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201)
#201. 공격당한 천사
공항으로 향하는 재인은 묘한 표정이었다. 갱의 부탁으로 치료한 사람 때문이었다.
‘친동생도 아니고 아는 동생을 위해서 나선 거였다니.’
그렇다고 어린 학생을 납치해서 협박한 게 이해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친하게 지낸 동생을 위해서 나섰다는 점이 아주 약간, 티끌만큼 괜찮아 보였다.
“아까 그거 괜찮던데.”
“어떤 거?”
“사슬. 폭주자 묶어 놓은 사슬이 괜찮더라고. 팔라고 하면 팔려나?”
“안 팔 거 같은데.”
“에이. 무기로 쓰면 딱 좋을 거 같은데, 폭주자 묶는 데나 쓰다니. 아까워라.”
미련을 못 버리고 입맛을 다시는 동생에 고개를 저었다.
좋은 무기라면 질릴 만큼 봤을 톱 티어 스트라이커가 욕심내는 무기를 쉽게 팔 리 없었다. 폭주한 동생을 묶어 두면서 효과를 톡톡히 봤으니 더욱 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카밀라의 집을 나선 남자는 재인 일행을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동굴로 안내했다. 그 안에 JX 부스터를 복용하고 폭주한 동생이 있었다. 봉쇄 기능이 있는 쇠사슬에 묶인.
‘각성제 부작용 환자를 여러 명 봤지만, 동굴에 가둬 둔 건 처음이었어.’
치료해 달라던 동생이 각성제 부작용 환자인 것은 놀랍지 않았다. 지역을 주름잡는 갱이 치료하지 못한 환자이니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동생을 가둬 둔 장소가 무척 의외였다. 저택의 별채, 연구소, 지하 벙커를 개조한 격리실 등 전용 격리 시설에서 안전하게 격리된 사람들만 봤던 그에게 동굴은 예상 밖의 장소였다. 격리 시설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혹은 있어도 쉽게 들어갈 수 없거나.
“여유 있게 돌아보면 좋을 텐데, 바로 가서 아쉽네.”
“아쉽긴 해도 이쪽은 위험해서 바로 가는 게 나아. 정 아쉬우면 공항에서 기념품이라도 사 가고.”
“그래야겠다.”
차창 밖으로 화려한 색감의 판초와 가방이 보였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지 알파카 인형도 크기별로 골고루 진열되어 있었다. 알록달록한 판초도 귀여운 알파카 인형도 현서한테 선물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재인이 공항에 도착하면 기념품 가게에 들러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을 때였다. 경호 팀 사이로 바쁜 연락이 오갔다. 공항 진입로를 확인하러 먼저 출발한 경호 팀이 전한 소식 때문이었다.
‘출국이 막혔다고? 일반 터미널만? 왜?’
‘몰라. 1팀이 지금 이유 알아보러 갔대.’
‘전용기 터미널은 괜찮은 거 같아.’
‘이륙 준비해 둬. 공항 도착하자마자 지체하지 않고 출국하게. 그리고 출국을 금지하는 이유가 뭔지도 알아봐.’
경호 팀 분위기가 바뀐 걸 모르고 재인은 핸드폰으로 지역 특산품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재현과 다른 경호 팀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 방법을 정하고 있었다.
* * *
“비행기가 못 뜨고 있다니까! 거짓말 아니야. 지금 공항에 발이 묶였어.”
“여보세요? 아직 출발 못 했어. 기체 결함이라는 사람도 있고 기상 문제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 몰라. 아무 얘기도 없어.”
“네, 네. 지금 호텔로 돌아갈 거예요. 항공편이 취소됐어요.”
“기다리라는 말밖에 못 들었어. 이유? 이유라도 알려 주면 낫겠네.”
“늦을 거 같아요. 언제 도착할지 몰라요. 나오지 마세요.”
경호 팀 1팀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은 북새통이었다. 시끄럽게 통화하는 사람도 많았고, 좌석이 부족해 커다란 짐 가방 위에 주저앉은 사람, 잠든 아이를 안고 기다리는 사람, 항공사 데스크나 안내 센터에 매달려 따지는 사람도 많았다.
‘전용기 출국장은 아직 열려 있으니 지금 오시면 딱 좋겠는데 말이지.’
일반 출국장의 출국을 금지했지만, 전용기 출국장은 그대로 두었다. 전용기를 사용할 힘 있는 누군가를 위해서인 것 같은데, 재인 역시 KH 길드의 전용기를 타고 온 덕분에 시간 안에만 도착하면 출국은 괜찮을 것 같았다.
“갱단이요? 갱단이 많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공항을 왜 건드리겠어요. 여행하는 동안 갱은 본 적 없어요.”
공항을 살피던 1팀 팀원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일부러 시끄러운 라운지를 벗어나 활주로가 보이는 조용한 곳으로 왔는데 다시 시끄러워졌다. 카메라에 대고 뭐라 뭐라 떠드는 사람 때문이었다.
“아까 이유를 물어봤는데 항공기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이상하지 않아요? 이런 경우 보통 문제가 생긴 기체만 점검하잖아요. 전체 항공기를 다 막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래서 혹시 활주로가 이상한가 보러 왔는데, 멀쩡하네요. 이륙 준비하는 비행기도 보이고.”
활주로가 이상한가 보러 온 사람인 모양이었다. 채팅을 읽으면서 질문에 답하는 게 평범한 촬영이 아니라 라이브 방송이었다.
1팀 팀원은 카메라를 든 사람을 피해서 전용기 터미널 쪽으로 움직였다. 공항의 동정은 살펴볼 만큼 살펴봤다. 동료와 합류해서 다음 지시를 기다려야 했다.
“재인 님 곧 도착하신대. 이륙 준비는?”
“다 해 뒀지. 재인 님 도착하셔서 출국 수속만 하시면 돼.”
동료 곁으로 돌아간 팀원은 공항 내부 상황을 보고하기 전에 동료들의 대화를 들었다. 예상대로 사전에 출국 통보를 해 두었기 때문에 전용기를 띄우는 것은 문제없었다.
“왔어? 일반 터미널은 어때?”
“난리야. 갑자기 모든 항공편이 취소됐으니까.”
“이유가 뭐래?”
“시작은 공안이었는데 나중에는 경찰까지 동원돼서 공항을 폐쇄했어. 누구를 찾는 것 같던데.”
“그래?”
공안이 나서서 누군가를 찾는 것 같다는 말에 1팀은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를 떠올렸다. 원래도 범죄율이 높은 나라라 사람을 찾기 위해 출국을 막았다는 말에도 그러려니 했다.
사실 경호 1팀은 재인의 일정에 차질만 생기지 않는다면 누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없었다.
“재인 님 차량 공항에 도착했대. 관제탑에 간 팀원들 돌아오라고 해.”
“알았어.”
미리 공항에 도착해서 출국 준비를 하던 경호 1팀은 기장과 승무원을 보호하는 인원과 관제탑과 공항을 살펴보는 인원으로 나뉘어 있었다. 재인의 차량이 공항에 도착한 상황이라 전부 불러들여야 했다.
“기념품 가게는 못 들리겠다.”
“응?”
“도착하면 바로 출발해야 할 것 같아.”
“무슨 일 있어?”
“수배자가 있는 모양이야. 출국 제한이 걸렸대.”
동생의 말에 재인의 눈에 의아한 빛이 서렸다. 출국 제한이 걸린 것과 자신이 기념품 가게에 들르지 못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 출국 제한 걸린 사람만 검거하면 되지 않나.
의문이 해소되진 않았지만, 재인은 동생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경호에 관한 건 동생에게 맡기기도 했고 이 나라에 관해 잘 모르고 있어서였다. 대응이 다소 과하게 느껴졌으나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았다.
“재인 님 이쪽으로 오세요. 수속 먼저 하세요.”
“네.”
전용기 터미널은 여전히 출국 제한 범위에 들지 않았는지 출국 수속은 어렵지 않았다. 특히 재인 일행은 이 나라에 오래 머물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입국한 직후 전용기 출국 신고를 해 뒀었다. 덕분에 일행이 비행기에 탑승할 때까지 어떤 방해도 없었다.
“이륙이 너무 늦는 거 같은데?”
“그러게 너무 늦는데……. 승무원한테 물어봐야겠다. 형은 하찬이랑 있어.”
“응.”
조종실 근처에 대기 중인 승무원을 향해 가는 재현의 눈빛이 깊어졌다. 아니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짐작이 맞는 것 같았다. 이 나라의 부패한 권력자 누군가가 형의 능력을 탐내는 모양이었다.
‘탐을 낼 걸 탐해야지. 주제도 모르고.’
던전 사태가 벌어졌을 때 호화 요트를 끌고 휴양지로 유명한 섬으로 피신한 대통령이 여전히 집권하고 있는 나라였다.
시민을 지켜야 할 경찰과 군대를 사병처럼 부리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건 대통령뿐 아니었다. 다른 권력자들 역시 부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형이 탄 전용기의 이륙을 막은 건 이런 권력자 중 한 명일 것이다.
“무슨 일이에요?”
“차량이 활주로를 막고 있어요. 지금 기장님이 관제 센터와 연락 중이신데 소용없는 것 같아요.”
“어디에서 나온 차량인지 파악했어요?”
“아니요.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짐작은 가요. 아까 경호 팀에서 공안이랑 경찰을 봤다고 했거든요.”
“아아. 공권력을 제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인간.”
승무원의 말을 들은 재현이 비릿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식으로 권력을 휘둘러서 제 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게 우스웠다.
‘참 우리 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물렁물렁하게 군다고 진짜로 물렁물렁한 사람이 아닌데.’
재인은 전형적인 강한 사람한테는 강하고 약한 사람한테는 약한 타입이었다. 어리고 약한 사람을 상대할 때는 허들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그러웠으나 반대의 경우에는 아니었다. 강압적으로 대하는 상대를 들이받길 망설이지 않는다.
‘형한테 말 안 해도 답을 알 거 같은데.’
권력자가 강제로 형을 데려가서 제멋대로 부리려고 한다고 하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예상됐다. 세상 차가운 표정을 지으면서 치우라고 할 게 뻔했다.
“차 치울 수 있지?”
“어.”
“치우고 가자.”
“어.”
“한국에는 내가 연락할게.”
어. 한 번 더 같은 대답을 한 재현이 경호 팀에 눈짓을 보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는 신호였다.
“크큭! 아, 진짜 형. 그래, 지금까지 형이 너무 친절했지.”
“그리고 우린 너무 얌전했고요.”
“맞아요, 맞아요.”
재현의 혼잣말을 옆에 있던 경호 팀이 받았다. 경호 팀은 조금 흥분한 모습이었다.
“등장 기회가 없어서 서운해하는 걸 어떻게 알았지?”
“화려하게 한판 벌여 볼까.”
“재인 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은 내가 치워 드려야지.”
“자, 자. 그만 떠들고 정리하러 가자고.”
재현과 경호 팀은 승무원 앞에 얌전히 섰다. 어서 비행기 문을 열어 달라고 울망울망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덤이었다.
떨떠름한 건지 멋쩍은 건지 알 수 없는 애매한 표정의 승무원이 열어 준 문으로 재현과 경호 팀원들이 뛰어내렸다.
‘안에서 염력으로 치워도 되는 거 아니었나?’
뛰어내리면서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다시 비행기에 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비행 전 몸풀기 운동은 꼭 필요했다.
* * *
“왜 라이브를 다시 켰냐고요? 지금 공항 분위기가 진짜 이상하거든요.”
카메라에 얼굴을 바짝 붙였던 남자가 몸을 뒤로 물리다 아예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드러난 장면은 다시 봐서 반갑다, 아직도 공항이냐는 말로 도배되던 채팅창이 한순간 얼어붙기 충분한 장면이었다.
“KH? KH가 무슨 회사인지 아는 사람은 알려 주세요. 그 회사 비행기가 좀 전에 이륙하려고 했거든요. 네? 아아! 일반 비행기는 다 취소된 게 맞아요. 저쪽은 프라이빗 제트라 괜찮은 것 같아요. 와우우! 봤어요? 얼음 창이요!”
비행기 쪽에 선 각성자가 수많은 얼음 창을 만들어 내 대치 중인 사람들 발치에 꽂았다. 비행기를 포위하듯 사방으로 넓게 퍼진 상대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각각의 발치에 얼음 창을 선물했다.
“보셨어요? 미끄러진 경찰이요. 경찰이 비행기에 다가가려다가 미끄러졌어요. 혹시 비행기 안에 범죄자가 타고 있는 걸까요?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범죄자가 타고 있을까요? 시청자한테는 그렇게 질문했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행을 오기 전에 조사하면서 경찰과 군이 부패했다는 예시를 많이 접한 그는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도 아무 설명 없이 비행 편을 전부 취소시켜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았나. 더욱이 카메라를 켜기 전부터 활주로를 지켜보던 남자는 경찰들의 행동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어! 비행기 문이 열렸어요. 누가 또 나오려나 봐요. 허어억!”
줌을 가득 당겨 비행기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을 촬영하던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처, 천사? 뭐야! 지금 경찰이 천사를 공격한 거였어?”
충격적인 비주얼을 마주한 남자가 아무렇게나 뱉은 말이 라이브 방송을 타고 사람들 사이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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