가의 형제들이면…….
솔직히 좋지 않은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이거 조심해야 하는 건가?
그렇게 왕비와 후궁…… 그리고 형제들의 얼굴을 기억해 두는 동안.
“ 아?”
한순간 등골이 오싹했다.
“어머?”
내가 몸을 부르르 떨자 엄마가 내기저귀를 들춰 확인했다.
죄송하지만 싼 게 아니에요.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의 기척이 느껴 졌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강자의 기운.
본능적으로 상대를 경계하게 되고 말 정도였다.
누구지?
의문을 가지는 사이 누군가가 외쳤다.
“국왕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오?
순간 연회장이 한순간 조용해졌다.
역시나 국왕쯤 되면 말 많은 귀족분들을 닥치게 하는 데 1초면 충분하다는 거군.
거기에 이 위압감.
보통이 아니다.
확실히 조용히 닥칠 수밖에 없겠군.
모습을 드러낸 국왕의 인상은 내가 상상하던 것과 상당한 갭이 있었다.
선입견일지 몰라도 내가 상상하던 국왕은 좀 더 호리호리한 외모에 전형적인 미남이지 않을까 상상했다.
애초에 장남의 얼굴을 봐도 그렇고.
딱 저런 느낌에서 20년 정도 삭힌 정도라고 생각했다고.
그러나 막상 직접 본 실물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당장 북극곰이랑 싸워도 근력에서 밀릴 것 같지 않은 우람한 근육의 갑주.
새하얗게 샌 금발이 아마 한 50대에는 접어든 것 같지만 지금도 꾸준히 단련한 것인지 신체는 전혀 녹슬지 않았다.
거기에 느껴지는 이 묵직한 기운.
지금은 적절히 자중하고 있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는 만만치 않은 열기를 머금고 있다.
내 감이 정확하다면 최소 절정 고수의 반열에 들어갈 정도의 경지일 것이다.
이 세계의 국왕은 죄다 저런 강자 밖에 없나, 아니면 에르네시아 왕국이 특이한 걸까?
다른 건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나는 말없이 국왕을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헤휴우……
저 인간 유전자는 닮지 않아서 진심으로 다행이다.
난 근육 떡대가 되고 싶진 않거든.
내가 그런 감상을 품고 있자.
근육 떡대…… 아니 국왕의 시선이 순간이지만 이쪽으로 향했다.
감정을 읽기 어려운 그런 담담한 시선.
과연 그는 나를 보는 걸까, 아니면 우리 엄마를 보는 걸까.
제아무리 사람을 대하는 경험이 풍부한 나라고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 속까지 읽을 수는 없다.
* * *
내 탄생을 죽하하는 연회가 시작되고, 가장 먼저 각 귀족들이 내게 인사를 올릴 차례가 돌아왔다.
인사의 순서는 계급이 낮은 귀족부터.
각각 준비한 선물과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귀족들은 나를 안고 있는 엄마 앞에서 자세를 낮추고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아렐 왕자님의 모습을 이렇게 뵙게 되어서……
이후 인사는 지겨우니 생략.
정말이지, 오는 귀족들마다 비슷한 레퍼토리밖에 보여 주지 않는다.
죄다 계절 인사 아니면 비슷한 말투의 인사치레뿐이다.
혹시 이런 행사에서 하는 대사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라도 있는 건가? 있다면 진지하게 충고하고 싶은데 그 학원 끊어라.
듣는 입장에선 지겨워 죽겠다고.
빈말이라도 좀 듣기 좋게 하려고 노력할 생각은 없냐?
나 일단은 왕자거든? 나를 즐겁게 해 보라고.
하긴……. 딱히 그럴 생각 자체를 하진 않겠지.
인사를 하려 온 귀족 중에는 순수하게 선의로 축하의 말을 건네는 자가 있는 반면, 그저 겉치레로 무뚝뚝하게 말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명백하게 모멸감이 가득한 자도 여럿있다.
특히 고위 귀족일수록 그런 눈을 한 자들의 비율이 높다.
역시 얕보이는 건가.
그저 지금의 연회는 왕가의 피를 이었기 때문에 하는 행사일 뿐.
정작 저들에게 있어서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잘 보일 필요도 없으니 그저 형식적으로만 대하는 것이다.
엄마도 그 점을 절실하게 느끼는지 그들이 얕잡아 보는 시선으로 볼 때마다 나를 안은 팔이 떨렸다.
그리고 어머니의 뒤에 서 있는 유모의 표정도 썩 밝지는 못했다.
내 입장에선 그들이 가소롭게 느껴지지만, 엄마의 입장에선 얼마나 안타까울까.
거기에 원래 엄마는 이런 세계와는 인연이 없을 테니 더더욱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었다.
“ 아우?”
내가 괜찮아요? 라고 묻고 싶은듯이 올려다보자 엄마는 그저 미소지을 뿐이다.
……확실히 이건 좋지 않군.
그러는 사이 어느샌가 고위 귀족의 차례도 끝이 나는가 싶더니 다음에는 후궁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군.
같은 왕가의 일원이라도 서로 인사는 해야겠지.
아마도 지금부터 인사를 하러 오는 순서가 후궁끼리의 서열이 아닐까 싶다.
왕비가 가장 먼저 나서지 않으니까 말이지.
“아렐 왕자의 탄생을 축하드립니다.”
그녀들 역시 다를 바가 없다.
그저 형식적인 딱딱한 말을 건넬뿐.
다만 그녀들은 결코 엄마에겐 조금의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그저 나를 관찰하듯이 훑어볼 뿐이다.
그나마 아직 어린 형제들은 나를 신기하단 듯이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른들과 다르게 아직 권력투쟁의 비극을 모를 때니 순수하게 나를 신기하게 여기는 것이다.
특히 넷째 형제, 제2 공주라고 해야 할까.
일단은 내 누나라고 해야 할까.
형제들 중 밑에서 두 번째쯤 어린 여자아이가 갑자기 다가와 내 볼을 만지작거린 바람에 다들 깜짝 놀라 게끔 만들었다.
그래도 어른들의 악의에 비하면 전혀 기분 나쁠 것도 없다.
오히려 불쾌함의 정점을 찍은 것이 아니나 다를까.
“리파나. 오랜만이에요.”
귓가에 스며드는 나지막한 목소리.
이윽고 왕비의 차례가 된 것이다.
“엘리아 님……
엄마가 애써 감정을 감추며 그녀의 이름을 작게 중얼거렸다.
그런가, 왕비의 이름은 엘리아인가.
그런데 내 착각이 아니라면 지금 울 엄마가 저 왕비를 이상하게 두려워하는 눈친데?
“……그동안 무탈하셨는지요.”
엄마가 인사를 건네자 왕비는 누구보다 부드럽고 자애로운 미소로 화답한다.
“다행히 별일 없었답니다. 제일도 후계자로서 어엿하게 제몫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은근슬쩍 자기 아들 자랑 하는 거 보소?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자 제일이라고 했나?
금발의 청년이 슬쩍 고개를 숙였다.
그렇군, 후계자인가.
지금 왕비는 이곳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아무도 그 말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은 게 이미 계승권은 누구에게 향할지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내 입장에서야 아무래도 좋을 일이다.
계승권이 확실하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지.
난 딱히 왕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니까.
오히려 권력투쟁의 링 바깥에서 놀고먹는 게 소원이다.
괜히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것보다야 확실하게 큰 형님이 물려받는 게 가장 평화롭지 않은가.
그러나 그런 내게도 거슬리는 건 딱 하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