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내가 굳어서인지 할아버지가 의아한 듯 말했다.
“왜 그러느······ 아니, 큼.”
할아버지께서 눈섭을 치켜올리더니 손수건을 황급히 되가져갔다. 그리고는 다른 손수건을 꺼내 건넸다.
“이걸로 닦거라.”
건네주시는 것으로 손을 닦았다. 그러며 할아버지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뭘 그리 힐끔거리는 게야? 할 말 있으면 하거라.”
“없는데요.”
나는 헤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 썼으면 이리 내놓거라.”
나는 비실비실 웃으며 손을 닦은 손수건을 건넸다.
할아버지는 손수건을 홱 가져가다 멈칫하곤 손목을 잡아당겼다.
“쯧, 칠칠찮기는. 여기가 덜 닦이지 않았느냐.”
중지와 약지 사이 오목한 부분을 꼼꼼히 닦아 주시고 손을 뗐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왔느냐?”
“······ .”
질문을 받는 순간 이곳에 온 이유가 떠올랐다.
나는 살짝 긴장하며 두 손을 모았다.
오는 내내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역시······ .
‘백문이 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지.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기막을 펼친 순간.
덜컹! 급하게 밀려난 원형 의자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할아버지가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이게 무슨······ .”
할아버지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주변을 두러보았다.
그런 할아버지를 지켜보던 나는 이쯤 하면 됐다 싶어 마른 입술을 적시며 입을 열었다.
“할아버······ 지익!”
그러나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번쩍 들어 올려졌다. 나는 깜짝 놀라 할아버지의 팔을 붙잡았다.
“하, 하하, 하하하하하!”
내 허리를 잡아 든 할아버지가 미친 듯이 웃으며 빙글빙글 돌았다.
“그래! 그래!”
이, 이게 무슨 일이야?!
기겁한 내가 소리쳤다.
“하, 할아버지, 내, 내려 주세요!”
할아버지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고만 계셨다.
“내려 주세요!”
위아래로 흔들리며 빙글빙글 돌자 속이 뒤집혔다. 몇 번 외치던 나는 결국 빽 소리 질렀다.
“내려 달라고요!!!”
* * *
나는 탁자를 붙잡은 채 한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괜찮으냐?”
먹은 게 다 소화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 다행이었다.
‘토할 것 같아······ .’
할아버지가 내 등을 살살 토닥이다 찻잔을 건넸다.
“자, 이것 좀 마시거라.”
숨을 할딱이던 나는 할아버지가 건네 준 차를 한 모금 마셨다가 그대로 푸- 토했다.
‘술이잖아!’
나는 미친듯이 기침했다.
할아버지도 깜짝 놀라 찻잔을 살폈다.
“아니, 누가 찻잔에 술을 따라 놨어!”
할아버지가 황급하게 새 찻잔을 뒤집어 찻주전자를 들었다.
급하게 입을 몇 번 헹구고 정신을 차렸다. 그 잠깐 머금없다고 머리가 핑핑 돌았다.
‘아니······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아서 핑핑 도는 걸지도.’
한참을 쉬고 나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이게 무슨 난리야······ .’
할아버지가 내 이마에 올리고 계시던 손을 떼며물었다.
“이제 좀 괜찮으냐?”
“네.”
후우- 숨을 내쉬자 아직도 술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주독은 내가 몰아냈으니 걱정말거라.”
“감사······ .”
반사적으로 말하던 나는 말을 멈췄다.
감사할 일인가?
술을 안 줬으면 주독을 밀어내야 할 일도 없지 않나?
“······ 하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 그래! 다 내탓이니라!”
할아버지는 이리 말해도 기분이 좋기만 한지 아주 싱글벙글이었다.
“벌써 기막을 펼치다니!”
할아버지가 탁자 옆에 기대두었던 검을 뽑아 들다 멈칫했다.
“이건 네가 못 들겠구나. 자, 그럼 이걸로······ .”
나는 그 모습에서 무얼 말하려는지 알았다. 이미 선행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선빵을 쳤다.
“저 검기는 못 만들어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살짝 틀며 나를 살폈다.
“······ 혹시나 했지만, 그래. 단전은 그대로인 것이지? 그럼 그와 관련된 것이냐?”
나는 금안을 내보이며 만신의를 만났던 일부터 설명했다. 그러며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할아버지께는 말씀드리지 못했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그리고 할아버지께 말씀드리지만······ 되도록 다른 사람들에게는 천천히 알리고 싶다는 말도 함께 했다.
내 말을 모두 들은 할아버지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그래. 실력으로 증명하는 것만큼 입만 산 놈들을 닥치게 하는 쉬운 방법이 없지.”
“······ 네?”
뭔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무시당할까봐 걱정스럽다는 마음과 어딘가 살짝 어긋난 감성인데······ .
할아버지는 내 어깨를 잡고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강해지면 된다.”
“······ .”
“네가 이 할애비만큼 강해진다면 감히 누가 네 앞에서 네 능력이 수상하다 왈가왈부할 수 있겠느냐?”
“하, 할아버지만큼요?”
대체 어디까지 생각하시는 거야?
아니, 그보다 할아버지만큼이면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란 소리 아냐?
속마음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할아버지가 봐줬다는 듯 말했다.
“······ 뭐, 네 아비만큼만 되어도 상관없지.”
“······ .”
그다지 현실성 있게 느껴지진 않았다.
목표도 좀······ 할 수 있는 목표여야 할 맛이 나지 않겠는가?
“그······ 어, 네에. 열심히 할게요.”
“흠. 대답이 시원치 않은데.
그것밖에 안 되느냐?”
원하시는 게 무엇인데?
나는 뭘 바라시는지 알지 못해 눈을 끔뻑이다가 설마 이건가 싶어 우렁차게 소리쳤다.
“열심히 할게요!”
그제야 할아버지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천천히 돌아갈 게 아니었다. 당장 내일 눈 뜨자마자 백리가로 돌아가야겠다.”
“하, 하하하.”
석 태의를 향해 속으로 묵념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말에 석 태의를 향한 동정은 그대로 날아갔다.
“그리고 무백 신공 2성이 되면 폐관 수련에 들어가거라.”
“······ 예?”
“올해 안으로 2성은 이뤘으면 좋겠구나. 새해를 보내고 폐관 수련에 들어가면 딱 알맞을 것 같구나.”
“오, 올해 안으로 2성을 이루라고요?”
“그래. 왜 그러느냐? 못하겠어?”
아니······ 아버지도 2성이 되는데 일 년 정도 걸렸다.
‘내년까지 반년 조금 더 남았는데······.’
정신이 혼미해졌다.
‘일단 내가 무백신공 2성을 올해 안으로 할 수 있는지는 둘째치고.’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 할아버지 단전도 회복되지 않았는데 폐관 수련에 들어가는 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까요?”
“그건 이 할애비가 다 알아서 해결하마.”
뭘 그런 걸 신경쓰냐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다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호통쳤다.
“수련에 집중할 시간도 부족하거늘 뭐 그런 것까지 신경쓰고 있느냐!”
“아니, 저 그······ 학당도 가야 되고.”
“학당? 그건 천천히 가도 된다!”
할아버지가 눈을 부릅뜬 채 탁자를 두들겼다.
“언제는 창궁관에 들어가 보니 좋다지 않았냐. 그깟 창궁관 따위! 백리 가의 폐관 수련동도 창궁관 못지 않다!”
“······.”
“빨리 달성하면 더 좋지 않겠느냐. 너는 출발이 조금 늦었으니 할애비가 조금 더 신경쓰는 거란다. 다 널 위해서, 너 좋으라고 하는 말이다.”
아니, 노력해야 하는 게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지만······아무리 그래도.
“그래, 올해 안으로 2성이 되면 무백신공 3성은 내가 직접 지도해 주마.”
“할아버지가 직접요?”
저번 생 한 번도 받지 못했던 가르침이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혹하다 의문이 들었다.
‘잠깐만······ 이상하다?’
기억을 더듬던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소리쳤다.
“아니, 할아버지. 무백신공 3성 가르침을 내릴 때는 원래 할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시는 거잖아요!”
“······아는 것도 많구나.”
표정을 굳힌 할아버지가 불만스럽게 혀를 찼다.
아니, 당연한 걸 상이랍시고 주려 하다니. 와, 제대로 사기달할 뻔했다.
“연아, 열심히 하면 되지.”
갑자기 이번에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다정해졌다.
“할애비가 보기엔 네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거란다.”
“······.”
“그러고 보니 네가 당과를 좋아한다 들었다. 어때, 할애비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내일 잔뜩 사주마.”
그리고 아무리 내가 당과를 좋아한다지만, 고작 그런 거에 넘어갈 리가 없지 않은가!
“일단······ 일단 아버지랑도 얘기 좀 해보구요.”
“의강에게는 내 알아서 얘기 할 테니 넌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된다!”
‘아버지······ 살려주세요. 허엉.’
그렇게 할아버지와 한참을 실랑이 하고 나니 목이 탔다. 찻물을 마시면서 조금 쉬었다.
창밖을 본 할아버지가 말했다.
“벌써 시간이 이리 됐구나. 어서 가서 쉬어라.”
말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말하길 잘했네.’
정신은 하나도 없고 아직도 실망하게 할까 두렵긴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가슴 한쪽이 절로 따뜻해 졌다.
회귀 전까지 모두 합쳐 저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죄송스러웠다.
계산적이라고 조롱받아도 할 말이 없는 내 생각에.
나는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할아버지.”
“무엇이냐, 말해 보아라.”
나는 마른침을 삼키고 탁자 아래 양손을 꽉 쥐었다.
“아버지요. 어디가 편찮으신 거예요?”
아버지에게서 보았던 이상한 내기 흐름. 내가 내 능력을 할아버지께 밝혀야겠다고 여긴 이유 중 하나였다.
만약 아버지께 정말 문제가 있다면 할아버지가 모르실 리 없다고 여겼다.
그리고 혹시라도 할아버지께서 모르고 계셨다면, 내가 본 것을 말씀드릴 생각이었다.
그러며 할아버지께 아버지를 한 번 살펴봐 달라고 부탁드릴 생각이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
찰나에 스쳐 간 당혹스러운 눈빛.
아주 짤막한 침묵.
그 모습에서 답을 알 수 있었다.
심장이 쿵, 바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