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고모의 표정이 차츰차츰 일그러졌다.
의뢰한 약을 빼돌리다니. 보통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실력이 좋으면서도 왜 도망 다니며 숨어 지내는 지 알 만했다.
심지어 나는 관송을 납치하거나 협박하지도 않았다. 그는 약을 만들다 실패한 것뿐이었다며 아주 당당했고, 돈을 많이 주자 알아서 모두 술술 불었다.
의뢰인 비밀 보장 그런 것따윈 없었다.
“남은 설빙보주와 비교하면 같은 약인지 알 수 있겠죠.”
약제사를 데려오느라 시간이 꽤 걸려 아직 석 태의께 부탁드리지는 못했다.
나는 할아버지께 진술서를 건네 드렸다.
쭉 읽어 내린 할아버지가 눈을 꽉 감았다. 눈치를 보던 큰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서 황급히 진술서를 건네받았다.
할아버지가 전음을 하는지 목젖 부근이 살짝 떨리고 무사 한 명이 소리없이 청당을 빠져나갔다.
어느새 다 읽어 내린 큰아버지가 진술서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 악독한······ 어찌 이리 악독한······ 왜 말이 없느냐!
어디 계속 네가 한 짓이 아니라고 변명해 보지 그러느냐!”
고모가 다급하게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큰아버지가 코웃음을 쳤다.
“어머니를 봐서 뭘 어찌하려고? 이렇게 명명백백한데 어머니가 널 지킬 수 있을 것 같으냐!”
큰아버지가 할머니께 진술서를 내밀었다.
“어머니도 한번 읽어 보시지요!”
“······.”
그 모습을 지켜보고 다시 곽씨 어멈을 바라보았다.
“어멈, 다시 물어보지. 정말 어멈 혼자 저지른 짓이 맞아?”
곽씨 어멈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생각을 아주 잘 하고 대답해야 할 거야. 가족을 지키고 싶다면 말이야.”
곽씨 어멈만큼 머리가 굴러가는 자라면 알 것이다.
과연 고모도 지키지 못할 할머니가 곽씨 어멈의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무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끌고 가요.”
이제 곽씨 어멈은 더는 필요없었다.
양팔을 잡힌 곽씨 어멈은 더는 발버둥 칠 힘도 없는 듯했다. 곽씨 어멈이 조용히 끌려갔다.
“백리의란. 할 말이 있느냐?”
“······.”
할아버지가 말했다.
“백리의란도 끌고 가 가두도록.”
“흡!”
깜짝 놀란 고모가 숨을 들이켜고, 순식간에 다가온 무사들이 고모의 양팔을 잡았다.
고모가 깜짝 놀라며 몸부림쳤다.
“이거 놓지 못해? 너희가 뭔데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할머니가 기겁해 소리쳤다.
“무슨 짓이냐!”
“어머니, 살려주세요!
어머니! 어머니!”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향해 소리쳤다.
“의란을 끌고 가 어쩌려는 겁니까!”
“당장 어찌하진 않을 것이오.”
큰아버지가 황급히 되물었다.
“아버지, 당장은 이라니요?”
할아버지가 고모의 편을 들까 봐 걱정을 하는 모양새였다.
할아버지가 큰아버지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의란이 친족 상해를 저지른 것이 확실하다면······.”
큰아버지가 꿀꺽 침을 삼켰다.
“백리의란은 호적에서 파내고 내공 또한 폐할 것이다.”
“상공!”
“안 돼!”
비명같은 외침이 울려 퍼졌다.
숨을 들이켰던 큰아버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버지······ 내 ······내공을 없앤다고요?”
할아버지가 매섭게 되물었다.
“그럼?”
“아······. 그······ 예.”
벌을 받기를 원하긴 했으나 또 이건 좀 잔혹하게 여겨지는 모양이었다.
“이, 이거 놔! 어머니! 어머니!”
그때였다. 갑자기 아버지가 손을 들어 무사들을 멈추게 했다.
“잠시 놓게.”
모두 의아하게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의······ 의강아.”
반대로 고모가 희망에 찬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역시 네가 도와줄 줄 알았·····”
“누님, 하나만 묻죠.”
“뭘 말이냐?”
“이미 약을 가지고 계시면서도 왜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의뢰한 겁니까?”
“······.”
아버지의 질문에 큰아버지가 갑자기 그건 무슨 소리냐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깨달은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싸늘하게 말했다.
“하나 더 만들어 무얼 하려 했던 겁니까?”
“······그, 그건······ 그러니까······.”
고모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설마······ 연이에게도 약을 쓰려고 한 것입니까?”
“그, 그럴 리가!”
고모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이 자리의 누구도 고모의 말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점차 화가 치미는 듯 보였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하버지는 바로 말을 잇지 않고 꽤 오래 침묵했다.
“연이가 백리세가에 들어오자마자 겪은 주화입마······ 그것도 누님과 관련이 있습니까?”
그때 할머니가 버럭 소리쳤다.
“의강! 이번 일이 벌어졌다고 오래전 일까지 의란에게 뒤집어 씌우다니!”
“아니라면 다행이지요.”
아버지가 할머니를 냉랭한 눈빛으로 보았다.
“그저 조금 의심이 들었을 뿐입니다.”
나는 그런 아버지의 주먹을 덮듯이 감쌌다. 나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마도 불가능하겠지.
나는 주변을 향해 말했다.
“제가 관송에 대해 조사하면서 의문을 가졌던 점이 있어요.”
할머니가 나를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았다. 당장 내 입을 틀어막고 싶으나 그러지 못해 원통해 보였다.
“이상하지 않아요? 고모가 가진 약이요.”
할머니가 호통쳤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고모가 관송에게 똑같은 약을 만들어달라고 할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 더 구했으면 되지 않나요?”
큰아버지가 그제야 이상한 것을 깨달은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이상하군.”
“다른 약제사에게 의뢰할 수밖에 없던 이유······ 간단하게 설명할 방법이 있어요.”
“그게 무엇이냐?”
큰아버지는 이제 완전히 내 말에 몰입한 듯 보였다.
“처음 약을 얻은 곳에서 더 얻을 수 없었던 것이겠죠.”
나는 고모를 돌아보았다.
“고모가 약제사를 찾아가기 전에 동쪽 산의 스님을 찾아뵈었더라고요? 얼마 뒤 그 스님은 갑자기 절에서 사라지고요. 고모는 사람을 동원해 그 스님을 쫓았죠. 고모, 그 스님은 왜 쫓은 거죠?”
고모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가 하얗게 되기를 반복했다.
“내가 그걸 왜 말해야 하느냐?
이 일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왜 상관이 없어요? 고모, 고모가 가지고 있던 약. 그거 스님에게 얻은 거잖아요. 5년 전. 제가 백리세가에 들어오고 난 이후에.”
“······.”
“그때 두 첩을 얻어냈죠. 그런데 하나는 어디 가고 하나만 남아 있었을까요?”
내 손이 떨리는지 내가 붙잡고 있는 아버지의 손이 떨리는지 알 수 없었다. 하나 확실한 것은 내가 이 말을 하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것이다.
나는 울분을 토하듯 소리쳤다.
“하나는 내게 쓴 거야.
백리세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처음으로 영약을 먹는 여섯 살짜리 어린애에게!”
* * *
툭.
붓에서 떨어진 먹물이 종이에 퍼져 나갔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붓을 벼루에 내려놓았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열기가 담긴 바람에 흐느끼는 소리가 실려 왔다. 할머니가 큰아버지를 향해 애걸복걸하는 소리였다.
“······숨겨야 한다고 여겼다. 보아라 저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법도를 들이밀 것을 아는데 내 어찌 처음부터 모든 걸 말한단 말이냐! 의묵아.”
할머니도 내내 처소에 갇혀 있다가 오늘에야 나올 수 있게 되었다 들었다.
두 분이 계신 곳이 그리 멀지 않아서 조금만 청력을 높여도 대화를모두 들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할아버지의 처소인 수백당이었다. 이 방은 아주 오래전 내가 아팠을 때 잠시 머물렀던 방이었다.
그날 청당의 심문 자리가 파하고 할아버지께서 나에게 이고에 머무르라고 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날 가두거나 내게 나가지 말라 명한 건 아니었지만 나는 눈치껏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그사이 할아버지는 하나씩 진실을 밝혀내고 가문을 정리하고 있었다.
석 태의는 금세 약제사가 가지고 있던 약이 설빙보주에 탄 약과 같은 것임을 밝혀냈다.
한번 꼬리를 잡자 줄줄이 터져 나왔다. 약제사를 만나러 간 시비의 증언, 그 시비를 데리고 간 마부, 호위무사등. 고모가 저지른 짓인 것은 이제 명명백백한 사실이 되었다.
계속해서 대화가 들려왔다.
“어머니, 제가 내린 처벌이 아닙니다.”
“네가 아버지께 부탁 좀 해 보거라. 네가 용서하면 되지 않느냐!”
“······.”
“벌을 받아야지. 하지만 내공을 폐한 채 가문에서 쫓겨나다니! 의란에게 죽으란 말이나 다름없지 않느냐! 그래도 너와 피를 이은 동생이다! 어찌 목숨으로 갚으라고 해!”
“아버지께서 의란의 목숨을 거둔다곤 하지 않았습니다. 비약하지 마세요.”
“그래. 말 잘했다. 명이도 죽은 것도 아니고 내공 폐인이 된 것도 아니지 않느냐! 다시 내공을 쌓아가면 된다지 않느냐······ 그런데 꼭 의란을 폐인으로 만들어야 속이 풀린단 말이냐! 소가장도 저리 된 마당에, 어찌 이렇게 잔혹해! 악이와 표는 어찌 살라고······!”
고모의 범죄에 소가장이 같이 가담한 것도 밝혀졌다.
스님을 쫓던 사람들이 소가장의 사람들이었다.
소가장이 이런 멍청한 행위에 가담한 이유는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백리명을 처리하면 백리표가 백리 세가의 후계자가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 허황한 생각을 대가로 소가장은 지금 거의 망하기 직전이어다.
‘창문을 닫을까?’
방 안에만 있는 게 답답해서 열어 놓은 것인데, 한 시진이 넘게 저러고 있으니 엿듣는 것도 처음 한두 번이지 이젠 좀 지겨웠다.
“어머니······ 의란은 명이 뿐만 아니라······ 연이에게도 손을 썼지 않습니까. 이를 어떻게 용서받겠어요.”
“하! 그건 제대로 된 증거도 없지 않느냐! 스님이란 자를 아직 데려오지도 못했는데······!”
창문을 닫고 무심코 소음에 집중하려는 것을 억눌렀다.
‘음, 이 정도면 괜찮은 듯?’
다시 몸을 돌렸을 때였다. 문 앞에 의외의 손님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