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585)
나는 귀족이다 1488화
[헬조선 편]
88장 착취와 야만의 시대(9)
황금매 레이드에 참가한 100명의 레이더 중 60명이 사망한 대참사.
민간 공격대가 처음으로 궤멸한 충 격적인 사건은 한국 여론을 충격에 빠뜨렸다. 하루도 쉬지 않고 사람들 의 입에 오르락거렸다.
궤멸 자체에 대한 충격도 충격이지 만,그보다는 3,000억 원에 달하는 보험금이 어떻게 될지,그에 대한 흥미가 많은 이들을 자극했던 것이 다.
“화후손해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 험금 총액이 얼마죠?”
“3,000억 원입니다. 한 명당 50억 원씩 60명이기 때문에 3,000억 원 이죠.”
“그런데 화후손해보험사는 지급불 능을 선언했다면서요?”
“네,일단 지급할 돈이 없다는 이
유로 지급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 니다.”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런 게 확실합 니까?”
“화후손해보험사가 가진 현금이 얼 마인데요. 돈이 전혀 없다는 건 말 이 안 되죠. 뭐,당장 3,000억이나 되는 보험금을 마련할 만한 여건이 아니라면 그래도 억지로 납득할 수 있겠습니다만.”
케이블 패널에서는 이 사건을 흥미 롭게 다뤘다.
“지금 화후손해보험사 내부에서는 충격이 클 겁니다. 보험료 산정을
잘못했다고 상품설계전문가들이 줄 줄이 회장님한테 야구 배트에 얻어 맞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설마요.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재벌 총수가 직원들에게 몽둥이를 휘두르고 그러겠습니까?”
“아무튼 리스크 산정을 잘못한 것 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금쯤 화후 손해보험사는 다른 레이드 보험 가 입자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아플 겁니다.”
보험업은 정확한 리스크 계산을 통 해서 수익을 창출한다.
예를 들어 일 년에 지급하는 보험
금이 보통 1억 원이라면,적어도 그 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받아서 운영 해야 회사가 굴러간다.
지급 예상 보험금은 1억 원인데 보험료를 그보다 적게 받는다면? 회사는 당연히 파산이다.
“레이드 리스크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보험사는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일 상해보험,사 망보험,화재보험 같은 것만 설계한 사람들이 레이드 산업의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계산하겠습니 까?”
아직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는 말씀이신가요?”
“바로 그렇죠. 아마 그와 같은 계 산을 정확히 할 수 있는 기업은…… 제니스그룹 정도밖에 되지 않나 생 각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니스저축은행에서 도 레이드 관련 보험상품을 운영하 고 있지요.”
“네, 하지만 아직까지는 강화장비 파손을 대비한 상품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조금 의외인데요.”
“물론 레이드 사망자에 대한 배려 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제니
스그룹은 자체적으로 100억 달러의 보상금을 상시 기탁해 두고 있습니 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요.”
“100억 달러? 자체적 기탁이라고 요?”
“네, 자사가 운영하는 공격대에서 사망자가 나올 경우 유족에게 지급 하기 위해서 빼놓은 돈이라고 보시 면 됩니다. 물론 각 레이더들이 모 아서 낸 돈이 아니라,회사에서 자 체적으로 내놓은 자금입니다.”
“역시 제니스그룹의 인심은 참 후 하군요.”
패널로 출연한 보험 전문 변호사는
신이 나서 자기 의견을 떠들어댔다.
“화후손해보험사의 잘못은 리스크 계산을 제니스그룹의 경우를 기준으 로 잡은 겁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합니다.”
“네,제니스그룹이 운영하는 공격 대와 레이드 횟수,거느리고 있는 레이더 숫자. 그리고 100억 달러의 상시기탁금. 이것을 기준으로 리스 크를 계산해서 보험료를 산정한 것 이죠.”
“좀 더 쉽게 풀어서 설명 가능할까 요?”
“쉽게 말하면 발롱도르를 5번쯤 탄
축구선수의 일상 훈련량을 기준으로 자기 훈련량을 짠 거죠.”
“아하,결국 본인이 그 정도 체급 이 아니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똑같 이 왔다는 게 문제로군요.”
“네,발롱도르 5연속 수상자와 동 네 조기 축구회 만년 후보 50대 아 저씨의 신체 컨디션이 어디 같을까 요. 애초부터 리스크 계산이 전혀 잘못됐어요.”
변호사는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화 후손해보험사를 힐난했다.
“이거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화후그룹은 앞으로 보험업을 접어야
할 겁니다.”
“변호사님이 생각하시는 해결책은 어떤 건가요?”
“회사 자산을 팔아서라도 보험금
3,000억 지급해야 합니다. 당장 3,000억이 치명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지급하고 넘어가야 돼요.”
그러나 화후손해보험사는 끝내 보 험금을 지급하지 않았고,결국 유족 들은 집단 소송을 개시했다.
* * *
화후손해보험사는 시작일 뿐이었 다.
그 뒤로도 소소한 사망 사건이 몇 번 발생했고,보험금을 놓고 유족과 보험사건의 분쟁이 불거졌다.
그중에는 담성생명도 당연히 끼어 있었다.
다행히 이형원 회장은 판단이 빨랐 다.
“보험금 전액 지급하라고 해. 절대 레이드 보험금 가지고 드잡이질하지 마.”
탱커가 일으킨 쿠데타 때문에 험한 꼴을 겪었던 이형원은 절대로 레이 더들과 척을 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계약한 보험 계약은 어쩔 수 없지만,한동안 보험 가입 은 받지 말고 리스크 계산 다시 하 도록 해.”
“알겠습니다,회장님.”
담성그룹은 보험 설계를 가장 보수 적으로 했기에,다른 보험사들에 비 해서 적은 피해로 그칠 수 있었다.
“그리고 화후손해보험은 어떻게 될 거 같나?”
“이미 누적 적자가 2,500억 원이 넘은 상황입니다. 레이드 보험으로 경영수지가 호전될 듯하다가 3,000 억짜리 폭탄을 갑자기 맞은 상황입 니다.”
“그럼 힘들겠군.”
“네,뭐라도 팔아야 보험금을 지불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룹 차 원에서는 자산을 매각할 의지가 없 는 거 같습니다.”
“그럼 보험업을 포기할 수도 있겠 나?”
“아직 화후 회장님이 본인의 생각 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황입
니다.”
“만약 화후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오 면 우리가 인수할 수 있는지 한 번 추진해 봐.”
이형원의 지시에 전무는 의아해서 반문했다.
“회장님,화후손해보험은 그다지 매력적인 매물이 아닙니다. 인수할 돈으로 차라리 우리 담성생명에 좀 더 투자하는 게 나을 겁니다.”
“돈 벌자고 인수하는 거 아니야. 부채 탕감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는 지 알아보고,가능하면 인수해. 그리 고 죽은 레이더가 60명이라고 했
지?”
“네,그렇습니다.”
“3,000억은 무리지만 300억 정도 는 우리가 지급하는 선에서 운을 떼 어 봐. 만약 보험사 인수하게 되면.” “예?”
전무는 더더욱 이해가 안 갔다.
별로 매력이 없는 매물을 인수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지불하지 않 아도 되는 보험금까지 대신 지급하 겠다니?
“300억으로 회사 이미지 관리할 수 있잖나. 레이더들이 우리 회사를 얼마나 좋게 볼 거야?”
“아,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제야 전무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형원은 300억 원을 그냥 허공에 버리려는 게 아니라,그 돈으로 레 이드 업계에서 회사 이미지를 좋게 가꾸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이 기회에 레이드 보험 시장을 우 리 그룹이 접수할 수 있도록 해봐.”
“예,회장님.”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이후,이형 원의 관심은 탱커를 비롯한 레이더
관리에 치중돼 있었다.
자신에게 충성하고,자신에게 호의 적인 레이더를 많이 거느릴 수 있다 면,다시는 그런 고초를 겪지 않아 도 된다.
레이더들의 마음을 장악하기 위해 서라면 그 무슨 수단이든 거리낌 없 이 쓸 것이다.
“문제는 제니스그룹이야. 제니스그 룹은 어떻지?”
“레이드 보험 쪽에 크게 관심이 없 는 거 같습니다. 제니스저축은행에 서는 여전히 강화장비 파손보험 정 도만 다루고 있습니다. 그마저도 그
렇게 수익성이 높은 것은 아님니 다.”
“보험 수익이 낮다는 것은 거꾸로 보험가입자한테 유리하다는 거고, 그럼 보험을 원하는 고객들이 쏠리 기 쉽다는 거지. 눈을 떼지 않고 지 켜봐야 해.”
“예,회장님.”
“경쟁을 하라는 게 아닐세. 내 말 이 무슨 의미인지 박 전무,이해하 고 있지?”
“물론입니다,회장님.”
이형원이 늘 강조하는 것은 ‘벤치 마킹’이었다.
제니스그룹이 뭔가 추진한다 싶으 면 자세히 분석하고 그 흐름에 편승 하라는 것이다.
어설프게 괜한 경쟁 구도를 잡았다 가 잘 자던 사자가 달려오면 혼비백 산해서 도망가야 하므로.
* * *
화후그룹은 유족들과 소송 중인 화 후손해보험사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 했다.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정리하는 등
매각 절차에 들어갔던 것이다.
물론 대중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 지만,화후그룹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욕은 먹더라도 어쩔 수 없다. 털 어야 할 건 털어야 돼.”
“화후그룹도 나름대로 큰마음 먹고 결심한 거지.”
원래 어느 보험업이 그러하듯,화 후손해보험도 괜찮은 수익을 자랑하 고 있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서 전 세계를 주름잡은 혼란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봤다.
“지금 보험료 3,000억이 문제가 아 니야. 이미 가입한 다른 레이드 보 험 가입자들,그 계약들이 언제 터 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재수 없으면 화후손해보험은 앞으 로 매년 레이드 보험금으로 5,000억 이상을 지불해야 할지도 몰라.”
적자 폭이 크긴 하지만, 당장 3,000억 원의 돈이 없어서 회사를 파는 게 아니었다.
계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레이드 보험 가입자들,그들 중에 또 사망 자가 쏟아져 나온다면 감당할 수 없
을 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화후그룹에서 일찌감치 보험사 매각을 결정한 이유였다.
화후손해보험사는 법정관리에 들어 갔고,정부는 매수자를 찾아서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었다.
“지금 화후손해보험에 사망보험 가 입한 레이더들만 1만 명이 넘는다던 데.”
“사망보험금 중에서 제일 적은 게
50억짜리라지? 100억짜리도 있다던 데.”
“진짜 경영진이 아무 생각 없이 가
입자만 닥치는 대로 받으려고 작정 했네,작정했어.”
“1만 명 중에서 앞으로 100명만 죽어도 지불해야 할 보험금이 최소 7,000억 원은 될걸.”
“1만 명이 일 년에 내는 보험료가 1,000억 정도인데…… 진짜 무슨 생 각으로 리스크 계산을 이렇게 했는 지 모르겠다.”
“일단 가입자부터 닥치는 대로 받 고 보자는 식인 거지. 별 게 있겠 어.”
물론 계열사를 정리한 게 떳떳한 절차는 아니었다.
때문에 경영진 일부가 책임을 덮어 쓰고 구속조사를 받는 것은 피하지 못했다.
다만 오너 일가는 그 누구도 피해 를 입지 않았다. 그들은 회사를 간 접 소유하면서 경영 시스템에서는 벗어나 있기 때문이었다.
화후손해보험사는 모두가 기피하는 매물이었고,차일피일 시간만 흐를 뿐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은행 등 채권단이 애가 타서 발을 동동 구를 무렵,마침내 담성그룹이 보란 듯이 구원자로 등장했다.
“부채 일부 탕감,일부 유예,그리 고 기존 레이드 보험 계약 일괄 해 지를 원합니다.”
사흘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결국 인수가 결정이 났다.
기존 레이드 보험 가입자들은 기납 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받는 조건으 로 보험 계약을 해지당했고,회사 부채 중 일부는 탕감,유예되었다.
고객들은 불만이 없진 않았지만, 망한 거나 다름없는 회사의 주인이 바뀐 터라 어쩔 수 없었다.
“황금매 레이드로 사망한 60분에 에게는 1인당 5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이 돈은 담성그룹 에서 부담하는 겁니다.”
인수 과정에서 발표한 내용은 다소 부정적이었던 여론을 대번에 환기시 켰다.
“사실 담성그룹이 화후손해보험사 인수해서 경영적으로 좋을 것은 하 나도 없지. 아직 열악한 레이드 보 험업계가 안타까워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마음에서 인수에 나선 거라 던데.”
“맞아. 담성그룹은 이번 인수에서 손해만 봤지. 굳이 그 돈 써서 화후
손해보험 사들일 필요는 없었는데.”
이번 인수 덕분에 담성그룹은 레이 더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신망을 얻을 수 있었다.
애초에 그게 바로 이형원이 노리던 바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찬사는 얼마 가지도 못하고 묻히고 말았다.
제니스저축은행에서 발표한 내용 때문이었다.
“우리 제니스저축은행은 레이드 보 험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로 했습 니다. 참전,아니,참여를 위해 이미
1,000억 달러의 실탄을 준비한 상태 입니다.”
그 발표 하나 때문에,담성그룹에 대한 찬사는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