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백리패혁은 놀란 아들의 얼굴을 보며 말을 이었다.
“완치는 아니라 아쉽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더냐? 최대한 시간을 벌면서 치료 방법을 알아내야지.”
잠시 침묵하던 백리의강은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그런데 아버님, 제갈 세가주가 제 증상을 어지 알고 있는 겁니까?”
백리패혁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답했다.
“네가 앓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저 치료법을 알 뿐이지.”
백리의강이 더 이해가 가지 않는 낯을 했다.
“제갈 세가주가 치료법을 정말 알고 있는 게 맞습니까? 하필이면 보호 요청을 한 시점에 치료법을 알고 있다니. 상황이 공교롭습니다.”
“있다면 있는 걸로 알 것이지 무슨 의심이 그리 많아!”
백리패혁이 성을 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빨리 고개를 숙이며 말을 조심했다. 백리의강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의심스럽습니다. 지금껏 아무도 이런 병이 있는지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심지어 석 태의조차 처음 보는 병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
“너는 대체······ !”
버럭 소리치던 백리패혁이 주먹을 꾹 쥐고 다른 손으론 이마를 짚었다.
“내가 치료 방법을 사방으로 찾다 보니······ 제갈 세가주에게 닿은 것이다.”
“······ 하지만 아버님, 저와 연이가 남궁 세가에 있을 때 계속 폐관 수련에 들어가 계셨지 않습니까?”
그래서 백리연이 산사태에 휩쓸려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가문에 돌아갔을 때도, 얼굴조차 마주하지 못했다.
“그런데 아버님이 언제 찾아다니실 수 있는······ .”
말하던 백리의강이 뭔가를 깨달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설마······ 폐관 수련 자체가 거짓이었습니까?”
백리패혁의 눈썹이 움찔 떨렸다.
“내가 정말 폐관 수련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장 부관과 백검단주밖에 모르는 일이다.
너도 비밀로 하거라.”
“······ .”
그러고선 백리패혁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을 돌렸다.
“그보다 요새 상태는 어떠냐?”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듯하던 백리의강이 다시 시선을 들고 말했다.
“······ 아버님, 저 때문이라면 제갈 세가주의 제안을 받아들이실 필요 없습니다. 가문에 폐를 기칠 수는 없습니다.”
“폐라니! 그리 생각하지 말거라.
너 또한 백리의 성을 받았는데 이 어지 폐란 말이냐?”
백리의강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아버님이 저를 이리 신경 써주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 모습에 백리패혁은 쓴 물을 삼키는 심정이 되었다.
“하나 제 몸의 병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이에게 제 몸을 맡겨 무얼합니까?”
“그 말 네게 돌려주마. 네 몸조차 구하지 못하면서 무슨 딸아이의 몸을 낫게 해 주겠다는 것이야? 어!”
* * *
나는 백리명과 식사를 하며 그간 가문에 있었던 일을 조금씩 들을 수 있었다.
“······해서 표랑 악 둘 다 고계암으로 간 거란다.”
대체 왜 소우악과 고모가 가문을 나간 게 아니고 쌍둥이들이 함께 고계암에 갔나 했더니.
‘백리명이 부추긴 거였다니.’
내가 씨를 뿌리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싹이 잘 텄을 줄이야.
그만큼 평소 고모와 쌍둥이들이 뿌린 거름으로 땅이 비옥했다는 뜻도 됐다.
그리고 백리명이 정말로 나를 보러 온 이유와 객방에서 식사하자고 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맞아, 연이 너 남궁 세가주를 할아버지라 부른다며?”
국을 떠먹던 나는 수저를 멈추고 눈을 깜빡였다.
“엇? 그걸 어떻게 아세요?”
“할아버지가 장 부관과 이야기 하시는 걸 들었단다.”
설마 남궁 세가주 할아버지가 보내신 서신에······ 그런 내용도 쓰여 있었던 건 아니겠지?
왠지 맞을 것 같았다.
“······맞아요. 남궁 세가주 할아버지께서 그리 부르시라고 하시더라고요.”
내 대답에 백리명은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남궁 세가주와도 친분을 쌓다니······.”
그리고 조금 뒤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리고 중해 형님이 백리가에 왔었단다.”
중해 형님? 잠시 누구를 말하는 건가 고민했다.
“악중해 오라버니요?”
“그래. 네가 중해 형님 목숨도 구하고 당 소저와 청성의 마 소저도 구했다며?”
“아······ 제가 구했다기보단 아버지가 구하신 건데······.”
“그래? 형님 말씀에 따르면 아니던데.”
악중해 이 사람 대체 백리가에 가서 뭔 짓을 한 거야? 왜 백리명하고 형님 아우를 하고 있어?
이런 식으로 백리명은 내게 묻고 싶었던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1층으로 내려가면 다른 사람들도 있을 테니 눈치가 보여 말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밥을 거의 다 먹어 갈 때쯤 갑자기 창가에 작은 그림자가 졌다. 제갈 세가주의 흰 고양이였다.
이를 본 나는 눈을 부릅떴다.
이번에 고양이 입에는 불쌍한 참새 한 마리가 물려 있었다!
백리명이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웬 고양이?”
“오, 오지 마!”
나는 벌떡 일어나 순식간에 열 걸음 정도 물러났다.
고양이는 내가 앉았던 의자를 밟고 탁자 위로 올라갔다.
그러곤 퉤, 참새를 뱉어냈다.
백리명도 움찔 놀라며 반쯤 일어났다가 애써 태연한 척 다시 앉았다.
“이 고양이 뭐야?”
“제갈 세가주의 고양이예요.”
“그런데 왜 새를······?”
“아침에는 저한테 죽은 쥐를 가져다 줬다고요······!”
고양이가 금색 눈동자로 나를 빤히 바라봤다.
“고양이가 널 좋아하는 거 아니냐?”
“네?”
“예전에 친우한테 들은 적 있어. 고양이가 작은 동물이나 벌레를 물어 오기도 한다고. 선물이라과 주는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그런 선물 필요 없어······!
백리명이 고양이를 향해 손을 뻗어 쓰다듬었다.
“귀엽네.”
꽤 즐거운 얼굴이었다.
그 모습을 떨떠름하게 지켜보다 물었다.
“동물 좋아하세요?”
“귀엽잖아.”
“하지만 오라버니 동물 안 키우시잖아요?”
저번 생에도 키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아, 고모가 동물을 싫어하셔서 못 길렀어.”
나도 모르게 순간 눈을 가늘게 떴다.
백리명은 무심코 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저 안에는 고모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물었다.
“어차피 처소도 따로고, 고모가 오라버니의 친어머니도 아니신데······ 그냥 길러도 되지 않아요?”
“······.”
백리명이 나를 보러 온 이유.
그건 본인에게 누가 더 이득이 될지 나와 고모를 저울질 하고 있어서였다.
‘할아버지를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을 보아 거의 결정한 것 같지만······.’
고양이를 보자 순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다시 탁자로 다가가 고양이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살랑살랑 움직이는 꼬리와 함께 날리는 털이 음식을 장식했다.
“됐으니까, 앞으로 이상한 것좀 가져오지 마. 알아 들었어?”
나는 고양이가 내려놓은 참새를 흘끔 바라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의 참새는 아직 살아 있었다. 놀라서 기절한 건지 죽은 척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친 곳도 없어 보였다.
나는 고양이를 안아 들었다.
“제갈 세가주께 고양이를 돌려 보내러 가야겠어요.”
나는 백리명을 돌아보며 웃었다.
“오라버니도 같이 가실래요?”
* * *
방의 주인인 듯한 하얀 소년은 턱을 괸 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앞으로 새카만 무복을 입은 사람이 다가갔다.
제갈화무가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배신자들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이제 어머니도 한동안은 몸을 사리시겠지.”
제갈화무는 눈을 감으며 몸을 등받이에 기댔다.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어머니도 참 가만히 계시면 손에 넣으실 텐데 그새를 못 참으셔서야 원.”
침묵하던 흑의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제대로 처리하심이 어떠십니까?”
“뭐 하러? 귀찮다.”
“하지만 대부인께서 마교와도······.”
제갈화무가 흑의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마교가 제갈의 씨를 말려 버리고 싶어 하는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런 몸으로 본가에서 나온 순간부터 예견한 일이었다.”
간을 보듯 정체를 숨긴 습격.
그리고 그의 몸 상태가 나빠지기만을 기다린 배신.
배신이라지만 사실 예견했던 일이었다. 오히려 제갈화무는 이를 이용하려 했다.
백리 세가에 도착하기 전 친모의 손을 탄 배신자를 한 번 솎아 낼 계획을 짰다. 그리고 발작이 일어난 척하며 배신자들의 반응을 보려 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아니, 하아······ 진짜로 그 순간에 정말 발작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냔 말이야.”
흑의인은 부하들이 배신자들을 조용히 추격할 때 제갈 세가주를 멀리서 호위하고 있었다. 당연히 제갈 세가주가 쓰러졌을 때 바로와서 운기를 도와줄 수도 있었다.
흑의인이 고개 숙였다.
“죄송합니다. 가주님의 계획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흑의인조차도 제갈세가주가 쓰러진 것이 연기인 줄 알았다.
제갈 세가주가 고개를 젖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해야. 나도 내 목숨을 두고 도박하는 취미는 없거늘.”
“······.”
제갈 세가주가 정말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정말이야. 두 눈 보전하고 싶으면 깔렴.”
흑의인이 조용히 고개 숙였다.
잠시 후 제갈 세가주는 탁자에 엎드리며 한숨을 쉬었다.
“하아,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리려나?”
“······.”
“거기서 화를 낼 줄 몰랐다고. 정말 여섯 살이 맞나? 어떻게 거기서 화를 내지? 흥미를 가지면서도 겁을 먹어야 마땅한데.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침묵하던 흑의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도는 사정을 제대로 설명하고 사죄하는······.”
“아서라. 백리의강이 와서 나한테 화내고 갔다고. 자기 딸에게 접근하지 말래.”
“백리 대협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까?”
“네가 그 자리에 없어서 모를걸. 얘기는 하는데 눈빛이······ 으음. 지금은 좀 사리는게······.”
창백한 낯빛에 조소 어린 입가.
흑의인이 지금껏 보았던 제갈화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창백한 낯인 건 여전했지만 제갈화무의 미소에선 생기가 넘쳤다. 정말로 소년이 된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막추가 침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백리 소저께서 오셨습니다.
그런데······”
“연이 왔다고?”
막추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제갈화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문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