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사실 곽씨 어멈을 붙잡은 건 장석량이 아닌 제갈화무였다.
내 부탁을 받은 제갈화무는 진즉에 고모를 감시하고 있어서 고모가 우 부인 댁을 방문한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상황에 서하령이 내 부탁으로 제갈화무에게 백리명의 소식을 전했다.
서하령은 자세한 내막은 모른 채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제갈화무는 그 뒤의 일을 모조리 이해했다.
그때 마침 우 부인댁에 곽씨 어멈이 방문했고 제갈화무의 사람이 곽씨 어멈을 납치한 것이었다.
제갈화무가 여러모로 뻗은 손이 많다고 한들 납치한 곽씨 어멈을 백리 세가의 사람 모르게 내게 보내 줄 수는 없었다.
거기서 내가 장석량에게 부탁한 것이다. 곽씨 어멈을 장석량이 데리고 있다가 가문에서 곽씨 어멈을 대놓고 찾는다고 들쑤시기 시작하면 그때 데리고 와 달라고.
곽씨 어멈은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했으니, 처음부터 장석량이 했다고 말해도 상관없었다.
나중에 조사하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어차피 지금 중요한 건 곽씨 어멈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인 것이었으니.
큰아버지가 물었다.
“백리의란, 곽씨 어멈이 왜 그 시점에 몰래 널 찾아갔더냐?”
“그, 그건······.”
고모가 나를 노려보았다. 왜 그런 질문을 했느냐는 눈빛이었다.
나는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입술을 깨문 고모가 곽씨 어멈을 향해 다그쳤다.
“저도 모르죠! 곽씨 어멈 뭐라고 말 좀 해!”
“······.”
곽씨 어멈이 다소 억울한 듯 고모를 보았다가 이를 악물고 답했다.
“휴가를 받기 전에 아가씨께서 우부인댁에 가 계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기억나 찾아뵌 것입니다.”
“마, 맞아요! 아! 제가 곽씨 어멈에게 휴가를 주기 전에 말한 적이 있습니다. 우 부인에게 갈 거라고. 그러니 집안에 생긴 우환에 놀라서 절 찾아온 게 아닐······.”
나도 모르게 순간 픽 웃음이 새어 나와 황급히 표정을 관리했다.
큰아버지가 고모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날 바보로 아느냐!”
“오, 오라버니.”
“네가 우 부인 댁에 머무는 걸 알았다면, 진즉에 널 찾아갔어야지!”
큰아버지가 곽씨 어멈을 손가락질 했다.
“명이가 죽어 갈 때는 널 찾아가지 않다가, 명이가 살아날 방도가 생기자 널 찾아간 걸 내가 어찌 이해해야 한단 말이냐!”
나는 배신감으로 낯빛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다 시선을 틀었다.
입을 꾹 다문 아버지의 낯빛은 창백하니 괴로워 보였다. 역시나 아버지도 고모가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아던 모양이었다.
이어서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보았다. 그리고 살짝 놀랐다. 할아버지는 고모와 할머니, 큰아버지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언제부터 바라보고 계셨던 것일까?
순간 눈이 마주쳤다.
평소와 똑같은 안색과 변함없는 표정이 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이나 슬픔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시선을 내리깔았다.
비틀거리던 큰아버지가 고모의 앞섶을 쥐었다.
“네가 어떻게 ······ 네가······!”
더듬거리던 큰아버지가 포효하듯 소리쳤다.
“명이는 네 조카다. 어떻게 명이한테 그럴 수가 있어!”
“이거······ 놔요!”
고모가 큰아버지의 손목을 잡아 뿌리쳤다.
주화입마에 빠질 뻔하고, 몸 고생 마음고생을 한 큰아버지의 몸이 제 상태일 리 없었다. 큰아버지가 쉽게 밀려나고 고모가 소리쳤다.
“아니라고 했잖아요!”
큰아버지가 기가 찬 듯 보았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부인해?”
“이 상황이 뭔데요? 제가 했다는 증거 있어요?”
고모가 짜증스럽게 옷섶을 정돈했다.
“저는 그저 곽씨 어멈을 우 부인 댁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뿐이라고요. 어멈이 이런 일을 벌였을 줄 제가 어찌 알았겠어요?”
“뭐, 뭣?”
뻔뻔한 답에 말을 잃은 큰아버지를 향해 할머니가 말했다.
“의묵, 정신 차려라. 의란이 했다는 증거는 없다.”
“······어머니? 이 상황에 어머니까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다 정황이 그리 느껴질 뿐이다. 의란이 그랬을 리가 없지 않으냐?”
“어머니······.
지금······ 지금······ 설마······?”
믿기지 않는 듯 할머니를 바라보던 큰아버지가 실성한 것처럼 웃음을 터트렸다.
“하, 하하, 하하하!
어머니, 처음부터······ 처음부터 알고 계셨군요요? 그러니까 알고 계셔서 지금껏 의란의 편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나.”
할머니는 큰아버지를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충격이 너무 큰 것이 아니냐?
여긴 내 알아서 할 테니 너는 가서 쉬거라.”
아주 자애로운 모습 그 자체였다.
“정말 가관이군.”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할머니가 고모를 보았다.
“백리의란, 모든 상황은 명백히 널 가리킨다. 그런데 변명은 그게 다인 것이냐?”
고모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가 갑자기 치켜들어 소리쳤다.
“아버지는 원래 저를 싫어하셨죠. 제가 뭐라고 말하든 어차피 절 의심하실 거잖아요! 아무리 아버지시더라도 제 어머니가 있는 한 증거도 없이 저를 어쩌시진 못하실 겁니다! 저는 절대 인정 안 해요!”
일이 이 지경이 되자 겁도 사라졌는지 고모가 할아버지를 보는 눈동자는 새파랗게 날이 서 있었다.
할아버지가 웃으며 할머니를 보았다.
“대체 뭘 믿고 이런 짓을 벌였나 했더니 바로 부인 때문이었구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할머니가 태연하게 답했다.
“내내 궁금한 게 있었소. 부인이 이 일에 함께 했는지, 혹은 의란 혼자 저지른 짓인지.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구려.”
“상공,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증거도 없이 사람을 의심하듯 말하는 것은 그만두시지요.”
할아버지가 고모와 할머니를 바라보곤 큰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의묵, 어쩔 게냐?”
“예?”
“어떻게 할 거냐 물었다. 네가 지휘하겠다 하지 않았느냐?”
큰아버지는 아직도 모르겠다는 듯 멍한 낯이었다.
“네 아들의 흉수를 찾지 않아도 된단 말이냐? 내 네게 가문을 맡기고 떠났던 것인데,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게야!”
그제야 큰아버지가 조금 정신을 차린 듯 인상을 썼다.
“제가······ 제가 뭘 어찌해야 합니까? 저는······ 저는······. 아버지, 도와주십시오······.”
마지막에는 거의 흐느끼는 목소리였다. 할아버지가 혀를 차며 말했다.
“내가 나서길 바라느냐?”
“당연히······ 당연히 나서셔야죠!
명이는 아버지의 손자이기도 합니다! 아버지가 아니면 누가······ 제발 억울함을 밝혀 주십시오.”
할아버지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다.”
조금 안색이 밝아진 큰아버지에게 할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니다.”
“에?”
“멍청한 것! 처음부터 이 일을 명명백백히 밝힐 수 있는 건 한 명뿐이었다! 그걸 아직도 모르겠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네가 도와 달라 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연이었다!”
할아버지가 나를 보았다.
깊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나는 듯했다.
“백리연!
네가 일을 이렇게 이끌었지. 그렇다면 증좌도 모두 가지고 있을 터!”
할아버지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디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보아라. 내가 책임질 테니.”
“······.”
역시 할아버지시라고 해야 할까? 처음부터 내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던 걸 아신 모양이었다.
고모와 할머니, 큰아버지가 저렇게 소란을 피우는 동안 왜 가만히 계시나 싶었는데······.
“네가 어떻게······
뭘 알고 있기에······?”
“형님, 그냥 지켜보십시오.”
나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살짝 고개 숙였다.
아버지는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척 많은 눈빛이었으나, 일단 지켜봐 주기로 한 듯 싶었다.
늘 아버지껜 감사하고 미안할 따름이었다.
고모가 코웃음을 치며 중얼거렸다.
“아버지도 이제 쉬실 때가 되신 모양이군요. 저 애한테 뭘 맡기신다는 거지?”
나는 무시하고 곽씨 어멈에게 걸어갔다.
“고모의 몸종이 어멈 하나뿐은 아니고, 어멈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었겠지?”
곽씨 어멈은 날 바라보지도 않았다. 나는 별다른 반응없이 말을 이었다.
“가령······ 관송이라는 약제사를 만나러 갔던 일이라든가.”
곽씨 어멈이 눈을 부릅떴다.
뒤쪽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두 달쯤 전에 고모의 몸종 하나가 관송이라는 무척 유명한 약제사 한 명을 찾아갔지. 관송은 능력은 뛰어났지만 몇 가지 범죄를 저질러서 보통 사람들은 찾지 않는 약제사야. 그런데 정파 명문 백리가 사람인 고모의 몸종이 그런 약제사를 왜 찾아갔는지······ 어멈은 아나?”
“······.”
“고모의 몸종은 어떠한 약을 하나 만들어 다랄고 했습니다. 먹는 이를 주화입마에 빠트릴 수 있는 약이었죠.”
나는 이제 큰아버지와 고모를 바라보았다.
“처음에 관송은 거절했죠. 거절당한 고모의 몸종은 말을 바꿨습니다. 알 수 없는 약을 하나 내밀며 똑같은 약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지요.”
유명 약문의 약제사들 혹은 이름있는 의원들은 이런 사악한 약 제조에 발을 들이려 할 리가 없었다.
딱 봐도 복잡한 사정. 잘못 걸리면 괜히 경을 치를 테니까.
그렇다고 어중이떠중이들에게 의뢰할 수는 없었다. 고르고 고른 사람이 관송이란 자였고······.
“처음 보는 약에 흥미를 느낀 관송은 같은 약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는 받아들였죠. 하지만 이내 실패했죠.”
나는 소매에서 종이와 조그맣게 포장된 것을 꺼내 들었다.
“여기 관송의 진술서예요. 그리고 관송도 장 부관이 데리고 있으니 언제든지 확인해 볼 수 있어요.”
이어서 나는 조그맣게 포장된 것을 내밀었다.
“이건 고모가 의뢰했던 약 일부입니다. 약이 매우 신기하다 여긴 관송이 고모에게 모두 돌려주지 않고 일부를 빼돌렸더군요. 남은 설빙보주와 비교하면 같은 약인지 알 수 있겠죠?”
나는 조롱하며 말했다.
“고모, 범죄를 저지른 약제사를 믿으면 어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