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자연스럽게 집무실의 공기도 무거웠다. 장석량과 함께 연대책임을 지게 될 집무실의 다른 이들도 거멓게 내려앉은 눈으로 옴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기씨?”
나는 발견한 장석량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닜다.
“다들 잠시 바람 좀 쐬다 오거라.”
모두 물러가고 조용해진 집무실에서 장석량이 두 손을 모았다.
“아기씨 덕분에 목숨은 건졌습니다.”
저 목숨은 백리명의 목숨이기도 하고······ 장석량의 목숨이기도 했다.
장석량이 씁쓸하게 웃었다.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처집니다만 제가 지금······ 아니, 지금 감사 인사를 올려야겠군요.”
장석량이 두 손을 모은 채 깊게 몸을 숙였다. 내가 황급히 말리지 않았다면 내 앞에서 무릎을 꿇을 기색이었다.
“그나마 아기씨 때문에 면을 세우며 퇴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도움을 주긴 했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부담스러운데······ 아니, 차라리 잘 됐어.’
나는 고개를 들어 장석량을 응시했다.
“제게 감사하다 하셨지요.”
“그렇지요.”
“그렇다면 저를 조금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요.”
“도움이요?”
장석량이 나를 의아한 눈으로 보았다. 나는 살짝 미소지었다.
“물론 장 부관께도 이득이 되는 일일 거예요.”
“이득이요? 이제 와 이득을 보아 무얼 합니까?”
장석량의 음색엔 씁쓸한 기색이 가득했다.
나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이렇게 퇴직하고 싶으시진 않으시잖아요?”
“······.”
“장부관께서 그간 백리세가에 헌신한 걸 알고 있어요.”
그 뒤로는 모두 전음으로 얘기했다.
내 부탁을 모두 들은 장석량의 표정이 매우 심각해졌다.
“아기씨, 어째서 그런 일을······.”
말을 이어가던 장석량이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말을 멈추었다.
곧이어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식은땀을 흘렸다. 장석량 정도 되시는 분이 내 부탁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리 없었다.
나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장석량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께는 제가 직접 말씀 드리고 싶어요.”
내 부탁에 대한 비밀을 지켜달라는 뜻이었다.
침묵하던 장석량이 고개 숙였다.
“알겠습니다. 전적으로 돕겠습니다.”
* * *
그리고 이튿날 새벽.
자고 있던 나는 바깥의 소란스러운 기척에 눈을 떴다.
문이 벌컥 열렸다.
“연아!”
몸을 일으키자마자, 아버지가 나는 듯이 달려와 날 끌어안았다.
“아······ 버지?”
맞지?
이렇게 초췌한 꼴의 아버지는 처음이었다. 나는 당황한 채 아버지를 살폈다.
“아버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신 거예요?”
야율이 떠난 지 엿새밖에 되지 않았다.
‘최소한 열흘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나를 이리저리 살피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네가 그런 위험한 일을 하는데 어찌 천천히 올 수 있겠느냐!”
아버지의 설명을 들어 보니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주 소수의 호위만 먼저 돌아온 것이었다.
몇 안 되는 인원들이 말을 바꿔가변서 달리다가 막판에는 종일 경공을 써서 왔다고 한다.
내가 묻기 전에 아버지가 먼저 말해 주었다.
“야율은 다른 일행들과 함께 올 것이다. 도착하고 나서 많이······ 많이 지쳤단다.”
“지쳤다고요?”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일찍 오지 못했을 거다.”
야율에게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렇게 가기 싫어했는데······.
아버지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정말······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당연하죠. 전 괜찮아요, 아버지. 제 능력에 대해서 잘 아시잖아요.”
“그렇다고 해도······!!”
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후, 아니다. 그래서 명이는 어찌 되었느냐?”
나는 간단하게 상태를 설명했다.
아버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씁쓸하고 괴로운 눈이었다.
“또 이런 일이 반복되었구나······.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아버지가 나를 꽉 껴안았다. 내 일이 있으니, 원래도 선한 아버지는 더 공감하실 터였다.
“형님이······ 괜찮으실지 모르겠구나.”
아버지는 간단하게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곧장 백리명을 살피러 갔다. 나도 할아버지가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을 하셨을 때쯤 준비를 마치고 할아버지께 향했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수백당 앞에 도착했을 때였다. 수백당 안에서 부귀해 보이는 중년의 부인이 걸어 나왔다.
뒤따라 나온 장석량이 부인에게 인사했으나 부인은 냉랭한 표정으로 그 인사를 본체만체했다.
‘누구지?’
부인 곁의 시비들도 모두 고운 옷감의 단정한 차림새였다. 화려하 장신구도 보란 듯 달고 있는 시비들의 모습으로 가문의 재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곧이어 나는 시비들 사이에서 꼿꼿한 자세의 정 소저를 찾을 수 있었다
정 소저가 냉랭한 표정의 부인을 향해 말했다.
“어머니.”
중년의 부인은 정씨 부인, 그러니까 백리명과 혼약이 오가던 정소저의 친모인 모양이었다.
‘이렇게 보니 좀 닮았네’
정씨 부인이 말했다.
“너는 신경 쓸 필요 없다. 어미의 의견은 변함없으니, 겆정 말거라.”
그 말에 정 소저가 기쁜 듯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저 어머니를 번거롭게 하여 죄송스러울 뿐이에요.”
“무얼.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흥, 우리 가문을 우습게 보아도 정도가 있지. 이제 애써 참을 필요도 없으니 오히려 잘됐다.”
고개를 들던 정소저가 나를 발견했다.
“백리 소저군요.”
“정 소저, 정씨 부인.”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정 소저가 두 손을 모아 공손히 말했다.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잘 지내세요.”
정 소저를 비롯한 정씨 부인과 시비들이 우르르 함께 자리를 떴다.
멀어지는 정 소저의 발걸음이 아주 산뜻해 보였다.
나는 이를 함께 지켜본 장석량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작게 낮춘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혹시 정 소저가 파혼하겠다고 한 건가요?”
“······속일 수가 없군요. 맞습니다.”
이 상황에서 잘 얘기하던 혼사가 파투나는 이유는 하나 뿐이었다.
백리명의 상태를 정씨 세가에서 알아낸 것. 백리명이 내공을 모두 잃었으니, 가치가 없다고 여겨서 파혼을 요청한 것이다.
‘냉정하네.’
거의 성사 직전이었으니 이렇게 파혼학 되면 정 소저의 평판에 타격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평판보다 실리를 추구한 듯 했다. 거기다 후일, 백리명의 상태가 바깥에 알려지면 모두 파혼할 만했다고 여길 터였다.
‘이젠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네.’
처음 백리명으 이 혼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공을 잃은 지금 정 소저의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져야 하는 건 백리명이 되었다. 이득에 따라 박쥐처럼 굴던 사람이 똑같은 취급을 받게 된 것이었다.
이를 보니······.
“벌을 받는다고 하는 거겠죠.”
“예?”
“아니에요. 이제 들어가죠.”
나는 고개를 저으며 수백당으로 들어갔다.
정석량에서 몇 가지 부탁을 하고 정원을 지나 수백당의 본채로 향했다.
‘모두 모여 있네.’
각기 다른 크기의 빛으로 된 형태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력에 집중하자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옅들을 수 있었다.
“······없는 것이냐?해명해 보거라. 어찌 야율 그 아이가 가문의 전령보다 먼저 도착했는지.”
새벽녘에 아버지께 들었기 때문에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
백리 세가에서 할아버지께 보낸 전령은 야율보다 훨씬 늦었다고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백리 세가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쳤다고.
“어차피······ 아버지께 연락을 드린대도 별다른 수가 없으실 테니,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 보려 했습니다······.”
코웃음 치는 소리다 들리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되었다. 어차피 네 뜻도 아니겠지. 부인, 부인은 할 말 없소?”
“명이를 위해서 였습니다.”
“명이를 위해서?”
“죽더라도 명예는 지켜야지요. 백리가에 주화입마에 빠져 죽은 이가 나왔다고 한다면 그 추문을 어찌합니까?
“아주 잘났소. 잘했소. 하지만 이미 틀린 것 같구려. 정씨 부인이 저리 나오는 것을 보니.”
“백리연 그 아이가 소문냈나 보지요. 제 능력을 자랑하고 싶을 나이 아닙니까? 다른 가문을 배경 삼아 백리가에서 위세 떠는 모습을 보아 그러고도 남지요.”
“부인, 염치를 챙기시오. 기껏 살려줬더니 모함을 하다니. 들어 오너라.”
하인이 고하지 않아도 할아버지라면 내가 다가오는 것 정도는 진작 알고 계셨을 터다.
하이이 곧장 문을 열어 주고, 나는 비단발을 걷으며 들어갔다.
밖에서 확인했듯 할아버지, 할머니, 큰아버지와 고모, 아버지 까지 모두 모여 계셨다.
내가 할아버지께 인사를 올리자마자, 고모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네가 여긴 어쩐 일이냐?”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하, 네가?”
눈썹을 치켜든 고모가 버럭 소리쳤다.
“아주 아버지가 좀 예뻐한다고 기고만장하는 구나?
어른들이 중요사안을 논하는데 멋대로 끼어 덜기나 하고 !”
“시끄럽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고모의 얶가 움찔 떨였다.
고모의 입을 다물게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래서 하겠다는 말이 무엇이냐?’
나는 품에서 자기병을 꺼냈다.
내 움직임에 집중하던 할아버지가 눈짓하며 물었다.
“그게 무엇이냐?”
“오라버니가 먹고 남은 설빙보주예요.”
왼편에서 비명과 닽은 외침이 터졌다.
“말도 안 돼!”
의아한 시선이 고모에게 향했다.
고모의 안색이 새파랗다.
아버지가 고모와 정반대로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말이 안 된다는 겁니까?”
“······그, 그건.”
나 또한 고개를 갸웃 기울이며 물었다.
“고모, 왜 안 된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