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41)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41
72. 피의 마녀 이야기(2)
백유설의 대뜸 살해하겠다는 말에 도, 산발 머리의 여인은 당황하기는 커녕 평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마녀 사냥꾼을 죽이겠다고? 왜?”
대뜸 질러보았을 뿐인데 의외로 반
응이 밋밋하자 백유설은 속으로 살 짝 고민하기 시작했다.
‘실수했나?’
그냥 처음부터 마녀 사냥꾼인 척을 했어야 하나 고민이 들었지만, 이미 마녀 사냥꾼을 죽이겠다는 컨셉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으니 무를 수도 없 었다.
그래서 백유설은 컨셉에 디테일을 더해주는 약간의 사연을 더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팔찌……
그는 자신의 팔목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알아보겠습니까?”
“거기에는…… 마녀의 기운이 서려 있군.”
“잘 맞히는군요.”
눈앞의 저 여자는 틀림없는 ‘마녀 사냥꾼’. 그러나 어째서인지 마녀 사냥을 포기하고서 숲속에 틀어박혀 서 지내고 있다는 것까지만 백유설 이 아는 정보였다.
거기서 더 제대로 된 정보는 직박 구리 안경에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 다.
그저 자신의 직감만을 믿고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 팔찌는 제 스승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마녀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그 말에 여인의 표정이 천천히 굳 어 갔다.
도박이다.
만약 여인에게 여전히 마녀 사냥꾼 으로서의 여인이 남아 있다면, 백유 설은 그녀에게 공격받을 것이다.
인간 마법사이면서도 마녀와 친하 게 지냈다는 이유로 살해당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꽤 많은 마녀 사냥 꾼들이 마녀를 마을에 들여놓았다는 이유로 마을을 통째로 몰살시킨 전
적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마녀였는지 아니었 는지도 모르고 들였는데 말이다.
그 정도로 정신이 나간 족속에게 마녀와 친하다고 소개를 하고 있으 니 이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도박.
하지만…….
‘괜히 마녀 사냥을 포기하고서 숲 속에 숨어들었을 리가 없어.’
뒤에 서서 눈■치를 살피고 있는 길 잡이 모험가 피날렛도 피가 조금 희 석되기는 했으나, 틀림없는 마녀.
그런 그녀를 자신의 오두막에 들여 놓고서도 죽이지 않고, 오히려 몇
번이나 만나보았다는 것처럼 친하게 구는 것을 보아하면 이미 마녀 사냥 은 진작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 결정적인 증거로는 피날렛이 이 곳까지 오는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 다는 것.
마녀 사냥꾼이 마녀에게 은신처를 들켰는데 살려두었다?
이건 결코 평범한 사연이 아니다.
“제게 이 팔찌를 선물해 주었던 그 녀가 사라졌습니다. 오랜 시간 절망 했지만, 정신을 차리고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원인을 확실하게 알겠 더군요.”
“……그녀가 마녀 사냥꾼에게 살해 당했다, 그런 것인가?”
“예. 그래서 저는 모든 마녀 사냥 꾼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직 접 목을 도려내기 위해서.”
“자, 잠깐! 너 말야, 그런 얘기는 없었잖아!”
피날렛이 당황하여 무어라 말하려 고 했으나 산발 머리의 여인이 고개 를 푹 숙이더니 헛웃음을 쳤다.
“하.”
그러자 피날렛은 겁을 지레 먹고서 뒤쪽 100m 멀리까지 물러나 나무 기둥 뒤로 숨었다.
애당초 그녀를 신경 쓴 적도 없는 백유설은 표정을 일부러 구겼다.
“뭐가 그리 우습죠? 저는 이미 마 녀 사냥꾼을 셋이나 살해했습니다. 당신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설정에 숫자까지 더하니 뭔가 조금 더 디테일하고 진짜 같아 보인다.
실제로 마녀 사냥꾼을 죽였던 적은 있지만 셋이나 죽이지는 않았다.
‘거짓말에 생동감을 더하려면 약간 의 과장은 필수.’
휘이잉……!!
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하늘을 모두 가릴듯 드높게 자라난 나무가 흔들 렸다. 여인은 입을 다문 채 다크서클 이 짙에 내리깔린 눈으로 백유설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대뜸 말했다.
“……그러했군. 마녀의 냄새가 짙 게 난다고 했더니, 그런 사연이 있 올 줄이야.”
여인이 그리 말한 뒤 천천히 하늘 을 올려다 보자, 그 순간 백유설은 전신을 관통하는 오싹한 감각을 느 낄 수 있었다.
‘이, 건……!,
움찔!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어마어 마한 마나가 일대를 스쳐 지나간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경지인지 감조 차 잡히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마나 가 이 숲 전체를 두르고 있던 것!
순간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가 노랗 게 변질되고, 연보랏빛으로 화하더 니 다시금 푸른색으로 돌아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백유설은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정말로 만약에, 그녀와 목숨을 걸 고 싸웠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못이겨.’
마녀 사냥꾼은 애당초 규격 외의 존재들.
그들은 아이테르 월드에서도 이레귤 러나 다름없는 강자였기에 그 힘을 예측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단, 그 힘을 마녀 사냥에만 써야만 한다는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지금까지 꽤 많은 마녀 사 냥꾼이 ‘마녀 人]•냥’이라는 명목으로 일반인과 마법사를 얼마나 무수히도 죽여왔는지를 생각하면, 가히 아이 테르 월드의 해악과도 같은 존재라 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눈앞의 저 여인은, 그 일을 완전히 포기한 것 같지만.
“긴장할 것 없다. 네가 나를 해치 고자 하더라도, 나는 너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어째서죠?”
그제야 여인은 비로소 미소를 ス】었다
“네가 나와 같은 사명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드디어 원하는 대답을 얻었다. 백 유설은 억지로 위협하려는 듯한 경 계 태세를 빠르게 해제했다. 혹여나 공격이라도 받으면 진짜 죽을 것 같 아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굳이 더
이상 위협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 이었다.
“당신은 마녀 사냥꾼의 사명을 포 기했군요.”
“그래. 덕분에 아무것도 할 수 없 는 반송장 신세가 되었지만, 그래도 숲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살 아갈 수 있게 되었지. 이름은?”
“백유설 입니다.”
“옛적에 내가 쓰던 이름은 시클렌 이다. 편하게 부르도록.”
시클렌은 그리 말하며 자신의 대저 택으로 돌아갔다. 숲 한복판에 떡하 니 세워져 있기에는 참으로 어울리
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그럭저럭 동 화에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였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그 기묘한 저택의 위용은 오 히려 아름답다고 해야만 할까.
‘저자가 옛 마녀 사냥꾼…….’
사실상 대화가 통하는 몇 안 되는 마녀 사냥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녀는 아주 오래전부터 마녀를 사 냥해왔고, 그 덕분에 마녀들과 관련 된 정보를 아주 많이 알고 있을 터. 어쩌면 스칼렛의 본체에 대한 이야 기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뭐 해. 안 따라오고.”
백유설이 멀뚱멀뚱 서 있자, 대저 택으로 향하던 시클렌이 뒤돌아 말 했다. 그제야 그는 지팡이를 아공간 에 집어넣고서 그녀를 뒤쫓았다.
“나, 나는?!”
“너는 꺼져.”
피날멧에게는 반응이 냉정하다. 그 러나 꺼지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피 날렛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백유설 의 뒤에 착 달라붙어서 쫓아왔다.
마녀가 마녀 사냥꾼의 은신처에 들 어가려고 하다니.
겁도 없는 모양이다.
대저택의 내부는 넝쿨이 자란 대저 택의 외형답게 싸늘하고 공허했다.
가구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였으며 간혹 세워져 있는 석상들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의미불명의 액 자 속 그림들이 마치 이곳을 쳐다보 는 것 같아서 공포스러웠다.
그녀는 백유설을 데리고서 비척비 척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처럼 걷더 니 복도 끝에 있는 방문을 열고 들 어섰다. 내심 접대실을 기대했던 백 유설은 뜬금없이 침실이 나타나자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저기…… 여기는?”
“그쪽에 앉아서 잠깐 쉬고 있어….”
그러고서는 침대에 풀썩 쓰러지듯 누워 버리는 시클렌.
“저기요……?”
대답이 없다.
“저기..?”
아무래도 잠든 모양이다.
세상에 이렇게 황당한 접대는 또 처음 받아보는 백유설이었다.
* * *
결국 진짜로 잠들어버린 시클렌을 억지로 깨울 수도 없었기에 백유설 은 대저택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볼 것도 없는 곳이었으나 깨 진 창문 사이로 은은하게 햇살이 새 어 들어오는 게 아름다워서 마음까 지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1분 1 초가 급해서 당장에라도 시클렌을 깨우고 싶었으나, 참는다.
그녀가 자신에게 호의적일 때 인내 의 시간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넌 어쩌다 마녀와 친하게 지내게 된 거야?”
그런 백유설을 졸졸 쫓아다니며 피 날렛이 이것저것 질문을 던져댔다.
“어떤 만남이든 우연으로 시작되는 법이죠.”
“너는 그 마녀와 찐~한 연인 관계 였겠지? 이 누나는 딱 보면 알거든.”
“인연이 깊은 관계였죠.”
“얼마나 사랑했어?”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아서 감 히 측정하는 게 무례입니다.”
어떤 질문을 하든 백유설이 애매모
호하게 대답하는 탓에 금세 재미가 없어졌는지 피날렛이 툴툴댔다.
“헹, 됐다 그래.”
그대로 대화가 끝나나 싶었지만 아 무 말도 하지 않고 있기에는 심심했 는지 본인이 먼저 이야기를 하기 시 작했다.
“뭐어, 근데. 보아하니 너도 시클렌 과 똑같은 케이스인 것 같네.”
피날렛은 창밖을 바라보며 걸었다.
본인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지만 별 로 즐겁거나 재미있는 얘기는 아닌 지 표정이 밝지는 않았다.
“시클렌도 마녀를 사랑했거든. 웃
기지 않아? 왜 하필이면 사랑에 빠 진 상대가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사 명의 적수인 걸까.”
잠시 침묵하던 백유설은 피식 웃으 며 말했다.
“오히려 그런 상대이기 때문에 사 랑에 빠지는 게 아닐까요?”
“오오, 역시 너도 그랬어? 마녀 사 냥꾼 출신이라든지.”
“아닙니다.”
“쳇. 재미없긴.”
피날렛은 툴툴대면서도 말했다.
“그래도 뭐, 어쨌든 너랑 비슷한 처지인 거 같으니까 시클렌을 너무 미워하지는 마. 의외로 대화가 통할 수도 있잖아?”
딱히 미워할 생각은 없다.
적대하는 시늉만 좀 했을 뿐.
“원체 미움받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 지라 지금은 이렇게 도망쳐서 살고 있지만, 뭐 인간들을 너무 좋아해서 마녀 사냥의 사명도 제대로 완수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했으니…… 응?”
시클렌의 이야기를 떠벌떠벌 떠들 어대던 피날렛은 눈을 찡그리더니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냐?”
“타는 냄새?”
그 말에 백유설은 냄새를 맡아보았 지만 별로 그런 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그는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 았는데, 그곳에서 거뭇거뭇한 구름 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표정을 딱 딱하게 굳히고 말았다.
구름이 아니다.
저건 연기였다.
숲이 타오르면서 나는 연기.
“뭐, 뭐야. 갑자기…….”
백유설은 창밖으로 가볍게 뛰어내
리며 점멸을 사용하여 대저택의 지 붕 위로 올라섰다.
직박구리 안경의 확대 기능에 더하 여 초인적인 시력을 사용하자,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무리가 시야 에 확 들어왔다.
와아아아!!
불태워라! 전부 불태워!
마녀를 죽여라!!
마녀를 죽여라!!
잔잔한 잡음처럼 귓가에 들려오는 사람들의 고함 소리. 백유설은 무심 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언제 깨어났는지, 아까와 똑같은 행색의 시클렌이 다크서클 짙게 내려앉은 눈으로 숲을 바라보 고 있었다.
“……간만에 반가운 손님이 왔는 데, 별로 좋지 못한 꼴을 보이겠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백유설이 침착하게 묻자 시클렌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긴. ‘마녀사냥’이지. 숲에 기분 나쁜 미친년이 살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을 거야.”
“마녀 사냥……?”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진 백유설은 다시금 숲을 바라보았다.
시클렌의 마법으로 인해 숲에 함부 로 들어올 수 없었던 인간들은 숲을 모조리 불태우는 선택을 한 것일까.
‘마녀사냥이라니.’
다른 누구도 아니고, 마녀 사냥꾼 을 마녀사냥하겠다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황당무개 한 일이란 말인가.
“다 우리의 업보 아니겠나. 마녀사 냥을 하겠다며 나의 동족들이 해왔 던 짓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마녀를 매달 아서 화형하고 마녀를 사냥하기 위 해 마을 하나를 통째로 소멸시키고, 마녀를 사냥하기 위해 애꿎은 여인 들을 희생하고 살해하고 죽이고 사 악한 이미지를 뒤집어씌우고.
“이제는 기분 나쁜 여자만 보이면 죄다 ‘마녀’라는 이명을 받는다던가. 참으로 마녀 사냥꾼에게는 쉬워진 세상이 되었어.”
다만, 더 이상 세상에 마녀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지만.
시클렌은 씁쓸하게 웃으며 백유설 을 바라보았다.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네. 나는 오늘 불태워질 것 같거든.”
마녀 사냥꾼은 마녀가 아닌 일반인 을 상대로는 함부로 힘을 사용할 수 없다.
무수히 많은 마녀 사냥꾼이 마녀를 가려낸다는 명목으로 일반인을 학살 해왔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이유 없 이 힘을 썼다가는 그대로 영원한 고 통의 지옥으로 끌려가게 된다는 것 이다.
도망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즉, 오늘 시클렌은 자포자기한 채 로 죽을 생각인 것이다.
모르는 사람을 저만한 인원에게서 구해내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겠 으나, 이타심의 문제가 아닌 당장 스칼렛의 정보를 얻어내는 게 급선 무였기에 백유설은 한숨을 내쉬면서 지팡이를 들었다.
“제가 대화를 시도해 보죠.”
“쉽지 않을걸?”
“안 되면 뭐…….”
그는 지팡이로 머리를 긁적이며 말 했다.
“죄다 줘패면 알아서 말 듣겠죠.”
안 그래도 시간 없는데, 이럴 땐 폭 력행사가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