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81)
81화. 페르닐 가의 남매 (3) 아이렛이 카렛 가 막내딸의 눈에 띈 건 그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의 일이었다고 한다.
보통 그 나이 대의 귀족 영애들에게 있어서 아이렛은 그다지 흥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좀 더 강하고 늠름한 연상을 따르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카렛 가의 막내딸 헤이아카렛은 조금 달랐다.
그녀는 아이렛에게 눈독을 들인 것이다.
“아이렛! 저랑 사귀세요!!”
느닷없이 그를 벽에 딱 몰아세우고는 단도직입적으로 이리 말했다고 한다.
보통은 아가씨들이 먼저 교제 신청하는 경우는 없지 않나?
그전에 예전부터 생각했는데 에르네시아 왕국은 미묘하게 여자애들이 참…… 멋지네.
“그 카렛 가 꼬맹이 몇 살인데?”
“저보다 두 살 많아요.”
그럼 열세 살인가.
나도 이번 생애에선 아직 안 해본 벽쿵을 열세 살짜리 여자애가 하고 다니는 건가.
이런 나이 대에는 보통 여자애들이 조숙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 귀족가의 막내 아가씨의 취향이 조기에 싹을 틔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가씨 쪽이 더 기가 센 모양이다.
어쨌든 아이렛은 당혹스럽기도 한데다가 거기에 약간 헤이아의 기세가 무서웠던 것도 있어서 거절했다고 한다.
그렇게 귀족가의 막내 아가씨의 첫 사랑은 차이는 걸로 끝을 맺었으면…… 훌륭한 미담으로 남았겠지만.
그 뒤에도 헤이아는 계속 아이렛에게 접근하고 교제를 신청한 모양이다.
……라고 일단은 당사자가 그렇게 증언했다.
대략적인 이야기를 들은 나와 아샤는 둘 다 할 말을 잃었다.
“……원래 귀족가 아가씨들은 다 그래? 여기 풍토가 열정적인 건가?”
“절대 아니에요. ……적어도 전 안 그런데요.”
아샤가 부정했다.
작게 무어라 중얼거리지만 못 들은 척했다.
아무래도 카렛 가의 막내 아가씨가 유별난 것 같다.
“그래도 네 남동생은 인기 많은 거 같아서 다행이다.”
“……인기 같은 거 없어요.”
아이렛이 극구 부정했다.
“다른 영애들도 절 그냥 애완 동물마냥 취급하는 걸요.”
가만히 앉아 있으면 괜히 다가와 머리카락을 톡 건드려 보거나.
혹은 과자 같은 것을 가져와 슬쩍 입 안에 밀어 넣고 반응을 즐긴다던가.
“다들 그렇게 절 놀리는 걸요.”
“……너 정말로 모르는구나?”
“네?”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가진 놈이 자각이 없다는 말이 딱 이런 경우군.
이봐, 꼬맹아. 내가 장담하는데 분명 그 모습에 엄청 질투하는 놈들이 수두룩할 거다.
아무래도 이 꼬맹이는 내 예상보다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았다.
정작 본인은 그 점에 자각이 없고.
“아샤, 네 동생의 장래가 참으로 기대되네.”
“그런 농담 말아 주세요.”
아니,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제대로만 각성시키면 어쩌면 왕국역사상 길이 남을 제비 한 마리가 탄생할지도 모르겠어.
“저로서는 어떻게 그녀를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러냐?”
방금 전보다는 살짝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꼬맹이들의 연애담이라서 그런지 내 흥미가 약간 떨어졌다.
나는 뒤쪽을 슬쩍 가리키고는.
“그럼 당사자한테 물어보면 되지.
안 그러냐? 카렛 가 막내 아가씨?”
“넷!?”
아이렛이 화들짝 놀라며 그제야 내가 가리킨 방향을 돌아본다.
정말로 헤이아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두 번 놀란다.
“카, 카렛 양!?”
방금 전까지 뒷담화를 까던 그 대상이 지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안색이 새하얗게 될 법도 하다.
“아이멧한테 다시 할 이야기가 있어서 돌아왔는데? 이분들은?”
헤이아는 나와 아샤를 번갈아 보면서 의아해했다.
특히 아샤는 아이렛과 인상이 닮아서 그런지 순간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래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모양이구나.
“그래, 헤이아 양. 이 사람이 바로 네 시누이다.”
“아니에요!”
“아렐 님, 무슨 장난을 치시는 건가요!”
두 남매가 동시에 외쳤다.
“아니, 그냥 중간 과정 생략하고 결과만 말해서 소개한 건데?”
내 선견지명에 따라서 예측한 스포일러다만?
“……그렇군요. 당신이 아이렛의 누님이신가요? 이야기는 들었어요.”
헤이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중 아샤에 관해서는 이해한 눈치다.
그리고는 치맛자락을 잡고 미래의 시누이에게 인사를 올린다.
“헤이아 카렛이라고 해요. 카렛 가의 막내딸이자, 당신의 남동생과 교제를 희망하고 있어요.”
처음 목격했을 때의 고압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때에 따라서 제대로 예를 갖출 줄 아는 귀족 영애군.
그나저나…… 이 꼬맹이, 제법인데?
당당하게 미래의 시누이에게 자신의 뜻을 말했어?
박수라도 쳐주고 싶군.
일단 슬쩍 장난을 친 건 나이긴 하지만 정말로 대놓고 이렇게 나올 줄이야.
아이렛은 안절부절못하고 있고, 아샤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벙쪄 있다.
설마 오랜만에 상봉한 남동생에게 미래의 올케가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아! 탄산 땡긴다.
내가 나름 분위기를 파악해서 얌전히 지켜보고 있자니 갑자기 아샤가 내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아샤 쪽을 돌아보니 당장이라도 울거 같은 얼굴이다.
얘가 이렇게 진지하게 SOS 요청하는 거 처음 보는데?
절실하게 도움을 바라는 감정이 전해지는구나.
좋다, 기꺼이 상담에 응해 주마.
우리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목소리를 낮춰 대화하기 시작했다.
“……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 선택해. 고약한 악마표 시누이로 갈지, 아니면 천사표 시누이로 갈지.”
전자를 선택하면 우선은 우아하게 자신의 옷에는 한 방울도 튀지 않게 찻잔을 엎는 법부터 가르쳐 주마.
내가 히죽거리며 선택지를 제시해 주자, 아샤가 찌릿 노려본다.
그래 농담은 치워 두고 이번에는 진지하게 말해 두지.
“……딱히 저 꼬맹이가 싫은 게 아니면 웬만하면 네 남동생 연애 정도는 지지해 주지 그래?”
“?????? 예?”
아무래도 눈치 채지 못했나 보군.
“.. 내가 볼 때 저 둘 사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거든.”
“……하지만 아이렛은…… 그녀가 강요했다고.”
“……근데 그걸 본인이 싫다고는 안 했거든.”
내가 대화 중 몇 번이고 카렛 가의 막내딸을 나쁘게 말하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저 소년은 극구 부정했지.
싫어하진 않는 거다.
단지 기에 밀려서 어쩔 줄을 몰라하는 것뿐.
“……내 생각엔 적당히 부추겨 주면 나머지는 저애들끼리 이런저런 말 못할 짓을 다하면서 알콩달콩 잘살 거야.”
“……아이렛은 이제 열한 살이거든요!”
네가 뭘 모르는구먼. 요즘 애들 엄청 조숙하거든? 열한 살이면 슬슬 껍질을 깨고 날아오를 나이지.
나만 해도 저 녀석 나이 때는 그야말로 화려하게 날갯짓을 했어.
당연히 이전에 살았던 생의 이야기지만.
그러나 아샤는 영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다.
“……그럼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해 볼까?”
“?????? 예?”
“……카렛 가는 적절한 투자로 한 몫 챙기는 능력이 남다르기로 유명하지.”
카렛 가는 왕국 내에서도 톱은 아니어도 나름 탄탄한 자산을 갖춘 가문으로 유명하다.
특산물도 없고 농업도 그저 그렇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가난하지 않다.
그곳의 가주인 카렛 후작은 나름돈을 굴리는 센스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안목이 높은 것인지, 싹수가 있을 것 같은 가문에 투자를 하고 그리고 그 이득을 챙긴다.
투자로 한몫 챙기는 능력이 있는 가문이라는 거지.
그리고 분명 그것은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 같은 것일 것이다.
저 소녀가 아이렛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도 나름 안목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게 어쨌단 거죠?”
“아이렛이 저 아가씨랑 잘되면??????
아샤, 너희 가문에도 해가 될 건 없어.”
아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눈가가 살짝 처졌다.
무언가 실망한 눈치다.
나에게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자괴감 같은 것 같았다.
아마 내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계산적으로 이득을 생각한 거겠지.
귀족가가 이득에 눈이 먼 정략결혼이나 어른들이 계획대로 판을 짜준 연애 같은 게 흔하긴 하나.
그걸 남동생을 상대로 계산했다는 게 어지간히 마음에 걸렸나 보다.
“……뭐, 그건 핑계고. 내가 봤을 땐 네 남동생을 위해서도 저게 가장 바람직한 연애다.”
아샤가 납득할 리 없다는 건 내가 잘 안다.
그래서 나는 적당한 핑계를 대 주기로 했다.
“……불안한 기분도 알겠는데 저 아가씨면 문제는 없어.”
적어도 내가 볼 땐 카렛 가의 막 내딸의 품성에는 그리 큰 문제는 없다.
조금 기가 세다는 점은 있지만, 아이렛의 성격을 고려하면 딱 저울이 수평을 이룰 정도다.
“……오히려 둘 다 싫어하지 않으면 밀어 주는 게 누나로서도 더 바람직하지 않겠어?”
“……그렇겠네요.”
내가 이리 설득하자 아샤도 결국엔 납득해 가고 있었다.
“……그럼 전 뭘 하면 되는 거죠?
아니…… 대체 뭐라고 말해야……
“……연상의 누님으로서 그럴듯한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해 주면 되지 않아?”
내가 그리 말하자 아샤는 머리를 싸매 쥐며 고개를 숙였다.
“……없어요.”
“응?”
“……그런 조언이 나올 경험은 없어요.”
하긴 얘는 그동안 내내 어려운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서 기사가 되려 했지.
꽃다운 나이에 가장 연애와는 인연이 없는 곳에서 세월을 보냈다.
그 덕에 귀족 출신이면서도 연애니 뭐니 하는 꽃다운 추억은 거의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내가…… 음……
차라리 내가 전생의 프로다운 조언을 해 줄까 하다가 나도 역시 입을 뻐끔거렸다.
“아렐 님?”
“미안. 나도 할 말이 없을 거 같다.”
“……아뇨. 아렐 님도 경험 없는 건 저도 아는데요.”
그 뜻이 아냐.
경험 끝내주게 많지. 아주 끝내주지. 장엄하지. 내 연애담은 하나하나가 전설이지.
근데…….
……내가 이걸 전수해 주면 저 꼬맹이들의 마음에 트라우마가 남을 거야.
애들 연애에는 아직 일러요.
“아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예. 그런 거 같네요.”
우리들은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고도 서로의 의도를 파악했다.
“우린 그냥 구경이나 하자.”
꼬맹이들의 연애를 조용히 관전하자.
적당히 재밌을 거 같으니 벼랑 아래로 떠밀어 주고자 하는 그런 기분으로 말이야.
그렇게 우리들은 아이렛과 헤이아가 투닥거리는 걸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왜 아이렛은 저 아이와의 교제를 거절한 거죠?”
싫지 않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그 점에 아샤가 뒤늦게 의문을 품은 것 같았다.
글쎄 왜일까?
보통은 남자애로서의 자존심이거나 혹은…….
“……다른 이유가 있거나.”
또 다른 이가 다가오는 기척을 알아챈 나는 반쯤 빈정거리는 미소를 입가에 담으며 중얼거렸다.
딱 맞춰서 그 이유가 나타난 거 같군.
이번에 나타난 건 아이멧보다 두살 정도 더 연상으로 보이는 귀족소년들의 무리다.
딱 봐도 호의적인 무리는 아니다.
무엇보다 그들의 중심에 선 귀족소년의 시선은 아이멧에게 그리 곱지는 않아 보였으니까.
“또 너냐? 페르닐.”
그는 적의마저 담긴 시선으로 아이 렛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주제를 모르고 카렛 가의 영애를 꼬드기는 거냐?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군.”
“?…”
루첸.”
다소 기가 죽은 아이렛이 폭언을 퍼붓는 소년의 시선을 피했다.
“두 번 다시 접근하지 말라 했거 1? ≫그는 성큼성큼 아이멧에게 다가간다.
“잠깐만요! 왜 아이렛을 비난하는 거죠! 어디까지나 아이렛을 제 옆에 두려는 건 제 판단이에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거야!
왜 나와의 교제를 거절하면서 까지 이런 덜떨어진 집안의 놈을 가까이 하려는 거지? 이놈의 집안은 몰락할 대로 몰락해서 장녀가 촌구석까지가서 기사 일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집안이다.”
와, 진짜 말 심해도 너무 심하네.
그 촌구석의 영주와 거기서 일하는 장녀 씨가 지금 듣고 있거든?
참고로 아샤는 그저 담담하게 무시해 넘기고 있다.
오히려 한숨을 쉬고 어이없어 하고 있다.
그녀에겐 흔한 모욕인가.
하긴……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