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 * *
건물 밖을 나오자 남궁류청이 보였다. 기둥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던 그가 몸을 바로 했다.
나는 어두컴컴한 하늘을 보고 당황하며 물었다.
“자러 간 거 아니었어?”
“······가자.”
천하의 남궁류청도 피로해 보이는 기색이었다.
남궁류청과 함께 적막한 길을 걸어갔다. 모두 잠든 시각이라 이따금 경비 서는 무사들을 마주치는 것 빼고는 휑했다.
‘하령이에게 부탁한 일은 내일 확인해야겠네······.’
나는 발을 멈추고 남궁류청을 돌아보았다.
“네 처소는 이쪽으로 가면 좀 더 빨라. 난 이쪽으로 갈게.”
이 정원을 가로지르면 좀 더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까딱이고 말했다.
“너도 이만 가서 푹 쉬어.”
방향을 틀어 원형으로 된 문을 넘는데, 남궁류청이 내 뒤를 따랐다.
의아한 시선에 남궁류청이 말했다.
“너 데려다주고 갈 거야.”
“······여기 우리 집인데.”
“집?”
고작 단어 하나였는데도 빈정거리는 어조가 느껴졌다.
나는 얼굴을 긁적이며 말했다.
“많이 돌아가게 될 텐데.”
“됐어.”
단호한 낯을 보다 어쩔 수 없어 몸을 돌렸다.
정원으로 들어서자 어두운 돌길을 자박거리는 발소리만 들렸다.
한참 그렇게 걸어가던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고마워.”
“뭘?”
“그냥 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그래.”
아무것도 묻지 않아서 고마웠다.
‘그 소란을 보았으니 의아한 점이 한 둘이 아닐 텐데.’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남궁류청이 질문했다.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어떻게 한 거지?”
“응”
“백리공자를 주화입마에서 구한 것 말이야. 네 큰아버지도 못 해낸 일이잖아.”
“음······.”
난 뭘 생각했던 거지?
‘집안에 관해서 물어보는 게 아니라 무공에 관해서 물어볼 줄이야.’
뭐, 그게 남궁류청다운 것이었지만.
나는 남궁류청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가 곧장 내 손을 꽉 잡았다. 미지근한 온기가 느꼈졌다.
나는 다황하여 말했다.
“아니, 잡아 달라는 게 아니고.”
“그럼?”
“아, 아냐.”
나는 잡은 김에 그냥 남궁류청을 끌고 갔다. 그리고 시선에 닿은 작은 정자로 데려가 앉았다.
남궁류청은 자리에 앉자마자 갑자기 손을 뿌리쳤다.
‘뭐야?’
본인이 먼저 꽉 잡아 올 때는 언제고······?
만약 날이 밝았다면 알았으리라. 남궁류청의 뺨과 귀가 새빨개진 것을.
하지만 이를 전혀 모른 채, 나는 뿌리쳐진 손을 다시 내밀고 말했다.
“나한테 진기를 주입해 봐.”
“······여기서?”
“응.”
남궁류청이 입을 살짝 열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은데 참는 느낌이었다.
남궁류청이 내 손목을 살짝 잡고 진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금아으로 상앗빛의 기운이 내게 천천히 스며드는 것이 보였다.
팔을 타고 올라간 기운이 어깨, 몸으로 내려가고······.
남궁류청이 눈을 부릅뜨고 날 보았다.
“너······!”
나는 남궁류청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와, 너 내공 지배력이 좋네.”
남궁류청은 이를 악문 채 아주 완벽히 할 말이 많은 눈을 했다.
운기할 때는 내공이 흔들릴 염려가 있으니 입을 열지 않는 게 좋기 때문이다.
바로 전에 남궁류청이 ‘너’ 라고 말한 것부터, 이렇게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는 것까지 까딱하면 둘 다 위험해질 수 있었다.
곧이어 남궁류청이 손을 떼고 말했다.
“너, 단전이······.”
거기까지 말한 후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는 낯이었다. 너 단전 폐인이잖아?라고는 말할 수 없지 않겠나.
남궁류청은 입만 달싹이다 겨우 다시 물었다.
“단전에 내공이 느껴지지 않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남궁류청은 정말로 당황한 듯했다.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보니 웃음이 나왔다.
“지금 웃음이 나와?”
성난 눈빛을 피해 시선을 돌리던 난 마침 알맞은 것을 발견했다.
정신을 집중하자, 바람에 날아가던 이파리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느릿학 내게 날아왔다.
남궁류청이 벌떡 일어났다.
“허공섭물?”
“그렇게 대단한 건 아냐.”
“이게 대단한 게 아니라고?”
“그게······ 내가 자연지기를 다룰 수 있거든.”
“자연지기?”
남궁류청이 눈을 번뜩이며 깨달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게 내공이 없어도 무공을 펼칠 수 있는 이유였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렇게 외부에 영향을 끼치기 쉬워.”
그렇다고 한들 엄청나게 수련해야 했다.
폐관 수련으로 이파리 하나 옮기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자연지기의 지배력을 높이는 데 가장 적격인 수련이기도 했지만.
나는 내 손에서 남궁류청의 손으로 이파리를 천천히 옮겼다.
남궁류청이 이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뭐, 아직은 눈에 띌 정도의 성취는 아니지만.”
“하, 그래서였군.”
“뭘?”
“제갈 세가주가 첫 만남에서 암기를 던졌을 때.'”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게 날아가던 암기 방향이 갑자기 변해서 이상하다 여겼지.”
“그걸 봤어?”
날아온 암기를 손으로 잡기 쉽게 방향을 살짝 틀었더랬다. 제갈화무와 자주 하던 연습 중 하나였다.
날아온 암기를 내가 잡아서 다시 받아치며 허공섭물을 이용해 허를 찌르는 식의 연습을 했었다.
‘찰나에 그것까지 보다니······.”
혀를 내두르던 난 문득 의아한 생각에 남궁류청을 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 눈 지금 금색 아닌가?’
하지만 남궁류청은 내 눈 색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신경은 무슨, 관심도 없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대화를 원점으로 돌려 설명을 이었다.
“나는 외부의 기운을 이용하기 때문에······ 주화입마에 빠질 확률이 낮고, 명 오라버니의 내공을 진정시키기도 수월했던 거야.”
“이걸 지작 말해 줬으면 내가······!”
남궁류청의 말투가 화난 것보단 무척 억울한 어조였다.
나는 눈을 깜빡이다가 설마 싶어 말했다.
“혹시······ 걱정했어?”
“······.”
남궁류청이 무슨 말을 할 듯 나를 노려보다 이어 고개를 휙 돌렸다. 그 새침한 모습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네가 직접 호법을 선 거고? 하하하.”
백리명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단호하게 주장은 했지만, 그래도 걱정해서 본인이 직접 이틀 동안 호법을 선 것이다.
혹시나 문제가 생기면 억지로 그만두게라도 할 생각이었던 거다.
“웃지 마.”
* * *
남궁류청 그 녀석은 미친놈이었다.
그날 내 능력을 알자마자 피로가 싹 날아간 기색으로 이것도 해 봐라, 저것도 해 봐라, 하면서 어디까지 가능한지 괴롭혀 댔다.
내가 미친놈아 그만해! 라고 소리치기 직전에 끝나서 다행이랄까.
하지만 내게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그대로 돌아갔다면 머릿속이 복잡해서 피곤한 몸으로도 잠을 이루지 못할 게 뻔했다.
그러나 남궁류청과 어울려주느라 머릿속에서 복잡한 고민과 찜찜한 심경을 모두 지울 수 있었다.
거의 동틀 무렵이 되어서야 처소로 비실비실 돌아갔고, 겨우겨우 씻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뜨니 하루가 지나 있었다.
그러게 종일 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다.
백리명도 하루 내 잠든 채 있다가 저녁 무렵에야 잠깐 눈을 떴다.
그러나 금세 다시 잠들었는데, 큰아버지가 석 태의께 일부러 독한 진통제를 처방해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아마도백리명이 본이의 상태를 자세히 알지 못하게 하려는 것일 터였다.
‘근 20년간 쌓아 온 내공을 모두 잃어버린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충격이 클 테니까.’
석 태의가 돌아간 지 사흘째 되는 날
석 애의에게서 기다리던 연락이 왔다. 연락을 받은 나는 곧장 장석량을 찾아갔다.
장석량은 할아버지가 가문을 비운 동안 큰아버지와 함께 가문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마주한 장석량은······ 사흘 밤낮을 새운 낯이었다.
자랑스럽게 여기던 수염도 며칠간 다듬지 못한 듯 덥수룩했고, 원래도 반백이었던 머리가 이젠 거의 흰머리에 가까웠다.
‘그럴 만하지······.’
백리명이 주화입마에 빠진 일은 할머니가 직접 가솔들을 써서 봉쇄하여 가문 내에도 소식이 흘러나가는 것을 막았다.
그래서 장석량이 이 사실을 안 것은 이틀 뒤, 즉 내가 주화입마에 빠진 백리명을 구하고 났을때였다.
불쌍한 장석량을 위해 변명해 보자면 그도 뭔가 일이 터진 건 알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막은데다 한편으로는 심 부인의 일이 터졌다.
심 부인의 유산도 백리명과 관련되어 있지만, 장석량은 심 부인이 노산이었기에 그저 건강 문제인 줄 알고 이를 수습하는 데 바빴다.
그리고 석 태의의 움직임과 의약당에서 빠져나가는 약제로 뒤늦게 백리명에게도 문제가 생긴걸 안 것이다.
대형 사건이었다.
‘하필 장석량이 대리를 맡고 있을 때, 이런 사고가 터졌으니······’
할아버지가 돌아오시면 장석량은 어떤 벌을 받을지 알 수 없었다. 좌천이면 다행일 터.
어떻게든 수습해야 그나마 할아버지께 할 말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