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13)
01013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한 번 물면 놓지 않아요 =========================================================================
“어디 보자, 보통 10개월 정도 걸린댔으니까 그동안은 느긋하게 현금이나 쌓아둬야겠네.”
유지웅은 태평하게 중얼거리며 작업에 열중했다. 현재 그는 GCS를 생산하고 있었다. 손으로 하려니 힘이 부쳤다.
“아이고야,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
문득 손을 멈춘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작업복을 입은 채 손에 비눗물을 묻히고 있는 꼴이 처량했다.
“빨리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되나.”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면 그는 그린 결정체만 만들어서 보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결정체를 드러낼 때가 아니어서, 직접 왼손을 비누 액체에 담가 결정 에너지를 주입하는 식으로 GCS를 만들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GCS 생산 속도는 그의 컨디션과 일할 의욕에 따라 차질을 빚게 된다. GCS 수량이 부족한 이유에 관해서 온갖 억측이 나돌고 있지만, 이게 바로 진실이다.
“지웅아, 다 만들었어?”
“이제 열 개만 더 만들면 돼.”
“응, 그럼 곧바로 경매 준비할게. 열 개면 금방 끝나겠다.”
정효주가 들어와서 물량을 점검했다.
유지웅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말했다.
“효주야, 델지에서 GCS를 뺏으려고 저 난리를 치고 있는 와중에 태평하게 비누나 만들고 있어도 될까?”
“응, 날뛰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그래도 테러범은 안 돼.”
“누가 날뛴대! 누가 테러한대? 난 그냥 우리 것을 탐내는 놈들을 응징하고 싶을 뿐이야!”
“넌 잘못하면 끝도 없이 폭주하니까 아예 초장에 단단히 참고 있는 게 좋아. 그리고 델지 이야기를 해서 말인데.”
정효주의 표정이 짐짓 심각해지자 유지웅은 의아했다.
“무슨 일인데? 그 녀석들이 또 일을 저질렀어?”
“아니, 요즘 델지는 오히려 잠잠해. 우리와 합의를 보고 싶어하는 눈치야.”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요즘 떠들어대는 언론은 뭐고?”
“델지만 GCS를 탐내는 건 아닐 거잖아. 델지는 단지 그 중 하나일 뿐이지.”
“그럼 누가 또? 담성? 걔들도 화장품 만들어?”
“마음에 걸리는 기업이 하나 있어. 근데 아직 확실하진 않아서, 지금 주시 중이야.”
“어딘데? 말만 해! 내가 쫓아가서 그냥 콱!”
“너 그럴까 봐 말 못 해주겠어. 넌 일단 GCS와 결정체나 열심히 만들어. 지금 결정체는 얼마나 만들었니?”
“한 900개 정도? 나 정말 죽는 줄 알았어. 결정체 하나 뽑아낼 때마다 내 영혼까지 빨리는 기분이야.”
유지웅은 죽을상을 했다. 그게 다 엄살로 보여서 정효주는 픽 웃기만 했다.
“특허도 냈겠다, 이제 알기 싫어도 온 세상이 결정체를 알게 될 거야. 조만간 산업소재로서 등장시키고 나면 더 바빠질 테니까 지금 부지런히 만들어야 해. 알겠지?”
현재 유지웅은 GCS 생산 외에 따로 고체화 된 그린 결정체도 생산 중이었다. 결정체를 세상에 공개하기 전에 차곡차곡 물량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왼손에 감춰진 균열에서 결정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절대 비밀로 해야 할 테지만.
“그냥 산업소재로만 말고, 콱 연료로도 등장시키면 안 되나? 원래 결정체의 주 정체성은 연료인데.”
“그건 너무 빨라. 시장이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 거야. GCS는 그나마 겹치는 포지션이 없어서 나았지, 산업소재로 등장시켜도 세상이 뒤집어질 걸.”
만능 산업소재로서 데뷔해도 핵이 떨어진 듯한 충격을 받을 텐데, 동시에 만능 연료이기까지 하다? 석유 연료에 의존하는 이 시대는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연료 성질까지 공개하면 일이 너무 커진단 말이야.”
“왜, 내가 그거 하나 수습 못할 것 같아? 효주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이 세상에서 못할 일이 없다고!”
“……너 그럴까 봐 내가 연착륙하려는 거야.”
결정체가 세상에 주는 충격과 혼란이 크면 클수록, 세상은 심한 경기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 거부가 강하면 강할수록, 유지웅을 노리는 음해는 커질 것이고, 그것은 자칫 유지웅이 전생처럼 희대의 테러범으로 각성하는 명분으로 작용할지도 몰랐다.
‘이번은 절대로 안 돼.’
그래서 정효주는 조심조심히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코털이 뽑히고 싶어 안달 난 맹수, 유지웅이 잠에서 깨어날 명분을 주지 않으려고.
* * *
“119번 원소? 이게 대체 뭐야? 언제 그런 게 발견됐어?”
난리가 난 특허청은 일단 특허 심사를 중단하고 119번 원소에 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권위 있는 과학 단체에 아무리 문의를 넣어도 그런 바는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칼텍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공대마다 전화를 돌렸지만, 119번 원소의 발견은 금시초문이었다. 119번 원소를 찾아 열흘이 넘게 조사했지만, 결국 아무런 소득도 거두지 못했다.
“119번 원소는 없습니다. 이 제조법은 허황된 거라고요. 가짜입니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이미 119번 원소가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나? 그걸 아직 공개하지 않을 뿐이고…….”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럼 유지웅이 그놈은 그 119번 원소를 어떻게 알았답니까? 그놈은 천애고아 출신에 중학교도 못 나온 놈인데!”
아무리 찾아도 119번 원소는 없다. 즉 이 특허 신청에서 밝히고 있는 제조법은 거짓말이다.
그런 보고를 받은 라테그룹의 박종식 상무는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놈이 감히 우리를 농락해!”
특허 신청을 유도하기 위해 그놈에게 지급된 지원금 40조 원 중에서 25조 원은 라테가 부담한 것이다. 아무리 라테가 유통업과 식품업의 강자고, 또 재계 5위의 대기업이라 해도 25조 원은 상당히 큰 출혈이다.
떳떳하게 회계 처리를 할 수가 없으니 당연히 비자금에서 갖다 써야 했다. 라테그룹으로서는 이만저만한 타격이 아니었다.
분노한 것은 박종식 상무만이 아니었다.
같은 시각,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형언할 수 없는 분노에 치를 떨고 있었다.
“이 새파랗게 어린 애송이가 감히 정부를 농락해! 국가를 대체 뭐로 알고! 귀엽다고 오냐오냐 봐줬더니 아주 수염까지 뽑으려 들어?”
나민규 실장은 장관이 분노를 다스리는 것을 기다렸다가 얼른 말했다.
“차라리 잘 됐습니다.”
“잘 되다니, 이 사태가 뭐가 잘됐다는 말인가?”
“그 어린 놈이 정부를 상대로 감히 대사기를 친 거 아닙니까. 그것도 무려 40조 원이나 됩니다. 죄를 지었으니 떳떳하게 체포해서 벌을 받게 하면 됩니다. GCS 제조법은 그때 녀석에게서 빼앗으면 되고요.”
“호오.”
장관의 얼굴이 가라앉았다.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아니, 생각해보니 아주 간단한 문제였다. 그 녀석은 대사기를 쳤고, 아직 한국에 있다. 그럼 사기죄로 잡아들이면 되지 않는가?
“좋아, 그럼 당장 검찰에 고발해서 녀석을 잡아들이도록 하게. 언제 해외로 도주할지 모르니 서둘러. 출국금지도 시키고.”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행정기관의 유기적인 조직력에 힘입어, 검찰이 부랴부랴 유지웅을 잡기 위해 나섰다.
한창 붐비는 종로 GCS 본점에 경찰들을 대동한 검사가 들이닥쳤다.
“유지웅 씨, 당신을 사기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원래라면 거칠게 잡아가려 했으나 수십 명이 넘는 손님들이 구경하듯 에워싸고 있어서, 검사는 침착하게 체포 사실과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주변을 에워싼 카메라가 부담됐지만, 잘만 하면 자신은 SNS 스타가 될 수 있다.
지금 국가에 사기를 쳐서 40조 원을 편취한 대사기범을 잡으러 온 길이 아닌가.
“영장 보여줘 봐요.”
반면 유지웅은 침착했다. 검사는 속으로 비웃음을 머금은 채 영장을 보여 주었다.
“그러니까…… 제가 40조 원만 꿀꺽하려고 거짓 제조법을 특허 신청할 때 적어 냈다? 그래서 사기죄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자, 가시죠.”
“잠깐만요, 여기 보면 허위의 119번 원소 때문이라는데, 왜 허위라는 거예요? 뭐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당신은 존재하지도 않는 119번 원소를 GCS의 제조법이라고 속여서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습니까.”
“아닌데? 존재하는데요?”
“그건 조사에서 밝혀질 일이겠죠. 자, 갑시다.”
검사는 매장 손님들이 높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의연하게 말했다. 절대 강압적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법에 근거한 정당한 행사로 보여야 한다.
“119번 원소 정말 있다니까요. 이층에 지금 보관 중인데요?”
“되도 않는 거짓말은 그만하세요. 자, 어서…….”
“이층에 있다는데 확인 안 해요? 그냥 영장대로만 끌고 가면 그만이에요?”
그 말에 검사는 멈칫 했다. 보는 사람만 없었으면 이쯤에서 강제로 끌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카메라가 너무 많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체포 장면이 SNS에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을 것이다.
“좋아요, 그럼 확인해 봅시다.”
“올라오세요.”
유지웅은 태연하게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를 따라가면서, 검사는 문득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혐의는 거짓 제조법으로 특허를 신청하고 그 대가로 40조 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은 사기 혐의다.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 열흘이 넘도록 충분히 시간이 있었을 텐데, 태연히 본점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만약 제조법이 거짓된 게 아니라면 그의 여유 만만함이 설명이 된다.
유지웅은 대형 금고 앞으로 검사 일행을 안내했다. 몇 몇의 손님들이 우르르 따라와서 카메라로 찍어댔다. 유지웅은 굳이 그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는 대형 금고를 활짝 열어서 안의 내용물을 보여 주었다. 안에는 녹색 빛을 띤 둥근 보석들이 차곡차곡 정리돼 있었다.
“자, 이것들이 다 119번 원소예요. GCS는 이놈들로 만듭니다.”
쉴 새 없이 카메라가 터졌다. 플래시의 후광을 받으며 굳어 있던 검사는 부들부들 떨며 외쳤다.
“이, 이것들이 전부 신원소라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체포를 모면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아, 이제 떴네. 지금 포털 기사 한 번 확인해 보실래요?”
검사는 퍼뜩 핸드폰을 꺼내어 포털 기사를 검색했다. 포털사이트 대문에는 큼지막한 속보 헤드라인이 떠 있었다.
「카이스트의 한 이론물리학도, 119번 원소의 존재를 발표하다!」
「뒤집어진 3대 과학 저널! 앞을 다투어 119번 원소 논문을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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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속을 지켰다. 40조 원은 이제 내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