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거기까지.”
할머니가 싸늘하게 말했다.
“의묵. 진정하지 못하느냐? 이게 무슨 추태냐? 이곳에 너만 있느냐?”
입술을 꽉 깨문 큰아버지가 콧김을 뿜으며 몸을 휙 돌렸다.
늘 효성스럽던 큰아버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큰아버지가 할아버지를 향해 물었다.
“이 사람들이 모두 답니까?”
“그렇다는군.”
큰아버지가 바닥에 꿇어앉은 사람들 앞에 섰다.
“왜 끌려왔는지 아느냐?”
모두 겁에 질린 눈을 굴릴 뿐이었다.
“죄가 없다면 아무 문제 없을터다. 허나 협조치 않을 땐······.”
섬뜩하게 말하던 큰아버지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군.”
큰아버지가 곧장 가문의 사람들을 끌고 온 책임자를 불러 물었다.
곧이어 큰아버지의 목청이 높아졌다.
“곽씨 어멈이 없다고?”
“예. 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곽씨 어멈이 있을 만한 곳을 모두 살펴봤으나, 없었습니다.”
고모는 자신의 소매를 찢어 버릴 것처럼 꽉 쥐었다.
어떻게든 표정을 관리하고 있었으나, 자꾸만 일그러지기 일쑤였다.
“제대로 찾아본 것 맞아?!”
“그것이······ 알아보니 일주일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주일 전이라고······?”
일주일 전이라면 공교롭게 백리명이 주화입마에 빠진 날이었다.
큰 아버지의 목소리가 심각해졌다.
“출입 명부는?”
“일단 내문 명부는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나간 기록이 없습니다.”
“당장······ 당장 출입을 관리한 이들을 모두 끌고 오너라!”
무사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럼 출입관리에 공백이····.”
“걸어 잠가! 아무도 못 나가게 하면 될 것 아니냐! 지금 언제 도망쳤는지도 모르는데 문을 열어 놓을 판이더냐!”
무사가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백리 세가는 오가는 사람이 늘 북적였다. 문을 걸어 잠그는 건 큰아버지의 권한으로는 부족했다.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할아버지가 큰아버지에게 물었다.
“곽씨 어멈은 의란의 종복이거늘 여기서 왜 나오느냐?”
“그야 설빙보주를 가져온 이가 곽씨 어멈이었으니까요!”
나는 재빨리 끼어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명이 오라버니가 먹고 남은 설빙보주를 치운 것도 곽씨 어멈이라고 들었어요.”
태사의 팔걸이를 부여잡은 할아버지의 손등에 핏줄이 바짝 섰다.
할아버지가 무릎 꿇은 이들을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일단 이들을 먼저 데려가도록.”
무사들이 달려와 한 명씩 양쪽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곳곳에서 신음과 겁에 질린 울음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이들이 끌려가고,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고모를 향했다.
“백리의란.”
할아버지가 성까지 붙여 부르는 것이 무시무시한 느낌이 들었다.
“곽씨 어멈은 널 따라가지 않았더냐? 그런데 왜 여기 있는게지?”
심지어 할아버지에게서 위협적인 기백이 흘러나온다.
고모가 깜짝 놀라 부들부들 떨었다.
“저는 그러니까······ 그러니까······.
저도 잘 모릅니다.”
“······모른다?”
고모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제가 시가에 가는 김에 오랫동안 제 옆에서 일했으니, 가족들도 만나고 좀 쉬라고 휴가를 보내 주었을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휴가라······.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조소했다.
내가 제갈화무와 야밤의 강에서 보았던 배에는 고모와 곽씨 어멈이 함께 타고 있었다. 배에 타고 있던 몇몇 알아볼 수 있는 인물 중 하나였다
고모가 결백하다는 듯 외쳤다.
“저도······ 저도 집에 돌아오고 나서 본 적이 없습니아!”
그때, 내내 조용히 있던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의란의 말이 맞습니다.”
“부인, 잘 설명해야 할 것이오.”
집안일, 하인들의 관리는 할머니의 권한이었다.
“곽씨 어멈은 휴가를 받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잠시 백리가에 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왜 여기서 일을 하고 있단 말이오? 휴가를 받아놓고는 일을 하다니 곽씨 어멈, 정말 대단한 사람이구려.”
할아버지의 다그침에도 할머니는 태연하게 답했다.
“명이와 리리의 유모 딸이 크게 아프다더군요. 이를 안 곽씨 어멈이 자신이 대신 일을 맡아 줄테니 딸을 보고 오라고 하였다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리리의 유모가 상을 치르러 갔을 때 곽씨 어멈이 대신 일을 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다. 그러니 아무도 이상하다 여기지 않았다.
“의란이 아니라 오히려 제가 관리를 못 한 탓이지요.”
“······어머니.”
역시 자신의 편은 어머니뿐이라는 듯 고모가 할머니를 바라보며 다소 울 것 같은 낯을 했다.
하지만 고모와 눈이 마주친 할머니는 싸늘한 낯이었다.
“대체 아랫것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게야?”
“어머니, 죄송해요······.
저는, 저는······.”
고모가 울먹이며 사죄했다.
할머니가 큰아버지를 향해 씁쓸한 낯으로 말했다.
“다 내 탓이니라.”
효자이자 평소 우애가 좋았던 큰아버지는 이 모습에 화가 다소 누그러진 듯했다.
“그리고 의묵아. 아직 곽씨 어멈이 범인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니 너도 진정하거라.”
“저도······ 저도 의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 왜 갑자기 사라졌단 말입니까!”
“이제부터 찾아봐야지.”
큰아버지가 할아버지를 돌아보았다.
“아버지 부탁드립니다!”
할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다 손을 내저었다.
“정문만 열어 두고 다른 문은 모두 다는다. 출입 관리를 한 이들을 모두 데려오고, 마지막으로 목격자도 다시 한번 확인해 보거라.”
“예.”
먼저 끌려간 이들의 증언은 오래 기다릴 것도 없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은 물어보는 모든 것들을 술술 털어놓았다.
그리고 마침내 곽씨 어멈의 손에 들어가기 전까지 설빙보주는 굳게 봉인되어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증언도 나왔다. 곽씨 어멈이 특히 영약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질문을 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무림가에서 영약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평소라면 크게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의혹에 확신을 더하는 증언일 뿐이었다.
의자에 앉은 큰아버지가 팔걸이를 내리쳤다.
“감히······ 어떻게 이럴 수가······!”
그때 할아버지의 명을 받고 물러갔던 무사가 다급히 돌아왔다.
큰아버지가 눈을 빛냈다.
“벌써 끝났느냐?”
“아닙니다.”
“그럼 뭐하러 돌아온 것이야!”
긴장한 낯의 무사가 말했다.
“곽씨 어멈을 찾았습니다.”
“뭐라고?”
고모가 벌떡 일어났다.
큰아버지가 소리쳤다.
“어찌 된 것이냐! 어디서 찾은 거야?”
“그게······.”
마른침을 삼킨 무사가 말을 이었다.
“장 부관께서 데리고 계셨습니다.”
“······장 부관이?”
갑자기 튀어나온 이름에 큰아버지가 놀란 낯을 했다.
“장부관님께서 직접 설명하겠다고 하시는데······ 어쩔까요?”
할아버지가 말했다.
“둘 다 데려오도록 하라.”
무사가 나가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정확히는 네 사람이었다.
장부관이 앞서 있었고, 그 뒤를 중년의 여인이 양팔을 부축받으며 거의 질질 끌려왔다.
곽씨 어멈은 무척 수척해진 낯이었다. 문을 막고 내게 고래고래 소리치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정말······ 어멈?”
고모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 비틀비틀 끌려오던 곽씨 어멈이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곽씨 어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갑자기 기운이 솟아 난 듯 몸을 바로 세우며 소리쳤다.
“아가씨!”
그대로 고모에게 다가가려는 것을 양팔을 잡고 있던 무사들이 막았다.
곽씨 어멈을 석판 위에 꿇어 앉혔을 때였다. 큰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곽씨 어멈에게 다가갔다.
큰아버지는 바로 용건으로 들어갔다.
“어멈,
설빙보주에 무슨 짓을 한거지?”
“예?”
“어멈이 가져다준 설빙보주에서 주화입마에 빠트리는 약이 나왔다.”
곽씨 어멈이 놀란 듯 눈을 깜빡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도련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짜악!
순식간이었다. 곽씨 어멈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옆에서 아버지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큰아버지가 분노가 끓어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금 허튼소리를 들어줄 만큼의 인내가 없네.”
양옆의 무사들이 곽씨 어멈을 다시 바로 무릎 꿇렸다.
“저는, 저는 억울합니다. 대체 이게 무슨······ 무슨 말이신지······.”
입안이 찢어졌는지 곽씨 어멈이 말을 할 때마다 피가 튀었다.
큰아버지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곽씨 어멈.”
겁에 질린 곽씨 어멈이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저는,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대부인! 아가씨! 말씀 좀 해주십시오!”
곽씨 어멈이 도와달라는듯 소리쳤다.
할머니가 일어나 천천히 다가왔다.
“어멈. 이미 다 밝혀졌네. 자네밖에 설빙보주에 손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예? 대, 대부인?”
“누가 시킨 겐가? 어멈 혼자서 벌인 일은 아닐터. 사실대로 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