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544)
나는 귀족이다 1446화
[헬조선 편]
83장 듬직한 후손⑷
유지응은 유령의 간절한 표정을 바 라보다가 블리츠랭크한테 물어보았 다.
“블랭,네 생각은 어때?”
-결정 에너지가 섬 전체를 베이스
로 해서 인격과 기억의 보관 구축을 안정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 다면 섣불리 건드리지 않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요.
“너도 확답은 안 주는구나.”
-현재로써는 데이터가 너무 부족 합니다. 확실한 답을 내놓기 위해서 는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박사님들의 의견을 따르는 게 좋겠 습니다.
“조상님,아무래도 현재로써는 위 험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 박 사님들이 분명히 답을 찾아내 주실 겁니다.”
“저기,이건 저희로서도 확실하게 장담을 할 수가……
“맨날 저런 식으로 말씀하시지만 금방 해결책을 뚝딱 만들어내시는 분들이라고요. 걱정 마시고 믿어 보 세요.”
그러나 유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개를 내저으며 같은 말만을 반복 했다.
“지금 집에 돌아가고 싶어. 지금 돌아가게 해줘.”
“하…… 조상님. 이러시면 안 되는 데.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어. 더 이상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 지긋 지긋해. 난 지금 당장 집에 돌아가 고 싶어.”
유지웅은 물론이고 정효주,과학자 네 명까지 나서서 열심히 유령을 설 득했다.
하지만 유령은 전혀 설득되지 않았 다.
오히려 설득하면 할수록 돌아가고 싶다는 외침이 더욱 강해지고 있었 다.
주위를 둘러보던 브라우니가 말했 다.
-주인님,섬을 둘러싼 에너지 반응 이 불안정해지고 있어요.
“뭐? 박사님들,결정 에너지 반응 이 이상하대요. 한 번 확인해 주세 요.”
“알겠습니다!”
최윤은 부랴부랴 소형 항공기를 띄 워 상공에서 섬을 둘러싼 에너지 반 응을 관찰했다.
모니터에 나타난 파동 반응은 아까 와는 다르게 확실히 불안정한 굴곡 을 보이고 있었다.
“확실히 에너지 반응이 이상합니 다! 안정성 수치가 임계점에 다다르
고 있어요!”
“섬이 흔들립니다!”
“일본 지진 관측 데이터를 확인했 습니다! 이 근처에 지진 반응은 없 습니다! 지금 군함도만 흔들리고 있 는 겁니다!”
섬이 흔들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 다.
곳곳에서 눈에 띄게 바닥이 갈라지 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령은 두 손으로 아예 귀를 틀어 막고 무릎을 꿇은 채, 괴로운 신음 을 토하고 있었다.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유령은 초점이 풀린 채로 미친 듯 이 그 말만을 거듭해서 반복하고 있 었다.
유지웅은 난처해져서 유령을 내려 다보다가 과학자들을 돌아봤다.
“일단 유령을 안정시키는 게 중요 해요. 감정적 동요 때문에 에너지 반응이 지나치게 흐트러지고 있어 요.”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요?”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유령을 이루 고 있는 에너지 파동의 안정화가 무
너질 겁니다! 소멸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확실해요?”
“매우 가능성이 높습니다.”
군함도를 옮기면 유령한테 무슨 일 이 일어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 다.
하지만 지금 유령을 달래지 않으면 군함도가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
결론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 지였다.
‘젠장,할 수 없지.’
결심을 굳힌 유지웅은 얼른 유령
앞에 몸을 낮추고 설득했다.
“조상님,지금 바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 발 진정하세요!”
“정말이야?”
그 말에 거짓말처럼 섬을 흔들고 있던 떨림이 사라졌다.
모니터에 나타났던 결정 에너지의 불안정한 흐름도 씻은 듯이 지워지 며,안정된 패턴을 보였다.
“네,정말입니다. 그러니 진정하세 요.”
“정말 내가 집에 갈 수 있는 건 가?”
“물론입니다. 그런데 저 협박하려 고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니죠?”
“내가 뭘 했는데?”
유령은 오히려 그렇게 반문했다.
확실히 죽은 인격과 기억이라 그런 지 정신 상태가 온전해 보이지는 않 았다.
“아무튼 지금 바로 데려다 드릴 테 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리고 무 슨 일이 일어나도 저를 원망하시면 안 돼요. 이건 조상님의 선택이잖아 요. 그렇죠?”
“의장님,굳이 비극 플래그를 세우 실 필요는……
“원래 좀 재수 없는 소리를 미리 해둬야 액램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유지웅은 보라우니를 따로 조용히 불렀다.
“브라우니,네가 수고 좀 해야겠 다.”
-넵,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변신
브라우니가 곧바로 신수의 모습으 로 변하려고 서서히 떠오르자 유지 응은 얼른 머리를 잡고 말렸다.
“야,인마. 여기서 갑자기 네가 변 신을 해버리면 어떻게 돼? 박사님들 이 당연히 이상하게 생각할 거 아
냐?”
-그,그럼요?
“일단 제니스타운 쪽으로 가. 거기 서부터 신수의 모습으로 변해서 여 기까지 날아오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브라우니는 네 과학자들이 보란 듯 이 대놓고 천천히 날아서 군함도를 떠났다.
“지금 보라우니를 신수한테 보냈어 요. 여기 사정을 설명하고 도와달라 고 간청을 드리라고 했어요.”
“근데 신수가 들어줄까요? 의장님 은 이미 소원권을 다 쓰시지 않았습
니까?”
“소원권을 다 쓰긴 했지만 떼를 쓰 면 들어주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네 과학자들은 그거 참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난 언제 집에 갈 수 있지?”
“조상님,조금만 기다려요, 조상님 을 집으로 데려다주실 수 있는 분을 부르러 지금 제 애완조가 열심히 날 아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1시간도 채 안 걸릴 겁니다.”
“참을 수가 없어. 어서 집에 가고 싶어.”
유지웅은 가볍게 혀를 내둘렀다.
“아니,이렇게 참을성 없으신 분이 지난 67년은 대체 어떻게 참고 견 디셨대?”
“원래 전혀 가망이 없는 일에 미약 한 희망이 한 줄기 비치면 그게 사 람을 더 미치게 만드는 법이죠.”
“부디 신수가 제 간청을 들어줘야 할 텐데 말이에요.”
정효주는 천연덕스럽게 걱정하는 유지웅의 모습을 흘끔 보며,혼자 조용히 웃었다.
브라우니한테 톡이 왔다.
-지금 남해 바다입니다. 바로 모습 을 드러내서 그쪽으로 이동하겠습니 다.
-그래,얼른 와라. 우리 조상님 이 러다가 턱 빠지시겠어.
유지웅은 얼른 유령을 향해 말했 다.
“기쁜 소식이에요,조상님. 조상님 을 집으로 데려가 주실 분이 지금 여기로 날아오고 있다고 하네요. 다 행히 제 부탁을 들어주셨어요!”
“정말인가? 나는 집에 갈 수 있 나?”
그럼요. 이제 집에 가실 수 있습
니다. 그런데 조상님 집이 어디에 요?”
“내 집은……
유령은 더듬더듬 뭐라고 설명을 했 지만,유지응으로서는 처음 듣는 지 명이었다.
다만 남해 쪽에 있는 한 섬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블리츠랭크가 데이터를 검색해서 알려 주었다.
-전남 고흥군 남쪽 끝에 있는 외 나로도군요. 현재 다도해해상국립공 원 중 하나로 지정된 곳입니다. 나 로우주센터도 그곳에 있습니다.
“이야,잘됐네요. 마침 제니스타운 구역이라서 법적 공방 같은 거 벌일 필요 없이 평온하게 조상님 집으로 돌아가실 수 있게 됐어요.”
그때 듣고 있던 정효주가 조용히 지적했다.
“근데 군함도를 옮기는 거야 그렇 다 치고,서일본 정부하고는 어떻게 이야기할 거야?”
“뭐 어때. 이미 할양받은 섬인데.”
할양 사실을 굳이 공표하지 않았을 뿐,‘가칭 유지웅국’이란 자격으로 할양 조약을 받은 터였다. 물론 할 양 협의서에 정말 저렇게 써넣은 것
은 아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 멀리 신수의 모 습이 보였다.
“우와…… 저게 신수로군요.”
신수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인 과학자들은 위풍당당한 신수 의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날개 끝에서 끝까지 약 2km에 달 하는 거대한 모습은 감탄마저 잊게 만들 정도였다.
400m X 140m밖에 되지 않는 군 함도는 신수 앞에서 섬이 아니라 마 치 떠 있는 나룻배 같았다.
군함도에 있는 갱도는 깊이가
l,000m가 넘기에,그만큼 브라우니 가 신경 써야 할 게 많았다.
-나를 불렀느냐.
“예,이렇게 간청 드리겠습니다. 부 디 일제강점기 시절 나쁜 놈들 때문 에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신 우리 조 상님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네 과학자들이 보고 있기에 유지웅 은 보라우니 앞에서 한껏 공손하게 연기를 했다.
-너에게 약속한 소원은 이미 다 써버렸다. 그리고 넌 이미 한 번의 소원을 추가로 요구한 적이 있다.
“죄송합니다. 그럼 소원 하나만 더 가불할게요. 이제 소원 두 개 가불 한 셈이네요,”
‘이놈이 갑자기 왜 이래? 빨리빨리 진행 좀 하지.’
-잊지 말거라. 너는 허락되지 않은
두 개의 소원을 미리 받았다는 것 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유지웅은 한껏 공손하게 말했고, 그제야 신수는 천천히 날개를 펄럭 이며 온몸에서 빛을 뿜어내기 시작 했다.
신수가 내뿜은 빛은 군함도 전체를
감쌌다.
수면 위로 드러난 섬의 외관뿐만 아니라,섬 중앙에서 수직으로 깊이 파고든 갱도를 포함해서, 섬을 말 그대로 바다에서 뽑아내듯이 들어 올렸다.
한순간 해저에 생겨난 공백 때문에 주변의 바닷물들이 빨려 들어가듯이 밀려들었다.
신수가 천천히 상승하자 그에 호응 하듯이 빛에 감싸인 군함도도 천천 히 떠올랐다.
수직 길이가 1km가 넘는 거대한 섬이 허공에 부유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신수는 그대로 섬을 아래에 매달고 남해를 향해 천천히 되돌아가기 시 작했다.
일본 영해를 지나는 동안에는 일부 러 속도를 느리게 함으로써,일본인 들이 잘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저거 봐! 신수야,신수!”
“신수가 다시 돌아오고 있어!”
“우와! 뭘 가져가는 거지?”
이미 신수가 군함도를 향해 올 때 일본 전체에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 졌다.
덕분에 아까보다 수십 배 이상으로 늘어난 인파들이 몰려 나와서 신수 가 다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 었다.
그들은 신수가 군함도를 낚아첸 채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열렬히 환호 했다.
망원경, 일본 생방송,유튜브 등으 로 그 광경을 확인한 과학자들이 쓴 웃음을 교환했다.
“이거 뭔가 기분이 묘한데요?”
“저 사람들이 신수가 가져가는 게 자기네 섬인 걸 알아도 저렇게 기뻐 할지 모르겠습니다.”
글로벌 인터넷 시대인지라,이미 소문은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남해 근처에는 방송사들이 부랴부 랴 수배해서 띄운 촬영 헬기가 허공 을 맴돌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신수가 다시 나타 났습니다! 남해에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낸 신수는 일본 나가사키 현 근 처의 바다로 이동한 후,군함도를 뽑아 올려서 지금 우리나라를 향해 가져오고 있는 중입니다!
-멀리서 얼핏 보기에는 긴 막대기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저것은 군함 도입니다. 섬을 해저까지 파고들어 뽑아냈기 때문에 지금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앗,섬이 다도해국립해상공원인 외나로도 한복판에 내려앉고 있습니 다! 섬의 하단 끝이 외나로도의 지 형을 드릴처럼 천천히 파고들고 있 습니다!
보라우니는 섬을 천천히 땅에 밀어 넣었다.
녀석이 발휘한 무형의 에너지가 군 함도를 보호하고,또 조심스럽게 외
나로도 지형을 파고 있어,주변에는 전혀 손상을 주지 않았다.
수직 길이 1km가 넘는 섬이 마침 내 완전히 파고들며,군함도의 상부 가 오두막처럼 외나로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조상님,이제 집에 왔어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던 유령이 소 리 없이 오열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