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그때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명이가 먹었다는 영약이 어찌 남아 있을 수 있겠느냐?”
나는 놀랍다는 듯 부러 눈을 크게 떴다.
“할머니께서 제게 처음으로 말씀하셨네요.”
할머니가 싸늘하게 말했다.
“난 너같은 손녀 없느니라.”
“······.”
그러자 이번엔 아버지에게서 격한 음성이 터졌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시끄럽다. 나는 지금껏 단 한번도 인정한 적 없었거늘, 새삼 스럽구나.”
“어머니!”
“부인,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요!”
여기에 할아버지까지 나서자 점차 언성이 높아져 갔다.
할머니가 이렇게 소란스러워질 것을 몰라서 그랬을까?
아니. 고의였다.
이렇게 말하면 지금처럼 당연히 아버지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주제를 틀기 위해 자극적으로 대답한 것이다.
보통 아이라면 이렇게 어른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고 있을 때 감히 끼어들 생각을 하지 못할 테니까.
심지어 그게 제 존재를 따지는 자리라면, 회귀전에 내가 그랬듯이.
‘상황이 바뀌더라도 그 사람의 수단은 바뀌지 않는다는 게 참······.’
하긴 쌍둥이들과 고모를 통해서도 이미 증명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짝!
나는 박수를 쳐서 시선을 모았다. 다들 무슨 미친 짓이냐는 듯 나를 보았다.
“죄송해요. 지금 중요하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곧장 할머니가 치고 나왔다.
“입 다물거라. 네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나는 할머니를 무시한 채 할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할아버지, 설빙보주인지 알아보실 수 있으시죠?”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설빙보주는 특유의 냉기가 있었다.
나는 자기병을 아버지께 드렸다.
아버지가 이를 할아버지께 드리고 할아버지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고모가 당장이라도 뛰쳐나와 뺏어 버리고 싶은 듯 움찔거렸다.
“설빙보주가 맞구나.”
고개를 끄덕인 나는 설명을 이었다.
“저는 오라버니가 갑자기 주화입마를 일이킨 것이 너무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석 태의께 오라버니가 먹은 영약의 조사를 따로 부탁드렸고요.”
“그런데?”
나는 눈을 내리깐 채 살짝 머뭇거렸다.
“석 태의의 말로는 이 설빙보주 안에 주화입마를 일으키는 약이 들어 있다더군요.”
“뭐라?”
“누군가 명 오라버니를 해치려 한 거예요.”
“허튼소리!”
고모가 더는 참지 못하고 다시 호통쳤다. 호모가 제 자리에서 나와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아버지! 이런 말도 안 되는 헛 소리를 언제까지 들어주고 계실 참입니까?”
고모가 이번엔 나를 손가락질 하며 침이 튀도록 소리쳤다.
“주화입마에 빠트리는 약이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느냐! 어디서 허무맹랑한 것을 읽고······!”
“그럼 드셔 보실래요?”
“뭐, 뭐?”
“설빙보주요. 고모가 드셔 보시겠어요?”
고모가 펄쩍 뛰며 말했다.
“미쳤느냐? 내가 왜!”
“석 태의의 판단을 믿지 못하시는 것 같아서요. 왜 그렇게 기겁하세요?”
“기겁이라니! 내 언제 그랬다고······! 네가, 네가 아주 못 하는 말이 없구나!”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런 약이 있을 리 없다고 믿으시면 설빙보주는 매우 좋은 영약일 뿐 아닌가요?”
“······.”
그때 차분한 음성이 끼어들었다.
“의란. 쓸데없이 입 열리 말거라.”
“어, 어머니······.”
백리의란이 어떻게 자신에게 이럴 수 있느냐는 듯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날 매섭게 바라보면서도 낯빛만큼은 잘 관리하고 있었다.
‘역시 할머니가 한 수 높다니까.’
“저건 명이가 먹은 설빙보주일 리 없다. 어디서 다른 설빙보주를 구해 와 헛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할머니가 큰아버지를 바라보았다.
“······.”
큰아버지는 멍한 모습으로 마치 어딘가에 정신을 두고 온 듯 싶었다.
“의묵.”
“아, 예.”
큰아버지는 처음 설빙보주에 주화입마에 빠지게 한 약이 들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잠깐 충격을 받는 듯했으나, 금세 지친 표정으로 돌아왔다.
마치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믿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머니와 의란의 말이 맞다.”
큰아버지가 길게 한숨을 쉬고 다시 말을 이었다.
“명이가 마신 설빙보주는 남은 게 없다. 내가 병을 치우라 하였으니 확실하니라······.”
“아, 큰아버지도 모르시는 일이었군요.”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맞아요. 명이 오라버니가 먹고 남은 건 없었어요.”
“······그럼? 좀 전에는 명이가 마시고 남은 것이라 하지 않았느냐?”
“그게······ 이건 명이 오라버니가 설빙보주를 마시기 전에 나눈 거예요.”
“뭐?”
“설빙보주를 계속 달라고 조르던 리에게 주기 위해서요.”
“명이가······ 리리에게 설빙보주를 나눠줬었다고?”
“네.”
“제가 리에게 오라버니가 마시고 난 설빙보주 병과 잔을 가져다 달라고 했었거든요. 리가 제 부탁대로 챙겨오긴 했는데 곽씨 어멈이 이미 깨끗하게 씻어서 치웠다고 하더라구요.”
나는 그때의 안타까웠던 심정을 보이듯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그때 리가 알려주더라고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게 있다구요.”
전말을 이렇게 된 것이었다.
백리리는 백리명이 설빙보주를 마실 거라는 소식을 듣고 수련관까지 쫓아갔다. 백리명이 설빙보주를 먹고 남으면 그것을 슬쩍 할 생각으로······.
예전에 나눠 먹을까 고민한다고 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참, 그렇다고 하더라도 슬쩍할 생각을 하다니.’
하여튼 큰아버지가 오시길 기다리던 백리명은 수련관을 기웃거리는 백리리를 마주했고, 여동생의 앙큼한 속을 훤히 읽었다.
결국, 백리리의 생떼를 못 이긴 백리명이 설빙보주를 먹기 전에 반을 나눠 줬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운이 정말 좋았지.’
백리리가 아니라면 이 증거는 남아있지 않았을 터였다.
나는 말을 이었다.
“거짓말 같다면 리를 불러서 확인하셔도 돼요. 나중에 명이 오라버니가 깨어나고 나서 물어보셔도 될 테고요.”
“······.”
“그리고 정말 다행이지요. 만약에 오라버니가 설빙보주를 모두 다 마셨다면······ 주화입마가 더 강하게 왔을 테니까요.”
나는 잠시 앓는 소리도 해 줬다.
“그럼 저도 힘들었을 거예요.”
“······.”
큰아버지는 아직도 사태가 파악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오라버니를 도우면서······ 기의 흐름이 정말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큰아버지도 느끼시지 않으셨어요?”
큰아버지가 멍한 얼굴로 답했다.
“맞다. 나도 기이하다고····· 하지만 주화입마라는 것이 다 이런건 줄·····.”
나는 눈을 내리깔고 씁쓸하게 말했다.
“왜 오라버니께 해를 끼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용의주도하죠.”
큰아버지의 숨이 점차 격해졌다. 나중에 가서는 거의 헐떡거리는 목소리였다.
“네······ 네 말이······ 정말······ 정말로? 내 아들이······ 내 아들이······ 부인이······ 모두······.”
할아버지가 속을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나는 피하지않고 담담하게 마주했다.
곧이어 할아버지가 일어나며 말했다.
“설빙보주를 관리한 자, 그리고 손을 댈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모조리 다 끌고 와라.”
* * *
모두 수백당에서 청당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변에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거리를 두고 물린 후, 드나드는 입구부터 담벼락까지 지켜 섰다.
무사들이 직접 앉을 의자를 내오고 할아버지부터 할머니, 고모, 나와 아버지가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할아버지의 설빙보주에 손을 댈 수 있는 자들이 속속들이 끌려왔다. 그들은 영문을 모른 채 끌려왔다가 겁에 질려 회백색 석판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 와중에 한편에서는 백리리와 잠에 든 백리명을 깨워 각자 대질을 했다.
대질은 큰아버지가 직접 했다.
큰아버지는 백리명이 누군가의 음모에 당한 것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할아버지께 자신이 직접 범인을 밝히고 싶다고 청했다.
할아버지는 딱히 수락하지 않으셨지만, 큰아버지가 하고 싶은대로 하도록 두고 계셨다. 당장이라도 범인을 잡아 찢어 죽이고 싶어 하는 듯 보였다.
성큼성큼 큰아버지가 청당으로 걸어 들어왔다.
“아버지,
연이 말이 모두 맞았습니다.”
목이 탄 듯 큰아버지가 의자 옆에 마련된 탁자의 찻잔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명리와 리리 모두 같은 말을 하더군요. 게다가 리리의 시비가 그날 빈 자기병을 하나 달라고 했다더군요.”
고모가 부루퉁하게 말했다.
“연이가 설빙보주를 바꾼 것일 수도 있······”
아버지가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려던 때였다.
쨍그랑. 큰아버지가 바닥에 집어 던진 찻잔이 산산조각났다.
고모가 깜짝 놀라 큰아버지를 바라봤다.
“말이 되는 소리 좀 해! 연이가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이냐!”
재수 없게 사람 좋은 척만 하던 큰아버지가 이렇게 분노를 드러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설빙보주가 좌판에 널려 있는 물건도 아니고! 저 아이가 어떻게 구해서 바꿔치기한단 말이냐!”
“······.”
“그리고 연이가 설빙보주를 바꿔치기해서 얻을 이득이 뭐란 말이냐!”
“······.”
“주화입마에 빠지게 만드는 약을 저 아이가 어떻게 구하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