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백리재천 옆으로 주르륵 앉은 백검단 단원들이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백리재천은 백검단 단장답게 검 실력으로도 유명했지만,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아주······ 아주······ 위협적인 외모였다.
저렇게 안대까지 하고 있으니······
이렇게 말하면 좀 너무하지만, 솔직히 백도 정파의 검객보다는 산적 두목 쪽이 훨씬 더 적합해 보이는 외모였다.
백리재천이 의아한 듯 나를 보았다.
“제가 무섭지 않습니까?”
“아뇨.”
“무섭지 않다고요?”
얼굴에 흉터가 뭐라고?
진짜 무서운 건 웃는 낯으로 칼을 휘두르는 놈이었다.
‘야율은 잘 지낼까······ ?’
야율이 나쁜 놈이란 뜻은 아니다.
그저 잠깐 떠올랐을 뿐이다. 정말로.
그래도 야율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절로 떠올랐다.
나는 진심으로 웃으며 백리재천을 볼수 있었다.
“네! 안 무서워요. 단주님 얘기 많이 들었거든요.”
“제 이야기를 들으셨다고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최대한 눈이 초롱초롱하게 보이도록 힘을 줬다.
“할아버지를 지키다가 눈을 다치셨다고 들었어요! 할아버지를 지켜 주신 분을 무서워하면 안 되죠!”
솔직히 흉터와 안대만이 문제는 아니지만 나는 백검단주의 흉악함을 상처때문인 걸로 몰아 버렸다.
혀를 끌끌 찬 할아버지가 말해다.
“단주, 정신 차리게. 추해.”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바라보고 있던 백검단주가 할아버지를 돌아봤다.
“저, 심장이 너무 아픕니다. 이렇게 귀여운 소리를 들어 본 게 언젠지.”
할아버지가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가주님은 모르실 겁니다. 제 손자 손녀들도 처음 저를 보면 울음을 터트렸다고요.”
“······ .”
할아버지가 고개를 내저으며 백검단주를 외면했다.
“됐다 밥이나 먹자꾸나.”
그 말에 나는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할아버지, 큰 문제가 있어요.”
할아버지가 잔뜩 인상을 찡그린 채 목소리를 낮췄다.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이냐?”
내 앞에 놓인 밥과 이 객잔에서 주문할 수 있는 모든 음식이 올라 와 있는 듯한 탁자.
“저 이미 밥 먹었는걸요!”
“뭐라!”
* * *
영무표국과는 헤어졌다.
다만 영무표국에서 만신의의 연구 서적들과 아버지가 구해 온 아이들은 그대로 백리 세가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그새 조금 낯이 익었다고 아이들은 나와 헤어지는 것에 겁을 먹은 듯했다.
그리고 제갈 세가주는 우리와 동행했다. 할아버지와 모종의 이야기가 되어있는 것 같았다. 백리명이 아-주 좋아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나를 맞이하러 올 때는 사흘이 걸렸다는 길을 갈 때는 거의 열흘에 걸쳐 돌아갔다.
사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백리 세가의 손길이 닿아 있는 지역에, 백리 세가주가 있는데 감히 누가 막아서겠는가?그냥 천천히 돌아가서 였다.
편안한 여정. 유람이라도 나온 것같았다. 이 느긋한 여정에 석 태의가 특히 만족했다.
백리 세가까지 하루 정도의 거리만 남은 날 밤.
나는 바로 옆 아버지가 머무시는 방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서자마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너라.”
내 기척을 알아본 것이다.
객방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편안한 차림이었다.
“아직 안 주무시네요.”
“그러는너는 아직도 안 자고 무얼 하느냐? 잠이 오질 않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악몽을 꿀 것 같으냐?”
“아뇨, 오늘은 그게 아니고요.”
가끔 느낌이 싸해 악몽을 꿀 것 같은 날에는 아버지와 함께 잤었다. 그러면 귀신같이 악몽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
‘흑흑, 아버지 죄송했어요.’
잠버릇을 안 이상 창피해서 같이 못 잔다. 잠버릇이 이 모양인데 어떻게 티 한번 내지 않으신 것인지.
그리고······ 이제는 악몽을 거의 꾸지 않았다. 내가 손을 다친 후, 야율이 밤새워 지키고 있으면서 확실히 줄어들었다.
“아버지······ .”
아버지가 말하라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저 할아버지께 말씀드릴까 해요.”
주어를 말하지 않아도 아버지는 바로 알아들으셨다. 만신의에게 받은 능력.
고민 끝에 할아버지께 말씀드리기로 했다. 아버지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알았다.”
아버지 얼굴에 희미하지만 기쁨이 담긴 미소가 스쳤다. 아버지께서는 그간 내가 할아버지께 말씀드리기를 바랐던 것이다.
곧이어 아버지가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
“그냥······ 할아버지를 뵙고 나서 계속 고민했어요. 말씀드릴까 말까.”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손을 꼼지락거렸다. 아버지는 내가 다시 입을 열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주셨다.
“할아버지께서 계속 걱정하실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아버지께 계속 검을 배우는 것도 이상하게 여기실 거고······ 무백신공 3성이상 배우려면 할아버지 허락도 필요하잖아요.”
아버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백신공 3성 이상부터는 가주인 할아버지의 허락이 필요했다.
참고로 5성 이상은 백리의 성을 가진 직계가 아닌 이상 배울 수 없었다.
“그래도 제가 3성 이상은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당연하지.”
반은 장난으로 자만을 담아 말했는데, 아버지가 너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여서 당황했다.
“그, 그리고······ .”
내가 뭘 말하려고 했지?
“그리고?”
“아, 많이 고민했는데요. 어느 순간 알겠더라고요.”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할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싶어서 핑계를 찾고 있다는 걸요.”
“······ .”
아버지는 말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다가 살짝 끌어안았다.
아버지가 다소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정말 괜찮겠느냐? 예전에는 무섭다고 하지 않았느냐?”
“괜찮아요. 이제는······ 음, 아마도?”
헤헤, 나는 살짝 바보처럼 웃었다.
솔직히 확신은 없었다.
‘그리고 뭐, 설마 실망하시겠어?’
믿어야지 어쩌겠는가?
그리고 내 능력이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못하여 할아버지가 내게 실망하시더라도······ 괜찮을 것이다. 그냥 이제는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대화하는 사이 아버지의 기맥을 관조했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그때와 같은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혹시 제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아버지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내, 네게 뭔가 잘못했더냐?”
“아뇨. 그냥 여쭤봤어요.”
“그거 매우 수상한 질문이구나.”
“그렇다면 저한테 잘못하신 게 있으신 거 아니에요?”
“내가?”
“네!”
“잘못한 것 많지.”
생각지도 못한 답에 나는 눈을끔벅였다. 아버지가 부드럽게 물었다.
“그러는 너는 어떠냐? 내게 잘못한 것 없느냐?”
“······ 우리 없던 일로 해요.”
작게 웃으며 아버지가 겉옷을 집어 들었다. 나는 양손을 흔들며 아버지를 막아 섰다.
“괜찮아요, 아버지 저 할아버지께 혼자 갈게요.”
“같이 가지, 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의아한 아버지의 모습에 설명을 덧붙였다.
“아버지랑 같이 가면······ 아버지가 시켜서 가는 것 같잖아요.”
“진심이 아닌 것 같다?”
“맞아요!”
아버지가 말도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뜻이 그렇다면, 알겠다.”
아버지의 걱정스러움과 뿌듯함이 뒤섞인 눈빛을 뒤로하고 방을 나왔다.
‘역시 아버지는 절대 말씀하실 생각이 없으신 거야.’
생각에 잠겨 객잔 복도를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기척없이 작은 그림자가 다가왔다.
“너 또 왔니?”
저놈의 고양이는 누가 보면 이제 내 고양이인 줄 알게 생겼다.
매번 내가 어디를 가려고만 하면 나타나서 졸졸 따라다녔다.
백검단 사람들도 이제는 정말 제갈 세가주의 고양이가 아니라 반쯤 내 고양이로 알고 있었다.
나는 고양이 앞에 주저앉았다.
“이건 또 무슨 꽃이야?”
고양이가 노란색 꽃을 뱉어냈다.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었다.
내가 한 번 꽃을 보고 좋아한 이후론 계속 꽃을 가져오고 있었다.
“고마워. 그런데 이제 정말 안 가져와도 돼.”
고양이는 그저 내 손에 머리를 비빌 뿐이었다.
그래.
쥐나 새, 벌레가 아닌 게 어딘가?
나는 고양이를 몇 번 쓰다듬다가 일어났다.
“나 할아버지에게 가 볼 거라서.
따라오지 마.”
하지만 고양이는 내가 말한다고 듣는 놈이 아니었다. 내 뒤를 졸졸 따라오더니 내가 할아버지가 머무시는 객방으로 가는 듯 싶자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유일하게 고양이가 피해다니는 곳이 할아버지 옆이었다.
나는 멀어지는 고양이를 보며 웃었다.
“그러니까 오지 말라니까.”
할아버지가 머무는 객방 앞을 지키고 선 백검단 무사가 나를 보고 웃었다.
“이 시각에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여기 선물이에요.”
나는 노란 꽃을 건넸다.
“드디어 제 차례군요.”
“드디어요?”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큼, 가주님을 뵈러 오셨습니까?”
“네. 혹시 주무시나요?”
“아직 주무실 시간은 아닙니다만······.”
뭔가 살짝 미묘한 표정이었다.
뭐지? 하고 보는데 안에서 객방내에 두 사람이 있는 거이 보였다.
“들어오너라.”
“아, 다행입니다. 들어가시지요.”
무사가 문을 열어 주었다.
병풍을 지나자 검은빛의 원형 탁자에 백검단주와 할아버지가 함께 앉아 술을 마시고 계셨다.
백검단주가 양손을 번쩍 들었다.
“연이 아니냐!”
“아, 안녕하세요.”
그간 함께 지내며, 백검단주는 내게 말을 편하게 놓았다.
내 어깨를 잡고 당긴 백검단주의 술 냄새가 어마어마했다. 눈도 살짝 풀린 것 같았다.
이 정도로 마셔도 되는 거야?
나는 살짝 걱정스럽다는 듯 물었다.
“내공으로 술 안 취할 수 있지 않아요?”
내공으로 주독을 날려 버리면 아무리 마셔도 안 취했다.
“그러면 무슨 재미더냐! 백리가 안에선 이리 마시지 못하니 이 기회에 왕창 마셔야지! 하하하!”
웃음소리에 머리가 울릴 정도였다. 술 취한 사람답게 목청도 어마어마했다.
할아버지가 핀잔을 놓았다.
“애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한바탕 웃은 백검단주가 내 손바닥을 만지작거렸다.
“굳은살이 꽤 생겼구나. 아침마다 열심히 하던데.”
표행에 비해 훨씬 여유로운 일정이었기에 매일 새벽부터 아침까지 아버지께 검을 배우고 있었다.
“그래, 그래. 그렇지 이래야지.
첫재 도련님은 아주 제갈 세가주만 졸졸······ .”
“재천!”
“아이고.”
할아버지의 호통에 백검단주가 말을 멈추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백리명은 요새 제갈 세가주에게 어찌나 공을 들이는지, 솔직히 꼴불견일 지경이었다. 백검단 내에서도 살짝 불만 어린 소리가 나오는 걸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백리명은 백검단에 관심이 없었다. 그에게 백검단은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는 부하였기 때문이다. 잡은 물고기이자 당연히 복종해야 할 사람들일 뿐이었다.
백검단주가 탁자를 짚으며 일어났다.
“연이가 할아버지를 뵈러 온 모양이니 불청객은 가겠습니다.”
“가서 또 마시지 말고 잠이나 자게.”
백검단주가 웃으며 방을 나갔다. 나가며 내 어깨를 두세 번 두들겼다.
할아버지는 백검단주가 나가는 걸 지켜보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건넸다.
“쯧, 이걸로 손 닦거라.”
“고맙습니······ .”
손수건을 받아 들던 나는 멈칫했다.
도대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흰 구름 같은 수가 놓인 손수건이 어쩐지 낯익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