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43)
00943 %3C프리시즌 딜러편%3E우린 이제 준비가 됐다 =========================================================================
유지웅은 당황해서 니트로 등 과학자들을 바라봤다.
“이거 왜 이래요?”
“예?”
“고장 난 거 아니에요? 아니면 초기 불량이거나?”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설계는 완벽합니다! 작동도 잘 됐었는데…….”
“하지만…….”
유지웅은 다시금 조작했다. 이번에는 스캔 지역을 주지역 단위로 높였다. 연산음이 삑삑거리는가 싶더니 이윽고 결과가 나왔다.
「목표 지역 해석 결과 : 통상치 반응량」
“말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유지웅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서둘러 공항동 저택으로 갔다.
“브라우니! 가자!”
한가롭게 쉬고 있던 브라우니가 화들짝 놀라서 바라봤다. 유지웅은 더 말하지 않고 녀석의 등에 올라탔다.
“가자! 미국으로!”
―꼬끼오!
브라우니는 한 번 크게 홰를 치고는 떠올랐다. 정효주가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나와 보았다.
“지웅아? 어디 가?”
유지웅은 브라우니에 탄 채 내려다보며 크게 외쳤다.
“미국 갔다 올게! 기다리고 있어!”
“으, 응? 미국이라고?”
어디 옆동네 잠깐 다녀온다는 듯 아무렇지 않은 대답에 정효주는 당황했다. 유지웅은 더 기다리지 않고 브라우니를 재촉했다. 높이 날아오른 브라우니는 이내 지평선 너머로 작은 점이 되어 사라졌다.
뒤늦게 정혜주가 나왔다.
“언니, 오빠 어디 가는 거야?”
“미국 간대.”
“미국? 미국은 왜?”
“……나도 몰라.”
* * *
유지웅은 마음이 급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로버의 반응이 없다니.
‘말도 안 돼!’
스카우터는 결정 에너지 그 자체를 스캔한다. 당연히 균열과 로버의 반응을 잡아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반응치는 통상 수준이었다.
이게 무엇을 뜻하겠나? 레마시아 연구소 폐허에 로버도 없고, 균열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저기다! 저기 내려!”
저 멀리 레마시아 폐허를 발견한 유지웅이 외쳤다. 자신의 기준으로 몇 달 전에도 와 본 적이 있고, GPS의 도움도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젠장, 입구가 안 보이잖아!”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를 찾으려 한참을 헤매던 유지웅은 분통을 터트렸다. 그때 좋은 생각이 났다.
“아, 맞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유지웅은 곧바로 오른손을 아래로 뻗었다. 손끝에 힘을 아주 살짝 응축했다. 미미한 빛이 맺히는 순간 그는 단숨에 힘을 방출했다.
번쩍!
빛나는 섬광이 단숨에 땅으로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수직 통로가 만들어졌다. 유지웅은 지하 깊숙한 곳까지 통로가 뚫린 것을 확인했다.
“브라우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유지웅은 통로로 뛰어들었다. 드드드드, 통로 암벽을 타고 미끄러지듯이 내려갔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통로 벽이 끊어졌다. 거대한 지하 공동이 나타난 것이다.
유지웅은 허공에서 몸을 돌려 가볍게 공동에 착지했다. 빛 한 점 없는 암흑이었다. 유지웅은 전등을 켰다.
“음, 역시 나야. 대단해.”
유지웅은 아까 자신이 뚫은 구멍이 지하 공동 바닥을 뚫고 계속 이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감회 돋네.”
유지웅은 주변을 둘러봤다. 눈에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균열이 있던 방향을 향해 걸었다.
사방은 고요했다. 저벅저벅, 자신의 발걸음 소리만 크게 울렸다. 무섭다는 느낌은 없었다.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스카우터를 소형화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유지웅은 결심했다. 돌아가는 즉시 소형화 지시를 내려야겠다고.
‘아무 것도 안 느껴져.’
지하 공동 어디서도 특별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자신 혼자만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보통 이 정도쯤 되면, 균열의 힘에 물든 마물들이 덮쳐 오기 마련인데, 말 그대로 이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균열이 있던 곳에 도달한 순간, 유지웅은 그만 전등을 떨어뜨렸다.
“……없다. 없어.”
균열, 그리고 균열을 지키는 로버.
그것이 있어야 할 곳은,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공간만이 가득했다.
* * *
유지웅이 뛰쳐나간 뒤 니트로 등 과학자들은 초조하게 기다렸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까 분명히 회장님이…….”
“스캔 결과를 보면 통상 반응치만 나온 것으로 되어 있어요. 아마도 이 지역이 회장님이 말씀하신 로버라는 괴수가 있는 곳인 듯한데…….”
“통상 반응치라면, 로버가 없다는 뜻 아닙니까?”
“이 지역은 레마시아 연구소가 있던 곳인데?”
스카우터는 결정 에너지 그 자체에 반응한다. 어떤 지역에 결정 에너지가 존재하는 한, 스카우터의 스캐닝을 피해갈 수는 없다. 아무리 납으로 꽁꽁 둘러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결정 에너지 그 자체에 반응하는 원리로 만들어졌으니까.
‘아무렴, 무려 98조 원을 들여 만들었는데!’
결정 에너지 반응이 통상치라면, 답은 하나다. 해당 지역에는 로버가 없는 것이다.
“일단 회장님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러 가셨으니까, 우리는 여기서 기다려 봅시다.”
“일시적인 오류일 수도 있으니까 다시 측정해볼까요?”
“그럴까? 레마시아 연구소 부근이니까, 그곳을 중심으로 다시 좌표를 좁히고, 민감도를 한계치까지 올려서 다시 해보자.”
니트로의 지시에 따라 가렌이 다시 스카우터를 조작했다. 원하는 측정을 위해 세세한 측정 수치를 입력하고, 마지막으로 실행 버튼을 눌렀다.
바로 그 순간!
삐! 삐! 삐! 삐! 삐! 삐! 삐! 삐! 삐! 삐!
스카우터가 미친 듯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세 과학자는 깜짝 놀라서 모니터 앞에 모였다. 모니터에는 그래프가 터질 듯이 폭주를 일으키고 있었다. 요란한 경고음도 멈출 줄을 몰랐다.
“192억!”
“맙소사!”
“로버다! 로버가 틀림없어!”
결정도가 192억이라니! 상상치도 못한 수치에 그들은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다시 한 번 측정을 해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역시 아까는 일시적인 오류였던 게 틀림없어요!”
“이, 이러면 회장님이 위험한 거 아닌가요! 어서 회장님한테 연락을!”
“잠깐! 로버가 서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요!”
최윤이 경악해서 외쳤다. 그의 말대로 192억짜리 반응이 놀라운 속도로 서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무려 음속의 몇 배에 달하는 속도였다.
가렌이 서둘러 유지웅에게 연락했다.
―회장님! 로버를 찾았습니다!
약 1분쯤, 유지웅한테서 연락이 왔다.
―뭐라고요? 내가 갔을 때는 아무 것도 없었는데?
―위치가 엇갈린 것 같습니다. 지금 로버는 레마시아 연구소 인근에서 서쪽으로 빠르게 이동 중입니다!
―서쪽? 잘 됐네요! 나도 마침 한국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는데! 서둘러 추적해야겠어요!
―예, 로버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GPS 장치 갖고 계시죠?
―네, 보내주세요.
로버의 이동 속도와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면 정확한 위치 전송은 힘들 것이다. 약간의 지연 과정은 각오해야 한다.
세 과학자들은 로버의 위치를 확인한다, 유지웅에게 알려준다, 로버의 예상 경로를 계산한다, 등등 엄청나게 바빴다.
―젠장! 거의 부근인데 왜 안 보이는 거죠?
―음속의 몇 배로 이동 중이라 그렇습니다. 회장님도 뒤쳐지지 않는 듯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브라우니가 좀 빠르거든요. 그나저나 로버 전투력, 아니 결정도는 얼마나 되나요?
―놀라지 마십시오. 무려 192억이 넘습니다.
―뭐라고요? 192억? 와, 미쳤네! 돈으로 하면 얼마야, 대체?
192억의 결정도. 상상만 해도 아득해지는 수치다.
보통 옐로 몹이 25 내지 35이고, 레드 몹은 수천대이며, 13만 5,000이면 결정체가 수용할 수 있는 에너지 포화점에 이른다. 이 시점에서 결정체가 숙성되면 비로소 히카리 같은 화이트 괴수로 진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192억이라니. 단순 수치로만 치면 히카리의 14만 2,222배에 달한다. 실로 무시무시한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92경 원! 1조 원의 192만 배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수치다.
예상 경로를 계산 중이던 최윤이 기겁해서 외쳤다.
“이, 이대로라면 로버는 서울을 정확히 지나가게 됩니다!
―회장님! 로버 이동 경로가 서울을 정확히 지나간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안 되겠다! 내가 먼저 서울에 가서 막아야겠어요! 속도를 올려야지!
“로버의 이동 속도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어?”
전장 상황을 총지휘하던 가렌은 순간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말로 표현은 못하겠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가슴을 쿡 하고 찔렀기 때문이다.
―헉헉,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로버는 어디쯤에 있나요?
“로버!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이거…… 설마?
―로버가 안 보여요! 얼마나 뒤쳐진 겁니까?
가렌은 조용히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유지웅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회장님.”
「로버는 어디 있죠?」
“지금 정지 상태시죠? 혹시 정확한 좌표를 불러주실 수 있으십니까?
「잠시만요. 에……. X292,337,590 Z376,543,228이요.」
스카우터가 포착한 로버…… 아니, 로버로 추정되는 결정도 192억 반응도 정지 상태였다. 그리고 그 좌표는…….
「X292,337,590
Z376,543,228」
============================ 작품 후기 ============================
스카우터는 고장나지 않았습니다.
PS : 192억은 칼이 아닌 칼집의 공격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