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31
135화. 다시 돌아온 여름방학 (3)
호텔 로비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진지한 눈빛을 지우지 않았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꺾을 때보다 기분 좋은 게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 [무슨 …]”
기름진 머리의 남자애 뒤에 있던 까까머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입이 아주 근질근질해 보인다.
결국 그는, 욕망을 참지 못했다.
“나아니이이이잇!”
호텔 로비에, 촐싹대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립을 알고 있던 애들은 그만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웃음소리에, 남자애는 결국 치욕스럽단 표정을 떠올렸다.
나는 얼굴이 울긋불긋 변해가는 얼굴에 대고 다시금 물었다.
“[너 곡 뭐하냐?]”
이번 대회는, 참가자들의 성향을 파악할 시간 따위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물었다.
대답해줄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궁금해서 물었다.
“[…이다.]”
하지만 내 예상을 넘어 그는, 연주할 곡을 솔직하게 대답했다.
… 역시 일본 쪽 곡이구나.
내가 알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일본 기타리스트가 한국보단 훨씬 더 뛰어나지. 사람도, 곡도 말이다.]”
나는 개소리를 듣자마자 대충 뻐큐를 날렸다.
동시에 주먹을 쥐며, 내지르는 듯한 시늉을 했다.
움찔-!
남자애의 몸이 떨렸다.
쫄았네.
원래 입을 털 때는 처맞을 각오를 하고 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건 그냥 ‘겉멋’일 뿐이다.
“자신감이 넘치네. 아주 마음에 들어. 그 곡 한국에서도 꽤 유명해.”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기타쟁이들이 자주 카피했었던 곡이었다.
물론 나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씨익, 썩소를 내비쳤다.
이목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언행을 일삼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대개, 사석에서 더더욱 말조심을 하는 법이다.
근데 얘는 어째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자신감을 가장한 자만감으로, 남을 깔아뭉개려는 타입인 것 같다.
자만감을 ‘엔터테인먼트’로서 취급하는 게 아니라면, 그건 자신을 집어삼킬 뿐이다.
과연 얘는, 자만감에 잡아먹혔을까?
“난 딱히 일본이 뛰어나니 한국이 뛰어나니 따질 생각이 없어.”
옆에서 번역가를 자처하며 열일하는 일본 여자애.
외국어는 잘 못 해도 아주 당당한 모습이다.
이게 진짜 자신감이지.
“근데 확실한 건, 내가 너보다는 잘 친다는 거다.”
겉멋이 번드르르하던 얼굴이 다시금 찌푸려졌다.
“[하, 기대하지.]”
떡진 머리 남자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저 가오에 지배당한 대사만을 날린 후, 엘리베이터 쪽으로 도망치듯 걸어갔다.
기분이 참 색다르기 그지없네.
나는 그들에게 짧게 엿을 날린 후,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
“우와…”
상황이 끝나자, 여자애들이 하나같이 한숨을 토해냈다.
“김수재 은근 외국어 잘하네 …”
“내가 영어 점수는 좀 높아.”
“일본어는 애니 봐서 잘하는 거고?”
“응 아니야.”
케이온 한 번 추천해 줬다고 계속 씹덕으로 몰리고 있다.
억울하다 …
미칠 듯이 억울하다!
“그래도 좀 든든했어~ 은근히~”
“에헴.”
“그런 반응 좀 안 하면 안 돼?”
“맞아맞아.”
“몸에 배서 그게 안 됨.”
나도 그냥 겉멋 든 척 연기나 하고 다닐까?
그러면 인기가 좀 많아지지 않을까?
쓸데없는 생각이었다.
“괜찮아 …?”
“괜찮아.”
오늘도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소이.
뭐, 주먹이 오간 것도 아니고. 그냥 견제 비스무리한 걸 나눈 것뿐인데.
이런 표정을 짓게 만들어서 내가 더 미안하다.
“조금 멋있었어…”
나는 툭툭,
소이의 머리를 두들겼다.
오늘도 앞머리가 아주 반듯했다.
역시 소이밖에 없어…!
“어으….”
핸드폰을 잡고 있던 윤수빈이 숨을 흠칫, 삼켰다.
또 인스타 염탐하는 건가?
그 사이에?
하지만 윤수빈의 인스타 염탐은, 오늘만큼은 아주 유익했다.
“이거 봐봐.”
“뭔데?”
“뭔데?”
작은 화면에 여섯의 시선이 쏠린다.
그것은 …
“….”
방금 봤던, 떡진 머리 남자애의 인스타였다.
“실물이랑 완전 다른데?”
“으어 … 극혐.”
“….”
“와, 방금 올라온 게시글 봐봐.”
… Google 번역 : 짓눌러주마.
뭔가,
오글거린다.
오글거려서 죽을 것 같다!
“으아아아아! 소름 돋아!”
“팔로워는 왜 또 많아?”
팔로워가 상당히 많다.
17k라…
거의 준 셀럽 수준이다.
나도 오랜만에 인스타를 켰다.
유튜브 커뮤니티는 자주 확인해도, 인스타는 잘 확인을 안 한다.
업로드가 귀찮기도 귀찮거니와, 인스타는 유튜브보다 댓글이 잘 안 달리기 때문이었다.
“어?”
사진을 몇 개 올리지도 않았는데, 인스타 팔로워가 거의 하민서와 비슷해졌다.
하민서는 25k, 나는 20k다.
‘겨울 숲의 노래’를 올리고 나서 확 뛴 거 같은데 … 거의 다 외국인들인 듯했다.
“김수재가 더 많은데!?”
“이겼당~”
이긴 건가 …?
별로 기쁘지가 않아….
“댓글 김수재 보고 큐트래.”
“큐트큐트.”
“으엑.”
댓글을 하나하나 읽으며 공개처형을 시작하는 여자애들.
나는 ‘아아아아아’하고 귀를 두들기며, 잡아둔 방으로 향했다.
“우리 씻을 거니까 볼일 있으면 카톡 해.”
“어 그래 열심히 씻어라.”
“뭔가 좀 방금 변태 같앴어. 그치 소이야?”
“… 응?”
어쩌라는 거야.
나는 호텔 방문을 열었다.
원래라면 혁오와 도현이와 같이 썼어야 할 곳이지만 …
오늘은 나 혼자 쓰게 됐다.
쓸쓸한 마음에 도현이, 혁오에게 카톡을 보내본다.
돌아온 대답은,
–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였다.
헌팅에 실패한 모양이다.
내일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나 기대된다.
나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서 일정을 머릿속에 그렸다.
지금은 에어컨 때문에 시원하지만, 내일은 푹푹 찔 거다.
푹푹 찔 테니까 뭔가 짜릿하면서도 화끈한 곡을 치고 싶다.
대회 하루 전에 연주곡을 정하는 게 참 레전드이긴 하지만,
“… 그 곡이 참 좋은데 말이야.”
떡진 머리 남자애가 치겠다고 예고한 곡.
나도 참 좋아한다.
근데 뭐 선수를 뺏겼으니 그냥 준비해 온 거나 칠 수밖에…
음 …
음?
“그냥 치면 되는 거 아닌가?”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같은 곡 치지 말란 규정은 없는데?
나는 곧바로 기타를 꺼내어 연주를 대충 후려 보았다.
예전 감각이 그대로 살아났다.
하긴 뭐, 그렇게 많이 쳐댔는데 잊어버리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나는 내친김에 BGM도 찾고, 캐리어에 넣어온 노트북에 기타를 연결해서 톤을 만졌다.
짜릿한 감각이, 온몸을 덮쳤다.
시원하기도 하며, 화끈하기도 했다.
참 가슴이 뜨거워지는 곡이다.
-카아아앙!
작디작은 노트북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킹 하모닉스.
그리고 이어지는, 나만의 ‘별종’ 하모닉스.
진짜 별거 아닌 기술이긴 한데, 이걸 처음 발견했을 때 진짜 손발이 막 떨렸었다.
근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긴 있더라.
신 기술을 개발한 건 줄 알았는데.
당시의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음 …”
나는 다시 하여금 별종 하모닉스를 섞어가며 연주를 시작했다.
뭐, 나만의 기술이라곤 해도, 사용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이 곡에만 어떻게든 쑤셔 박아 그럴듯하게 만들어 둔것뿐.
이 기술은 …
카아아아앙-!
피킹 하모닉스의 속도를 올릴 수 있다.
옥타버 없이도, 훌륭하게 빠른 배음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나는 한참을 연주에 집중했다.
시간은 훌쩍 한 시간이나 지나 버렸다.
똑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들겼다.
소이였다.
“안에 더워? 직원분들한테 말해줄까?”
“응? 아니아니.”
연주하느라 체온이 올라갔나 보다.
나는 이마에 흐르던 땀을 훔쳤다.
“뭐 하고 있었어?”
“그냥 내일 곡 좀 체크하느라고.”
“아하…”
소이의 왼손에는 기타가, 오른손에는 검정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연주 좀 봐줄까?”
“응! 근데 괜찮아…? 연습 방해한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소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내 방에 들어왔다.
“다른 애들은 야식 사러 갔어. 같이 먹자.”
“오~”
또 먹는 건가?
아직도 목구멍에서 국밥 냄새가 올라오고 있는데.
먹성이 대단들 하구만.
소이는 봉다리에 들어 있던 음료수와 컵을 꺼내놓았다.
“그럼 한번 봅시다.”
“바, 바로?”
“자.”
그리고, 케이블을 받아들며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연주는 상당히 괜찮았다.
“거기서 조금 더 왼손을 강하게 떨면 ….”
어느새 분위기는 개인레슨처럼 변했다.
이 기세면 막 소이도 2등 하는 거 아닌가?
내 일은 아니지만, 상상만으로 기분이 되게 좋아진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
이게 바로 선생의 마음일 듯했다.
“… 수재야.”
“응?”
손을 멈춘 소이가, 시선을 맞추며 나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그 … 대회 끝나면 있잖아.”
“응.”
“같이 … 영화 볼래?”
“….”
머릿속에서 수많은 계산이 오갔다.
여태까지 ‘고백 각’인가 싶었던 소이의 제안은, 항상 내 예상을 빗나갈 뿐이었다.
이번에도 아마 다른 애들이랑 같이 보자는 거겠지.
이제는 안 속는다.
나는 오늘도, 당당하게.
“그래.”
라고 대답했다.
“…!”
“…?”
소이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그리고 곧바로,
“응! 영화표 두 개 예약해 놓을게!”
예상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 어?
두 개라고?
왜?
정적은,
벌컥-!
이번에도 문이 열리며 깨졌다.
“밥 묵자!”
“밥 묵자!”
애들이 들이닥쳤다.
손에 잔뜩 들린 야식은 과연 ‘저게 다 들어갈까?’ 의문이 들 정도의 양이었다.
의문은 곧바로 해소되었다.
“아 못 먹겠다.”
“거억~”
못 먹을 거면서 진짜 많이도 사왔네.
여름이라 엄청 빨리 상할 거 같은데.
냉장고 작던데.
나는 꾸역꾸역, 잔반 처리반을 자처했다.
그리고 나서,
“너희 이거 할 줄 알아?”
내가 예전부터 구상해둔,
딱히 쓸 일이 없어서 묻어 두었던 기술을 선보였다.
“뭔데?”
“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여자애들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성예린’이랑 ‘최유진’은,
“… 어어어?”
“뭐야?! 어떻게 했어!?”
목청을 내지르며, 눈을 땡그랗게 떴다.
반응이 은근 좋네…
왜 좋지?
… 한번 써볼까?
다음날,
부산의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호텔 조식을 스킵하고, 곧바로 대회가 열리는 부산 문화회관으로 향했다.
바다 도시의 아침 뷰를 감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우와 ….”
“딥따 크다…”
화려하면서도 권위적인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제 봤던 일본인들이랑 동선이 겹쳐서 은근 짜증이 났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팬’들이 우리를 맞아주었기 때문이다!
“우와아아아아 빨기좌다!”
“빨기좌 나 왔어!”
일본인들의 얼굴에 경악이 물든다.
광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 ‘전부’가, 소리를 질러대고 있어서였다.
“빨기좌 화이팅!”
“빨기좌! 빨기좌!”
음압감,
압박감.
저들은 과연, 이런 사람들을 상대해 본 적이 있을까?
이런 사람들을 앞에 두고 기타를 쳐본 적이 있을까?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일본인들에게
싱긋,
미소를 보냈다.
그러자,
“쟈들이가!”
팬들의 시선이 일본인들에게 옮겨갔다.
“쟈들이 댓글창 테러했나?”
“마악! 얼굴 좀 보소!”
뭔가 …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댓글창?
테러?
자고 있던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