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 * *
“아, 맞아. 이거 백리리에게 주려고 가져왔어요. 별건 아니고요.”
나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조그마한 목함을 내밀었다.
지금껏 말 한마디만 거들었을 뿐, 움직임도 거의 없던 심 부인이 관심을 가졌다.
“리리에게?”
“네.”
심부인이 상자를 받아 열었다.
달그락.
섬세하게 조각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장난감이었다. 값이 비싼 건 아니지만 조각 자체가 섬세하니 아이에게 주기 적당한 선물이었다.
심 부인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귀여운 인형이구나, 고맙다.”
“커흠.”
방씨 어멈이 갑자기 헛기침을 했다.
백리명이 인상을 찡그리고, 심부인이 어깨를 움츠리며 서둘러 목함을 닫았다.
“제가 가져다드리지요.”
심 부인이 입술을 살짝 깨물고 방씨 어멈에게 목함을 넘겼다.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튀어나오려는 하품을 참으며 눈가를 비볐다.
한바탕 난리굿을 치렀더니 진이 빠졌다.
‘하긴, 진짜로 운 건 아니래도 그렇게 눈물을 흘려 댔으니.’
피로한 것은 백리명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한숨을 내쉰 백리명이 축객령을 내렸다.
“리리에게 잘 전해 주마. 이리 와 줘서 고맙다. 괜한 소란에 얽혔지만, 네가 이해하거라.”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명령했다.
이어서 백리명은 고개를 돌려 심 부인을 보았다.
“어머니, 연이 데려다주고 오세요.”
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심 부인도 반 박자 늦게 되물었다.
“······어미가?”
“네. 연이 얼굴을 보면 사람들이 뭐라고 수군거리겠어요?”
“아아.”
하여간 자기에 대한 안 좋은 소리 나오는 건 귀신같이 잡아냈다.
그때 방씨 어멈이 나섰다.
“제가 하겠습니다.”
“방씨 어멈, 어멈이 피운 소란 벌써 잊었어?”
냉랭한 말에 방씨 어멈이 입을 꾹 다물었다.
“어머니가 가세요.”
심 부인은 어쩔 줄 모르며 방씨 어멈과 백리명의 눈치를 보았다.
나는 속으로 탄식했다.
세상에 백리가의 작은 마님이 시비의 눈치를 보다니!
백리명이 다그쳤다.
“어머니, 뭐 하세요? 어서 가세요.
저 피곤해요.”
심 부인이 입술을 깨물고 일어났다.
“······알았다. 하 의원, 잘 부탁하네.”
허. 백리명, 쟤는 무슨 친엄마를 시비 부려먹듯 부려 먹어? 친엄마는 시비의 눈치를 보고 아들은 어미를 시비처럼 부려 먹고. 개판이구먼.
‘뭐······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내겐 오히려 다행이었다. 방씨 어멈이랑 같이 나갈 생각을 하면 숨이 막혔다.
심 부인이 나를 다른 방으로 데려갔다. 몸종이 대야를 들고 왔고, 나는 혼자 하겠다며 물러가게 했다.
얼굴을 씻어 내고 적당히 진정한 것처럼 보이자, 방을 나갔다.
‘심 부인은 어딨지?’
그때였다.
“흑, 흡.”
어디서 귀신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울음소리의 주인은 심 부인이었다.
커다란 기둥 뒤에 선 심부인이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고 계셨다.
나는 깜짝 놀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큰어머니······ 괜찮으세요?”
심 부인이 그제야 내가 있는 걸 알았는지 화들짝 놀랐다.
“그, 오라버니가 나가라고 해서 그래요? 저 안 데려다주셔도 돼요. 혼자 갈게요.”
“아니, 아니다. 그런 게 아니야.”
심 부인이 서둘러 눈가를 닦아 냈다.
“며, 명이를 오해치 말거라. 그러니까 명이는······ 명이가 날 내보낸 것은······ 내가 거기 있으면······ 울까 봐 그런 거란다.”
내 표정이 의아했는지 심 부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곧 하 의원이 치료 때문에 붕대를 풀 텐데, 그때마다 내가······ 내가 그래서 그렇단다.”
“오라버니 상처가 그렇게 심해요?”
“······.”
아, 괜히 물었다. 심 부인의 눈가에 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깜짝 놀란 것처럼 말했다.
“큰어머니, 울지 마세요. 더 울면 큰어머니도 세수하셔야 할 것 같아요!”
어린 나와 달리 심 부인이 세수를 하게 되면 일이 귀찮아졌다.
민얼굴로 나가려 들지 않을 테니까.
가벼운 화장까지 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
내 말뜻을 이해한 심 부인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숨을 가다듬었다.
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큰어머니, 저한테 만신의의 연단실에서 얻은 연고가 있어요.”
눈물짓던 심 부인은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꺼내는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회귀 전, 얼굴도 보기 힘든 심 부인과 딱 한번 단둘이서만 얘기 한 적이 있었다.
넓은 백리가에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반쯤 버려진 전각이 있었다.
딸린 후원은 관리하지 않아 수풀이 무성했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었는데, 내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울고 싶을 때 그곳을 찾곤 했다.
무슨 이유 때문이었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았다.
어쨌든 그곳에서 울던 날이었다.
바스락, 사부작.
풀잎을 밟는 소리,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심 부인이 손수건을 내밀며 말했다.
「 여기는 며칠 내로 새롭게 단장 할 예정이란다.」
나는 그때는 손수건만 쥐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심부인의 예고대로 며칠 뒤 전각은 새롭게 단장되었다. 쌍둥이들이 제 친우들과 부어라 마셔라 하는 곳으로.
그때는 그냥 단장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한 번 와 봤다가, 우연히 날 보고 알려 주었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좀 더 머리가 크고 다시 생각해 봤다.
심 부인은 당시 혼자였다. 시비도 대동하지 않았다.
심 부인이 무척 심약한 건 유명했다.
그렇게 조심스러운 사람이 시비도 대동하지 않고 이동하는 일이 있을까?
또한 단장 전 미리 살피러 온 거라면 도울 시비가 오히려 더 필요했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까······내게 알려 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닐까?
이 모든 건 그냥 추측일 뿐이었다.
내가 그 뒤로 심 부인을 따로 만난 적은 없었으니까.
나는 말을 이었다.
“남궁 세가에서 만신의의 연단실을 조사할 때 가져온 것 중에 하나 얻어 왔거든요.”
“······.”
“그거 쓰실래요?”
심 부인이 입을 살짝 벌렸다.
빠르게 깜빡이는 눈에 눈물은 이미 그쳤다.
“만신의 가 직접 만든 것 같은데 음, 괜찮으시다면요.”
숨을 헐떡이던 심 부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정말로 내주는 거니?”
“원래 세 개밖에 없어서, 저도 하나밖에 못 가져왔거든요. 그래서 하나밖에 못 드려요.”
그러니까, 만신의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남은 두 개는 남궁세가에서 가져갔고.
심 부인이 내 손을 다급히 붙잡았다.
“고맙구나. 고마워. 정말 고맙다.”
결국,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소부인도 잠시 떠올랐다.
두 분이 성격부터 외모까지 비슷한 점 하나 없었지만······ 같은 점도 있었다.
자식의 일에 이렇게 일희일비하며 다정한······.
어머니란 원래 이런 존재일까?
백리명이 아주 조금은 부러워졌다.
* * *
달이 지붕에 걸린 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치맛자락을 붙잡고 두리번거리던 소녀는 황급히 어디론가 걸어갔다.
처소 담을 지키는 호위 무사가 소녀를 붙잡았다가 소녀가 보여주는 패를 보곤 보내 주었다.
몇 번 그런 식으로 검문을 지나친 소녀가 한 창고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붕에 걸린 달이 하늘 높이 솟았을 때, 소녀가 다시 창고를 나갔다.
그 뒤로 일각(15분)쯤 뒤에 중년의 여인이 창고에서 나왔다.
중년 부인은 검문조차 거치지 않았다.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방씨 어멈.
대부인의 측근 시비를 붙잡을 자는 없었다.
방씨 어멈은 그대로 대부인의 처소로 향했다.
늘 그렇듯 대부인 근방에서 수면을 취하려던 방씨 어멈은 기척을 느끼고 대부인의 방으로 들어갔다.
“벌써 기침하셨습니까? 좀 더 주무시지요.”
“늙으면 잠이 주네.”
대부닝이 맞은편을 손짓했다.
다른 시비가 방씨 어멈과 대부인 앞에 찻잔을 채웠다.
“뭐라던가?”
“확실히 무백신공 1성을 배우는 게 맞다고 합니다.”
“흠.”
“그리고 백리의강이 하인 한명에게 곤장을 때린 것은, 당금이 후원에 들어가서 그런 게 맞았다고 합니다.”
오늘 오후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백리의강이 하인 한 명에게 곤장을 때린 것이다.
딸의 몸종 한 명을 무릎 꿇렸던 일은 1년이 지나 벌써 잊힌 지 오래, 가솔들에게 백리의강은 너그러운 이미지였다.
그런 백리의강이 하인에게 엄벌을 내리자 모두 깜짝 놀랐다.
“그 뒤로는 한참을 순 쓸데없는 말만 늘어놓더군요.”
대충 백리연 처소에서 자신의 입지가 좁으니 도와 달라는 의미였다.
더군다나 오늘 당금 때문에 다른 하인이 공장을 맞았다. 다른 하인들이 당금을 어찌 볼지는 자명했다.
“멍청해서 써먹기 좋을 때가 있다면 불편할 때도 있구나.”
백리가에 들어와 홀로 머무는 어린아이 마음 하나도 제대로 못 잡다니. 한심할 따름이었다. 일부러 욕심만 많은 멍청한 아이를 붙여 놓았던 것이지만, 상황이 잃게 되니 멍청한 게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어찌할까요? 당금을 빼고 다른 아이를 몸종으로 넣을까요?”
“일단 두어라.”
“아니면 이미 백리연 처소에 있는 아이는 어떻습니까?”
“이미 있는 아이?”
“예, 괜찮아 보이는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대부이의 눈빛에 방씨 어멈이 설명을 이어 갔다.
“······소녹이라고 기억하시나요?”
“그 아이는 의강이 데려온 고아 아니냐?”
“예. 말도 못 하고 뒷배라곤 백리의강 뿐이라, 백리의강의 몸종이 그 아이를 교육해 백리연의 몸종을 시킬 생각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백리연에게 미움을 산 모양이더라고요.”
“미운? 그 아이가 사람을 미워한다고? 백리명한테 하는 짓 보지 않았느냐?”
심 부인에게 백리명 치료에 쓰라고 만신의의 연고를 내준 소문이 짜했다.
남궁 세가에서 따라온 시비가 하나뿐인 이게 어떤 물건인데, 아까워 죽겠다며 요란을 떨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백리의란이 또 한바탕 난리를 치기도 했다.
그걸 왜 받냐고.
하지만 늘 순종적이던 심 부인도 그것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남궁 세가에서 온 시비가 지나가듯 말했다더군요.”
방씨 어멈이 눈을 빛내며 목소리를 낮췄다.
“백리연이 산사태에 휩쓸린 게 소녹 때문이라고요.”
대부인이 찻잔을 들던 손이 멈췄다.
“산사태가 일어날 때 남자아이와 소녹, 백리연 이렇게 아이가 세 명 있었답니다. 그런데 백리의강이 남자아이와 소녹을 구하느라 백리연을 놓쳤다더군요.”
대부인이 미간을 좁혔다.
방씨 어멈이 말을 이었다.
“그 일때문에 백리연이 소녹을 싫어하는 거랍니다.”
친부가 다른 아이를 구하다가 자신을 놓쳤다.
“······과연, 싫어할 만하구나.”
대부인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