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부관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단호하게 답했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도련님만큼 괜찮으신 분이 어디 있다과요?”
자랑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백리 세가에서 이런 좋은 기회를 거절할 리가 없지요.”
“······.”
하지만 남궁완은 자랑스러워하기보단 되레 기분 나쁜 기색이었다.
“거절할 수도 있지 왜?”
“예?”
“연이가 내 아들에 비하면 훨씬 아깝거늘.”
“아······ 예에.”
부관은 고개를 푹 숙이고 대체 어쩌라고? 하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남궁류청을 따라간 심 부관을 부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궁완이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백리 세가에 아무 일도 없는 게 맞아?”
백리 세가에서는 현재 가문 내에 벌어진 일에대한 소문을 철저하게 막고 있었다.
가문의 직계 여식이 후계자이던 장손에게 약을 먹여 주화입마에 빠트렸다니.
소문나는 순간, 체면 구기는 정도가 아니라 백리 세가를 시기하는 이들이 사방에서 물어 뜯어 댈 것이었다.
백리패혁 대에서 갑작스레 불린 가세만큼 백리 세가를 견제하는 가문도 많았다. 백리 세가가 10대 세가로 불리면서 그 자리에서 쫓겨난 가문이라든가.
부관이 말했다.
“백리면 공자께서 위중하다지 않습니까?”
백리 세가에서 소문을 철저히 막고 있다지만, 백리명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말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그렇다지만······ 굳이 의강까지 돌아갔어야 하나? 백리 세가주가 오시지 못하게 되었다면 적어도 대리인은 보냈어야지.”
남궁완이 생각에 잠긴 낯으로 말했다.
“왠지 불길해.”
“예?”
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불길한지는 꼽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정의하기 힘든 미묘한 기분이었다. 뭔가가 계속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고 있었다.
“뭔가 중요한 걸 신경쓰지 못한 기분이랄까.”
부관이 달래듯 말했다.
“정말 큰일이 있다면 백리 대협께서 따로 알리셨겠죠. 거기다 백리 세가에는 도련님도 머물고 계시지 않습니까?”
남궁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류청 그 녀석이 거기 머물고 있으니까······. 뭔가 일이 있었다면 서신을 보냈겠지.”
참고로 남궁류청은 비밀로 해달라는 백리연의 말을 열심히 지키고 있었다······.
그때 바깥에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남궁 소가주님, 계십니까?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목소리를 들은 남궁완과 부관 모두 의아한 기색을 했다.
“······들어오게.”
단단한 체격의 사내가 양손을 모으고 인사를 올렸다. 백리의강이 단주로 있는 백호단의 부단주인 황순이었다.
백리의강은 백리연이 주화입마에 빠지고 난 후, 몇 번 백호단주 자리를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무림맹주가 그를 계속 붙잡았다.
백리의강은 무림맹주의 지도력을 자랑하기에 아주 좋은 인재였다. 거기다가 백리의강이 그만두겠다고 한 시기가 무림맹주가 바뀐 시기와 맞물렸다.
만약 백리의강이 그만두게 된다면 몇몇은 무림맹주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백리 세가와 불화설이 돌 터였다.
아무리 개인적인 사정이라지만······ 사람들은 자극적인 소문을 좋아하니까.
부관이 자리를 마련해 차를 권하자 감사를 표한 황순은 자리에 앉은 채 침묵했다.
기다리던 남궁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날 찾아왔는가?”
황순은 남궁완과 안면은 있었으나,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황순이 입을 열었다.
“부탁드릴 일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자네가?”
“예, 원래는 단주님이 오시면 말씀드리려 한 일입니다만······.”
남궁완이 의아한 낯을 했다.
“예전에 단주님께서 만약 의논할 일이 있다면 남궁 소가주님을 찾아가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으십니다.”
황순이 차를 마시며 말을 잠시 멈췄다 이었다.
“믿음직스러운 친우라고요.”
“흐음······ 그래?”
남궁완의 입꼬리가 눈에 띄게 씰룩거렸다. 부관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는 법이지요. 무림맹 부단주로 자리하신 분이라면 잘 아시지 않습니까? 단주의 부재시 부단주의 판단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의 경우 다른 대리 지휘자가 정해져 있을 텐데요? 심지어 따로 임무를 나가신 것도 아니고 여긴 무림맹 안입니다.”
얼마든지 다른 상관을 찾아가 의논할 수 있을 텐데 왜 남궁완을 찾아왔느냐는 뜻이었다.
또한 남궁완에게 하는 조언이기도 했다. 맹회가 열리는 중에 남궁 소가주가 백호단 일에 끼어들었다가는 괜한 트집을 잡힐 수 있다는 뜻이었다.
“거기다 소가주님께서는 내일 떠나기로 하셨습니다.”
“아······.”
약간 놀란 듯한 모습을 보인 황순이 초조한 기색으로 말했다.
“사실 그래서 소가주님을 찾아온 겁니다만, 외부의······ 특히 믿음직한 분이 필요했습니다.”
한숨을 내쉰 황순이 돌아가려는 듯 말했다.
“역시, 곤란하시겠지요. 죄송합니다, 괜한 짐을 얹어 드렸군요. 신경쓰지 마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는 황순을 바라보던 남궁완이 입을 열었다.
“아닐세. 말하게.”
“예?”
“소가주님······!”
놀란 황순의 말과 당황한 부관의 말이 동시에 들렸다.
남궁완이 팔짱을 끼며 눈썹을 추켜세웠다.
“흥, 내가 내일 떠나도 위 맹주는 트집을 잡을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그 속을 뒤집어 주고 가야지.”
부관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머리를 짚고, 황순의 낯빛은 밝아졌다.
“감사합니다! 그럼 바쁘신 것 같으니, 일단 가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전각 밖으로 나오자 아직도 한창인 듯 악공의 연주 소리가 들려왔다.
새카만 하늘 아래 연회장을 밝힌 빛에 남궁완의 시선이 잠시 닿았다. 입매를 비튼 남궁완이 황순의 뒤를 따랐다.
가면서 설명하겠다던 황순이 입을 연 것은 2각(30분)정도 지나서였다.
“예전에 단주님께서 따님과 함께 남궁 세가를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흑시 한 곳을 부수며, 고아들을 구했지요.”
“그런데?”
“그중 갈 곳 없는 아이들 몇은 백리 세가에서 거두고 남은 아이들은 무림맹에서 거뒀습니다.”
남궁완이 혀를 찼다.
“그런데 최근 그 아이 중 몇명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습니다.”
“맹에서 거뒀다면 맹에서 일하고 있던 것 아닌가?”
“맞습니다. 주변에서는 먼 곳에서 친지가 찾아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떠났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저희가 알기로는 그 아이들은 친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남궁완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갑자기 사라진 수상한 행적.
맹 내의 정보를 빼돌리기 위해 온 첩자일 수도 있었다.
뒤따르던 부관도 갑자기 달라진 남궁완의 분위기에 진땀을 흘렸다.
“예.
그래서 조심스레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흔적이 기이하게도 맹의 고위직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그때였다. 남궁완이 손을 뻗어 황순의 앞을 가로막았다.
움찔 놀란 황순이 남궁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남궁완은 황순을 보지않고 심각한 낯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를 따라 주변을 훑던 황순도 표정을 굳혔다.
어느새 주변에 안개가 잔뜩 끼어있었다. 평소 이렇게 안개가 짙은 곳이 아니었다. 기이한 일에 슬며시 검집과 검 손잡이를 쥐었다.
“소가주님, 이건······?”
그때 안개를 헤치며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이내 안개 속에서 살짝 겁에 질린 표정의 무인이 나타났다.
무림맹의 경비를 서는 무인으로 익숙한 낯이었다.
안도한 황순이 입을 열려는 순간, 남궁완이 검을 휘둘렀다.
“소가주님!”
거의 비명같은 외침이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습이나 다름없을 남궁완의 검격을 고작 경비를 서는 무인이 피한 것이다.
황순이 뒤늦게 검을 뽑아 들었다.
“누구냐!”
“흐흐흐, 잡것은 닥쳐라.”
외견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탁하고 나이 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궁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귀조.”
황순과 부관이 숨을 들이켰다.
무림맹 한복판. 무림 공적인 천귀조가 제정신이라면 절대 올 곳이 아닌 것이다.
남궁완의 표정이 굳었다.
그때,
쾅! 쾅! 쾅!
지축을 뒤흐느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부관이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소리······!”
안개 때문에 위치를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파공 소리의 중심은 무림맹 중앙이었다.
그곳은 지금 주연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더는 그쪽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천귀조의 뒤쪽에서 스멀스멀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 아군일 리가 없었다.
남궁완이 입매를 비틀었다.
“마교와 손을 잡다니.”
“마교인 게 뭐? 나는 널 찢어 죽일 기회가 있다면 뭐든.”
천귀조가 남궁완에게 깊은 검상을 입었던 옆구리를 문질렀다.
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연회장 방향에 밝은 빛처럼 불길이 이는 게 보였다.
뎅- 뎅 -!
습격을 알리는 종소리. 하지만 두 번도 채 울리지 못하고 사라졌다.
천귀조가 입을 찢듯 웃었다.
“쳐라.”
곧이어 안개 속에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짙은 혈향이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