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그 모습에 살짝 당혹스러웠다.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었다.
둘의 관계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버지와 남궁완 아저씨 같은 절친한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잠깐 한 적 있었다. 두 분도 처음에는 사이가 무척 안 좋았다고 들었으니까.
하지만 그 소망은 포기한 지 오래.
이제는 사이가 좋아지길 바라지 않았다. 그저 원수만 되지않은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조금 전의 눈빛은······.’
천귀조를 언급했을 때도 그런 시선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부르기만 하고 말이 없자 야율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연아?”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물었다.
“너 혹시 류청이랑 무슨 일 있었어?”
“응?”
야율이 고개를 기울이고 되물었다.
“무슨 일?”
“싸웠나 해서.”
“아······.”
야율이 마치 실수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눈꼬리를 살짝 매만졌다.
“알잖아. 나랑 쟤 사이 안 좋은 게 하루 이틀도 아닌걸.”
“사이 안 좋은 건 알아.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
나를 바라보는 야율의 낯에서 점차 표정이 사라졌다.
“왜, 너도 내가 남궁류청에게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까 봐 걱정 돼?”
“뭐?”
“그래서 물어본 거 아냐?”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놀라 아무 말도 못 한 채 눈만 깜빡였다. 예상치 못하게 급소를 찔린 느낌이었다.
이를 보던 야율의 입가에 살짝 비웃음이 어렸다.
야율이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알아. 다들 날 불안하게 바라보는거.”
“······.”
“너는 더 믿기 힘들겠지. 내가 과거에 저지른 짓이 있으니. 이해해.
순간 나도 모르게 한 발 앞으로 나갔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야. 오히려 반대지.”
“······반대라고?”
“그래. 네가 이유없이 남궁류청을 그렇게 노려볼 리 없으니까 싸웠냐고 물어본 거거든!”
솔직히 야율을 믿느냐고 묻는다면·····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를 바르게 자라게 만들 수 있는 것. 바로 믿음, 소망, 사랑 아니겠는가? 그러니 믿는다고 말해 주는 것이다.
나는 야율이 불우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바른 길로 향할 수 있기를 바랐다.
또한, 왠지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여기서 그를 믿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할 거라고.
야율의 눈동자가 옅게 흔들렸다.
“나를 믿는다고······?”
“응. 믿어. 그게 아니면 왜 너랑 같이 다니겠어?”
“그거야, 내가 따라다니니까 어쩔 수 없이 받아 주는······.”
“내가 나 따라다니겠다고 하면 아무하고나 같이 다닐 것 같아?”
“······.”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야율을 바라봤다.
“너야말로 내 말을 못 믿는 거야?
왜 그런 표정이야?”
나는 최대한 믿음직스럽게 보이도록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만약에 남궁류청이 널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어쩌려고?”
“내가 혼내 줄게.”
야율이 웃는 듯 마는 듯한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왜? 나 그런 거 잘해.”
야율이 입술을 꽉 깨물고 고개를 틀었다. 표정을 내게 보이지 않으려는 것 같았지만 미약하게 들썩이는 어깨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걸 알수 있었다.
크게 숨을 내쉬고 다시 고개를 든 야율이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있잖아······.”
“뭔데? 말만 해.”
“걔 네 앞에서 영원히 꺼져 달라고 할 수 있어?”
“어? 그건 좀······.”
“혼내는 거 잘한다며?”
“그건 어떤 잘못을 했느냐에 따라서 다르지. 그리고 영원히는 좀······ 올라가면서 얘기하자.”
원래는 객잔을 살펴볼 생각으로 내려왔는데, 남궁류청에 야율까지 상대하고 나니 피곤이 급격하게 밀려왔다.
‘확실히 여독이 쌓이긴 했네. 폐가 안 되려면 조금이라도 쉬어둬야겠다.’
야율과 함께 계단을 오르고 있을 때, 반대로 계단을 내려오는 한 소녀와 마주쳤다.
열셋에서 열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는 야율을 찾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여기 계셨군요. 부탁하신 목욕물 준비 다 됐습니다.”
고개를 갸윳한 내가 소녀를 향해 물었다.
“여기 점원이야”?”
“예.”
“아까 객잔에 들어올 때는 못 본 것 같은데.”
“아, 그땐 방 정리 중이었을 거예요.”
“목욕물은 무슨 소리야?”
답은 옆에서 들렸다.
“내가 시켰어.”
점원은 웃는 낯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1층에 있을 테니, 필요하신 일 있으시면 1층으로 오시면 됩니디.”
우리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가는 점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내가 말했다.
“잠깐만.”
멈춰 선 점원이 우리를 돌아보았다.
“시키실 일이 남았나요?”
“응, 객잔 좀 안내해 줘.”
“에?”
“원래 구경하려고 내려갔던 거거든.”
점원이 당황하여 말했다.
“목욕물이 식을 텐데요?”
“다시 데우면 되잖아?”
“아······.”
여기는 수도꼭지 틀면 보일러에서 데운 물이 콸콸 나오는 곳과는 전혀 달랐다.
목욕 한번 하려면 솥에 장작 넣고 때서 물을 끓인 다음, 그 뜨거운 물을 차가운 물과 적당히 섞어 방으로 몇 번씩 들고 날라오는 방식이었다. 무척이나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었다.
“객잔이 구경할 게 있나요? 다 비슷하죠. 목욕하고 오시면 안내해 드릴게요.”
“움직이면 땀 나잖아. 씻고 움직이기 싫어.”
입술을 깨문 점원은 살짝 억울한 표정으로 뭔가 말하고 싶은 듯 했으나, 결국 고개를 숙이며 승낙했다.
“예, 알겠습니다. 따라오세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야율이 조용히 내 뒤를 따랐다.
확실히 그저 별것 없는 평범한 객잔이었다. 다른 점이라고는 우리가 전세를 내서 꽤 큰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없어 텅 비어 있다는 점?
텅 빈 1층을 지나, 객잔의 부엌으로 향했다. 살짝 열린 문 너머로도 분주함이 느껴지는 부엌은 식사 준비로 정신 없었다.
주방장인 숙수와 그의 조수, 들어올 때 본 점원 셋이 함께 식자재를 다듬고 있었고, 객잔 주인은 한쪽 구석에서 식자재와 장부를 대조하고 있었다.
숙수와 조수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숙수는 내가 부엌 구경을 하러 왔다니까 살짝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반면에 내가 처음 객잔에 도착했을 때 백리 세가 사람인 것을 들었던 객잔 주인은 친절했다.
“객잔을 구경 중이라고? 맘껏 둘러보거라.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 질문했다.
“객잔 직원은 여기 있는 이들이 다 인가요?”
“그래, 맞다.”
“객잔이 넓은데 다섯 명으로 운영이 돼요?”
“조금 바쁘다 싶으면 부인도 나와서 돕지. 그러면 할 만하단다. 게다가 요요가 생각보다 일을 잘 해줘서.”
“생각보다라니요? 원래 여기서 일하던 직원이 아닌가요?”
요요는 우리를 안내하던 점원의 이름이었다.
요요는살짝 당황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요요는 오늘 처음 일하는 거란다. 원래 여기서일하던 직원의 조카지.”
“조카요? 오늘 처음 일한다고요?”
“그래. 직원이 어젯밤에 다리를 삐어서 말이다. 잠깐 쉬어야 한다고 하더구나. 그동안 조카가 대신 일해 주기로 한 거지.”
“아······.”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해줘서 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실수하는 일이 있어도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너도 손님들 잘 모시고.”
우리의 시선을 받은 요요가 부끄러운 듯 붉은 뺨을 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 그럼 저는 일하러 가볼게요.”
나는 부엌을 나가려는 요요를 붙잡았다.
“잠깐만.”
그렇게 말한 순간, 요요가 나를 향해 와락 손을 휘둘렀다.
살의조차 느껴지지 않는 정교한 기습이었다.
보통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았을 땐 이미 늦었을 터.
하지만 내게는 요요의 모든 움직임이 순간적으로 느리게 보였다.
금안의 능력이었다.
나는 요요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양손을 마주쳤다.
짝!
합장하는 듯한 자세. 내 손바닥 사이로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뾰족한 송곳 같은 것이 잡혀 있었다. 요요는 언제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냐는 듯 차가운 얼굴이었다.
“요요? 손님? 지금 뭐 하는 거······.”
객잔 주인의 멍청한 목소리와 함께, 송곳을 놓은 요요가 몸을 뒤로 빼며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암기?’
반사적으로 회피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요요는 품에서 꺼낸 것을 내가 아닌 바닥을 향해 던졌다.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회색 빛 뿌연 연기가 부엌을 가득 채웠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멈췄다. 집중만 한다면 금안은 눈을 감고도 상대의 움직임을 훤히 알 수 있었다.
“이게 무······ 켁켁!”
“푸핫!”
나는 호신기를 몸에 두른 채 그대로 요요를 쫓으려다 멈칫했다.
‘젠장, 여기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
창문이 열려 있다고 하나, 건물 안.
이런 공격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나나 야율은 무공을 익혔으니 괜찮지만, 이 연기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었다.
갈등은 짧았다. 나는 뒤쫓으려던 자세를 풀고 몸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집중해 부엌 안의 자연지기를 끌어당겼다. 자연지기, 말 그대로 자연의 기운이었다.
남궁류청 앞에서 잎사귀를 움직였듯이 이번에는 부엌 안의 공기를 이끌었다.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오던, 미약한 바람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움직임이 전부였던 부엌에 곧 내 중심으로 흐름이 생기더니 점차 강해지고 이재 산들바람 같은 움직임이 되었다.
마치 태풍처럼, 뿌옇기만 하던 연기가 나선 모양으로 압축되듯 짙어지고 연기가 압축되는 만큼 다른 곳의 시야는 점차 맑아졌다. 뒤쪽의 정신없던 기침 소리가 점차 잦아들었다.
연기가 돌아 압축되고, 또 돌고 압축되기를 반복하며 점차 작아지다 어느 순간 내 손 위에서 어른 머리만 한 구체가 되었다.
끊임없이 회전하는 구체는 마치 작은 행성같았다. 잠시 이를 보던 나는 크기를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인 후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 위에 올려놓았다.
내 손에서 멀어진 순간 구체가 형체를 잃고 가루가 되어 스르륵 흩어져 내렸다. 그제야 크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마, 목덜미, 등허리 할 것 없이 식은땀이 잔뜩 배어나 있었다.
나는 찬찬히 앞을 바라보았다.
요요가 딱딱하게 굳은 채, 야율에게 뒷덜미를 잡힌 자세로 서 있었다. 부릅뜬 시선이 내 손수건에 담긴 가루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