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609)
00609 군단의 참새 =========================================================================
―캬오오오!
브라우니는 목을 빼들고 길고 긴 포효를 질렀다. 그것은 이 구역을 자신의 것이라 선포하는 제왕의 함성이었다.
활짝 편 날개를 크게 내젓자, 거센 돌풍이 날개 끝에서부터 일어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해면을 덮친 돌풍에 물줄기가 위로 빨려 올라가며 바다 표면이 엉망으로 출렁거렸다. 브라우니는 한껏 들이마신 호흡을 그대로 내뱉었다.
화르르륵!
크게 벌린 부리에서 뿜어진 불꽃이 돌풍에 섞였다. 돌풍과 섞인 불꽃은 거대한 화염으로 변해 해역을 휩쓸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지옥의 화로였다.
해역을 넓게 차지한 수백 마리의 레드 몹이 놀라서 동요했다. 브라우니의 광역 공격은 블랙 몹은 몰라도 레드 몹에게는 치명적인 수준이었다. 레드 몹들은 일제히 흩어지며, 겁화를 피해 수면 아래로 잠수했다.
쫄따구는 다 꺼져! 신성한 장수의 대결에 끼어들지 마라!
광역 공격으로 큰 위협을 날린 브라우니는 그렇게 한껏 으스대며 돌격 준비를 갖췄다.
네가 오지 않는다면, 이 몸이 가겠다! 그 대가는 세 배 더 아플 것이다!
쐐애액!
몸을 유선형으로 접은 브라우니는 고속으로 급강하했다. 눈에 비치지 않을 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표적은, 뜨거운 바람 화로에도 굴하지 않고 과시하듯이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참치대가리!
청새치 괴수는 피하지 않고 기꺼이 받아냈고, 둘은 그렇게 해수면에서 충돌했다.
콰과과광!
굉음이 터져 나오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뻗쳤다. 공격대 대원들은 기겁을 해서 몸을 낮추며 자신을 보호했다.
“이, 이렇게 먼 거리까지 이런 충격파가 오다니……!”
“다친 사람? 다친 사람은 없어요?”
최정원은 급히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이 충격파에 놀란 비행 괴수들이 난동을 부리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필요가 없었다. 정예 군세처럼 질서 정연하게 날개를 접고 정렬한 괴수들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최정원은 속으로 신음했다.
‘정말로 브라우니가 저 녀석들을 통제하는 걸까?’
브라우니가 하늘의 제왕인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브라우니는 나미를 제외한 가장 강력한 괴수이며, 현존하는 유일한 블랙 몹이었고, 또한 인간의 통제를 받는 괴수였다.
그러나 단지 다른 괴수들을 압도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기 부하처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브라우니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증가하는 셈이다. 아니, 지금도 충분히 행성병기나 다름없는 수준인데, 군단까지 거느린다면 더 올라갈 데도 없잖아?
콰아아앙!
또다시 굉음이 일었다. 최정원은 중심을 잡으며 멀리 해역을 살폈다.
이번에는 청새치 괴수가 수면 위로 뛰어올라 브라우니에게 부딪치면서 터진 충격파였다. 브라우니는 그 충격에 밀려 어느 정도 밀려났으나 곧 중심을 다시 되찾았다. 거대한 청새치 괴수가 포물선을 그리며 다시 입수했다. 산을 잘라내 물에 던진 듯이 엄청난 파도가 일어나며 해안으로 밀려들어왔다.
“어, 엄청나다…….”
아까 청새치 괴수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대원들이 놀라움에 젖어 신음했다. 브라우니의 몸집과 비교를 하니 그 거대한 크기가 확연하게 느껴졌다. 수십만 톤급 유조선은 비교도 되지 않을 웅장한 몸집이었다.
최정원은 마른침을 삼켰다. 저런 거대한 몸집에 부딪치고도 멀쩡한 브라우니가 새삼 두려워졌다. 나아가서.
‘저런 녀석도 공대장님하고 부공대장님한테는 꼼짝도 못한다니…….’
그 커플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브라우니는 힘의 격차를 인식하고 고개를 숙인 걸까? 아니면 약하던 시절 얻어맞은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가 남아서 그런 걸까?
“팀장님. 이거 괜찮을까요? 미국 공격대도 지금 불안해하는 거 같은데…….”
“가만히 있어 보죠. 저 괴수들, 아무래도 브라우니 말을 듣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어차피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섣불리 자극했다가 저 녀석들 공격을 받으면 더 위험해집니다. 미국 측에도 그렇게 다짐을 받으세요.”
“알겠어요.”
최정원의 권고를 들은 미국측도 괜히 섣불리 철수하다가 비행 괴수들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고 판단했다. 미국 공격대는 그렇게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백악관은 달랐다. 자세한 현지 상황을 보고받은 비시 정부는 발칵 뒤집히고 만 것이다.
“저 괴수 군단이 브라우니가 부른 것 같다고? 그게 사실인가?”
“예, 각하. 자세한 영상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현장에 있는 공격대가 전해온 말로는 그런 것 같습니다. 제니스 제3예비대장의 추측이랍니다.”
“하. 이럴 수가.”
비시는 신음했고, 칠드그린은 침묵을 지켰으며, 기타 관료들은 안색이 굳어 있었다.
클래스의 차이, 아니 힘의 격차가 느껴졌다. 사실 유지웅이 진정으로 무서운 점은 앱서버 능력, 안전지대 설치 능력, 혹은 보유하고 있는 엄청난 자산이 아니라, 바로 브라우니였다.
왜냐고? 브라우니 하나만 해도 웬만한 나라는 하루아침에 멸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제일 부유한 인간이 세상에서 제일 강력한 무기마저 쥐고 있는 셈이다. 미국 등 강국이 괜히 꼼짝도 못하고 온갖 아양을 떠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일인군단인 줄만 알았던 브라우니가 사실은 일인군단이면서 또한 한 군의 총사령관이란다. 핵미사일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항모 전단도 거느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가만, 그럼……?”
비시가 뭔가 깨달은 얼굴로 중얼거리자 칠드그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을 제시했다.
“유지웅 회장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괴수 공격대가 완성 단계에 이른 건지도 모릅니다. 본인은 한국에 체류한 채 브라우니만 보낸 것도 테스트 운용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완성하고 만 건가…….”
괴수로만 이뤄진 괴수 공격대. 미국의 우수한 두뇌들은 제니스가 운용하는 괴수 사육소의 최종 설립 목적이 거기에 있다고 전략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아무리 브라우니라는 예가 있다고 하지만, 정녕 그게 가능한지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았다.
그런데 보라. 그런 회의적인 눈길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유지웅은 태연하게 이뤄내지 않았나?
“그럼 목적은, 힘의 과시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젠장, 빌클런. 그 망할 인간 같으니. 저렇게 클 줄 알았으면 진작 미국으로 끌어들였어야지.”
놓친 떡이 왜 이렇게 아까운지.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인물이지만 괴수 공격대라는 전무후무한 엄청난 무력의 정점을 보자 새삼 배가 아파왔다.
* * *
“저것이 블랙 몹의 전투…….”
“잘 봐둬. 아마 다시 볼 기회가 없을 거야.”
미국 공격대는 두 눈을 부릅뜨고 전투를 지켜봤다. 탱커가 아닌 이들은 쌍안경에 의지해서 전투 과정을 생생히 지켜봤다.
블랙 몹끼리의 전투. 억만금을 줘도 결코 볼 수 없는 멋진 구경거리다. 특히 괴수와 싸우는 것이 숙명이나 다름없는 레이더들에게는 다시없을 최고의 행운이었다.
높은 곳에서 빠르게 떨어져 내린 브라우니는 청새치 괴수의 머리를 발톱으로 할퀴고는, 그대로 수면을 스치듯이 활강하며 다시 고도를 올렸다. 청새치 괴수는 이제 자신 차례라는 듯이 힘껏 물 위로 뛰어오르며 브라우니의 등을 노렸다.
재빨리 날개를 펄럭이며 피한 브라우니는 몸을 돌리고, 부리를 크게 벌려 화염 숨결을 내뿜었다. 청새치 괴수의 주변에서 하얀 거품이 빠르게 일어나며, 물로 된 장벽이 튀어 올라 방패처럼 화염 숨결을 막아냈다.
숨결이 중화된 뒤 이번에는 청새치 괴수가 입을 크게 벌렸다. 날카로운 이빨이 빽빽하게 돋아난 입안에서 푸른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했다.
번쩍!
청새치 괴수는 그대로 빛의 기둥을 뿜었다. 브라우니는 피하지 않았다. 날개 끝에서 일어난 바람이 짙어지며, 눈에 보일 정도로 불투명한 막을 형성했다. 그 막이 보호막처럼 둥글게 브라우니의 전신을 감쌌다.
빛의 기둥은 구슬처럼 생긴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브라우니는 막을 거두고 다시 급강하했다. 이에 질세라 청새치 괴수도 또 한 번 허공으로 도약했다. 두 블랙 몹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또다시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대단하다…….”
어느 누구도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그만큼 두 블랙 몹의 전투는 치열하고, 아름다웠으며, 또한 웅장했다. 누가 이겨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패자라 해도 진정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을 만큼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진검 승부였다.
그러나…….
―비겁하게 물속에만 있을 거냐! 물 밖으로 나와라!
―너야말로 비겁하게 날아다닐 거냐! 물속으로 들어와라!
―이 물개 녀석!
―이 참새 녀석!
두 블랙 몹의 언어 체계는 다르다. 하지만 꼭 말이나 그런 걸로만 뜻이 통하리란 법이 있는가? 눈빛만 봐도, 하는 짓만 봐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다. 원래 숙적이란 그런 거다.
브라우니는 물 밖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는 녀석의 행태가 괘씸해서 화가 났고, 청새치 괴수는 비겁하게 날아다니면서 한 대씩 툭툭 치고 도망가는 야비한 행태에 분노했다.
급강하를 한 브라우니가 또다시 머리를 치고 지나가자 청새치 괴수는 분노해서 입을 크게 벌리고 뻑뻑 괴성을 터트렸다.
이 씨발! 이 비겁한 새끼! 또 한 대씩 툭툭 치고 튀네! 이 야비한 새대가리가!
브라우니도 이에 지지 않았다.
억울하냐! 억울하면 너도 날아다녀 보던가! 아참, 너는 날개가 없지? 이 생선대가리야!
브라우니는 즐거웠다. 물속에서는 녀석이 유리하고, 물 밖에서는 자신이 유리하다. 언뜻 보기에는 대등할 것 같지만 사실 큰 차이점이 있다.
바로 선공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 자신은 언제든지 달려들어서 한대 툭 치고 빠질 수 있다. 녀석은 거리가 좁혀진 그 틈을 노려서 반격할 수밖에 없다. 반격이 실패하면 녀석은 맞기만 해야 한다.
그러게 왜 물 밖으로 그 못생긴 머리를 내밀어! 물속에 처박혀 있으면 선공권이 네게 있었을 텐데! 역시 생선대가리는 어쩔 수 없다니까! 그런 생각도 못하나?
서로 치명타는 주고받지 못하지만, 이런 식으로 약을 올리면 장기전으로 끌고 갈 때 자신에게 유리했다. 브라우니는 자신의 놀라운 전략적인 판단에 으쓱해졌다.
아, 이 멋진 모습을 처자식들이 봐야 하는데. 트리스티나가 있었으면, 전략적인 선택이로군요, 서방님! 이러면서 좋아하지 않을까?
―캬아아아아!
그때였다. 뒤에서 시끄러운 괴성이 울렸다. 흠칫 놀란 브라우니는 뒤를 돌아봤다. 후방에서 치열한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뭍으로 올라간 해양 괴수들이 비행 괴수들을 뒤에서 급습한 것이다.
깜짝 놀란 브라우니는 주변 해역을 살폈다. 아니, 아까까지만 해도 쥐죽은 듯 물러나서 장수 대결을 보던 물고기들이 죄다 사라지고 없었다. 어느 사이에 몰래 빠진 거지?
브라우니는 화가 나서 으르렁거렸다.
야! 비겁해! 장수끼리 결착을 내자며! 넌 기사도도 모르냐!
청새치 괴수도 지지 않았다.
병법에 무슨 얼어 죽을 기사도냐! 새대가리는 역시 어쩔 수 없어!
브라우니, 생선대가리한테 새대가리 취급 받았다.
============================ 작품 후기 ============================
원 기획의도는 대군세를 거느린 장수들의 장엄한 진검승부를 그려내는 것이었는데,
…결과물이 왜 이래….;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