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80)
80화. 페르닐 가의 남매 (2)
“뭐가 또 있어?”
의아해하며 내가 아샤의 시선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나도 살짝 입이 벌어졌다.
정말로 똑 닮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샤의 남동생은 그녀와 딱 열세 살 차이가 난다고 했던가.
아샤가 스물넷이니, 그렇다면 열한 살이군.
나이 차가 나는 남매 같지만 의외로 이런 사회에선 흔한 법이다.
당장 우리 집안만 해도 남매들 나이 차가 서로 얼마나 나는가.
그나저나 열한 살이라.
그렇다면 한창 포동포동할 때의 소년이겠군.
그리고 우리들의 시선 앞에 딱 그 조건에 부합되는 남자애가 있었다.
“어? 정말로 닮았네?”
정말로 아샤한테서 딱 나이 차이만큼의 세월을 빼면 저런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얼굴.
나쁘게 말하면 남자애치고는 곱상한, 좋게 말하면 장래에 여자들 꽤나 울리고 다닐 거 같은 기대주.
“의외로…… 유전이란 게 있구나.”
나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아이렛……
아샤가 남동생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렇군, 이름이 아이멧인가.
음, 예상보다 빠른 남매 상봉이군.
순수하게 축하해 주며 박수라도 쳐줄까 싶지만, 아무래도 그건 너무도 분위기를 모르는 짓 같았다.
왜냐면 두 남매 외에도 불청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저 남동생을 둘러싼 귀족자제들이 있었다.
보통이라면 어린아이들이 올망졸망모여 있는 광경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질 법하지만, 내 눈썹이 저절로 찡그려지는 걸 보면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았다.
일단 지켜볼 겸 나도, 아샤도 가만히 거기를 두고 보았다.
귀족 아이들 가운데 한 소녀가 걸어 나와 아이멧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아이렛, 제가 지난번에 제안한 건 생각해 보셨나요?”
기가 세 보이는 소녀의 분위기.
그리고 어깨를 움츠리는 아이렛.
대충 보기만 해도 그럴듯한 역학관계가 완성되는군.
저 나이 대 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이 남자애보다 기가 세긴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것과는 별 상관은 없겠지.
“하, 하지만…… 그건 조금 곤란……해요.”
아이렛이 고개를 붕붕 저으며 무언가 거절했다.
무슨 이야기지?
중간에 끼어든 우리로서는 그 제안이란 게 뭔지 모르겠지만, 뭐 결코 좋은 건 아니겠지.
그러니까 저리도 거북한 기색을 보이는 거 아니겠어?
‘그건 그렇고, 어디를 가도 저런 녀석들이 있구나……
귀족들이라 해도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늘 집단에 넣어 두면 모여들고 으스대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지.
진짜 저건 인간의 본능인가?
어느 세계에서 태어나든 저런 광경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 도와줄까?”
딱 보니 뭔가 괴롭힘 당하는 것 같은 분위기인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정의의 이름으로 난장판을 놓아도 된다는 거겠지?
언제 어디든지 끼어들어서 깽판 놓는 건 자신 있다.
그리고 깽판 쳐 놓고 뒷수습하는 척하면서, 한 번 더 뒤집어엎어 놓는 것도 자신 있다.
“. 기다려 보죠.”
아샤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의외로 이럴 땐 누나가 더 냉정한 법이구나.
걱정과 달리 그 이상 심각한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고 그 소녀를 비롯한 귀족 아이들이 물러갔다.
그리고 혼자 남은 아이렛은 가슴에 손을 얹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지금이 다가갈 기회군.
“아이렛, 지금 뭐하고 있는 거니?”
이미 아샤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있다.
아이렛은 이 상황에서 누나가 튀어 나올 거라 예상치는 못했는지 화들짝 뛸 듯이 놀랐다.
오호, 저 집안은 누님이라 부르나 보구나.
나는 조용히 아샤의 뒤편에서 관전모드만을 취하고 있기로 했다.
자고로 남의 집안일은 뒤에서 지켜 봐야 제맛이지.
“누님, 어떻게 오신 건가요? 지난 번에는 못 오신다고……
갑자기 누나가 튀어나올 거라 예상치는 못했는지 아이렛이 의문을 표하자, 아샤는 “……그런 게 있어.”라고 얼버무렸다.
“그것보다. 방금 그 아이들은 뭐니? 집안에는 잘 지낸다고 편지 보냈잖니?”
보통 매우 잘 지내요, 라는 건 편지에서는 흔한 반어법으로 쓰이죠.
예를 들면 군대라든가, 또 군대라 든가, 아무튼 군대에서 말이죠.
여기도 비슷한가?
그제야 아샤와 내가 방금 전 광경을 목격했다는 걸 이해한 아이렛은 시선을 피하고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누님! 오해예요! 카렛 양은 그런게……
이해한다.
이럴 때 추궁하면 사실대로 말하기 힘든 법이지.
그러나 아샤는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하는지 계속 남동생에게 대답을 재촉하고 있다.
음…… 그냥 내가 말릴까?
이럴 때야말로 냉정하고 스마트한 내가 중재해 줘야 할 때.
……그리고 이런 상황 앞에 데려온 나도 책임이 있으니까 말이지.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아이렛이 손을 부들부들 움켜쥐더니 아샤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마, 말하고 싶지 않아요……
어째서인지 설명하는 걸 포기했다.
이런, 여기서 반항기인가요? 이맘때 아이들은 이게 참 골치 아프죠.
……같은 헛소리를 할 때는 아닌가.
“?????? 뭐?”
당사자인 아샤는 어지간히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거 같다.
하긴, 그러는 나는 카니아 누나한테 이렇게 개겨 본 적은 없지만 말야.
나이 차가 어중간하면 반항해도 물리적으로 밀려 버리거든.
주로 내 등짝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러나 저기 두 남매의 경우는 나이 차가 많이 나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아샤가 저리도 당황하는 건 나도 처음 볼 정도다.
“아?…”
아이렛??????
이런 일은 처음인지 아샤가 반쯤 울상이 된 채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평소에 일할 때는 착착 성실하게 잘하면서 정작 본인 일이 되면 잘대처를 못하는구먼.
할 수 없이 나는 그녀의 허리를 쿡쿡 찌르며 그녀를 불렀다.
“잠깐. 좀 비켜 있어 봐. 나머지 이야기는 내가 해 볼게.”
“하지만…… 아렐 님께 그런 수고를 끼칠 수는 없어요.”
“널 여기 데려와서 이런 분위기 만든 내 책임도 있고. 보통 이런 건 남자끼리 이야기해야 하는 거거든?”
적당히 중재하자 아샤는 내 뜻을 이해하고는 잠시 자리를 비켜 주었다.
소년이여, 지금부터는 남자들의 대화 시간이란다.
갑자기 배턴 터치한 나를 바라보며 갸웃거리는 소년.
‘……왠지 아까 그 여자애 기분이 이해가 갈 거 같기도 하고……
약간 울먹이는 듯한 눈동자의, 아직 성별이 모호한 느낌의 소년이 이런 얼굴을 하면 꽤 치명적이구나, 새삼 깨달았다.
의외로 남동생이란 존재도 꽤나 짭짤할 거 같은 기분이 드는데.
……아니, 여기서 난 대체 뭔 쓰잘데기 없는 거에 눈뜨려 하고 있는 거냐.
“저, 저기……
아이렛이 조심스레 나를 바라보며 말을 하려 한다.
그러고 보니 얘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미안하게 됐군. 먼저 내 소개부터 해야 했는데.”
“아, 아니에요.”
“나는 음…… 간단하게 말하면 현재 네 누나가 모시고 있는 사람이다.”
“당신이 제3 왕자님이신가요!”
아이렛이 화들짝 놀랐다.
그렇군, 이미 간단한 근황은 편지로 주고받아서 아는 건가.
그렇다면 굳이 길게 자기소개 할 필요는 없군.
“죄송합니다. 몰라 뵙고 무례르..”
“e ?
“괜찮아. 애초에 그럴 작정으로 여기 온 건 아니니까.”
아직 열한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 소년은 내 위치를 이해하고는 새파랗게 질린 채 무릎을 꿇으려 하는 걸 내가 말렸다.
그만해라. 그 이상은 내가 이상한 거에 각성한다.
“저, 어째서 저희 누님이 여기에 오신 건가요?”
하긴 저 멀리 북쪽에 눈 내리는 혹한의 땅에서 근무하고 있을 누나가 여기 있으면 당혹스러워할 법도 하지.
“일단 말은 해 두는데. 네 누나가 여기 온 건 내가 여기 적당히 볼일있어서 따라온 거야.”
“그런가요……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지만 뭔가 아쉬워 보이는 눈치다.
그냥 솔직하게 ‘너 만나게 해 주러왔어’라고 말할 걸 그랬나?
“그건 그렇고, 아까 그건 뭐냐? 정말로 여기서 괴롭힘 당하는 거야?”
의외로 귀족 사회란 게 음험함은 더 심하면 심하지 덜하진 않다.
특히 이 소년의 집안처럼 한 번 크게 휘청거린 가난한 귀족 집안이라면 더더욱 괴롭히기 좋은 타깃이 될 수도 있고.
더욱이 그 자체가 이 나마저도 한 순간 흔들릴 정도로 묘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물론 내가 말한 괴롭힘이랑 이 나이 대 애송이들이 말하는 괴롭힘은 다른 거겠지만.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아이렛은 허둥거리며 아니라고 둘러 댔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 익명 보장해 주마.”
“익명이요?”
그래 익명.
익명의 제보로 인해 어느 날 아카데미의 어떤 누구누구 씨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지.
그냥 넌 내 앞에서 누구누구의 이름만 딱 부르면 돼.
인맥빨의 참맛을 가르쳐 주마.
나는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소년에게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권유했다.
“아니에요! 정말로 그런 게 아니에요!”
“그거 누가 봐도 괴롭히는 거였는데? 그 왠지 모르게 잘나 보이는 여자애 맞지?”
“그게 아니라…… 그녀는……
아이렛은 말하길 주저했다.
“괜찮아. 누나한텐 일단 비밀로 해줄 테니까.”
“ 진짜죠?”
“……경우에 따라서.”
결국 내 끈질긴 설득에 아이렛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이윽고 말할 마음이 들었는지 내게 사실대로 털어놓기 시작했다.
“실은…… 그녀는 카렛 후작의 막 내딸 헤이아 카렛이라고 해요.”
“카렛 후작? 아, 그래. 기억에 있군. 누군지 알 거 같아.”
내 생일을 축하하는 연회 때 내게 인사를 올린 귀족 중 인상이 남은 몇은 기억하고 있다.
꽤나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라는 느낌이었는데.
그리고 평판도 그렇게 나쁜 귀족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래, 그 사람 딸내미가 왕자님의 호위 기사의 남동생을 괴롭히고 있다고 밀실 투고하면 되는 거지?”
걱정 마라, 잠입은 특기다.
괴도처럼 익명의 편지를 그 아저씨머리맡에 놔두고 와 줄게.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우리 호위여기사 남동생이니 그 정도 의리는 있다.
“그, 그러니까 그게 아니에요!”
내가 악마마냥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한 팔 걷어붙이는 시늉을 하자 아이렛이 다급히 나를 말렸다.
“그게 아니라 그녀는……
“그녀는?”
아이렛은 어째서인지 부끄럽다는듯이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붉힌 채 말을 이었다.
“제게 교제를 강요하고 있어요.”
“?????? 뭐?”
“교, 교제요!”
소년이여, 이건 아무리 나라도 당혹스럽구나.
한편으로는 조금 납득이 갔다.
그래, 확실히 자기 누나한테 부끄러워서 말 못할 만도 하네.
집단 괴롭힘이 아니라 꼬맹이들의 연애 문제였냐.
그보다 여기 귀족 꼬맹이들, 연애관이 이리도 문란했어?
이것들이 벌써 몇 살 때부터 염장질이야?
당장 죽창을 가져오지 못할까!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고는 나는 저편에서 기다리고 있을 아샤에게 손짓했다.
일로 와. 얼른 일로 와.
“잠깐만요! 아렐 님! 누님에겐 비밀로.”
“그래, 분명 그렇게 말했었지.”
나는 아이멧에게 싱긋 미소 지으며 이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순수한 소년의 귓가에 대고 소곤소곤 속삭였다.
“그건 거짓말이다.”
“..!!”
나는 오늘 이 소년에게 인생을 하나 가르쳐 주었다.
아니, 진짜 심각한 고민이었으면 나도 비밀 보장 정돈 하려고 했는데.
이건 솔직히 그의 누나인 아샤랑 같이 즐겨…… 아, 생각이 헛나왔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해야 할 일이 아닐까?
연애 문제를 나이 차 나는 누나와 그녀의 상사 뻘 되는 사람과 같이 의논하게 생긴 소년의 입장에선 창피해 죽을 맛이겠지만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