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 * *
‘이렇게 빨리 찾아가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뭐, 제갈 세가주만 나를 이용하라는 법 있나?
백리명은 처음에는 그래도 되냐고 빼는 척하더니, 내가 ‘음, 그럼 어쩔 수 없죠. 혼자 다녀올게요.’ 라고 말한 순간 허겁지겁 따라왔다.
내 방문에 막추가 깜짝 놀라며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 너머로 다가오는 빛무리를 보며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뭘 뛰어오기까지 해? 몸 좀 사리지.’
벌컥 문이 열렸다.
“연······! 소저. 옆에 있는 사람은······?”
연 소저는 뭐야?
나는 마지막 헤어짐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웃었다.
“오늘 아침에 백리 세가 분들이 오셨다는 것 들으셨을지 모르겠네요. 이쪽은 제 사촌 오라버니예요.”
“백리명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갈 세가주가 묘한 표정으로 나와 백리명을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백리 소저의 사촌 오라비라면 제게도 친우지요. 들어오세요.”
백리명은 제갈 세가주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어리다 들었어도 이렇게 어릴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앉을 때까지도 살짝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나는 제갈 세가주 뒤쪽에 서 있는 검은 옷을 입은 자를 보았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내 시선을 느꼈는지 제갈 세가주가 설명했다.
“무영이라고 내 호위인데, 잠시 일이 있어 떠났다가 어제 새벽에 돌아왔습니다.”
무영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였다.
‘실력이 상당해 보이네.’
제갈 세가주의 호위로 모자람 없을 정도의 내공이 보였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제갈 세가주가 자연스럽게 우리 앞자리에 찻잔을 놓고 찻주전자를 들어 채워주었다.
그러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보통 차를 따르기 전에 묻지 않나·····?
어떻게든 붙잡아 놓으려는 그런 수작으로 보인다면 내가 제갈 세가주를 지나치게 의심하는 걸까?
나는 품 안의 고양이를 내밀며 말했다.
“제갈 세가주의 고양이가 오늘 아침부터 자꾸 제게 작은 동물을 잡아오고 있어요.”
“음?”
모르는 일이었다는 듯 고양이를 바라보던 제갈 세가주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얘가 네게 많이 미안했나 봐. 그냥 받아······ 줄 수는 없겠지요.”
나와 눈이 마주친 제갈 세가주가 재빨리 말을 바꿔 사과했다.
앞으로 그러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다고 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렇게 왔으니 모두 차라도 한잔 하고 가세요. 그렇지 않아도 심심했거든요.”
백리명이 재빨리 답했다.
“물론이지요!”
그와 함께 귓가에 제갈 세가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 미안해. 」
전음이었다.
제갈 세가주는 교묘하게 찻잔으로 입을 가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 나한테 미안하면 무공 쓰지 말고 얌전히 있으세요. 몸도 안 좋으면서 뭐 하는 거예요? 」
아까 뛰어올 때도 그렇고, 몸도 안 좋은 사람이 자기 몸 제일 막쓰는건 본인이었다.
나를 보고 깜빡이던 눈이 스르륵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계속 나를 바라볼 수는 없었다.
백리명이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렇게 만나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제갈 세가주는······ .”
백리명 앞에서의 제갈 세가주는 아주 교양있고 품위 넘치는 모습이었다.
어린 나이지만 가주의 자리를 물려받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백리명이 감탄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점차 의심스러운 감정이 느껴졌다.
‘제 아무리 무공으로 머리가 좋아진대도. 저럴 수가 있나?’
그때도 느꼈지만, 전혀 열 한살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기가 막혔다.
‘뭐야, 이렇게 상식적으로 굴 수 있으면서, 나한텐 왜 그런 거지?’
살짝 울분이 쌓이려는 찰나.
“소저가 저를 도와 달라고 백리대협께 부탁하였다 들었습니다. 소저가 제 생명의 은인이시죠. 어찌 이 은혜를 갚아야 할지 모를 정도지요.”
“아······ 연이가 제갈 세가주의 목숨을······ .”
백리명의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싶었다.
제갈 세가주가 거기에 아주 못을 박아 버렸다.
“공자와 제 은인의 사이가 좋은 것 같아 다행입니다.”
얘 건들면 나랑 틀어진다.
머리가 있는 백리명이 이를 못 알아들었을 리가 없었다.
백리명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실 일 없습니다! 연이는 제가 가장 아끼는 동생인걸요.”
나는 코웃음을 칠뻔한 것을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는 걸로 바꿨다.
대충 백리명에게는 부끄러워서 그러는 몸짓으로 보일 터였다.
달그락 찻잔 드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재빨리 선수쳤다.
「 전음 하지 마. 」
「 ······ 치. 」
치? 저게 무슨 뜻이야? 설마 내가 아는 그런 뜻은 아니겠지?
내가 혼란에 빠져있을 때, 막추가 다가와 말했다.
“백리 대협께서 오셨습니다.”
백리명이 놀라 물었다.
“작은 아버지가 오셨다고요?”
나도 놀라 혼란에서 빠져나왔다. 아버지가 갑자기 무슨 일이시지? 할아버지와 대화가 이제 끝나신건가?
제갈세가주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가 말했다.
“들어오시라 하게.”
성큼성큼 걸어들어 온 아버지가 제갈 세가주와 인사를 나눴다.
아버지는 이미 백리명도 함께 있는 걸 알고 찾아온 듯한 모습이었다.
제갈 세가주가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별건 아니고, 아이들을 데리러 왔습니다.”
“아······ ”
제갈 세가주는 흥이 식었다는 표정이었다.
“연아, 명아. 이리 오너라.”
나는 바로 일어나 아버지께 향했다.
하지만 백리명은 아버지와 제갈 세가주를 번갈아 바라보곤 말했다.
“작은 아버지, 저는 좀 더 머물다 가겠습니다.”
“······ 그러거라.”
아버지는 별말 없이 나를 안아들고 방을 빠져나갔다.
‘뭐야, 그럼 백리명이랑 제갈화무 둘만 남는 거야?’
아버지 어깨 너머로 본 제갈 세가주는 당혹스러운 눈빛이었다.
해석하자면······ .
‘지금 얘만 두고 내빼겠다?’
나는 제갈 세가주와 달리 아주 선량한 사람이니 입 모양으로 말했다.
‘고, 마, 워.’
제갈 세가주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아버지는 방을 빠져나오고 조금 멀어진 후 내게 말했다.
“왜 제갈 세가주와 있는 것이야?”
“아, 저 제갈 세가주에게 고양이를 돌려 보내려고 왔어요.”
“고양이?”
“네. 이번에 또 새를 물어 온거예요! 다행히 이번엔 죽이진 않았는데, 계속 이러면 안 될것 같아서요. 확실히 말하려고 했죠.”
답하던 나는 아버지의 얼굴을 붙잡고 고개르 갸웃거렸다.
“왜 그러느냐?”
“아버지, 엄청······ 피곤해 보이세요.”
“······ 후우.”
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랑 무슨 일 있으셨어요?”
“별건 아니었다.”
나는 설명을 요구하듯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버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덧붙였다.
“그저 아버님이 화내시는 걸 조금 들었더니 피곤하구나.”
나는 입안의 살을 꽉 깨물어 웃음이 나오려던 것을 참았다.
무쇠 같은 아버지시더라도 불뿜는 용을 맞이하면 피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버지에게 안긴 채 객잔 1층으로 내려가자 음식 냄새가 풀풀 풍겨왔다.
여러 개의 탁자를 붙여 넓게 만들어 놓은 상 위에 무척 많은 음식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날카로운 기도를 지닌 무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 백검단 사람들이잖아?’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고개를 까딱였다.
“왔느냐. 명이는?”
“제갈 세가주와 좀 더 있겠다하여 두고 왔습니다.”
“명이가 제강 세가주와 있다고?”
“예.”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할아버지 옆의 빈자리로 향했다.
할아버지가 잔뜩 일그러진 낯으로 나를 보았다.
“설마······ 연이, 네가 명이를 제갈 세가주에게 소개해 준 것이야?”
“네.”
내 대답에 할아버지의 심기가 눈에 띄게 불편해졌다.
할아버지가 살짝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넌 어지 그리 착해 빠졌느냐!”
“······ ?”
“제갈 세가주와 다툼이 있었다고 들었다만 또 만나러 가고 싶어?”
나는 옆자리의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할아버지께 언제 얘기하신 거야?
내게는 아주 좋았다.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살짝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오라버니가 만나고 싶어 하니까요.”
친한 척, 사이가 좋은 척은 백리명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이 자리의 백검단 사람들도 비슷했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앉아라. 내 너를 부른 것은 며칠 동행할 테니 얼굴도 익힐 겸 함께 식사라도 하고자 해서다.”
할아버지가 바로 옆자리에 자리한 사내를 향해 눈짓했다.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로 보였다. 덥수룩한 수염에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었다.
안대 아래로 자리한 기다란 흉터가 뺨을 가로질러 입술에 닿을 정도였다.
사내는 안대를 쓰지 않은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백검단 단주인 백리재천입니다. 이리 보는 것은 처음이지요. 반갑습니다.”
이름은 들은 적 있었다.
백리가의 방계.
할아버지의 오른 팔로 백리세가의 칼인 백검단의 단주이니 실력 또한 말할 것 없었다.
전생에는 교분은 커녕 인사조차 스치듯 한 번 나눈 것이 다혔다.
이렇게 뵙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뵙겠습니다. 백리연이에요.”
“······ 오”
반 박자 늦게 백리재천이 살짝 탄식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담력하나만큼은 제 아비와 같다고.”
“정말로 괜찮네요.”
그 말에 백리재천이 씩 웃었는데······ 뺨을 가로지르는 흉터가 비틀리며 대단히 흉악해 보이는 웃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