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Gaiden (84)
– 외전 84화
외전 84화
빈말로도 말하지 못할 만큼의 정령석을 소비하여 여러 가지 정령을 불러내어 일리아와의 상성을 가늠해 보았다.
정령의 속성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속성이 드물수록 기운은 복잡해지고 다루는 난이도가 높아진다.
그 정령왕에 도달한 개체만도 몇 되지 않는다는 게 그 증거.
“아무튼, 축하해. 이걸로 너도 어디를 가서도 정령사라고 할 수는 있을 거야.”
우선은 축하의 말을 기꺼이 전하는 페나였다.
“정령??????
일리아 역시 페나의 축하의 말에 머뭇머뭇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과 계약한 정령을 바라보았다.
아마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나, 정말로 가능했었구나……
페나는 가만히 그 감상을 맛보도록 일부러 지켜보았다.
자신도 그랬으니까.
그래, 처음 정령을 소환했을 때의 기분…… 지금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다.
그걸 방해하는 것은 멋모르는 짓이다.
한동안은 그렇게 감격을 맛보게 놔둔 후에야 페나는 짧게 손뼉을 쳤다.
“자, 이제 다음 일을 해야지?”
“어? 끝난 거 아니었나요?”
어리벙벙한 채 묻는 일리아. 정령도 불렀겠다. 거의 할 일은 끝난게 아니었나.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그녀는 한창 이제야 다 끝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어…… 하고 페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끝은 무슨. 이제 시작이란다.”
정령술에서 정령을 소환하고 계약했다는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뜻이다.
진정한 고생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많을걸? 정령을 다루는 감각도 익혀야지.”
소환한 자의 역량이 발전하지 않는다면 계약한 정령의 힘도 제자리 이거니와 잘못하면 얕보이는 예도 있다.
“정령도 성격이 고약한 애들이 있거든.”
아렐이 농담하기로는 ‘나는 나보다 약한 자의 명령은 듣지 않는다.’
라는 느낌으로 반항하는 녀석도 있다나 뭐라나.
뭐, 아렐의 농담은 둘째 치고 정말로 없는 일은 아니니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삼류 정령사는 자신이 정령과 계약했다는 것에만 안주하여 그 벽을 넘지 못한다.
“아니면 계속 이대로였으면 하는 걸까?”
“그, 그건…… 아니에요!”
“네가 만족한다면 여기서 관둬도 상관없단다.”
“그럴 리가요!”
일리아는 각오를 다진 듯 다시 한번 눈매에 힘을 주며 응시했다.
각오는 한 것이겠지.
“어떤 수련이든 할게요.”
“헤에? ‘어떤 것이든’이라……
기다렸다는 말투.
뭐든지 하겠다. 그렇다면 어떤 수련을 시켜도 불평은 못 한다는 뜻이니까.
“후후후후. 이미 말한 이상 무르기는 없기다?”
“……으아아아아.”
어쩐지 오싹해졌지만 페나의 말대로 한 번 내뱉은 이상 번복할 수는 없겠지.
자고로 에르네시아 왕국의 여성이란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는 법이라고 한다.
“그, 그런데 뭘 하면 되는 건가요?”
“아쉽게도 시간은 없으니까 좀 더 필요한 것을 하도록 할게.”
“필요한 것?”
무엇이 필요할까? 갸웃거리는 일리아에게 페나는 그녀의 수행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불렀다며 밖으로 끌고 나갔다.
“다행히 이 부근은 허락을 받아서 빌렸으니까 다소 소란스러워도 불만은 오지 않을 거야.”
“허, 허락이라뇨…… 대체 언제?!”
“나랑 아렐이?”
생각해 보면 이미 왕립 아카데미의 최대 출자자가 아렐인 시점에서 그녀나 아렐의 허락이야말로 절대적이구나.
새삼 일리아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터무니없는 사람에게 부탁을 한 게 아닐까 하고.
이거 제대로 성과를 못 내면 곤란해지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자, 자, 제대로 네가 성실해 해주면 된단다.”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안다는 듯 페나가 반쯤 놀리듯 말하며 막 도착할 인재를 기다렸다.
그리고 도착했다.
구릿빛 피부의 탄탄한 몸을 가진 여성 기사.
세이나였다.
“아하하하핫. 이거 갑자기 부르셔서 놀랐지 뭠까. 조금 놀랐슴다.”
“갑자기 불러서 미안해. 안 그래도 바쁠 텐데.”
“아, 괜찮슴다. 애초에 페나 님이 부르시기 전에 아렐 님께서 이미 먼저 시간을 비우라고 말씀하셨슴 다만.”
“하여간…… 그도 참……
그런 대화를 가볍게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며 일리아는 멍하니 있었다.
대체 수행을 도와줄 사람과 지금 부른 기사는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음…… 이쪽임까?”
마침 세이나와 눈이 마주쳤다.
반쯤 흥미롭게 보는 눈동자와 마주친 일리아는 반사적으로 움찔거렸다.
그런 일리아를 세이나는 흥미롭다는 듯 홅어보며 미소 짓는다.
“아? 확실히 이건 페나 님만으로도 가르치기 조금 어렵겠슴다.”
어쩐지 즐겁다는 듯 가늠하며 의미 모를 말을 하는 세이나.
일리아는 할 수 없이 페나에게 설명을 요청하는 듯한 도움 어린 눈치를 보냈다.
“혹, 혹시 이분이 정령술을 가르치는 건가요?”
“정령술? 에이 아님다. 전 그런 쪽은 잘 모름다.”
몸을 움직이는 수행이라면 얼마든지 능숙하게 지도할 자신이 있지만, 이라고 웃음을 터트리는 세이나.
그리고 페나 역시 그게 목적이라는 듯 짐짓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부터 일리아 넌. 체력을 키울 거야.”
“체, 체력이요?”
상상도 못 했다는 듯 놀란다.
설마 다른 것도 아니고 갑자기 필요한 게 체력이라고 했으니 놀랄만도 하겠지만.
그보다 정령술하고 체력이 관계가 있는 건가? 의아한 생각이 먼저들었다.
“그래, 필요하단다. 체력.”
“암 필요하지 말임다. 체력.”
어쨌든 중요한 것은 체력. 힘!
페나도 세이나도 적극 인정하며 의견이 일치했다.
체력이 답이다.
“?????? 네?”
다만 일리아는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대체 정령술과 체력이 무슨 관계란 말인가. 딱히 정령술이 몸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흔한 착각이다.
“몸이 약한 사람은 정령술이든 뭐든 결국 경지에 도달할 수 없으니까.”
“정령이 힘을 쓰고 재주를 부린다고 해도 결국 그것을 쓰는 건 누굴까?”
페나는 너. 라고 말하며 일리아를 가리켰다.
“결국엔 정령사 본인. 즉, 평범한 인간의 몸이야.”
맑은 정신을 가진 자도 몸이 비쩍 마른 해골 같다면 과연 그자가 강해질 수 있을까?
누구도 그렇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의미로도 체력은 필요해.
몸이 받쳐 주면 자연스레 집중력도 오래 유지되는 법이니까.”
“확실히 아버님께서도 이따금 귀족끼리의 회합에 출석하면 꼭 몸을 제대로 단련하고 가시니까요……
일리아의 아버지 첼포드는 아카데미의 교수면서도 왕국에서 문관으로 일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그조차도 근육의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불끈불끈.
이제야 그 참뜻을 떠올리고 전율하는 일리아.
페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에르네시아 왕국이 별난 거야. 보통 문관은 근육을 단련하지 않아.”
“네? 그런 거예요?”
“아무튼. 몸을 먼저 단련하는 건 나쁘지 않을 거야. 복잡한 정령술을 구사하는 데도 체력은 필요하고.”
“페나 님도 그럼 단련하시는 건가요?”
“뭐, 그렇지?”
세이나만큼은 아니더라도 페나도 아마 다른 여성들보다는 체력이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래야 안 찌고.”
지금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기로 정한 일리아였다.
“체력이라……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는데요.”
“그 말 10년만 지나면 못 하게 될걸?”
“ 네?”
“아니…… 뭐, 아무튼 필요해.”
그렇기에 페나는 세이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건 몰라도 몸을 단련하는 건 내가 조언하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까.”
무엇보다 요령도 좋지 못하고.
역시 이럴 때는 현직 기사인 그녀가 가장 적임이리라.
“뭐, 부하보다는 상냥하게 대할테니 안심하지 말임다.”
세이나는 쾌활하게 웃으며 우선은 단련시킬 대상인 일리아의 체형을 가늠하듯 훑어보았다.
“달리 불편한 구석도 없는 모양이니 문제는 없겠슴다만. 정말로 각오했슴까?”
“……네 각오했어요.”
필요하다면 거절할 이유는 없다.
그 뒤 일리아는 지시대로 움직이기 편한 옷을 빌려 갈아입고 난 뒤 세이나와 마주 보았다.
“자? 그러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역시 이검다만.”
세이나는 멋질 정도의 미소를 지으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우선 달리는 검다.”
“달리라뇨……
“말 그대로임다만. 뛰는 검다.”
무작정. 말 그대로 체력의 한계까지. 뛰고 뛰어서 체력을 늘려라.
달리는 건 모든 수련의 기본이다.
“어, 얼만큼 뛰어야 할까요?”
“아, 설마 죽어라 뛰라 하겠슴까.”
어디까지나 땀 좀 뺄 정도. 가볍게 기사들이 조깅이나 하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덧붙여 세이나를 비롯해 기사들은 한 번 단련할 때 가볍게 5킬로미터는 뛰지만.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이 불쌍한 영애는 안심한 듯한 얼굴을 했다.
“그리고, 가볍게 근력도 단련하고. 뭐 여러 가지 하면 됨다.”
그리고 서서히 표정이 굳는다.
본능적으로 예감한 것이지.
정령사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근육의 길이 정령사의 길.
왠지 모르게 머릿속에 그런 의미불명의 생각이 떠돌며 일리아는 그대로 강제로 단련의 길에 떨어졌다.
정령사의 길은 멀고 험하다.
아니, 그냥 몸이 지치고 힘들다.
“자. 하나 더 하는 검다.”
“ 끄으으으으으응‘
“하나 더.”
“으으응!”
과거에도 정령사가 되기 위한 수련이 어떤 것인지 상상 정도는 해보았다.
뭔가 우아한 것을 생각했지.
정령들이 떠돌고 그 가운데에서 우아하게 명상을 하는 자신을…….
하지만 현실은 우아하지 못한 법이다.
“자, 아직 더 할 수 있을 검다.”
“모, 못 해요!”
“에이 그렇게 말해도 잘만 하고 있으면서?”
우아함은 무슨, 피땀을 흘려 가며 근력을 단련하는 자신과 그런 자신을 엄하게 단련시키는 세이나.
그리고 남 모른 척 지켜보며 우아하게 휴식을 즐기는 페나.
정말로 이걸로 성취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불안이 때때로 들지만.
“자, 휴식 끝났슴다.”
“에에에엑?! 벌써요?”
그런 불안을 날리는 것은 세이나의 지도 아래에서 하는 단련뿐.
정령술의 성취는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근력의 성취는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일리아는 그리 생각하며 오늘도 힘을 쓴다.
그리고 한 달 후…….
“보세요! 페나 님! 이젠 이 정도는 가볍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보란 듯이 자신의 성취를 자랑하는 일리아.
그녀는 눈앞에 있는 사과 한 개를 가볍게 손으로 움켜쥐어 부수며 페나에게 단련의 성과를 보여 주었다.
말없이 지켜보는 페나. 그리고 옆에서 마찬가지로 웬일로 조용히 있는 세이나.
와득.
움켜쥔 사과가 또 하나 부서진다.
아니, 먹을 거 갖고 장난치지 마.
평소에는 그렇게 한마디 하겠지만 지금은 그럴 기분도 들지 않는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두꺼운 책하나 들까 말까 하던 가녀린 영애가.
짜잔!
그야말로 에르네시아 왕국의 기상에 맞는 아가씨가 되었답니다.
“……세이나. 어떻게 생각하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슴다.”
웬일로 세이나가 난처한 듯 눈을 피한다.
단련을 요청한 건 페나다. 사실 목적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진지했고.
그렇기에 세이나도 진지하게 훈련을 시켰지.
“이야…… 이거 아무래도 저도 세간의 상식을 조금 잊은 모양임다.”
“……고작 그런 이유일까.”
이제 와서 말한들 믿지 않겠지만 이럴 생각까진 없었다. 기껏 해 봐야 약간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게 목표였지.
“설마 이렇게까지 강인해질 줄이야.”
세이나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쓴웃음을 흘렸다.
“이거 효과 참 쥑임다.”
감탄 아닌 감탄.
“역시 원인은 내가 몰래 빼 온 아렐의 비약 때문일까?”
“진짜 원인은 그거 아님까?”
아무튼 켕기는 게 많은 두 사람은 그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저 애송이의 성장에 어쩔 줄 몰라 한다.
“있잖니? 일리아?”
“보세요! 페나 님 다음에는……
“너…… 목적을 잊은 거 아니니?”
“목적이요?”
그제야 일리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자신이 목적으로 하던 게 무엇인가. 페나의 지적에 곰곰이 생각하는 모양이다.
“네 목표는 뭐였니? 말해 보렴.”
“당연히 이대로 힘을 키워서 모두를 압도하는 거잖아요.”
노려라! 지상 최강의 귀족 영애!
“그게 아니잖아?!”
전생의 프로가
꿀 빠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