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Gaiden (86)
– 외전 86화
외전 86화
뭐, 지금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지.
당연히 일리아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고 그게 분명 유용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괜찮을 거야.’
살짝 속을 애태우며 페나는 일리 아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드디어 일리아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침묵만이 있을 뿐이다.
당연한 소리지만 생각만큼이나 주목은 받지 못했다.
“홈…… 일리아인가.”
“단순한 학생인 모양이군.”
“란펠스트 교수의 딸인 모양이지만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는 모양이군.”
“그럼 고작 일개 영애의 취미인가.”
그렇게 수군거리는 이들을 두고 마냥 야속하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
아직 실적도 드러내지 못한 자가 처음부터 기대를 받는다는 건 망상속에서나 가능한 일.
무엇보다 그들의 인식을 뒤엎는 것 또한 묘미이리라.
일리아는 침착하게 자신이 발표할 이론의 주제를 말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것은 정령술입니다.”
뜻밖의 주제라고 생각하였는지 실내에서 희미하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령술?”
“……왜 그것을?”
정령술을 얕보는 것은 아니다.
분명 강력한 정령술은 어지간한 마법사에 견줄 만한 힘이란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연구 주제로 삼기에는 모호하지 않은가.
정령술은 재능의 영역.
아무리 연구하더라도 그것을 실적으로 삼기에는 모호한 구석이 있다. 그것이 세간의 평가이다.
마법은 마법 도구와 그리고 마법이라는 기술의 넓은 포괄성으로 인정을 받는다.
검술을 비롯한 무예는 그 돈을 지키는 무력의 대표적.
하지만 정령술은 애매하지.
“아무리 정령술로 대성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 개인이 잘난 것일 뿐.”
“학술로서의 가치는…… 흠.”
무엇보다 돈벌이가 되기가 모호하다.
그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당연히 일리아도 그 사실을 알지만. 평정을 유지했다.
“우선은 정령술에 대한 기초 이론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침착하게 정한 순서대로 발표를 진행한다.
“정령술이란 저희 인간과 정령의 교감. 그것을 계약이란 형태로 묶어서 그들의 힘을 이끌어 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론을 설명하며 자신이 계약한 정령을 불러내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이것이 일반적인 정령술의 발현과정이고 예외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본래의 주제다.
“과연 계약을 해야만 정령술을 쓸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그 의문을 가져보지 않으셨습니까?”
“?…”
음?”
“무슨 말이지?”
대답하는 자는 없다. 대체 무슨 궤변을 하나 눈살을 찌푸리는 자가 간간이 보인다.
그리고 일리아의 아버지 첼포드역시…… 표정에 조금의 미동도 없이 지켜보고 있을 뿐.
후. 가벼운 웃음을 흘려 일부러 여유를 주며 그녀는 자신의 이론을 말했다.
“정령사와 정령의 계약이란 어떻게 보면 사람과 사람의 계약과 유사합니다.”
내가 이런 대가를 줄 테니 너는 이만큼의 힘을 써 주길 바란다.
요약하자면 그것이 정령술.
“마법에 비유하겠습니다. 마법역시 과거에는 보편적이지 못했습니다. 복잡한 마법식을 숙달하는 자에 한해서만 해당 마법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느 정도 자질만 있으면 1클래스 정도는 한 달만 연습해도 쓸 수 있을 만큼 간략화되었다.
아니, 더 간단한 방법이 있지.
마법이 상업적으로 대성을 거둔 근본적인 혁명.
“예를 들어 마법 도구.”
일리아는 예시로 가져온 간단한 마법 도구를 꺼냈다. 불을 붙이는 마법 도구.
그러나 이것과 같은 마법을 쓰려면 1클래스 정도의 역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을 편리하게 쓰는 저희들은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죠.”
여기서부터가 본제.
“그렇다면 정령술은 어떨까요?
과연 정령술은 마법과 같은 편리함이 불가능할까요?”
그제야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깨달은 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몇몇은 신음하고 몇몇은 “불가능하다…….”라고 중얼거린다.
“정령술의 보편화. 그것이 제가 고민하던 문제였습니다.”
몇몇이 흠칫 놀란다.
그녀의 말투로부터 알아챈 것이 리라.
“정령술은 계약자가 있어야만 발동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계약에는 많은 재능과 노력이 필요하죠.
그에 드는 시간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정령술은 강력하지만 다루기 힘든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상식은 오늘까지.
일리아는 준비해 둔 또 하나의 장치를 꺼냈다.
주먹만 한 수정구에 몇 가지 장치를 붙여 넣은 듯한 투박한 도구.
아직은 시험 단계이기에 다소 멋은 없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이것에 마력을 집어넣으면……
일리아가 중얼거리며 그것에 순수한 마력만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수정구가 희미하게 빛이 나며.
소환된 물의 정령이 소량이지만 물을 뿌렸다.
“……뭣이?! 정령이라고?!”
누군가 외쳤다. 누군가 싶어 쳐다보니 일리아의 아버지다.
일리아는 싱긋 미소 지었다.
마치 그 반응을 원했다는 것처럼.
같은 소환인데 왜 이번에는 경악하는가. 무엇이 다른가. 아마 그녀의 아버지는 깨달은 것이리라.
“네. 이것에 순수한 마력을 집어넣으면 한정적으로 정령을 불러내어 정령술을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요컨대 계약 절차 없이 정령의 도움을 받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일리아가 정령술에 대해 배울 때문득 든 의문과 발상.
“꼭 계약해야만 정령의 힘을 빌릴 수 있을까요?”
그것을 페나의 도움을 받으며 이론을 다시 가다듬었고 그 시작 단계에 이르렀다.
일리아는 가진 힘의 양도 적고 정신력도 나약할지 모른다.
그러나 발상력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사고력이 뛰어났다.
이것이 그녀가 가진 재능의 결과.
장내가 조용해진다.
아까와는 명백하게 다른 침묵이다.
이번에는 곤혹과 기대를 보내고 있다.
“저는 정령술의 단점이었던 보편화를 이것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법은 마법 도구가 있기에 상업적으로 성공했다.
그런데 정령술 또한 비슷한 일이 가능하다는 것.
그 가치를 계산하지 못할 리 없다.
“어떻게…… 혹시……
“정말로 가능한가?”
그들이 희미하게 중얼거린 그 말을 듣고 일리아는 당연하다는 듯 싱긋 웃었다.
“제가 시연한 장치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습니다. 하물며 제가 그럴 배짱이 있을까요?”
당연하다.
아카데미에 통보하고 검증을 받았을 터.
무엇보다 거짓을 말했을 경우 이 자리에서 잘 넘기더라도 반드시 나중에 들통이 난다.
눈앞의 소녀가 그럴 배짱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원하신다면 보다 상세한 이론을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굳이 이 자리에서 이 발표를 접으라고 원하는 자가 있을 리도 없을 텐데.
당연히 일리아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일리아의 발표가 열기를 띰에 따라 자연스레 이 자리의 주연은 그녀가 되어 가고 있었다.
분명 저 아이의 발표는 이후의 시대를 바꿀지도 모른다.
본래 발표회에서는 할당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퇴장을 하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엇…… 일단 설명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상관없으니 하게.”
퇴장 시간은 개의치 말라는 의견이 나오고 말았다.
그것도 단순히 말단 귀족이 아닌 일부 권력이 있는 자들의 입에서 나왔다.
“이후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군.
……다들 반대하는가?”
“아뇨. 반대하지 않습니다.”
“뭐, 딱히 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말을 하다 끊는 것도 참으로 잔인한 짓. 무엇보다 듣는 쪽이 감질이 나기 마련이다.
아카데미 측도 달리 할 말은 없는 듯하고 자연스레 일리아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그럼 계속 설명하겠습니다.”
당연히 이 사태에 반감을 가지는 자들도 있다.
일리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론을 발표할 날을 기다리고 있던 자들.
물론 그들 대부분도 놀라워하며 귀를 기울이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 너그러운 성품일 수는 없다.
“젠장…… 고작 내 나이의 절반도 못 산 애송이가……
30살 중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가 주먹을 뿌득 쥐며 분한 듯 제 성질 머리를 억누르고 있다.
칼펠느. 그 역시 아카데미에서 지원을 받아 연구하는 학자.
말하자면 평범한 학자고 다른 말로 하면 그다지 빛을 못 보는 신세인 사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젠장…… 이래선 내 기회가……
모처럼의 학술제이거늘……
근 10년을 준비했다.
학자가 한번 연구한 것을 정리하고 그것을 세간에 내놓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린다.
그리고 오늘이야말로 그간의 고생이 빛을 발할 기회라고 보았지만.
과연 그에게 그 기회가 올까?
아니, 그전에 이미 저것을 본 귀족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결과를 이후 발표에서 낼 수 있을까?
“ 젠장??????
스스로도 알고 있다.
저 뒤에 무엇을 발표해 봐야 당연히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겠지.
“뭔가……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눈길을 끌 만한 수단을……. 그러고 보면 창고에 뭔가 비품이 남아 있지 않던가?
혹시나 싶은 심정에 그는 서둘러 창고로 향했다. 적어도 눈길이라도 끌 수 있는 물건이면 족하다.
헛짓거리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질투에 눈이 멀 테니까.
쓸데없는 일이라도 하면서 자기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다음을 기다려야 하는 건가.”
일단 준비해 놓은 것이 있으니 4년 뒤라도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그러나 아쉬운 것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 하물며 4년 뒤로 미룬다는 것은 그만큼의 손실도 각오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쉬움에 창고를 서성이자니 그는 묘한 것을 발견했다.
창고 구석에 못 보던 아티팩트들이 있었다.
“뭐지?”
들어본 적은 없다. 나름 아카데 미에서 길게 신세를 지면서 이곳에 있는 어지간한 물건은 들어보거나 만져 본 적이 있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그가 모르는 것도 있다.
특히나 수백 년 전에 이곳에 보관된 아티팩트 같은 것은 더더욱…….
그가 알기로 본래 이곳은 왕립아카데미를 짓기 이전에는 에르네 시아 왕국의 마법을 연구하던 시설이었다.
이후 마탑이 추가로 설립되면서 그쪽으로 세력이 옮겨 가긴 했지만 그때의 잔재는 아직 남아 있다.
“설마 그때의 물건인가……
적잖게 먼지가 낀 것이 어지간한 세월이 흐른 것임을 알려 주는 것 같다.
최근에 아렐의 주도로 내부 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창고에 처박혀 있지 않았을까?
그는 별 기대 없이 반사적으로 그 물건을 집어 들었다. 일단은 먼지를 천으로 닦아내자 그럴듯한 모양새가 드러난다.
“뭐지?”
아티팩트로 추정되지만 용도를 알 수 없다. 자세히 분석하면 뭔가 알지 모르지만 당장은 어렵겠지.
“우선은 분류해 놓고 분석을 맡겨 놓는 게 좋을지 모르겠……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드르르르륵.
아티팩트에서 묘한 진동이 울렸다.
“음?!”
무언가 불길한 것을 예감하고는 바로 대처하려 했지만 늦었다.
마치 그 아티팩트는 늦잠이라도 자다 일어난 게으름뱅이처럼 천천히 떨리더니 희미한 빛을 발한다.
아이 러니하게도 마치 무언가에 감응하듯.
그리고 마침 발표회장에서는 일리아가 자신이 개발한 도구를 다시 시연해 보이고 있다.
그것이 우연일까 아닐까.
그 진의를 아는 자는 적어도 현시점에서 누구도 없을 것이다.
마침내 아티팩트는 완전한 각성단계에 들어간 것인지 맹렬한 빛을 발한다.
“으윽?!”
더 이상 수습하지 못할 지경까지 오자 그는 반사적으로 아티팩트를 던졌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작동이 멈출리 없겠지. 이윽고 그 빛이 사그라졌을 때, 아티팩트는 묘한 현상을 지닌 존재들의 손에 들려 있었다.
“뭐, 뭐냐…… 네놈들은……
평범한 생물체는 아니다. 희미한 빛을 발광하는 유령과도 흡사한 존재.
“설마…… 그 아티팩트는……
뒤늦게 정체를 짐작하고 그가 중얼거리나 역시 늦었다. 그것에 이끌려 소환된 것들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으아아아아아악!”
그의 짧은 비명과 함께 곧 창고 내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용해졌다.
전생의 프로가
꿀 빠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