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78
뭔가 대단한 생일파티 (2)
생일파티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게 있지 않은가.
안면으로 날아오는 빵집 케익과, 광기와 주먹으로 점철된 생일빵.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받아드는 생일 선물.
예상치 못한 상대에게서 받는 소소한 기프티콘 등등 ···
난 인간관계 자체가 좁은 편이라 생일파티 같은 걸 벌여본 적이 거의 없다.
기프티콘도 별로 못 받아봤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광경 앞에서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 우리가 여깄어도 되는 거냐?”
“몰라 ···”
“쩐다 ···”
감탄이 여러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호텔의 파티룸을 빌려도 나름 부티나는 생일 파티겠지.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부’의 정도를 넘어섰다.
이건 ··· 이건.
‘뷔페’다.
그냥 뷔페가 아니라 호텔 뷔페.
그냥 호텔 뷔페가 아니라 ‘전세’ 낸 호텔뷔페.
음식점을 돌고, 케익을 먹고, 노래방만 가도 고등학생으로선 꽤 괜찮은 생파인데.
초등학생 기준으론 롯데리아 전세 생일파티가 재력 자랑 끝판왕이고.
근데 ··· 이게 ··· 말이 되긴 하는 건가?
마치 재벌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
고급스레 차려입은 수 십 명의 객들이, 손에 샴페인을 들고 담소를 나눈다.
다들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구만.
레스토랑의 가운데를 기점으로는 간이 벽이 쳐져 있었다.
생일 파티를 한 장소에서 두 명이 한다더니.
그것 때문인 듯 하다.
“뭔가 대단함.”
“뭔가 일어나고 있음.”
우리는 분위기에 압도됨과 동시에 늘어선 음식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우선 먹자. 배고프다.”
“콜.”
“미친 거 아냐? 소이한테 먼저 가야지.”
이마가 넓은 소이 절친 윤수빈이 흥, 콧김을 뿜는다.
맞는 말이지 뭐.
아무리 음식이 앞에 있다고 해도 ···
“김수잰 벌써 먹는데?”
“야!”
짝-!
윤수빈이 내 등짝을 두들긴다.
사실 쳐맞는 말이었다.
나는 접시를 빈 테이블에 적당히 내려놓고, 소이를 찾았다.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확장차 ···”
“그게 과연 ···.”
“숙부님은 제 성격 ···”
“···.”
어른들의 말을 훔쳐 들어봐도 내용이 감이 안 잡힌다.
오고 가는 이야기들이 흔한 잡담이 아니었다.
재벌집 명절날은 이런 분위기가 아닐까?
소이네집은 재벌인 걸까?
저번에 소이 아버지에게 듣기로는, 원래 돈이 좀 있던 집안 같던데.
“소이야아!”
“소이 너무 예쁘다!”
윤수빈이랑 최유진이 소이에게 달려간다.
나는 가져온 앰프를 구석에 놓아두며 손을 흔들었다.
“아, 안녕···”
부끄러운 듯이 푸욱, 고개를 숙이는 소이.
평소에도 반듯하던 앞머리가 오늘따라 더욱 반듯한 거 같다.
미용실 다녀왔나 보다.
뭔가 차림새가 평소와는 달랐다.
대학 새내기 같은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고 있다.
어른 스러운 느낌은 ··· 애석하게도 안 든다.
역시 귀엽다.
“와줘서 고마워 ···”
“에이 뭘.”
난 입가에 묻은 양념을 슥, 닦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손님 진짜 많다··· 다른 세상 온 거 같아···.”
“이 사람들 누구야···?”
“다 친척이야 ···”
친척 온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지.
“··· 친척?”
“원래 사촌이랑 생일파티 같이하거든 ···”
“와 개신기해! 사촌이랑 생일이 같아?”
별일이 다 있네.
“응 ··· 예전부터 같이 했는데 ···”
소이는 당황스러운 눈빛을 띄우며 호텔 레스토랑을 가르는 벽을 응시했다.
“무슨 일 있어?”
나는 곧바로 물었다.
“아 ··· 그게··· 우선···”
가느다란 검지가, 음식이 놓여있는 롱 테이블을 가리킨다.
우리는 우선 배부터 채우기로 했다.
소이는 우리가 오기 전까지 친척들이랑 인사를 끝마쳐둔 모양이다.
이리저리 불려다니느라 밥을 못 먹은 거 같다.
나는 간장에 졸여진 닭다리를 왕창 퍼담았다.
“쯧쯧. 소고기를 먹어야지.”
혁오가 혀를 찬다.
“아.”
“김수재 개손해.”
“이게 백치미인가 그거냐?”
“돌려놓으면 안 되겠지?”
“아 제발 ···”
소고기를 자주 먹어봤어야 알지.
무의식적으로 닭고기에 손이 가는 게 딱 서민의 마인드라는 건가?
“흐흐흡···”
소이가 시무룩해하는 나를 보며 웃는다.
“··· 넌 내 동지구나.”
“뭐야 기분 나빠···”
나는 최유진의 접시를 보며 번뇌를 억눌렀다.
혼자 손해 보는 것보단 같이 손해보는 게 더 낫지. 암.
우리는 레스토랑의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나, 도현이, 얼떨결에 따라온 혁오, 윤수빈, 최유진.
가장 먼저 호텔에 도착한 멤버들은 이랬다.
성예린은 좀 이따가 온단다.
“개맛있네 ···”
“나 호텔 요리 처음 먹어봐···”
음식을 우객대는 우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소이.
그리고··· 이방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우리를 힐끔거리는 소이네 친척들.
간이벽을 넘나들며 우당탕탕 뛰어다니는 꼬맹이들.
참 요란하기 그지없는 광경이다.
“··· 근데 저건 왜 있어? 친척이라며?”
최유진이 아까부터 시선을 강탈하던 생뚱맞은 벽을 가리켰다.
“···.”
소이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예전부터 같이 생일파티 했다면서.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척들이 모이게 된 것 같고.
근데 왜··· 벽을 세워놨을까.
서로 축하해 주면 어디 덧나나?
“몇 달 전부터 윤서가 갑자기 날 피해서···. 결국 파티 따로 하기로 했어.”
“윤서?”
“응. 한 살 아래 사촌 동생.”
사이가 얼마나 안 좋길래.
“그렇게 안 좋아?”
“···.”
소이는 고개를 푸욱 숙이며 나에게 핸드폰을 살짝 비추어 보였다.
오 ···
소이가 카톡을 보낼 때마다 날짜가 바뀌어 있다.
1은 사라졌지만, 답장은 없었다.
이른바 읽씹이다.
짠하다.
불쌍하다 ···
불쌍한 소이.
“와 ··· 대박 ···”
“왜 이런대?”
여자애들이 서로 인상을 찌푸리며 소이를 다독였다.
“그게 ···”
소이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집안에서 다툼이 있었고,
그럼에도 소이와 소이 사촌은 쭉 잘 지내다가,
3월 말 즈음부터 연락이 뚝 끊겼다.
3월 말이라 ···
3월··· 말?
어?
“어머~ 친구들왔구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이 어머니였다.
““안녕하세요!””
꾸벅, 고개를 숙이는 아이들.
“많이 먹고! 연주도 잘 듣고 가!”
“··· 연주요?”
“어머, 못 들었니? 매년 하는 건데? 아줌마 친구들이랑, 친척들이랑 같이 축하 공연하는 거야.”
소이 어머니의 왼손에는 바이올린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
‘아줌마 친구들’이라고 친근하게 말하긴 했지만, 아마 평범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부잣집 생일파티는 클라스가 다르네.
한 사람을 위해서 연주회를 다 열어주는구나 ···
와우.
“수재야.”
“··· 네?”
“밥 다 먹고··· 알지?”
소이엄마는 찡긋, 윙크를 날리셨다.
소이를 위한 연주.
부잣집 클라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연주.
되게 높아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는 연주.
그걸, 나도 해야 한다.
뭔가 … 일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혹시··· 서병훈 피아니스트도 오셨어요?”
“아.”
소이 어머니의 얼굴이, 아주 살짝 굳었다.
“그건 저쪽~”
“···아.”
나도 같이 굳었다.
아니었구나.
방금 전의 ‘아’ 한 마디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생일파티.
두 사람의 생일파티.
그리고, 혈연끼리의 싸움.
배경정보를 습득하니, 레스토랑 내의 ‘기류’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
나는 큐브 스테이크를 포크로 집어먹던 소이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 좀 불쌍하다.
생일이면 자기가 주인공이잖아.
정작 주인공 소이는 파티의 중심에서 비껴나가 있었다.
“··· 괜찮아?”
“응? 왜?”
“아니 그냥.”
소이는 나의 소매를 잡았다.
그리고서···
“수재는 괜찮아?”
되물었다.
“어.. 왜?”
“갑자기 연주 부탁한 거 같아서 ···”
“에이, 아니야.”
생일을 맞이한 친구를 위한 기타연주.
뭐, 나라고 연주만 덜렁 준비해 온 건 아니다.
동생을 조르고 졸라서 생일 선물도 같이 골라 왔다.
1살 차이니까 감성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 여친이야? 여친이지? 왜 그거 사줘? 왜? 왜?
세연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메아리친다.
진짜 개때리고싶네.
“충분히 기대해도 좋아.”
“··· 응!”
우리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먹었다.
중간중간 생일 축하한다며, 용돈 내미는 소이 친척들 구경도 하고.
아재들의 박진감 넘치는 주식 얘기도 엿듣고.
보통 선물이 없으면 상품권 같은 걸로 때우지 않나?
··· 100만 원 짜리 수표를 텅텅 내주는 건 생전 처음 봤다.
“어?”
이름모를 중년이 소이에게 선물을 건네며 나를 바라본다.
“소이 친구였구나? 잘 봤다~”
툭툭, 내 어깨를 두들기더니, 아재는 실실대며 자리를 떠났다.
“··· 아는 분이야?”
“아니?”
“저 사람도 유튜브 본 건가?”
“이열~”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기분 개좋네.
평소에 락 같은 거 들으시나 보다.
“아 ···”
아이스크림을 할짝이던 소이가, 툭, 스푼을 내려놓는다.
소이가 보는 방향으로, 모두가 고개를 돌린다.
··· 소이랑 이목구비가 비슷한 여자애가, 레스토랑에서 빠져나간다.
키가 작다.
근데 옷이 어른스러워서 마치 부모님 장롱에서 꺼내 입은 듯한 느낌이 났다.
쟤구나.
소이랑 사이 안 좋다는 애.
소이가 벌떡 일어나 사촌을 따라간다.
나도 같이 일어났다.
“어디가!?”
“미행.”
마음이 찜찜했다.
3월 말부터 갑자기 사이가 안 좋아지다니.
··· 뭐랄까.
내가 소이엄마와 음악배틀을 벌일 때와, 시기가 비슷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신경 쓰였다.
한적한 호텔의 화장실 앞.
멋드러진 차림을 한 두 소녀가, 서로에게 강렬한 시선을 보낸다.
난 그 모습을 멀뚱히 지켜보았다.
“얼굴색 좋네?”
“···.”
“바이올린 그만둬서 그렇겠지.”
“··· 갑자기 왜 그래 윤서야···”
소이는 친척에게 손을 앞으로 했다.
다만, 그 손이,
또다른 손에 맞닿을 수는 없었다.
짜악-!
뿌리쳐지는 소이의 손.
하얀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른다.
··· 존나 살벌하다.
“아주 살판났더라? 기타 대회 같은 것도 나간다며?”
“그건 원래 ···”
“기타 취미라며.”
“···.”
알 수 없는 내용의 대화들.
갑자기 벌어지는 갈등.
“나 솔직히 언니보고 클래식 시작했거든? 근데 갑자기 클래식을 버리네? 진짜 실망했어 ···”
“그건 내가 설명했잖아···.”
“됐어.”
“··· 부모님 때문에 그러는 거야?”
“··· 뭐?”
독기가, 눈에 담긴다.
중3의 눈빛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잘 났네~ 좋은 부모 둬서.”
“왜 그래 ···”
“아까 보니까 친구들 잔뜩 데려왔더라? 안 창피해?”
탈룰라까지 시전한다.
저 나이에 뭐가 저렇게 쌓인 게 많냐.
하민서랑 서자돌림이네.
동생이라 해도 믿겠다.
“안 창피해. 전혀.”
“··· 그래?”
“응.”
뭔가··· 뭔가.
감동적이다.
역시 소이밖에 없어···!
살짝 눈물이 나려 했다.
“쟤네 무슨 대화 하냐?”
“어우 ! 씹!”
나는 꽥, 소리를 지르며 숨어있던 복도 코너에서 뛰쳐나왔다.
소이와, 소이 사촌의 시선이 나에게 향한다.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진짜 ···
“뭔 사람이 인기척이 없어요?”
“죽을 때가 다 되니까 이렇게 되더라. 왜, 가끔 귀신도 보이고.”
190이 넘는 장신,
피아노 계의 거물.
서병훈이 마른 손을 쓰다듬으면서 괜히 불길한 소리를 내뱉었다.
진짜 귀신인줄 알았네.
어떻게 사람이 옆에 있는데 숨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냐.
“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꾸벅, 두 사람이 싸우다 말고 고개를 숙인다.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싸움을 멈추게 하다니.
거물의 아우라는 참 대단했다.
“너희 사이 안 좋구나?”
“···.”
“···.”
“요컨대, 그거네. 언니가 기타 쳐서 삐진거네.”
“···.”
··· 소이 사촌의 얼굴이 확 달아오른다.
비겁한 팩트였다.
“좋은 날인데 너무 싸우진 말아라. 나중에 돌아보니까 다 부질없더라 ···”
“···.”
반박은 못 하고 인상만 살살 찌푸린다.
소이는 살짝 웃으며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너도 피아노 치잖아? 그래서 나 부른 거고. 참, 김씨 얼굴 봐서 와 봤는데 뭔 파티장 분위기가 이러냐. 먹다가 체했잖아.”
···
그건 그냥 환자라서 그런 거 같은데요.
“너무 기타 싫어하지 말고. 기타도 참 좋다. 나도 내 친구한테 가끔 배워.”
“··· 나숙호선생님한테 배우세요?”
“어~”
소이 사촌은 여전히 표정을 풀지 않았다.
다만,
다만.
암투병중인 서병훈은, 파티 주인의 반응을 요만치도 신경 쓰지 않았다.
“피아노랑 기타랑 우열 가리고 싶다, 뭐 그런 거야?”
“그건 ···”
“안 되겠다. 수재야.”
“··· 네?”
서병훈 피아니스트가 거대한 손을 내 머리 위에 턱, 올린다.
“나랑 음악배틀하자.”
···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