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 * *
멀어지는 마차를 보며 소부인이 처진 음색으로 말했다.
“류청은 끝까지 안 왔네요.”
“애들이 뭐 그렇지 않소. 류청이 삐지다니 내 참 어이가 없어서.”
남궁완이 소부인의 손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 팔찌는 조금 과한 것 아니오? 과거에 황족을 구하고 받은 보물이라고 들었소만.”
“······미안해서 그러지요.”
“무엇이?”
“처음에······ 당신이 연이와 류청을 붙이지 말라 했을 때, 제가 했던 생각들이요.”
소부인은 류청이 내공 폐인인 아이에게 관심을 가질 리 없다 여겼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아이의 무공 실력으로 그 아이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더라고요.”
“······.”
남궁완 또한 당시 부인의 태도에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부인이 백리연을 박대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살뜰하게 보살피며 신경썼다.
태도 자체는 흠잡을 것 없었다.
소부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데 저렇게 사랑받으려 애쓰는 아이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사랑받으려 애쓰다니?”
남궁완을 빤히 바라보던 소부인이 픽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소부인이 허전한 손목을 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연이가 며느리가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남궁완이 굳은 채 눈만 깜빡였다.
“그······ 너무 이르지 않소?”
“하지만 생각해 봐요. 연이가 자라서 다른 집안으로 시집을 간다고요.”
“······!”
“백리 대협은 혈연이 이어졌지만 우리는 남이 되어 버린다고요.”
지금도 따지자면 남이었지만 남궁완은 무척 충격 받은 듯 눈을 부릅떴다.
남궁완은 핏줄이 서도록 주먹을 질끈 쥐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연이가······ 연이에게······ 류청이······ 나는······ 나는······ 내 아들이지만······ 조금 아깝지 않소? 다정하고 사려 깊고 집안도 좋은 그런, 그런 아이가······.”
“그래도 류청이 당신과 저 사이에 태어난 아인데 외모는 뛰어나지 않겠어요?”
“그건 당연하지. 그런데 그게 우리 대화와 무슨 상관이 있소?”
“연이가 외모에 무척 약한 것 같더라고요.”
“음?”
“거디가 친부가 백리 대협이신데, 웬만한 외모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지 않겠어요? 집안이야 우리보다 좋은 집안이 어디 있겠어요?”
남궁완이 침음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소부인이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물론 지금은 사이가 좋더라도 커서 어떨지 모르니 조금 두고 보긴 해야지만요.”
“그렇지. 맞는 말이오.”
“연이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아, 그런데 좀 전에 연이가 왜 당신에게 향낭을 준 겁니까?”
남궁완은 자랑하듯이 향낭을 들어 보였다.
“연이가 직접 만든 것이라네.”
소부인이 향낭을 가져가 향을 맡아 보았다.
“마른 계화, 쑥, 백단향······ 모란향도 나네요.”
“그것이 구분이 가오?”
“그럼요. 그럼 이건 모란을 수놓은 걸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겠소?”
향낭을 살펴보는 소부인은 의아한 기색이었다.
남궁완이 물었다.
“왜 그러는 것이오?”
“왠지 두 사람이 만든 것 같네요.
그렇다고 시비나 침모의 도움을 받은 것 같지는 않은데······.”
남궁완이 놀라 말했다.
“그런것도 알 수 있소?”
“당연하지요. 당신도 검격만 보고도 어느 가문인지 알아보시잖아요?”
남궁완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맞소. 연이 말로는······ 크흡, 큭, 그 손을 다쳤을 때 류청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였소.”
“······류청이 자, 자수를 해, 했다고요?”
소부인의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내 둘은 이를 악물고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빨개졌다.
소부인이 향낭의 자수를 조심스레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래서 꽃 부분이 이런 거군요. 꽃 부분을 류청이 하고 연이가 가자와 잎사귀를 한 모양입니다.”
사실은 반대였다.
소부인이 고개를 들었다.
“이건 저 주시지요.”
“무슨 소리요!”
“어차피 당신은 못 쓰지 않습니까?”
“내가 왜 못 쓴단 말이오!”
소부인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야 당신은 제가 만들어 드린 향낭을 쓰셔야죠. 설마······ 제가 만들어 드린 향낭을 버리시는 겁니까?”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소부인이 나붓이 웃었다.
“그럼, 제가 잘 쓰겠습니다.”
“부인!”
집 안에서 강도를 만난 남궁완이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은 없었다.
* * *
과거에는 남궁 세가에서 백리 세가에 돌아가는 길에는 아무 사건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기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회귀 전에는 중추절(음력 8우러 15일)을 남궁 세가에서 지내고 신년이 되기 전에 떠났다.
그런데 지금은 남궁 세가에서 신년을 보낸 걸로도 모자라 춘삼월(음력 3월)이 돼서 떠났다.
‘남궁 세가에서 6개월? 거의 반 년을 머물렀잖아?’
거기다 돌아가는 방식도 바뀌었다.
회귀 전에는 표국과 함께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와 나 그리고 아버지 몸종인 언두 이렇게 셋뿐이었다.
일단 만신의의 연구서적같은 것이 없었기에 그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사람을 줄인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나는 당시 아버지와 사이가 별로였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아버지와 몸종 한 명뿐인 여행.
으으으음. 거기다가 엄청난 멀미. 멀미하다 기절하거나, 눈뜨면 숨 막혀 죽을 것 같았다.
각설하고, 이제 예전에는 별일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올라가는 길에 객잔에서 하루 쉬어 가기로 하자마자 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렇게 반나절 후.
객잔에서 자고 일어나 1층으로 나오자 밤사이 근방의 악독한 암흑 상회 하나가 무너진 것에 대해 수군거리는 대화가 들렸다.
무림맹에서 나선 것이라는 둥, 근처의 백도 문파가 나선 거라는 둥 여러 이야기가 나온 그날 오후.
아버지가 웬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아버지······ 그 아이들은······?”
나이는 아직 코흘리개부터 열대여섯까지 다양했는데, 모두 겁에 잔뜩 질려 있었다.
“근방의 흑도가 운영하던 인신매매장에서 구한 아이들이다.”
아버지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했다.
근방에 흑도의 암흑 거래장이 있었다.
암흑 거래장은 불법적인 물건들, 기본적으로 독약부터 누군가를 죽이고 뺏거나 훔친 물건들, 불법적인 경로로 데려온 사람들을 거래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암흑 거래장이 주변에 끼치는 피해가 갈수록 막심해져 근방 백도의 요청으로 무림맹이 나선 것이었다.
아버지는 무림맹의 요청으로 암흑 거래장을 치는 것을 도와주고 온 것이었고.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다. 백리 세가로 데려갈까 한다.”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왠지 표두가 갑자기 빈 마차를 하나 구해 오더니만!
‘백리 세가에 고아원이라도 차릴 생각이신 건가?’
나는 애써 태연하게 아이들을 살폈다.
“다 남자애들이네요?”
“여자아이들도 있다.”
나이가 확연히 어려 보이는 애들은 대부분 여자아이였다.
꽤 나이가 찬 여자아이들은 무림맹에서 적당한 일거리를 알아봐주겠다며 데려갔다고 한다.
“일단은 검을 가르쳐 보고 알맞지 않으면 차차 다른 일을 시킬까 한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안녕. 난 백리가의 연이라고 해.
이 분이 내 아버지셔.”
“······.”
겁에 잔뜩 질린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 모습에 문득 야율이 떠올랐다.
‘그래. 보통은 이런 모습이지.
잘 지내고 있으려나······?’
나는 탁자 위의 나무 그릇을 집어 들었다.
그 안에는내가 야금야금 집어먹던, 삶은 땅콩이 담겨 있었다.
짭짤하게 소금 간이 된 것이 아주 맛있었다.
“먹을래?”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다시 탁자에 내려놓으려 할 때, 제일 나이 어려 보이는 아이가 황급히 나와 그릇을 채 갔다.
“고마워, 언니.”
내 뒤에 서 있던 금쇄가 앞으로 나와 아이의 콧물을 다정하게 닦아 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라고 하도록 해요.
앞으로 모실 아가씨니까요.”
코를 훌쩍인 아이가 고개 숙였다.
“온니 고맙숩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 세상 모든 사람을 구할 수 는 없겠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만큼 노력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 사소한 사건을 빼면 표행은 무난했다.
이제 며칠만 더 가면 백리 세가 세력권 내로 들어선다.
거기서부터는 가문의 도움을······.
그때 갑자기 달리던 마차가 멈춰 섰다. 금쇄가 의아하게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인 거죠? 아직 다음 휴식지까지는 시간이 꽤 남았을 텐데.”
금쇄가 창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나도 따라서 창가를 기웃거렸다. 말을 타신 아버지가 표행을 이끄는 표두와 얘기를 나누고 계셨다.
곧이어 아버지가 다가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앞에 큰 마차가 길을 막고 있단다. 잠시 기다려야 할 것 같다는구나.”
“네. 아, 그럼 저 좀 내려도 돼요?
답답해서요.”
“그러려무나. 내 옆에서 떨어지진 말고.”
“네!”
마차에서 내린 후 쭉 기지개를 켤 때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표사들이 한 청년을 대동해 다가왔다.
청년이아버지를 보고 소리쳤다.
“백리 대협!”
나는 눈을동그랗게 뜨고 바라봤다.
아버지는 의아한 기색이었다.
“저와 인사를 나눴던 분이신지요?”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대협께서는 당연히 저를 모르실 겁니다. 맹에서 지나가는 길에 마주쳤을 뿐이니까요.”
그 말을 한 청년이 털썩 무릎을 꿇었다.
“도와주십시오!”
또 뭔데! 제발, 집에 좀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