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아버지는 침착하게 말했다.
“일어나시지요. 무슨 일인지 설명부터 하셔야 도와드릴지 결정 할 수 있습니다.”
청년이 눈치를 보다가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먼저 따라와 주실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전 설명도 없이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면 안 되는 건 아이 어른 할 것 없었다.
그때 표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협, 일단 한번 이 청년을 따라가 보십시오.”
음?”
“먼 곳이 아니라 앞에 가로막을 그 마차 있지 않습니까? 그 마차까지만 가시면 됩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가만히 표사와 청년을 보다 말했다.
“허 표사가 그리 말씀하시니 알겠습니다. 연아, 이리 오너라.”
아버지는 산사태 이후로 약간 불안한 상황이 되면 나를 꼭 데리고 다녔다.
나는 아버지 품에 안긴 채 표사와 청년을 따라 갔다. 멀리 커다란 마차가 보였다.
‘이 정도 크기의 마차가 멈춰 있으니 지나갈 수가 없지.’
마차 주변에는 사람들이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차의 창문은 살짝 열려 있었는데 그 안에 머리칼이 새하얀 소년이 보였다.
나는 걸음을 우뚝 멈춰 섰다.
‘설마······ 제갈 세가?’
아니, 제갈 세가 사람이 왜 여기 누워 있는 거지?
저 하얀 백발은 제갈 세가의 상징과도 같았다. 표두가 갑자기 이름 모를 청년을 데려온 이유가 있었다.
‘잠깐만,
지금 제갈 세가 사람이라면······ .’
한 사람뿐이었다.
제갈 세가주인 제갈화무.
“왜 여기에······ ?”
아버지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란 것같았다.
그때 청년이 다시 읍하며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설명해 드릴 사람이 올 겁니다. 여기서 말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때 아버지가 반사적으로 나를 꽉 안으며 물러섰다.
동시에 마차 지붕에서 흰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아버지를 꽉 잡고 있느라 한 박자 늦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고양이?’
고양이는 흰색에 금색 눈동자를 지니고 있었다.
순간 등허리가 서늘해졌다.
금색 눈동자에 흰 고양이를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되나?
그리고 고양이가 앞서서 안내하듯 마차로 들어갔다.
* * *
마차 안에서는 묘한 향이 났다.
창문을 열어서 대부분 다 빠져나가 아주 옅었지만 몇 번 맡아 본 적 있는 향이었다.
‘아, 이거 강한 진통 향 아닌가?’
마차 안의 백발 소년은 남궁류청의 또래로 보였는데,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금안으로 보니 보통 사람보다 기운이 무척 희미했다.
‘저 소년이 마지막 제갈 세가의 사람.’
내가 한 번도 본 적없는 이 아이를 제갈 세가주라고 확언하는 이유였다.
제갈 세가.
한때 천하제일을 노리던 가문은 지금은 그 명성이 희미했다.
천하 강호를 호령하던 제갈 세가가 이런 식으로 무너질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제갈 세가가 무너진 이유.
그건 언젠가부터 제갈 세가의 직계들에 불치병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부분 서른이 되기도 전에 죽거나 심지어는 약관도 채 넘기지 못하고 죽기를 반복했다.
가주와 후계자들의 건강이 저러니 가문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제는 저렇게 어린 소년이 가주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궁류청이 검을 들고 세상에 나왔을 때, 제갈화무의 육신은 이미 차가운 땅속에서 안식에 들어갔다.
그런 제갈화무가 지금 내 앞에 있다는 게 무척 현실감 없었다.
‘왜 여기에 쓰러져 있는 거지?’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을 소년.
하얀 머리카락에 파리할 정도로 창백한 안색이 제갈화무가 살짝······ 귀신처럼 느껴졌다.
거기다가 제갈 세가주 머리맡에서 자리잡고 우리를 빤히 바라보는 흰털에 금색 눈동자의 고양이까지.
갑자기 이상한 나라에 끌려온 기분이었다.
아버지가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대체 왜 이러고 계시는 겁니까?”
“그것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당황하는 청년 뒤에서 노인이 나타나 포권했다.
“가주님의 노복인 막추라고 합니다.”
행색과 자세에서 오랫동안 제갈세가에 봉사한 하인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막추가 나를 힐끗 보았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는 말하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아버지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여기는 제 딸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 딸을 내보낼 생각이 없습니다.
말씀하시지요.”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단호한 아버지의 말에 막추가 한발물러섰다.
“대협의 명성은 소인 같은 아랫것도 많이 들었습니다. 다만 말씀드리기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라······.”
아버지가 손짓하자 푸른빛의 내공이 우리를 중심을 쫙 퍼지며 막을 만들어냈다.
기막.
내공으로 펼치는 얇은 막이었다.
‘이렇게도 쓸 수있다고 들어보긴 했는데······.’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었다.
기막은 내공이 있다고 아무나 펼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기막을 펼치려면 내공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금안으로 본, 아버지가 기막을 펼치는 장면은 숨이 막힐 정도로 섬세해 아름다울 정도였다.
마치 동그란 구 안, 워터 볼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이럴 것 같았다.
바깥의 소리, 말의 투레질, 주변을 지키는 사람들의 대화, 바람에 스치는 수풀 소리 같은 모든 생활 소음이 차단됐다.
오로지 이 마차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숨소리와 기척만 느껴졌다.
“기막을 펼쳐 놓았으니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막추가 제갈 세가주를 한 번 바라보고 입을 뗐다.
“가주님은······ 절맥증을 앓고 계십니다.”
아버지가놀란 눈으로 제갈화무를 보았다. 난 속으로 탄식했다.
‘강호의 특이 체질이란 체질은 다 만나는군.’
야율의 극양지체는 음양의 균형이 깨져 생기는 재능과 수명을 뒤바꾼 체질이라면······
절맥은 아무런 이득도 없이 그저 천천히 온몸의 기의 순환이 막히는 저주받은 체질이었다.
점차 내기 순환에 어려움을 겪다가 끝내는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는 불치병이었다.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절맥증은 무슨 병인지 들어 봤소이다. 하나 내가 무슨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요.”
“대협의 내력으로 진기가 원활하게 흐르도록 강제로 이끌어 주시면 됩니다.”
“제갈 세가주를 강제로 운기조식시키란 뜻입니까?”
“예. 맞습니다.”
아버지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물었다.
“그 방법이라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담담하게 막추의 말의 허점을 지적했다.
“또한 제갈 세가주가 절맥을 앓고 있는데, 이런 일도 대비하지 않고 나왔단 말입니까?”
맞아, 맞아. 너무 수상쩍었다.
막추의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당연히 대비하여 나왔습니다.
그런데······.”
막추가 갑자기 엎드리며 말했다.
“대협, 부디 부탁드립니다.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때 갑자기 장막이 흐려지더니 흩어졌다.
‘응?’
아버지가 일어나면서 말했다.
“······마차부터 출발시키시지요.”
“대협!”
“길바닥에서 운기를 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한시가 급합니다······!”
아버지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내리 떴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다른 가문 사람의 말만 믿고 위험에 처할 행동을 할 수는 없습니다. 내게도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적어도 객잔에서, 호법을 서는 자도 두어야 합니다.”
원래도 운기조식을 할 때는 조심해야 했다. 심지어 다른 이를 억지로 운기조식 시키는 것인데 누군가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몰랐다.
나는 제갈 세가주를 보았다.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슴의 움직임도 없고 숨소리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버지, 제가 해 볼게요.”
“연이 네가?”
나는 전음으로 말했다.
「 만신의의 연단실에서 절맥에 관해 본 적 있어요. 」
“나도 보았다. 하지만 한 번도 해 본적 없지 않느냐?”
음? 왜 전음으로 대답하지 않으시는 거지?
뭐, 아버지의 말이 새어나가면 안 될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없기는 했다.
「 아버지도 절맥을 다뤄보신 적은 없지 않나요? 」
「 ····그도 그렇구나. 」
이번에는 전음으로 답했다.
「 거기다 원래 만신의는 이 능력을 사람을 치료하는 데 썼잖아요. 일반 병은 제가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이건 진기와 관련한 것이니까요. 」
예전에 내가 어찌 손써야 할지 몰랐던 장 부인과 달리, 절맥증은 만신의의 능력과 궁합이 아주 잘 맞았다.
「 하지만 만약에 잘못 된다면······. 」
아버지의 걱정스러운 말에 나는 제갈 세가주를 바라보았다.
미약한 기운.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씩 진기가 쇠하고 있었다.
「 아버지, 제갈 세가주의 상태가 정말 안 좋아 보여요. 객잔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
아버지도 제갈 세가주를 바라보더니 결심한 듯 막추를 향해 말했다.
“아니면 내 딸이 돕는 건 어떠한지요?”
“······ 지, 진심이십니까?”
막추가 당혹스럽다는 듯이 나를 보았다.
“혹시 소저가 몇 살인지 알 수 있을까요?”
“여섯 살이라네.”
막추가 당장이라도 까무라칠 것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억울해 말했다.
“저 이제 일곱 살이에요!”
아버지가 무슨 소리냐는 듯 말했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여섯이지 않으냐. 혹시 생일이 지났느냐?”
아. 여기는 생일로 나이를 따졌지.
“아······ 제가 착각했네요.”
나는 뺨을 긁적이며 수긍했다.
“내 딸이지만 연이는 매우 똑똑하고, 마음씨도 어여쁜 전혀 아이답지 않은 아이요.”
“아버지?”
갑자기 여기서 칭찬이라니?
“연이의 말을 듣고 정말 아이의 생각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요. 절대 여섯 살이라고 볼 수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앉아 있는데도 정신이 혼미해 나는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몸을 세웠다.
아니, 내 여섯 살 코스프레 이미······ 이미 예전에 뽀록난 것이었다.
하하하. 하긴 내가 너무 나댔지.
막추가 숨을 헐떡이며 목이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찌 저 어린 소저에게······ .”
아버지가 막추의 말을 단호하게 자르며 말했다.
“더 말할 것 없습니다.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지요. 첫 번째는 지금 당장 객잔으로 출발하여 제가 직접 하는 방법.”
하버지가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두 번째는 제가 호법을 서고 제 딸이 이곳에서 하는 방법. 선택하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