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원래 좀 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의 제갈 세가주는 뭔가 조금······ 얌전해졌다고 할까?
분명 같은 사람인데 웃는 모습부터 차분해진 느낌이었다.
내가 말했다.
“차 얘기는 그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그래.”
얼마든지 물어보라는 듯 제갈 세가주가 찻잔을 내려놓고 나를 응시했다.
“왜 쓰러진 거야?”
“응?”
제갈 세가주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그 모습에 되물었다.
“왜?”
“아니, 금안에 관해서 물어볼 줄 알았는데. 아니면 아버지의 문제라든가.”
“물어볼 거야.”
“하하하.”
재미있다는 듯 웃다가 갑자기 웃음을 뚝 그쳤다.
‘얌전해진 게 아니라 좀 더 이상해진 것 같기도 하고······.’
내 의심과 함께 제갈 세가주가 말을 이었다.
“태어난 생명이 언젠가 죽는 건 필연이지.”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하지만 그 윤회에서 벗어난 자가 있다면······ 어떨까?”
“그게 무슨 소리야?”
“정확히 말하자면 죽지 않는 건 아냐.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거지.
계속해서.”
아무리 검으로 바위를 가르고 산을 베는 말도 안 되는 세계라지만······
저 말은 그야말로 괴력난신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제갈 세가주가 말없이 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왜?”
“정말 모르겠어?”
“그게 무슨 말이야?”
“너라면 알 텐데.”
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자꾸 이런 식으로 선문답할······.”
순간 번개처럼 뇌리에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고 제갈 세가주를 보았다. 따지자면 나도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니, 그게 무슨······.’
제갈 세가주가 슬쩍 웃으며 말했다.
“역시.”
나는 입술을 살짝 즈려 물었다가 내뱉듯이 말했다.
“지금 날 떠본 거야?”
“그렇긴 하지만, 확신하고 있었어.”
“······어떻게?”
“너에 대해서 알아봤다고 했잖아. 시점은 아마도······ 주화입마에 빠지고 난 이후. 맞지?”
“······.”
그저 말문이 막혔다. 비실비실 웃고 있는 제갈 세가주를 보자 짜증이 났다.
“그렇게 잘 알면서 뭐하러 물어보는데?”
놀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놀라는 걸 즐기는 것도 아니고······!
“너무 그러지 마.
내 목숨은 네거잖아?”
“······뭐라는 거야?”
갑자기 소름 기치게 이 자식이?
“내가 언제 네 목숨을 가졌어?”
하아, 정말 애랑 얘기하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나도 모르게 닭살이 돋은 팔을 털어내며 말했다.
“그리고 내가 살려 준 사람이 한둘인 줄 알아? 네 말대로면 그 사람들 목숨이 다 내 거야?”
“······.”
잠시 말이 없던 제갈 세가주가 표정 없이 중얼거렸다.
“그러게. 왜 이렇게 많지.”
“······.”
이번엔 왠지 다른 느낌으로 소름이 끼쳤다.
안 그래도 창백하니 색소도 적은 아이가 표정도 없는 게 조금 무섭게 느껴진달까.
‘정말 얘 어디가 좀 이상해진거 같은데······.’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든 머리를 털어내며 말했다.
“됐고.그래서 내가 회······!”
그 순간 제갈 세가주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놀라 눈을 깜빡였다.
‘전보다 훨씬······ 빨라졌는데?’
방심하고 있었다지만, 천산염제에게 훈련받은 뒤로 이렇게 손쓸 틈도 없는 건 처음이었다.
‘공청 석유의 내공 때문인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제갈 세가주의 성취가 놀랄 만큼 높아진 것이 느껴졌다.
“명확하게 말하지 마. 네가 겪은 일은 천륜을 거스르는 일이니 알려지면 좋지 못할 거야.”
내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제갈 세가주가 천천히 손을 거뒀다.
제갈 세가주는 내 입을 막았던 손을 몇 번 꽉 쥐었다가 펴길 반복했다가 다른 손으로 주물렀다.
내공을 썼으니 또 통증이 도졌을 것이다. 제갈 세가주는 몇 번 대충 주무르다가 갑자기 툭 내뱉었다.
“그래서 이번이 몇 번째야?”
“그게 무슨 소리······. 잠깐만.”
나는 왈칵 인상을 찡그렸다.
“몇 번째냐니?”
“두 번? 세 번쯤 됐으려나?”
“처음이야! 지금 네 말은 이걸 몇 번이나 할 수 있다는 거야?”
제갈 세가주는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지.”
“그게 뭐야!”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죽으면 또 돌아갈 수도 있다고?
아니, 제갈 세가주와 얘기를 하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건······.
‘이건 상상을 초월하잖아!’
나는 이를 악물고 폭풍이 몰아치는 머릿속을 진정하려 노력했다.
나는 눈을 꽉 감았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서 그 윤회에서 벗어났다는, 네가 말하는 불사라는 괴력난신은 누굴 얘기하는 거야?”
“알잖아?”
그래.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걸 들은 순간부터 한 사람이 뇌리에 맴돌았다.
존재만 알려져 있을 뿐 작중에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던 인물.
“천마.”
“맞아. 천마 신교의 교주.”
제갈 세가주가 환하게 웃으며 노래하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 금안의 능력의 원래 주인이지.”
“······.”
말을 잃었다.
그런 내 모습이 재밌기라도 한 듯 제갈 세가주가 웃음을 참는 것 처럼 입가를 매만졌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천마의 능력이라니?!’
대체 천마의 능력을 왜 만신의가 가지고 있었는데! 능력이 뭐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거야?
스티커냐고!
아버지를 살리고 겸사겸사 피비린내 나는 미래까지 피하려고 했는데!
가시밭길 수준이 아니라 불구덩이 수준이었다.
“이 능력은 만신의가 죽어가면서 내게 준 거야. 그런데 여기서 왜 천마가 나오는 거야?”
“흐음.”
제갈 세가주가 턱을 괴며 나를 보았다.
“만신의가 있던 곳을 습격한 게 누구라고 봐? 저번에는 습격 같은 일 없었을 거 아냐.”
“······.”
내 침묵을 제멋대로 해석한 제갈 세가주가 말을 이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면······ 당연하잖아. 네가 습격이 있을 걸 알았다면 팔괘촌 사람들을 그렇게 죽게 내버려 두진 않았겠지.”
저번 생에는 없었던 습격.
나는 그동안 내가 한 어떤 행동으로 인해 미래가 틀어져 팔괘촌 사람들이 죽은 게 아닐까 – 라고 생각했었다.
나와 아버지를 속이는 데 가장 일조한 건 소녹이었다. 하지만 팔괘촌의 모든 사람이 공범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팔괘촌의 사람들이 죽기를 바라진 않았어.’
그래서 그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도움 안 될 감정이기에 최대한 생각하려 들지 않았지만.
하지만 제갈 세가주의 말처럼 천마가 나와 같이 회귀를 했고, 손을 쓴 것이라면······.
순간 내 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며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게 조금 징그러웠다.
“맞아. 네 탓이 아니야.”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뭐······ 무슨 사람 마음 읽는 능력이라도 있어?”
제갈 세가주가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깜빡였다.
“그런 게 왜 필요해?”
“······.”
제갈 세가주가 내 식어버린 찻물을 버리고 새로운 찻물을 따라주었다.
다시 피어나는 복숭아 향에 조금 진정이 되는 기분이었다.
제갈 세가주 때문에 내온 것인데 내게 도움이 될 줄이야.
“그런데 천마의 능력이면 왜, 지금껏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지?”
“그야 너무 오래된 일이니까.”
제갈 세가주가 천천히 얘기해나갔다.
“천마신교 초창기를 제외하고 천마가 직접 나선 적은 없어. 아니, 있긴 하구나. 하지만 그것도 꽤 예전 일이라. 거기다 천마가 나선 일에는 살아남은 이는 없으니, 천마를 본 사람도 없겠지.”
느릿느릿한 제갈 세가주의 목소리가 내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평온했다.
“그럼 너는 어떻게 아는데?”
“그야 나는 초대 천마와 마주한 적이 있으니까.”
“뭐라고?”
“세간에는 천마가 바뀐다고 알려졌지. 하지만 사실 천마는 천마신교가 나타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한 명이었어.”
“······.”
“불사의 괴력난신. 괴물을 유한한 생을 가진 사람이 대적하려면 어째야 할까?”
제갈 세가주는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노골적으로 지루한 표정이 되었다.
“아주 오래전 한 사람은 고민끝에 결정하지. 내 생에 그 자를 막을 수 없다면, 다음 세대에게 넘기자.”
“······그게 지금 설마.”
“초대 천마를 만난 것, 정확히 말하면 역대 제갈 세가주의 기억을 이어받았다고 봐야겠지.”
제갈 세가의 심공.
보통 육체의 단련을 중요시하는 다른 가문과 문파와 달리 머리, 두뇌 회전 능력을 높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제갈 세가주의 백회혈 부근만 매우 발달한 이유.
공청석유의 내공을 넘길 때 상단전에서 느껴졌던 알 수 없는 엄청난 힘.
마교에서 제갈 세가를 아주 오랫동안 멸문시키려 노력한 이유.
흩어져있던 퍼즐이 하나로 맞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