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25
7. 조별과제(3)
“하아……
자율학습실, S반 훈련장.
풀레임은 스태프를 깔짝 휘두르며 수련 아닌 수련을 하다가, 휴게실에 들어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도저 히 집중되지를 않는다.
“무슨 일 있나?”
잔뜩 지친 얼굴의 해원량이 휴게실 에 들어오더니 땀을 닦으며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최근의 해원량은 일반인이 소화하기 번거로운 트레이 닝을 진행 중이라고 했던가.
“아니. 별로.”
“…그런가?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털어놓아라.”
“새끼, 애늙은이처럼 말하긴. 내가 너보다 석 달 일찍 태어났거든?”
풀레임의 타박에 해원량이 피식 웃 었다. 그는 이런 풀레임의 틱틱대는 말투를 좋아했다.
“에휴. 죽것다. 그나저나 뭔 일이 야.”
해원량은 잠시 주변을 살펴보더니, 은근히 별일 아닌 것처럼 물었다.
“혹시 마유성 못 봤나?”
“뭐, 네 남친?”
“…남친이 아니라, 경쟁 관계다.”
“으흐흐, 너 맨날 마유성만 찾길래 사귀는 줄 알았다야.”
“그건 경쟁 관계라서…….”
“아 그러시겠지. 걔 방과 후에는 맨날 여기저기 놀러 다니니까 찾아 보지 그래?”
해원량은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그게, 최근에는 방과 후에도 어 디 안 가고 사라져 버린다더군.”
“으음? 가만히 있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놈이라 기숙사에 틀어박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풀레임은 잠시 고민해 보았다. ’원 작’의 내용을 떠올리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역시 이 시점에 특별한 사 건이 터졌던 기억은 없다.
“사춘기 왔나 보지.”
결국 해원량에게 도움을 줄 수는 없었다.
‘내가 무슨 남 걱정을.’
당장은 마유성보다 백유설이 더 신 경 쓰인다. 그러다 문득 해원량의 안목이 떠오른 그녀가 물었다.
“야. 너 백유설 알지?”
“알고 있다.”
“너는 걔 어떻게 생각하냐?”
“…무슨 의미로 묻는 거지?”
“아니, 그냥. 너는 사람 보는 눈이 좋잖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만.”
“아냐. 너는 좋아. 그러니까 네 의 견을 말해봐.”
해원량 본인은 몰라도, 풀레임은 알고 있다. 훗날 해원량이 직접 선 별한 인재들이 얼마나 위대하고 뛰 어난 인물이 되던가.
“글쎄…… 조금 독특한 학생이라는 느낌밖에는 없다.”
“그치?”
그러면서 다시 풀레임이 침묵하자, 해원량이 물었다.
“백유설이…… 신경 쓰이나?”
“응. 신경 쓰이ス]. 엄청 많이.”
풀레임이 미간을 찌푸린 채 답하자 해원량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땅
에 고개를 처박고 있던 풀레임은 그 것을 보지 못했다.
“어느 부분이, 그렇지?”
“그냥 존나 신기하잖아. 요즘 시대 에 기사도를 추구한다는 그 신념도 신념인데, 성격도 독특하고. 하는 짓 도 유별나고. 그리고……
“그리고?”
그녀는 무심코 ‘원작^ 대한 이야 기를 꺼내려다가, 참았다.
“…아마, 걔도 나랑 똑같지 않을까 싶거든. 근데 혹시라도 나와 다를까 봐 무서워서 속마음을 못 털어놓겠 어.”
벌떡!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해 원량이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어? 야, 고민 들어준다면서.”
“……급한 볼일이 생겼다.”
“뭐야. 싱겁기는.”
해원량이 휴게실을 나가버리자 풀 레임은 서둘러 그를 뒤쫓기 위해 따 라나섰다. 그러나 워낙 빠른 속도로 사라져 버려서 붙잡을 틈도 없었다.
“쟤 왜 저런대.”
가만히 그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데, 저 멀리서 어쩐지 딱딱한 표정 으로 제키가 다가왔다. 마치 기다렸
다는 것처럼 타이밍이 딱 맞았다.
“풀레임.”
“어, 안녕.”
여전히 저 소녀와 단둘이 있는 건 어색하다. 그래도 다른 친구들과 같 이 있을 땐 대화도 줄곧 나누고 그 럴 수 있었는데 말이 ス1.
“여기까진 무슨 일이야?”
“잠깐 너한테 줄 게 있어서. …그 나저나, 해원량 님과 줄곧 같이 있 던 거야?”
“어 그렇지. 그렇게 높여 부를 필 요 없어. 쟤도 동급생이야.”
“아, 안 돼…. 해원량 님은 만월의 탑의 후계자인걸……
그게 뭐 대수라고.
해원량이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 라보던 제키는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쪽지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거, 헤릭이라는 남학생이 전해 주라던데. 연금술학 공지래.”
“•..그래?”
그녀는 쪽지를 받아서 즉시 읽어보 았다. 별것도 없는 내용이었다.
[공지. 실습 시험의 과제를 ‘D비탈
리티 포션’에서 ‘티렌포인트 포션’으 로 변경하니, 학생들은 유의해 주시 기 바랍니다.]
물론 내용은 별것도 없다지만, 이 건 ‘메인 스토리’가 슬슬 시작되려 한다는 징조였다. 풀레임이 표정을 굳히スト, 제키가 눈치를 보며 우물쭈 물 말했다.
“아, 그리고 그거…… 절대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래. 이렇게 말 하면 알아들을 거라는데. 그게 무슨 뜻이야?”
“별거 아니야. 너는 신경 안 써도
괜찮아.”
그 말에 제키의 표정이 더욱 딱딱 하게 굳었으나 풀레임은 쪽지를 보 느라 눈치채지 못했다.
‘참내. 여기 학교는 교수가 더 유 치하다니까.’
그녀는 헛웃음을 쳤다. ’다른 학생 들’은 무슨, 백유설의 12조에게만 공유하지 말라는 거겠지.
‘내가 가만히 있을까 봐?’
즉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한 풀레 임이었으나, 이내 걸음을 우뚝 세웠 다.
생각해보니, ‘원작’에서는 그 누구
도 에이젤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다. 연금술학과 내부에서 그녀는 왕따나 다름없었기에, 아예 S반에다가 성적도 좋은 그녀를 짓누 르기 위해 모든 학생이 침묵한 것이 다.
이 사건으로 인해 에이젤은 마음의 벽을 닫고, 많은 상처를 입게 되지 만…… 이 또한 극복해 내게 된다. 그녀는 주인공이었으니까.
‘…내가 굳이 그 아이를 도울 필요 는 없어.’
이건 전부 대의를 위해서다.
파멸적인 엔딩을 막기 위해, 어떻
게든 그녀를 멀리하여 원작의 스토 리 라인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야만 했다.
게다가, 지금의 에이젤은 혼자가 아니 었다.
‘백유설.’
만약 그가 자신과 똑같이 ‘원작’을 알고 있다면, 이 사건을 미연에 방 지할 수 있으리라.
원래의 과제물이었던 ‘D 비탈리티 포션’에 필요한 주재료는 불갈기 도 마뱀의 잘린 꼬리.
하지만 바뀐 과제물 ‘티렌포인트 포션’에 필요한 주재료는 아타릭스
거미의 등껍질이다.
‘만약 나라면, 불갈기 도마뱀의 꼬 리가 아니라 아타릭스 거미의 등껍 질을 준비해 갈 거야.’
그리고 자신에게 엿을 먹이려다가 실패한 메이젠 티렌 교수의 당황한 얼굴을 보고서 고소해하겠ス].
즉, 이번 실험에 그가 아타릭스 거 미의 등껍질을 가져온다면 자신처럼 ,원작,을 알고 있다는 말이 되겠다
그 자식을 시험해 볼 기회야.’
풀레임은 굳게 마음을 먹었다.
* * *
주말에는 스텔라 아카데미도 쉰다. 그 시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스 로를 단련하거나 자습 등 자기 계발 을 하기도 하고, 마법 세계 최고의 스포츠 ‘리그 오브 스피릿’을 즐기 며 여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나에게는 머나먼 얘기다. 리그 오 브 스피릿은 꼭 해보고 싶었지만 당 장은 내 힘이 너무 허약해 빠져서 여유가 나지 않았으며, 공부는 할 필요가 없고, 단련으로 강해지는 건 한계가 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주말마다 외출을 나간다. 아르카니움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워프 홀’을 이용하여 다른 도시로 제대로 된 외출을 한다.
슈우우욱!!
자이로드롭을 타는 듯, 몸이 낭떠 러지로 떨어지는 느낌이 일순간 덮 쳐오더니 풍경이 변했다.
-데어리블 스타디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곧바로 귓가에 들려오는 보이스. ‘워프 홀’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는 증거였다.
“어후, 어지러워.”
머리를 휙휙 털어낸 뒤 고개를 들 자, 저 하늘 높이 세워진 거대한 살 구색의 장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데어리블 스타디움. 100년 전쯤인 가 세계 최고의 가수 ‘데어리블’을 위해 지어진 무대였는데, 첫 공연 당일 흑마인들이 급습하는 바람에 단 한 번도 무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성채로서 이용되고 있는 곳이었다.
지금은 흑마인들이 모두 물러갔고 몬스터들도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잡다한 몬스터들이 활개 치고 있었 다.
워프 홀의 발판에서 걸어 내려가자
로브를 입은 마법사 한 명이 후다닥 뛰어왔다. 그는 내 교복 코트와 허 리춤의 금빛 회중시계를 보고서 꾸 벅 고개를 숙였다.
“데어리블에 어서 오십시오, 메이 지 백유설!”
“저는 아직 정식 마법사가 아니라 생도인데요.”
“하하, 스텔라의 생도라면 정식 마 법사와 똑같은 대우를 받을 만하지 요.”
이것이 바로 스텔라 효과.
한 번 사용하는 데 최소 10만 크 레닛이 드는 워프 홀을 스텔라의 생
도는 외출증과 스텔라 회중시계만 있으면 일부분 무료로 이용하는 게 가능했으며, ‘신성제국 영역권’이 아 니라면 어딜 가든 이런 식으로 대우 를 받는다.
세계관 내에서 마법 전사는 기본적 으로 ‘영웅’ 취급을 받는데, 스텔라 는 그런 마법 전사 중에서도 최정예 였으니까.
“야야, 저기 봐. 스텔라 생도야.”
“진짜네…. 나 스텔라 교복 처음 본다.”
스텔라의 교복은 롱코트처럼 보이 는 망토에 스텔라의 상징인 오망성
마크가 금색으로 화려하게 데코레이 션되어 있어서, 그 누구라도 알아볼 수밖에 없게 만들어져 있다.
스텔라의 생도라는 사실을 자랑스 레 여기라는 것처럼.
‘한국에서 K대학 학생들이 맨날 과잠 입고 다니는 이유가 이거였구 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겨서 어깨를 쫙 펼치고 걷는다. 멋있으라고 코트 자락도 한 번씩 휘날려 주면서. 어 쩐지 어깨가 축구 경기장만큼 넓어 진 느낌이다. 22명 데려와서 축구 시켜도 되겠다.
“어디로 가십니까? 혹시 처음이라 면 저희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아뇨. 몇 번 와봤습니다.”
스텔라에서 생활한 지도 몇 주가 흘렀고, 나는 주말마다 틈틈이 워프 홀을 이용하여 주변 도시를 견학하 거나 사냥을 해보기도 했다.
과연, 내가 아는 지식이 이 세계에 도 통할지 알아보기 위해.
그리고 그 결과는 꽤 긍정적으로, 아무래도 현실인지라 바뀐 부분도 굉장히 많았으나 중요한 요소들은 대부분 그대로인 것을 확인하였다.
덕분에 요 몇 주간 가장 낮은 등
급인 ‘1 리스크’ 수준의 잡몹을 사냥 해 보는 시도를 해왔다. 그리 어렵 지는 않았다. 일전에 나에게 살의를 가진 인간을 상대했던 경험 덕분인 듯싶다.
오늘의 목표는 2리스크로 알려진 불갈기 도마뱀. 비록 체력이나 파워 등은 일반적인 짐승보다 조금 더 강 한 수준에 불과했으나, 마법 방어력 이 존재하고 몸놀림이 재빠르다는 이유로 이유로 최소한 2클래스 이상 의 전투 마법을 권장하는 ‘2리스크’ 딱지를 받게 되었다.
나는 물리 공격력을 올렸으며 속도 위주였기에 문제는 없다. 이른바 상
성이 잘 맞는다는 거다.
‘여기 어디쯤일 텐데……
스타디움 바깥으로 걸어 나와, 늪 지대를 한참이나 헤매자 햇빛이 곧 게 뻗은 나무에 의해 가려졌다.
상당히 어두웠지만, 감각은 예민하 다.
파스스슥-
수풀 저편에서 붉은색의 피부를 가 진 1m 정도 크기의 도마뱀이 스쳐 지나간다.
[육감]
놈의 위치가 선명히 느껴진다. 몬
스터라는 존재는 모두 마나를 일부 분 체내에 보유하고 있게 마련이었 기에, 내 육감을 피해갈 수는 없었 다.
파스스스슥!!
놈이 더욱 빠르게 이동한다. 점멸 을 써서 쫓을까? 아니다. 비록 순간 적인 이동 속도는 나보다 낮을지라 도, 지속적인 이동 거리는 나보다 놈■이 훨씬 더 길다.
지금은, 놈이 나를 사냥감으로 생 각하게 두는 편이 좋다.
내가 느릿하게 움직이자, 놈은 마 침내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는지 움
직임을 급격히 꺾었고.
파앗
나무를 밟고 도약하여, 내 옆구리 를 향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돌진하 였다.
그러나, 나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 고 테리폰을 쭉 뻗었다.
콱!!
끼륵 끼에엑…….
놈의 주둥이 사이로 정확히 틀어박 힌 테리폰 소드.
단 일격에, 2리스크의 몬스터가 정 리되 었다.
나는 도마뱀을 죽인 뒤에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음… 방금 나 좀 멋있던 거 같은 데.’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검을 뻗 어서 도약해 오는 도마뱀을 일격에 꿰뚫다니 뭔가 무림 고수 같다.
혹시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 르니까 이 멋진 자세를 좀 더 유지 하고 싶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한 팔로 도마뱀의 무게를 견디기가 힘 들어서 점점 팔이 덜덜 떨려왔다.
부들부들부들… 툭!
“아오, 뭘 처먹고 이렇게 무거운 거야.”
하는 수 없이 도마뱀을 바닥에 떨 어뜨린 뒤 놈의 꼬리를 잘라냈다.
“아휴, 귀찮아.”
여기는 몬스터가 듬성듬성 있어서 그런지 사냥하기가 영 까다롭다.
‘레킨 타운 같은 데 가면 이런 거 쫙 깔려 있는데.’
그렇다고 거기까지 가기에는 시간 이 너무 오래 소요된다. 워프 홀은 설치된 곳보다 설치되지 않은 곳이 더 많다. 한국으로 따지면 KTX라 고 생각하면 되겠다. 갈아타는 시간
이 더 오래 걸린다.
“하는 수없지……
도마뱀 꼬리를 공간 확장 배낭에 냉동 보관한 뒤, 주섬주섬 일어났다.
어차피, 사냥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으니까 얼마 걸리지는 않을 거 다.
* * *
스텔라에서 연금술이라는 과목은 주요 과목이 아니었다. 굳이 비유하 자면 그림 학교에 재봉틀 학과가 따
로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 다.
즉, 그럼에도 스텔라에서 연금술 강의를 듣는다는 건 연금술을 전공 으로 살려 연금술사의 길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
그런 만큼 ‘연금성’의 연금술사들 이 직접 찾아와서 자신들의 과제물 을 평가하는 이 스텔라의 배려는 학 생들에게 아주 큰 기회의 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들, 재료는 준비해왔죠?”
에이젤의 말에 조원들이 각자 준비 해 온 재료를 꺼냈다. 나 또한 냉동
목함을 꺼내서 열어 보였다.
“이건……
미간을 찌푸리고서 불갈기 도마뱀 의 꼬리를 살펴보던 그녀는 깜짝 놀 란 표정을 지었다.
“싱싱… 하네요……r
“당연하지.”
바로 어제 잡은 거니까. 산지직송 이다 이 말이야.
“……그래도 재료를 보는 안목은 있나 보네요.”
에이젤은 꽤 만족스러웠는지 살짝 미소까지 지었다.
“제조법은 미리 공부해오셨죠?”
“당연하지.”
“무, 물론이죠.”
“좋네요. 이제 완벽하게 연성하는 일만 남았어요.”
이윽고 강의실의 앞문이 열리며 세 명의 연금술사와 알테리샤, 메이젠 티렌 교수가 걸어들어왔다.
“시험을 치르기에 앞서, 연금성에 서 모셔온 세 분의 연금술사님들을 소개해 드리겠어요.”
메이젠은 그들을 한 명씩 소개해 주었으나, 셋 다 누군지 모르는 사
람들이었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아니었는지 두 눈이 반짝인다. 꽤 잘나가는 연금술사인 가보다.
이윽고, 메이젠이 실습 시험을 시 작하겠다고 말하자 에이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의욕이 철철 흘러넘친 다.
그런데.
그 의욕은, 시작도 하기 전에 흔들 리고 말았다.
“……오늘 만들 약품은 ‘티렌포인 트 포션’입니다. 모두 재료는 준비 해 오셨나요?”
다른 조의 학생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지만, 우리 조는 그럴 수 없 었다.
“잠시만요, 교수님.”
“왜 그러니? 에이젤.”
에이젤이 손을 들자 메이젠 교수는 전과는 다르게 아주 친절한 목소리 로 웅답해 주었다. 무언가 불안감을 느낀 듯한 에이젤이었지만, 묻지 않 을 수는 없었다.
“이번 실험 과제는…… D비탈리티 포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아, 그랬지요. 하지만 제가 공지하 지 않았던가요? 티렌포인트 포션으 로 변경하겠다고.”
참담한 표정으로, 에이젤이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런 건… 전해 듣지 못했어요.”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똑똑히 공 지했는걸요. 여러분, 그렇죠?”
다른 학생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 며 동조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 또 한 허탈해질 수밖에 없었다.
‘허 참. 이렇게 나오시겠다?’
언젠가 나를 골탕 먹이겠다고 무슨 꿍꿍이를 쓰지 않을까 싶었는데, 설 마 저렇게 과감하게 나올 줄이야. 저거 잘못 걸리면 징계감 아니야?
하긴, 메이젠 티렌 교수는 스칼벤 제국과 연줄이 있어서 학교 내에서 도 쉽게 건드릴 수 없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리 그래도 존나 막 나가네.’
이걸 어쩐다. 나는 딱히 성적에 집 착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다른 아이 들은 다르다.
에이젤은 커리어를 쌓기 위해, 말 리완과 카사훈은 연금술사로의 길을 꿈꾸고 있었기에 처음부터 흉한 모 습을 보이는 건 결코 좋지 않을 것 이다.
‘이런 스토리가 원작 로판에는 있
는 건가?’
풀레임을 곁눈질로 바라보니, 어째 서인지 그녀 또한 당황한 얼굴로 나 를 바라보고 있었다.
메이젠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서 에 이젤을 향해 말했다.
“에이젤 학생? 설마…… 재료를 잘 못 준비해 오셨나요?”
“으음, 곤란하군요.”
에이젤과 두 소년의 안색이 점점 더 창백해진다. 가장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현실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 하였다.
“무수히 뻗어 나간 가능성의 갈래 를 엮어, 하나의 진리로 연성해야만 하는 연금술사가 목적을 상실하고 재료를 헷갈리다니요.”
”크윽……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교수가 어떤 개수작을 부렸 든 결국 학생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래도, 12조는….”
실격, 그 단어가 나오기 직전.
“그 티렌포인트 포션, 만들기만 하 면 되는 겁니까?”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뭐?”
“그냥 이 재료로도 만들면 되는 거 잖아요. 교수님이 자랑하시는 그 발 명품.”
나는 직박구리 안경에 떠오르는, 무수히 많은 정보의 바다를 열람하 였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연금술은 내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고, 사소 한 레시피 하나하나도 모조리 기록 해두었다.
그런 내 눈에 띄는 레시피 하나.
[티렌포인트 포션 B타입]
원래 이건 ‘미래’의 메이젠 교수가 발명할 예정인 레시피였으므로 건들 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상황이 이렇 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겠다.
상대방이 추잡하고 더럽게 나오면, 나도 똑같이 나가는 수밖에.
“만들게요. 교수님과는 다른 재료 로, 교수님의 것보다 성능이 더 좋 은 포션을.”
메이젠 교수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
가는 것을 보며, 마지막으로 덧붙였 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