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69)
00169 와이프 강화하기 =========================================================================
언제 신형 장비가 개발되었지? 유지웅은 의아했다.
그가 한성산업을 거둔 것은 반쯤 쇼핑이었다. 회사 경영 같은 것은 관심도 없고 생각도 없다. 사주이기는 하지만 큰 적자만 안 낸다면 굳이 주식을 처분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한성산업은 지금까지 계속 흑자 행진 중이었다.
그런데 모르는 와중에 신형 장비가 개발된 모양이다. 사주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이상했지만, 준비 중이라고 생각하면 말이 된다. 그러나 어째서 자신도 모르는 것을 장길수가 알고 있는 것인지, 그것만큼은 이상했다.
“저는 처음 듣는데요. 교수님은 어떻게 알고 계시죠?”
“한성산업 개발진에 제 제자가 있습니다. 평소에도 여러 조언을 해주던 입장이었죠. 그래서 언뜻 알게 되었습니다.”
“자세히 좀 들을 수 있을까요?”
“회사 기밀을 함부로 흘리는 녀석들이 아닙니다. 신형 장비가 개발되었다는 것만 저도 언뜻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비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유지웅은 잠시 고민했다. 최윤한테 물어봐야 할까? 아니면 보고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고민은 잠시 접어두었다. 일단 오늘은 장길수 교수를 대접하러 나온 자리였다. 자리를 옮겨 간단히 술잔을 기울이며 레이드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전문 학자가 공격대와 레이드를 바라보는 시각은 날카로우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주었다. 레이드 능력자로서 바라보는 시각과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전혀 생각도 못한 차이점도 갖고 있었다.
“즐거웠습니다.”
“저도 재밌었어요. 우리 효주 학점 잘 부탁드릴게요.”
“하하, 그러지 않아도 아주 우수한 학생입니다.”
장길수는 껄껄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유지웅과 악수를 나누고 정효주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눈동자에 담긴 약간의 아쉬움을 읽었다. 하지만 곧 사라졌다.
“수업 때 보자.”
“예. 들어가세요, 교수님.”
장길수와 헤어지고 둘은 차에 올랐다. 세스토 엘레멘토가 우렁찬 엔진음을 토하며 출발했다.
“대체 무슨 장비일까?”
“궁금해?”
“어머, 그럼 궁금하지. 내가 쓸 수도 있잖아.”
“아직 마무리 단계거나 뭐 그런가 보지. 보고가 안 들어온 걸 보면.”
“그래도 너무했다. 명색이 사주인데 그런 건 진행 단계부터 보고해야 하는 거 아니니?”
“전문 경영인도 아니고 그냥 투자자나 다름없는데 뭐 하러? 괜히 보안만 새지.”
집에 와서 둘은 씻고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유지웅은 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아, 유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최윤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싹싹했다. 말투만 보면 서로 나이가 바뀐 것 같다. 그만큼 그는 서열 관계가 확실했는데, 그런 사교적인 면을 볼 때 과연 창립 멤버 중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을 만했다.
“회사 연구개발 팀은 잘 돼가나요? 뭐 새로 만든 제품 같은 건 없나요?”
「……아직 그런 건 없습니다.」
“그래요?”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장길수 교수가 잘못 알았나 하고 넘기면 그만인데, 망설임이 묻어나는 최윤의 부정이 마음에 걸렸다.
따지고 들어야 하나? 유지웅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사주인 자신을 작정하고 속이는 거라면 지금 따지고 드는 것은 괜히 경각심을 주는 짓이다.
“그럼 수고해주세요.”
「네, 들어가십시오.」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끊은 유지웅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다른 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성산업 감사팀장 조찬규였다.
“조 팀장님. 지시할 게 있는데요…….”
회사 연구개발팀이 만든 신형장비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라는 말에 조찬규의 목소리가 심각해지더니 알았다고 대답했다.
조찬규는 창립멤버가 아니라 회사가 커지면서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였다. 김장호 변호사의 주선을 받은 인물이라 최윤 등 창립멤버에 포섭되었을 가능성은 낮다.
* * *
제니스 공격대는 어느덧 23차 레이드까지 마쳤다. 레이드는 더욱 순조로워졌다. 퍼플 결정체를 흡수한 이후, 레드 몹이 정효주에게 위축되는 현상 때문에 안 그래도 레이드가 쉬웠는데, 그녀가 S급 주장비를 장착하니까 더 쉬워졌다. 사실 거기서 더 쉬워질 것도 없는데.
이쯤 되자 유지웅은 대기조를 아예 없애는 게 낫지 않는가 하고 생각했다. 약 62명 정도 되는 대기조에게 매번 3억씩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것 같았다. 대원들이야 공돈을 받아가니 좋게 생각하고 있지만.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어요.”
하지만 유지웅은 곧 생각을 바꿨다. 레드 몹 레이드가 아무리 쉬워졌다지만 그래도 푼돈을 들여 만약을 대비하는 건 나쁘지 않을 테니까.
23차 레이드가 끝나고 유통마진 정산을 위해 유지웅은 오랜만에 지하크를 찾아갔다. 굳이 그를 찾아갈 필요는 없지만 친우의 사람이고 보니 한 번쯤 얼굴을 비추기 위해서였다.
“어서 오십시오.”
지하크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며 지사장실로 안내했다. 그리고 손수 차를 내왔다.
“미국에 블루 결정체 팔았다면서요?”
“네. 한국 정부가 권유해서 완전한 형태로 두 개 팔았습니다. 지시하신 대로 제값은 톡톡히 받아냈습니다. 아, 오늘 중으로 23차 레이드 몫까지 한꺼번에 계산될 겁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유지웅이 본론을 꺼냈다.
“지하크. 내가 의논할 게 있는데요.”
“말씀하시죠.”
“한성산업 문제예요.”
조찬규는 감사 결과 아무 이상도 없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유지웅은 뭔가 미심쩍었다.
처음에는 지나치게 신경 쓰느니 관심을 끄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 한성산업에 1,500억을 투자하긴 했지만 그게 얼마나 한다고. 최악의 경우가 닥친다 해도 그냥 회사 하나 버리는 셈 치면 된다. 애초에 회사에 큰 미련은 없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괘씸했다. 만약 정말로 회사 내부에서 자신에게 숨기는 게 있다면, 망하기 직전인 처지에서 건져준 은혜를 저버린 셈이 아닌가?
‘호구는 되지 말아야지.’
1,500억쯤 되는 푼돈 잃는다 해도 아무 타격도, 아무런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남들이 자신을 호구로 여기고 낄낄거리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알겠습니다. 제가 손을 써서 제대로 알아보겠습니다.”
대강 설명을 듣고 지하크가 진지하게 수락했다. 유지웅은 가볍게 끄덕였다.
“부탁할게요.”
그는 사장실을 나섰다. 회사 1층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효주가 다가왔다. 나란히 손을 잡고 둘은 주차장으로 향했다.
“돈 들어왔어?”
“아마도?”
“확인해보자. 얼른.”
결혼하고부터 정효주는 그의 재산 상황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그가 다른 데서 손해를 보지는 않는지, 받아야 할 돈을 까먹고 놔두는 것은 아닌지 적극 챙겼다.
“아, 제대로 들어왔구나. 가만, 그럼 너 이제 총 재산이 얼마나 되지?”
“이거까지 해서 한 30조 7,500억쯤 될 걸?”
“갖고 있는 현금만 그렇다는 거지?”
“뭐 그렇지. 에버튼 구단이랑 우리 집, A3, V-23, 한성산업 지분, 차, 그런 건 계산 안 한 거니까.”
현금만 30조 7,500억 원이다. 에버튼 구단에 들인 5조 1,589억 원과 한성산업에 투자한 1,500억 원은 계산하지 않은, 순수한 보유 현금만 30조 원이 넘는다는 소리다. 이제는 명실 공히 대한민국 제일의 부자였다.
“이제 우리 설렁설렁 레이드해도 되지 않니?”
“왜, 힘들어?”
“아니, 그건 아니구. 돈도 많은데 뭐 하러 악착같이 레이드 다녀? 좀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즐겼으면 좋겠어.”
“맞아. 우리는 그동안 너무 혹사했어.”
유지웅은 맞장구를 치면서도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지금 블루 결정체 공급량이 줄어들면 피해 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 산업경제부서에서도 우리 활동 중점적으로 체크하던데. 일성그룹도 그렇고.”
“치. 언제부터 일성이랑 그렇게 사이좋았다고. 이희연 씨 때문에 그러지?”
“절대 아니거든?”
정효주도 그냥 해본 앙탈이었다. 제니스 공격대는 지금 한국의 폭발적인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그들이 한 번 쉬면 그만큼 삐걱거림이 커진다. 그래서 그녀는 새신부임에도 계속 임신을 미루고 있었다.
* * *
가을이 깊어지며 정원에도 붉게 물든 단풍이 쌓여 갔다. 연인과 손을 잡고 단풍 밟는 소리를 즐기는 것도 나름 가을의 로망. 하지만 그런 운치를 즐길 틈은 없었다. 부지런한 고용인들은 낙엽이 쌓이는 족족 치워댔던 것이다.
정혜주는 지난 여름 방학 동안 제니스 공격대 사무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꽤 큰돈을 벌었다. 언뜻 듣기로는 몇 백 정도 된다고 했다. 비록 고등학생이지만 시급이 워낙 높으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집 너무 좋다. 나도 정말 이런 집에서 살고 싶어. 언니는 진짜 좋겠다.”
1층 홀 푹신한 소파에 앉아 대형 벽면 스크린에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정혜주는 연신 부러워했다.
“내가 언니로 태어났어야 했는데. 아으으.”
“어디서 언니의 남자를 탐내니?”
“능력 있잖아. 탐내는 게 뭐가 이상해? 안 그런 여자 있나, 뭐. 어차피 그림의 떡인데.”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정혜주는 쪼르르 달려왔다. 나란히 앉은 언니 부부의 옆에 찰싹 달라붙었다. 형부에게 매달리듯이 애교를 부린다.
“형부, 만약 저 입학하면 여기 살아도 돼요?”
“엄마 아빠 집이 서울인데 왜 여기서 살려고?”
“언니는 참. 형부, 저도 연주대학교 들어가려고 그래요. 연주대학교 우리 집에서 다니려면 꽤 멀어요. 하지만 여기서는 바로 코앞이잖아요.”
“대학이나 입학하고 그런 말을 해. 너 아직 고2잖아.”
“미리미리 말을 해두는 거죠. 형부, 제가 신입생 때 아니면 언제 이런 집에서 한 번 살아보겠어요? 저 나중에 시집가면 여기 살고 싶어도 못 살아요. 그러니 대학 다닐 때만이라도 잠깐만 살게 해주면 안 돼요? 애기도 봐드릴게요.”
“애기 아직 없거든?”
“곧 생길 거잖아요. 그쵸, 형부?”
유지웅은 아무 말도 안 하는데, 그를 사이에 두고 자매가 서로 동서문답하듯이 쏘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조금 난처하긴 한데 이것도 나름 재밌다. 처제가 밉상이라면 짜증이 나겠지만 언니를 똑 닮은 예쁜 얼굴에다가 몸매도 발군이니, 옆에 착 달라붙어서 아양 떨면 받아줄 맛이 난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주춧돌에도 절을 한다는데 처제 아양 받아주는 게 뭐가 대수일까.
정효주도 어린 동생한테 은근히 경쟁심을 느끼는지 동생만 왔다 하면 더욱 살가워졌다. 사실 이만하면 됐지, 거기서 더 살가워질 것도 없는데.
영화를 보고 자매가 손수 만든 요리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자매가 요리를 마치고 식탁에 둘러앉자 유지웅은 얼마 전에 선물 받은 고급 포도주를 꺼냈다. 그것을 보고 정효주가 기겁을 했고, 정혜주는 반색을 했다.
“안 돼! 혜주 아직 고2라고.”
“형부가 주는 술은 괜찮아. 언니도 있는데 뭐 어때?”
“그래도…….”
“에이, 포도주가 어디 술이야? 주스지.”
“형부 멋쟁이.”
정혜주는 입맛을 다시면서 손뼉을 쳤다. 정효주가 수상쩍다는 눈으로 노려봤다.
“너 입맛 다시는 거 수상해. 설마 엄마 아빠 몰래 술 먹고 다니는 거 아니야?”
“언니는 중학생 때부터 혼자 드라마 볼 때마다 치맥했으면서…….”
“내가 언제!”
정효주가 기겁을 해서 말을 잘랐다. 그러면서 신랑 눈치를 살피는 게, 딱히 동생 말이 아주 근거 없는 것은 아닌 듯하다.
“조금만 마셔. 어차피 자고 갈 거잖아?”
“네. 잘 먹겠습니다.”
그는 두 손을 공손히 받쳐 든 정혜주의 잔에 포도주를 따랐다. 정효주의 잔에도 따라주었다. 술병을 건네받은 정혜주가 그의 잔에 따라주었다.
포도주를 반주 삼아 셋은 저녁 식사를 했다. 식사 뒤 정혜주가 가방에서 화투를 꺼내 왔다. 정효주가 눈을 가볍게 흘겼으나 결국 아무 말 않고 셋은 화투에 임했다. 결과는 전혀 의외였다.
“어, 언니? 평소에 고스톱만 쳤어?”
“우, 운이 너무 좋네.”
“초심자 운으로 다섯 판 연달아 쓸어버리는 게 말이 돼? 세상에, 피박에 광박에 쓰리고에 전판 나가리라니…….”
정효주는 얼굴이 붉어진 채 화투를 긁어모아 섞었다. 화투 섞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신랑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그녀가 급히 변명을 했다.
“원래 탱커들이 손 감각이랑 눈썰미가 좋아서 그래.”
“…….”
“진짜라니까. 나 화투 오늘 처음 해 봐.”
유지웅은 문득 자기가 아는 그녀의 모습은 사실 전부 내숭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밤늦게까지 놀고 정혜주는 새벽이 되자 2층 손님방 하나를 골라서 자러 들어갔다. 그녀는 신혼침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며 구경만 시켜달라고 졸랐지만, 그것만큼은 부부가 필사적으로 막았다.
부부 외의 사람들에게 3층을 절대로 보여줄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둘은 가로 180m, 세로 60m에 달하는 한 개 층을 통째로 부부침실로 쓰고 있었다. 단순한 침실이 아니라 그 넓은 면적 전체를 테마 모텔처럼 꾸며 놓았다. 욕실에는 물침대가 있고 거실 곳곳에는 각종 체위를 돕는 보조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심지어 인공잔디밭과 그물침대, 회전침대, 카섹스를 위한 차 모형까지 있었다. 이러니 죽었다 깨어나도 다른 사람을 들여놓을 수 없었다.
일요일 오후가 되어서 정혜주는 돌아갔다. 셋이서 노는 것도 좋지만 이제 둘만의 은밀한 시간을 즐겨야 할 때. 서로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게 짙어지는데 전화가 왔다.
“아, 지하크. 무슨 일이에요?”
「전에 부탁하신 사항에 대해서 알아냈습니다.」
지하크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자연히 유지웅도 긴장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신형장비를 개발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이는 몇 명 되지 않습니다. 회사 최상부측에서 극구 함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신형장비가 개발되었다고? 그런데 그것을 숨기고 있다? 유지웅은 가벼운 배신감을 느꼈다.
지하크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현재 최윤 사장이 주도해서 신형장비에 관한 모든 것을 은폐하고 있습니다.」
사실관계가 확실해진 이상 더 이상 미룰 필요는 없다. 유지웅은 당장 최윤에게 전화를 걸어 호출했다.
============================ 작품 후기 ============================
누구 맘대로 벌써 패치하래! 아직 이번 버전에서 꿀 덜 빨았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