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그때 광무종과 남궁류청의 이야기를 꺼낸 이가 나를 정확히 응시했다.
“그러고 보니 백리 소저가 예전에 남궁세가에서 1년 정도 머무르셨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맞아요.”
갑작스러운 말에 한 박자 늦게 긍정했다.
“그럼 남궁 공자도 보셨겠네요.”
“그렇죠.”
“어땠어요? 정말 저 얘기만큼 강하던가요?”
아주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살짝 흥분한 기색이었다. 처음부터 이걸 노렸던 것일지도.
옆에 있던 소년이 헛기침하곤 흥분한 소년을 말리듯 불렀다.
“주 공자.”
“아, 왜? 너도 궁금하잖아. 소저, 남궁 공자가 하늘이 내린 기재라던데. 미래에 백리 대협과 남궁 대협에 못지않은 고수가 될거라고.”
나는 얼굴을 긁적였다. 주 공자의 낯에서 호기심과 호승심이 읽혔다.
나는 적당히 대답을 골랐다.
“글쎄요. 뭐 저도 만난 지 꽤 되어서요.”
그때 석가약이 끼어들었다.
“왜, 그러지 말고 말해.”
나는 석가약을 의아하게 보았다.
“뭘 말하는 거야?”
“너 예전에 남궁 공자랑 대련도 했다며.”
나는 눈을 부릅뜬 채 석가약을 바라보았다.
“정말요?”
“오, 역시!”
그 얘기는 왜 갑자기 꺼내?
석가약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때 한 소저가 끼어들어 말했다.
“아, 맞아요. 저도 들었어요. 심지어 소저가 이겼다고 하던데요!”
나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뛸 뻔했다.
“누가 그런 말을!”
“진진이 그러던데요?”
“······.”
나는 입을 뻐끔거렸다.
아버지가 데려온 아이였던 진진은 백검단주의 눈에들어 제자가 되었다.
백검단주의 제자쯤 된다면 다른 무가 아이들과 교류가 꽤 있을 터 였고······.
‘업보로다.’
나는 머리를 싸매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천막 바깥쪽이 소란스러워졌다. 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자 익숙한 빛이 보였다.
‘백리리네. 같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은 소형 배에서 우리가 있는 놀잇배로 가볍게 올라타고 있었다.
나는 함께 온 이들을 의심스럽게 살폈다.
금안의 안법도 그동안 많이 늘었다.
그리고 백리리 곁의 두 사람은 백리가의 심법을 연성한 듯 싶었다.
그때 옆에서 내게 다시 질문했다.
“소저, 소저. 그래서 어떻게 이긴 거예요?”
“너무 오래된 일이라······.”
“그래도 기억나는 게 있을 거 아니에요.”
“남궁 공자요. 잘생겼나요? 소문이 자자하던데.”
우 소저도 끼어들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였다.
“오! 이게 누구야!”
“뭐야, 돌아왔어?”
“그래. 내가 왔다.”
“잘들 지냈냐?”
건들거림이 묻어나는 목소리.
말투가 살짝 다른 걸 빼면 두 명의 목소리는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똑같았다.
‘아, 설마 했는데······.’
돌아본 시야에 백리리를 앞세운 백리표와 소우악, 쌍둥이 사촌들이 보였다.
내가 그들을 알아본 것처럼 쌍둥이들도 나를 알아봤다.
“······.”
“······.”
우리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 빠른 자들은 느꼈을 것이다.
‘이미 사이가 좋지 않은 것도 다 소문났고.’
고계암의 정신 교육이 헛된 건 아닌지 당장 달려들어 소란을 피우진 않았다.
‘아쉽네.’
그랬으면 다시는 얼굴을 들지 못하게 만들 수 있었는데.
백리표와 소우악을 보는 건 남궁세가에 가기 전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었다.
쌍둥이들은 작년에 가문에 돌아왔다. 하지만 나와 마주할 일은 없었다.
쌍둥이들이 백리세가에 머물 때 나는 폐관 수련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그리고 쌍둥이들은 백리 세가에 머물다가 소가장, 그러니까 쌍둥이들의 친가에도 얼굴을 비추러 갔다.
그 뒤 내가 폐관 수련에서 나온 것이다.
‘오늘 돌아온 모양이네.’
할아버지가 고희연이니 다시 보긴 할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리고 나만큼 쌍둥이들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 이가 또 있었다.
백리명.
백리명은 쌍둥이들이 올지 전혀 몰랐던 듯 당황한 표정이었다.
“표야, 악아. 오랜만이구나. 오늘 돌아온 것이야?”
“어, 형. 오랜만이다?”
“와, 이런 자리가 있는데 우리는 초대 안 한거야?”
“너희가 올 줄 몰랐으니까.”
“알았으면 초대했고?”
“물론이지.”
“예예.”
나는 폐관 수련에 들어가 있어 직접 보진 못했지만 소녹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쌍둥이들과 백리명의 사이가 예전 같지 않은 듯 싶었다.
뒤늦게 나를 본 백리리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곤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언니가 왜 여기 있어?”
“······.”
누가 백리명과 오누이 아니랄까 봐 첫마디가 아주 비슷했다.
나는 백리리를 상대하지 않고 백리명을 불렀다.
“오라버니.”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던 백리명이 백리리를 향해 손짓했다.
“리리야, 이리 와.”
리리는 백리리의 애칭이었다.
백리리는 이를 무시한 채 나를 보고 말했다.
“언니 원래 이런 자리 관심 없었잖아?”
“백리리, 이리 오라니까.”
“아, 왜 자꾸 불러! 할 말 있으면 오라버니가 이리 와!”
백리리가 버럭 짜드을 냈다.
“너, 정말······.”
흥이 깨졌다.
주변의 다른 아이들이 아닌 척 우리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이 보였다.
나는 백리명을 보며 말했다.
“리리가 참 고모를 닮았어요.”
백리명의 안색이 싹 굳었다.
“리리는 내 동생이다. 너라도 모욕하면······.”
“고모를 닮았다는 게 모욕이에요?”
아니, 이렇게 한 번에 거려들 줄이야.
쌍둥이들이 백리명을 노려보았다.
백리명이 뒤늦게 그런 의미가 아니라며 변명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 천막을 걷고 갑판으로 나왔다.
“소저, 어디 가요.”
우 소저가 붙잡듯 나를 불렀으나 돌아보지 않았다.
강 위를 부는 바람은 이제 완연한 봄의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백리리와 쌍둥이들을 데려온 쪽 배는 이미 멀리 떠나 있었다.
나는 강폭과 강둑을 눈에 담았다.
‘이 정도면 되겠는데.’
나는 거리를 가늠하다 뒤로 열 걸음 정도 물러났다. 그리고 갑판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꺅, 뭐야?”
“으앗!”
갑판에 나와 있던 이들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이내 감탄사로 변했다.
“와, 세상에!”
“봤어? 이 거리를 한 번에 뛰었어! 경공 실력이······.”
여러 목소리가 바람 소리와 함께 빠르게 멀어지고,
탁.
나는 강둑에 내려섰다.
‘허억, 허억. 다행이다. 아슬아슬했어.’
앞으로 이런 미친 짓은 하지 말아야지. 조금만 모자랐으면 그대로 강에 처박힐뻔했다.
속으로 심장을 쓸어내릴지어정 겉으로는 고고하게 발을 뗄 때였다.
“백리연, 나는!”
배에 남은 석가약이 외쳤다.
* * *
“거기서 어떻게 날 버리고 갈 수가?”
“그래서 다시 돌아왔잖아.”
“버렸다는 점이 문제야.”
“미안하다고 했잖아.”
“말 한마디로 넘어가려고?”
하아.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약점 제대로 잡혔다. 한동안 골치 아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말을 돌리기 위해 물었다.
“산수연, 너도 올 거야?”
“아니.”
석가약이 어깨를 으쓱였다.
“알잖아. 나 사람 많은 곳 싫어하는 거. 어차피 태의께서 갈 테니까.”
“그래. 알겠어.”
천하십일강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평생 한 번 볼까 한 절세고수라는 의미였다.
강호 패권에 관심이 없더라도 어떻게든 한 번 얼굴을 뵙고 싶어 줄을 서는 것이 당연한 위치였다.
그리고 정말 강호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상했다.
‘백리세가는 이 근방의 패권을 잡은 가문이기에 관료들조차도 얼굴도장을 찍으려고 산수연에 오려 하는데······.’
석가약은 오히려 내 할아버지가 귀찮은 것처럼 굴었다.
‘수상쩍단 말이야.’
그때 석가약이 아쉽다는 듯 웃었다.
“그럼 또 한동안 못 보겠네.”
나는 의심을 지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석가약이 말을 이었다.
“괜찮겠어?”
“뭐가?”
“쌍둥이 사촌들······. 고계암으로 간 이후 오늘 처음 만난 거 아냐?”
“뭐, 그렇지. 네가 신경 쓸 가치없어.”
“알잖아. 내가 걱정하는 거.”
나도 모르게 석가약을 휙 돌아 보았다.
간지러울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
석가약은 사슴같이 선해 보이는 눈망을을 깜빡일 뿐이었다.
‘······아니겠지.’
석가약이 말을 이었다.
“나는 네가 굳이 그 집에 붙어있어야 하는 이유를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잠깐만.”
나는 석가약의 말을 가로막으며 미간을 모았다.
후방에서 내 방향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강한 기파가 느껴졌다.
기척을 보아 무리의 무이들로 보였다.
내가 있는 곳은 대로로, 여길 쭉 달려가면 백리세가가 있었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아버지의 산수연을 생각한다면 백리세가를 방문하는 손님일 거라 예상할 수 있었다.
“가약.”
나와 석가약은 곧바로 말에서 뛰어내려 고삐를 쥐고 대로 가장자리로 향했다.
따로 설명할 필요 없이 눈짓만으로도 뜻이 통했다.
괜히 나를 알아보기라도 한다면 자연스레 길바닥에서 인사를 나누게 될 것이고 그러면 시선이 모일 것이 뻔했다. 즉, 귀찮다는 말이었다.
타박타박 걸어가던 석가약이 한 좌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당과 먹을래?”
“응!”
나는 석가약이 건네는 당과를 입에 물었다.
그런데 빠르게 지나치는 것 같던 기척이 갑자기 멈춰섰다. 그리고 내가 있는 방향을 향해 다가왔다.
뭐야, 걸린 건가?
‘내 얼굴 자체는 안 알려졌을 텐데···.’
의아하게 돌아보던 난 그대로 굳었다.
말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이는 익숙하면서도 전혀 익숙하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