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예? 대, 대부인?”
“누가 시킨 겐가? 어멈 혼자서 벌인 일은 아닐터. 사실대로 말하게.”
“사실대로······요?”
곽씨 어멈이 대부인을 당황한 낯으로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뒤쪽의 고모에게도 흔들리는 시선이 닿았다.
“어머니, 길게 말할 필요 없습니다!”
큰아버지가 끼어들어 소리쳤다.
“자네가 과연 감옥에서도 그리 말할 수 있는지 보지!”
감옥에 가만히 가둬 두기만 할 리가 없었다. 들어가자마자 고신할 터. 곽씨 어멈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끌고 가!”
무사들이 곽씨 어멈의 양팔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곽씨 어멈은 발버둥을 치며 소리쳤다.
“사, 살려주십시오! 아가씨! 아가씨!”
고모가 어쩔 줄 모르며 입술을 짓씹었다. 하지만 나서진 못했다. 아직 머리 굴릴 여유는 있는지, 여기서 자신이 곽씨 어멈의 편을 들면 이상해 보인다는 것은 아는 듯 했다.
그때였다.
“기다리게.”
할머니가 큰아버지를 막아섰다.
“어머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큰아버지의 목소리에 의심이 서렸다.
“설마 곽씨 어멈을 보호하시려는 건 아니시죠?”
할머니가 오히려 혀를 차며 큰아버지를 보았다.
오랫동안 효성스럽던 큰아버지는 할머니의 언짢은 모습에 반사적으로 눈치를 보았다.
“이건 다 내 불찰이니라. 명이와 며느리가 그리되고 내 네게 얼굴을 들 낯이 없다. 안주인으로서 집안일을 돌보지 못한 책임이 너무 크다.”
크게 한숨을 내쉰 할머니가 애원하는 어조로 말했다.
“내 어멈과 함께한 세월이 길다. 어멈에 대해선 내가 잘 알지. 일단 내가 설득해 볼 기회를 다오.”
할머니의 부탁에 큰아버지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곽씨 어멈이 계속 헛소리를 한다면 바로 끌고 갈 것입니다!”
고민하는 듯 하던 큰아버지가 한 발 물러섰다.
이 상황이 되어서도 큰아버지는 고모와 할머니를 믿고 있었다.
‘하긴 믿지 않으면 어쩌겠어?”
최근 사이가 틀어지긴 했어도 그래도 가족으로 지낸 세월이 얼만데.
고모와 할머니를 믿지 않는다는 것은 그간의 삶을 부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여동생이 자신의 아들에게 이런 악독한 짓을 저질렀을 것이라고 누가 순순히 상상하겠는가?
안도한 곽씨 어멈이 엎드려 흐느꼈다.
“대부인! 역시 저를 믿어주시는 건 대부인뿐이군요!”
“곽씨 어멈. 일어나게나.”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증인이 모두 나왔네.”
곽씨 어멈이 엎드린 채 고개만 들었다.
“······증인이라니요?”
“그래. 명이가 먹고 남은 설빙보주에서 주화입마에 빠지게 하는 약이 발견됐네. 그리고 자네만이 설빙보주에 손을 쓸 수 있었지.”
“······.”
곽씨 어멈이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짝이다 더듬거리듯 말했다.
“그게······ 아니······ 어 저는 무슨 소린지 도통······.”
할머니가 곽씨 어멈의 말을 잘라냈다.
“자네 딸이 이번에 아이를 가졌고, 손자는 이제 네 살이랬지?”
곽씨 어멈이 숨을 들이켰다.
“대, 대부인······.”
“만약에 계속 부인한다면······ 그 아이들도 평안하진 못할 걸세. 자네도 가족은 지켜야지.”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그 내용은 음산했다.
큰아버지가 할머니를 감탄하는 눈길로 보았다가 곽씨 어멈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내 가족을 파탄내고 너는 멀쩡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나 또한 감탄했다.
‘대단하네. 정말.’
그냥 듣기에는 할머니가 곽씨 어멈의 가족을 두고 사실대로 말하라며 협박을 하는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가 본 진의는 조금 달랐다. 정확히는······.
‘가족의 목숨을 살리고 싶다면 혼자 안고 죽어라.’
곽씨 어멈은 백리 세가에서 오랫동안 일한 만큼 남편부터 자식들까지 백리세가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었다.
‘즉, 다 할머니 손에 있다는 뜻이지.’
그리고 오랫동안 할머니 아래에서 일한 곽씨 어멈이었다.
과연 이 뜻을 알아듣지 못했을까?
곽씨 어멈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하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 어머니.
곽씨 어멈을 어쩌시려고요?”
어느새 다가온 고모가 할머니의 옷자락을 부여잡았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할머니가 답답한 듯 소리쳤다.
“입 다물거라. 지금 무엇이 중한지 아직도 모르겠어? 쓸데없는 소리를 할 거면 당장 나가거라!”
답답할 만도 했다.
자꾸 저렇게 행동하면 아무리 가족을 믿고 싶은 큰아버지라도 의심이 가지 않겠는가.
“어머니이······.”
할머니가 고모의 손을 뿌리치며 다그쳤다.
“아니면······ 네가 곽씨 어멈에게 시킨 것이냐?”
“예? 예?! 어, 어떻게 그런 말을······ 저, 저 어머니 딸입니다!”
고모가 가슴팍 옷자락을 움켜쥐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느니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모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졌다.
“어머니, 설마 지금 저를······
저를 버리시려고······.”
할머니가 와락 인상을 찡그리며 무언가 말하려 할 때였다.
곽씨 어멈이 소리쳤다.
“제가! 제가 저지른 것이 맞습니다! 아가씨는 모르십니다. 제가 혼자 꾸민 일입니다.”
“어, 어멈?”
잠시 혼란스러운 표정이던 고모도 이내 눈을 빛냈다. 무너진 하늘에서도 살아날 구멍을 찾은 표정이었다.
할머니는 눈치채지 못하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고모가 재빨리 곽씨 어멈을 향해 다그쳤다.
“어멈!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있어! 자네를 믿었거늘······!”
곽씨 어멈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큰아버지가 다시 앞으로 나왔다.
“이유가 뭔가?”
주먹을 꽉 쥔 큰아버지가 꾹 눌러 참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왜 우리 명이에게 해를 끼친 건가?”
곽씨 어멈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제가······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명이 도련님이 악 도련님과 표 도련님을 모함하는 것에 화가 나 그만······.”
“모함이라니? 무슨 모함을 했다는 말이냐!”
“······.”
잠시 생각하던 큰아버지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물었다.
“설마······ 연이에게 돌을 던진 일을 말하는 것이냐?”
곽씨 어멈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큰아버지가 눈을 꽉 감았다가 갑자기 뛰쳐나갔다.
“고작 그딴 것 때문에······!”
“컥!”
곽씨 어멈이 걷어차여 나동그라졌다.
아버지가 황급히 큰아버지를 붙잡았다.
무공을 익힌 큰아버지가 이성을 잃고 힘을 쓰면 곽씨 어멈은 그대로 죽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아버지는 말렸겠지만.
“그 망나니 같은 놈들때문에 명이가 그간 얼마나 곤욕을 치렀는데! 그래도 그 망나니들을 사촌이라도 돌본 명이한테 뭐라고?”
사람이 눈이 뒤집히면 속에 있는 말이 나오지 않는가?
큰아버지의 적나라한 말에 고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할머니가 서둘러 말했다.
“어서 곽씨 어멈을 끌고 가서 감옥에 가두거라.”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쉽게 인정하지 않을 거란 것을.
나는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아버지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뺨에 닿았다.
고모가 재빨리 소리쳤다.
“천지 분간 못 하고 뭐 하는 짓이야? 가만히 있지 못해? 지금 네가 끼어들 상황이야?”
조용히 있던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설빙보주에 대해서는 연이가 알아 온 것이니 연이도 궁금한 게 있겠지. 온통 모르는 일뿐인 너도 끼어드는데 연이가 말 좀 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라고?”
“······.”
고모가 순식간에 말을 잃었고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말하거라.”
나는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이고 장석량을 바라보았다.
곽씨 어멈과 함께 온 장석량에게 지금껏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는 곽씨 어멈과 실랑이하는 내내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한쪽에 조용히 서 있었다.
“장 부관, 하나만 여쭤볼게요.”
“말씀하십시오.”
“곽씨 어멈을 어쩌다 붙잡게 된건가요?”
고모가 흠칫 놀랐다.
장석량이 말했다.
“명이 도련님께 문제가 생긴 후, 대부인께서 내당 주변의 출입을 엄중히 막으시지 않았습니까?”
“맞아요. 저도 못 들어가게······ 곽씨 어멈이 할머니 명이라고 막았죠.”
나는 잠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장석량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한차례 소란이 일더니 연이 아기씨와 리 아기씨가 안으로 들어가셨다고 하더군요.”
문짝을 부수고 들어간 이야기였다.
“걱정이 되어 지켜보던 와중에 갑자기 내당에서 곽씨 어멈이 나왔습니다. 그러더니 미리 얘기된 듯 출입패도 쓰지 않고 몰래 백리가를 빠져나가더군요.”
“몰래요?”
“예.”
출입패를 쓰지않고 몰래 빠져나갔다는 말은 자신이 밖에 나갔다 온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느낀 제가 계속 곽씨 어멈의 행적을 쫓으라 하였습니다.”
“그래서요?”
“곽씨어멈이 마차를 타고 한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웬 대갓집 근처에서 멈춰 섰지요. 행적을 쫓던 이가 일이 다급하게 돌아간다 여기고 곽씨 어멈이 대갓집에 들어가기 전에 붙잡았습니다.”
큰아버지가 끼어들었다.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것이야!”
장석량이 헛기침을 하고 답했다.
“그 뒤로 여러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곽씨 어멈에 대해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아니, 되었소.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큰아버지가 의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곽씨 어멈이 들어가려던 집이 어디던가?”
“우 부인 댁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눈을 꽉 감았다.
“우 부인? 우 부인 댁이라면······.”
큰아버지가 천천히 고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의란 네가 방문했던 곳이 아니더냐?”
고모가 백리명의 사고를 듣고 백리 세가에 돌아오기 전에 만났던 사람이 우 부인이었다.
“······.”
고모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