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할아버지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나는 어쩔 줄 모른 채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바라봤다가 고개를 숙이기를 반복하다가 답했다.
“·····잘못했어요.”
“그럼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있을 때 그러지 않을 것이냐?”
“·····.”
내가 대답하지 않자 할아버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말만 잘못했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더냐?”
하지만····· 하지만·····.
나는 조그맣게 의견을 피력했다.
“아버지가 저를 구하셨으면 다른 한 명은 못 구했잖아요.”
아버지의 경공 실력이 대단하다 한들 팔은 두 개고 아이 셋의 무게를 감당하며 산사태를 피해 빠져나갈 수 있을 리는·····.
할아버지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너는 아직 여섯 살이다. 네가 왜 그런 것까지 걱정하는냐?”
“·····.”
할아버지가 또 한숨을 내쉬셨다.
“연아, 아직 포기해서는 안 된다. 네가 검을 쥐지 않더라도 내 손녀딸임은 변함없으니. 알겠느냐?”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할아버지의 말씀은····· 마치 내가 단전 폐인인 것이 괴로워 목숨을 내던진 것만 같은·····.
‘전혀 그런 게 아니었는데.’
거기다가 단전이 회복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 만신의에게 받은 능력이 있었다.
‘하긴 아직 할아버지는 모르시지.”
순간적으로 고민되었다.
‘말씀드릴까?’
지금 할아버지께 금안에 대해서 설명할까?
원래 할아버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아끼시지만····· 나를 아끼시는 것과는 달랐으니까.
“이리 오너라.”
내가 쭈뼛쭈뼛 다가가자 할아버지가 손을 뻗어 나를 끌어안았다.
“어휴 이 토깽이 같은 녀석이 그 무덤 속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꼬. 잘 돌아왔다. 잘 버텼어.”
* * *
할아버지는 아버지께 할 말이 있으니 남으라고 말하며 나를 내보냈다.
나는 팔뚝을 문지르며 객방을 나왔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팔괘촌 산사태를 언급하자마자 굳어지던 아버지의 모습······ .
내가 목숨을 포기한 것이라 여기는 할아버지의 착각······ .
하지만 생각을 오래 이어 나갈 수는 없었다. 내 앞을 가로막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아.”
“······ 오라버니.”
백리명이었다.
마치 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모양새였다.
“오랜만이에요, 오라버니. 키가 엄청 크셨네요?”
백리명은 반년 사이 성장기라도 온 듯 키가 쑥 자랐다.
“잘 지냈어? 큰 사고를 당했다고 들어서 걱정했는데. 이리 보니 무사한 것 같아 다행이야.”
마지막에 헤어질 때의 관계가 그리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친한 척 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오라버니는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내가 할아버지께 졸랐단다. 같이 가고 싶다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기울였다.
“왜요? 여기까지 오기 힘들지 않았어요?”
이유를 모를 리 없었다.
백리명이 여기 온 이유.
그건 동생을 챙기는 착한 장손의 모습을 할아버지께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가문에 고모가 계신다는 거지.’
고모는 분명 쌍둥이들이 고계암으로 쫓겨난 일로 내게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소우악과 고모가 나간 게 아니라 왜 쌍둥이들이 쫓겨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하여튼 백리명이 나를 데리러 간다고 말하면 고모가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발작할 것이 뻔했다.
백리명이 말문이 막힌 듯 몇 번 헛기침하고 말했다.
“그으, 큼, 네가 잘 지내는지 걱정이 되어서 그랬단다.”
백리명이 표리부동한 사람이긴 해도 아직 아이였다. 내심 무시하던 사촌에게 친한 척 말을 거는 상황이 어색한 듯했다.
나도 유도한 거긴 했지만, 진짜로 다정한 말을 듣자 표정 관리가 어렵고 팔뚝에는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 .”
“······ .”
어색한 분위기 속에 어째야 할지 머리를 굴릴 때였다.
꼬르륵.
백리명이 얼빠진 얼굴로 날 보았다.
나는 숨을 흡 들이쉬며 이 채신머리없는 배를 움켜쥐었다. 하지만 배에 너무 힘을 줘서일까, 오히려 더 크게 소리가 울렸다.
꼬르르르륵.
‘아니, 미친. 창피해.’
아냐, 안 창피해. 차라리 잘 됐어.
나는 백리명을 향해 재빨리 물었다.
“오라버니, 제가 아침을 아직 못 먹어서······ . 혹시 드셨어요?”
“어? 아, 아니.”
“그럼 같이 드실래요?”
백리명의 낯빛이 확 밝아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1층으로 가요!”
“그럴 필요 있느냐? 저쪽 객방에서 먹자꾸나.”
나는 눈을 끔뻑거리며 백리명이 가리킨 방을 보았다.
“저기 방 비어 있나요?”
“여기 객잔은 백리 세가에서 모두 빌렸다.”
“모두요?”
“그래. 하루 묵었다 출발할 거란다.”
하긴 석 태의 낯빛이 무척 피곤해 보이긴 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북적거리던 객잔에 사람이 확실히 줄었달까?
“어······ . 그렇다고 해도 원래 묵던 사람들이 있지 않나요?”
백리명이 뭐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이 말했다.
“돈을 주고 내보냈지.”
“······ .”
왠지······ 할아버지가 계신 객방도 다른 사람이 묵는 걸 봤었는데.
이미 묵고있던 사람들에게는 숙박비의 10배를 보상으로 주고 내보냈고, 후한 보상에 모두가 만면에 웃음을 띠며 가벼운 발로 나갔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던 나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럼 제갈 세가주도 나갔나요?”
백리명이 고개를 저었다.
‘쳇······ .’
“그런데 여기에 왜 제갈 세가주가 계신 거야?”
* * *
굳은살 가득한 주름진 손이 찻주전자를 들어 찻잔을 채웠다.
찻잔을 건넨 후, 자신의 잔에도 찻물을 채워 넣었다.
“제갈 세가주는 어쩌다 만난 것이야?”
“오는 길에 쓰러져 있던 것을 마주쳤습니다. 돕다 보니 함께 오게 되었고요.”
“허, 제갈 세가주가 쓰러져 있었다고?”
“예. 지병이 잠시 재발했더군요.”
“흠.”
백리패혁이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찻물을 머금었다.
“그래. 이리 만난 것도 인연일지 모르겠군.”
백리의강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백리패혁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갈 섹가주가 우리 가문에 보호를 요청했다.”
“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한 가문, 그것도 세가라 불릴 정도의 대가문 가주가 다른 가문에게 보호 요청이라니. 체면과 명예를 모두 내던진 행위였다.
백리의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제갈 세가가 무림맹도 아니고 어찌하여 저희 가문에 보호를 요청한단 말입니까?”
심지어 백리 세가와 제갈 세가는 교류가 거의 없었다.
“제가라 세가가 ······ 무림맹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걸 알지 않느냐?”
“그렇다 한들, 저희에게 요청하는 것은 이상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예전같지 않다고 하더라도 무림맹에서 제갈 세가주의 요청을 무시할 리 있겠습니까?”
백리의강의 말에 백리패혁이 씁쓸한 눈빛을 했다.
“이미 요청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무림맹주의 반응이 애매했다더군.”
“애매했다고요?”
“그래. 내 여러 경로로 알아봤다. 제갈 세가주가 도움을 요청한 것도 맞고······ 무림 맹주가 제갈 세가주를 도울 생각이 없는 것 또한 맞았다.”
“맹주님께서······ 어찌하여······ ?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백리패혁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몸을 등받이에 기댔다.
“말이 안 될것까진 없다.”
백리패혁은 백리의강의 시름에 찬 낯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제갈 세가주의 지병이 이번엔 아주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후손도 남기지 못할 거라더군.”
“그것도 무슨 상관이······ 설마?”
“그래.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를 도와봤자 별 가치가 없다 여긴 거겠지.”
백리의강은 실로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추측일 뿐이다.”
“······ .”
하지만 백리 세가주인 백리패혁이 입 밖에 낼 정도의 추측이었다. 틀릴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돕기로 했다.”
백리의강이 곧장 의아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 제게 이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백리패혁은 아주 만족스럽게 수염을 쓰다듬었다. 백리의강의 질문은 정확한 요점을 꿰뚫고 있었다.
보통은 우리가 왜 제갈 세가주를 도와주느냐는 질문을 할 테지만, 백리의강은 달랐다. 제갈 세가주를 도와주기로 한 백리패혁의 판단을 전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왜 자신에게 이 모든 사실을 말하 주는지 그 부분에 의문을 가졌다. 백리패혁은 그런 아들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들아, 나는 연이도 걱정이지만 너 또한 걱정이다.”
백리의강이 시선을 내렸다.
“걱정을 끼쳐 죄송할 따름입니다.”
백리패혁이 탁자를 쾅 내리쳤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런 말이 아니다!’
“······ 죄송합니다.”
백리패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갈 세가주가 네 증상을 완화할 방법을 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