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99)
1099 < — 글로벌 공격대 — >
괴수도 생명체이기는 한가 보다.
날이 밝을 때까지 지칠 줄 모르고 도시를 파괴할 줄 알았던 녀석은 새벽 2시가 넘어가자 움직임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뤼창 시장은 한시름을 놓았지만, 그 밤사이 괴수가 박살낸 처참한 현장을 보고 피눈물을 흘렸다.
괴수는 눈에 띄는 건축물 위주로 파괴했고, 당연히 고층 건물들은 제대로 남아나는 게 없었다. 한 마디로 값비싸고 중요한 빌딩만 골라서 부셨다는 뜻이다.
이러다가는 창춘 시가 남아나질 않게 생겼다.
그는 밤새 뜬눈으로 지새운 채, 공격대연합이 눈을 뜨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이 막사를 나왔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그는 한 달음에 이동성 주둔지를 향해 달려갔다.
공격대 연합은 원활한 이동과 휴식, 보급을 위한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막사는 이동형 캠핑 트레일러 3대를 한 명씩 맡아서 사용했으며, 보급을 위한 수송 차량과 수송 헬기, 그리고 수직이착륙 항공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의장님! 부디 섬멸을 서둘러 주시기 바랍니다!”
뤼창 시장은 황백호 앞에 거의 무릎을 꿇을 듯한 기세로 애절하게 부탁했다.
“걱정 마십시오. 휴식을 충분히 취했으니, 이제 밥 먹고 곧 출동할 겁니다.”
밥 먹고 나서라고요?
괴수 녀석은 벌써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올 뻔했으나, 뤼창 시장은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이쪽 입장이 다급한 거야 사실이지만, 밥도 안 먹은 상태에서 전투를 할 수는 없는 법이지 않은가.
게다가 중국은 황백호에게 큰 빚을 지고 있었고, 중앙 지도부는 그것을 철저히 모른 체 했다. 뤼창 시장에서는 그야말로 굽실거리며 받들어 모셔야 할 판이었다.
당장 황백호가 심기가 불편해졌다며 레이드를 포기하고 철수해버려도 중국은 할 말이 없는 입장이었으니.
“자, 그럼 갑시다!”
식사와 티타임까지 알뜰하게 마친 이후 3인 공격대 파티는 창춘시 내부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부의장, 중국 정부가 레이드 장면을 인민들에게 보도하지 않는군요.”
“중국의 검열이야 지고한 전통하지 않습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됩니다.”
“우리가 돕는다는 사실을 인민들에게서 감추려고 하는 태도가 기분이 나쁘군요.”
“하하하, 황 의장. 원래 옹졸한 놈들입니다. 우리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섬멸을 위해 와줬는데도 주석이라는 인간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있잖습니까.”
유지웅은 호탕하게 웃으며 기분 좋게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잘 됐지요. 우리의 전투를 열심히 검열하고 있으니 시원하게 다 때려 부셔도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확실히 그렇군요. 그럼 부디 잘 부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황 의장이 포지션을 잘 잡아야 합니다. 가급적 비싸고 중요한 시설로 필드 드래곤을 몰아가세요.”
“알겠어요. 잊지 않을 겁니다.”
유지웅이 황백호를 대하는 호칭은 윗사람을 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중히 존대를 해주지만 하급자를 존중해주는 상급자 느낌이라고 할까.
황백호도 어렴풋이 그것을 느꼈지만, 크게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다.
유지웅이 당장 북한 발전을 위해 내놓은 금괴 5,000톤을 생각하면, 그가 거리낌 없이 자신을 다뤄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차라리 그를 북한의 지도자로 올리고 자신이 그 아래에서 2인자로 일하고 싶을 정도다.
‘난 1인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부족하다.’
가진 것이라고는 탱커로서의 능력, 독재 정권을 끝냈다는 상징성, 그리고 북한 주민들을 향한 박애와 열정뿐이다.
국가 경영 능력은 솔직히 말해서 젬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유지웅의 적극적인 중재와 도움, 지원이 모든 것을 커버하고 있어, 주민들은 자신이 최고 권력자로서 매우 유능하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시작합니다! 폴링하세요!”
유지웅의 외침에 황백호는 사색을 접고 현실로 되돌아왔다.
저 멀리 필드 드래곤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언제 고뇌를 안고 있었냐는 듯, 맹렬한 투기로 불타올랐다.
그는 선두에 선 채 필드 드래곤을 향해 달렸다. 점점 속도를 올려나가며, 두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그의 접근을 알아차린 필드 드래곤이 씹고 있던 H빔을 내뱉고 이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를 알아본 필드 드래곤은 네 발로 지면을 단단히 디딘 채, 고개를 높이 들어 포효했다.
―캬오오오!
거대한 괴수와 한 명의 탱커가 충돌했다.
―속보! 창춘시, 쑥대밭! 도시로서의 기능 사실상 상실!
―이 정도면 아예 처음부터 새로 짓는 게 나은 수준!
―전투 충격으로 도시 가스 연쇄 폭발! 곳곳에서 지하 정유 탱크도 불붙어서 대폭발 일으켜!
―인생 스틸 샷, 뤼창 창춘 시장의 망연자실한 표정!
―엄청난 재산 피해, 전무한 인명 피해!
창춘시에서 벌어지는 레이드는 전 세계 곳곳에 속보로 보도되었다. 공격대연합은 데이터 정리를 위해 50여기가 넘는 무인 드론을 운용, 원거리에서 전투 장면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기자들에게 제공했다.
안전거리를 확보한 채 촬영한 영상이다 보니 100%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투 과정에서 흘러넘치는 박진감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정말 힘든 싸움이야. 이거 여수 레이드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인데?”
“연합이 필드 드래곤 레이드를 위해서 정말 지독한 훈련과 준비를 했다고 하는데도 이 정도면…… 필드 드래곤은 여수에 나타난 놈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가 봐.”
“그러니까 중공군이 네이팜탄을 그렇게 퍼부어대도 생채기 하나 안 난 거겠지.”
창춘시를 완전히 쑥대밭을 낸 이후, 황백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느려지는 게 분명하게 보였다.
무인 드론 제어를 위해 미국에서 협조 차원에서 파견된 참관인들은 혀를 찼다.
“아무래도 이제 슬슬 철수해야겠어.”
“그래, 더 싸웠다가는 공격대가 위험해.”
“이거…… 필드 드래곤을 사냥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
누군가가 조용히 우려를 나타내자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이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이 보기에도 필드 드래곤이 지닌 힘은 막강했다. 핵을 동원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물리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결국 황백호는 8시간의 전투 끝에 체력이 빠져서 더 이상 전투를 속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메인 탱커님, 우리는 이제 체력 소모로 인해 공식적으로 더 이상 전투를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아쉽지만 내일을 기약하고 이만 레이드를 종료하죠.”
“전 아직 쌩쌩합니다만, 8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퇴근을 해야겠군요.”
“바람직합니다. 주 40시간 근무제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최고지도자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죠. 물론 국정 수행 중에는 얼마든지 과로를 하셔도 좋습니다. 그것 역시 지도자로서 바람직한 모습이죠.”
“명심하겠습니다.”
황백호는 유지웅의 말을 한 마디 한 마디 새겨듣고 있었다.
정효주는 그걸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지웅이 옆에 있는 남자들은 왜 다들 비슷해져 가는 건지 모르겠네.”
황백호는 무사히 필드 드래곤을 따돌리고 전투 현장에서 이탈했다. 필드 드래곤의 진격 방향을 유도하는 작업까지도 제대로 마쳤다.
―속보! 필드 드래곤, 쓰핑 시를 향해 진격 중!
―공격대연합, 폐허가 된 창춘시로 유인하는 작업이 실패했다며 유감 의사 밝혀.
―쓰핑 시는 대피난 중! 다행히 만반의 준비 갖추고 있어 문제는 없다?
필드 드래곤은 창춘시의 남서쪽에 있는 쓰핑 시를 향해 진격하고 있었다. 황백호가 그쪽을 향해 유도했기 때문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당연히 난리가 났다.
쓰핑 시를 지난 일직선에는 선양 시, 톄링 시, 푸순 시, 랴오양 시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선양은 중국인민해방군의 군구 중 하나인 선양군구사령부가 존재하고 있고, 중공업과 군수공업이 발달한 동북지구의 요충지였다.
이미 창춘시가 쑥대밭이 되고 도시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전적이 있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는 발칵 뒤집어졌다.
어쩌다 보니 중국의 메신저 역할을 맡게 된 뤼창 창춘 시장이 메시지를 전달했다. 창춘이 초토화된 이후로 그는 영혼이 빠져 나간 표정을 하고 다녔다.
“설마 선양시까지 위험에 빠지지는 않겠지요? 선양시는 동북지구의 요충지입니다. 우리 중국이 감수해야 할 피해가 너무 큽니다.”
“최선을 다하겠지만 전투라는 것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입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즉각적으로 주민 소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게, 아니 그냥 주민 전부를 소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뤼창은 공격대연합의 전술 우려를 중앙 지도부에 전달했고, 중앙 지도부는 밤새도록 잠도 자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시달렸다.
결국 중앙 지도부는 선양시를 중심으로 해당 지구의 모든 주민을 소거하는 대작전을 실시했다.
선양시의 인구만 해도 근 800만에 달한다. 여기에 그 주변 도시의 인구까지 합치면 그 수는 정말 천문학적이었다.
당연히 짧은 시일 내에 전 주민을 소거하는 작업이 쉬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냈다.
이미 주민 소거를 완료한 쓰핑 시에서 필드 드래곤이 파괴 행각을 일삼는 동안, 선양시 지구의 모든 주민을 전원 대피시킨 것이다.
말 그대로 몸만 피신하는 수준이었다. 상류층 부자들이라고 해도 다를 바는 없었다. 운송 수단은 한정되어 있었고 부피가 나가는 값진 물건을 챙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선양시의 한 고위 공산당원이 유물 도자기 등 부피가 나가는 사치품을 바리바리 실었다가, 차량 정체로 인해 폭동이 벌어지자 성난 주민들이 달려들어서 모조리 때려 부순 일이 벌어졌다.
“몸만 피해, 몸만! 지금 짐 따위를 챙길 시간이 어디 있어! 당장 내일이라도 그 망할 지룡이 쳐들어올 수 있다고!”
“비켜! 비켜요! 나부터 지나가야 해!”
“뭐야? 저리 꺼져! 나부터 지나갈 거야!”
피난이 벌어지는 동안 선양시는 아비규환이나 다름없었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게 기적일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필드 드래곤은 쓰핑 시에 처박혀 얌전히 H빔을 물어뜯으며 시간을 보냈고, 덕분에 4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중국 정부는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한편 그 4일 동안 공격대연합은 중국 땅에 없었다.
“급한 국정 업무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잠시 본국에 다녀와야 합니다.”
“아이고, 통령님! 통령님이 이렇게 자리를 비우신 동안에 필드 드래곤이 난동을 부리면 우리 중국은 어떻게 합니까!”
“제가 보기에 당분간 쓰핑시에서 얌전히 있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공격대연합 의장이기 이전에 공화국의 통령입니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고 있을 순 없습니다.”
“하, 하지만!”
“너무 걱정 마십시오. 급한 업무만 처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메인 탱커 없이 우리끼리 레이드는 불가능하니…… 이참에 우리도 잠시 본국에서 쉬었다가 오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별일 없을 거예요.”
황백호 통령은 북한으로, 유지웅과 정효주는 한국의 제니스 타운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알뜰하게 4일 휴식을 마친 뒤에 다시 중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번에 그들을 맞이한 것은 뤼창 시장이 아니었다.
“중앙위원회 소속 졘윈 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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졘윈 : 우리가 항복을…
“안 돼. 아직 안 받아줘.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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