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나는 가루가 날아가지 않도록 손수건을 접었다.
호신기를 두르고 있었음에도 가루를 모았던 쪽의 손바닥과 손가락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확실히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붉어진 손바닥을 가리며 말했다.
“어떻게 알았어?”
“그건 되레 내가 묻고 싶은데.”
요요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평범하게 여러 표정을 짓던 소녀는 없었다.
나는 하, 탄식하고 말했다.
“너한테 물어본 거 아니거든?”
나는 아직도 요요의 뒷덜미를 붙잡은 채인 야율을 보았다.
요요가 도망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연기를 터트리고 도주하려는 순간 야율이 그녀를 점혈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응하기도 힘들 찰나에 점혈을 하다니.’
야율이 목덜미를 붙잡은 손에 팍 힘을 줬다. 요요가 신음하며 머리를숙였다.
“너 , 시끄러워.”
그러고는 나를 보고 살짝 웃었다.
“그냥, 느낌이 그랬어.”
혹시나 요요가 내가 알아챈 것을 눈치챌까 야율에게 전음도 못했다.
그리고 구경시켜 달라고 떼를 쓰며 부러 객잔의 모든 사람을 살펴본 것이었다.
다행히 숙수와 조수에게서는 아무 문제도 찾을 수 없었다.
거의 바닥에 엎드려 있던 객잔 주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지, 지금 이게, 콜록! 켁, 크흠, 아니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간간이 기침하며 아직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나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객잔 주인과 점원, 숙수와 조수를 쓱 둘러보고 말했다.
“다들 봤잖아요?
요요가 저를 공격하고 갑자기 이상한 연기를 터트린 거. 그 안에 계속 있었으면 죽었을 거예요.”
“히익.”
과장을 섞은 내 위협에 객잔 주인이 잔뜩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났다.
‘죽여도 좋고, 아마도 나랑 야율이 연기 속에서 객잔 사람들을 구하는 사이에 도망치려 했겠지.’
나는 요요를 향해 다가갔다.
“이건 대체 어떻게 한 거지?”
내가 요요를 보자마자 이상한 것을 알아본 건 얼굴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얼굴이 두 가지로 보인다고 해야 할까?
상이 둘로 맺히는 느낌이었다.
이상함에 자세히 들여다보자, 심지어 무공을 수련한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자세히 집중해서 훑어보지 않았다면 그저 평범한 양민으로 여겼을 터였다.
보통 쓱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무공을 익혔는지 알 수 있었는데, 어떤 방법으로 이 눈을 속였는지 알 수 없었다.
요요의 얼굴을 집중해 자세하게 살피자 대충 어떻게 된 건지 감이 잡혔다.
‘진법을 얼굴에 적용한 것에 가깝네. 거의 술법에 가까운데? 마교에 얼굴을 바꾸는 백면환술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설마 그건가?’
진법이든 술법이든 둘 다 비슷한 점은 변화의 흐름을 담당하는 중심축이 있다는 것이다.
진법도 축을 무너트리면 부서지듯, 이 얼굴에 적용한 술법도 비슷했다.
내가 손가락으로 얼굴 몇 군데를 찔러 진기를 흘려 넣자, 요요의 얼굴을 뒤덮은 술법의 흐름이 흐트러졌다.
내내 차가운 표정을 짓던 요요가 갑자기 고통스러운 것처럼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미약하게 우두둑거리는 소리와 함께 요요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헉······!”
뒤에서 놀라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들렸다.
“이게 본래 얼굴이군?”
소녀 정도로 보이던 낯이 20대 초반의 얼굴로 바뀌었다.
“어, 얼굴이······!”
나는 경악하는 객잔 주인을 돌아보았다.
“아는 사람이에요?”
객잔 주인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처음,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뭐야, 왜 갑자기 존대해?
옮겨 간 내 시선에 점원과 숙수, 조수도 모두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거짓말은 아니겠죠?”
“진짜, 진짜 모르는 사람이에요!”
객잔 주인이 펄쩍 뛰며 필사적으로 결백을 주장했다.
“원래 일하던 점원이 다리를 다친 이후 본 적 있나요?”
“아, 아니. 그 요요를 통해서 아프다고 들어서······.”
“요요와는 원래 알던 사인가요?”
“아, 며, 몇 년 전에 본 적이 있었다네, 요.”
“요요를 보고 이상하다 느끼진 않았나요?”
“어······ 조금 달라진 점도 있었지만, 별생각 없었네. 내가 요요를 본 건 어릴 적이었으니, 자라면서 변한 거라고······. 또 완전히 다른 얼굴은 아니라서 전혀, 전혀 의심하지 못했네.”
“비슷하게 생기긴 했다는 거네요.”
“마, 맞네.”
요요라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요요와 비슷한 외모로 바꾸고 진법으로 아는 사람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럼······.”
쾅! 순간 부엌문이 거칠게 열렸다.
열린 문 너머로 남궁류청과 백검단원이 보였다. 소란을 느끼고 달려온 듯했다.
검을 쥐고 있던 남궁류청이 부엌의 상황을 보고 인상을 굳혔다.
백검단원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가씨? 지금 무슨 일입니까? 공자가 붙잡은 여인은 누구죠?”
“이제부터 물어봐야지.”
* * *
저잣거리 구석진 골목의 약방.
매대에 널어놓은 약재들로부터 짙은 약 냄새가 거리로 풍겨 나왔다. 그리고 그 앞에 멈춰 선 길쭉한 봇짐을 멘 일꾼 차림의 사내가 주변을 쓱 둘러보곤 안으로 들어섰다.
말린 약재를 작두로 썰고 있던 청년이 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찾으시는 거 있소?”
“약을 짓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청년이 손님을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다가 손을 탁탁 털며일어나 소리쳤다.
“할아버지! 손님 왔어요!”
약방 안쪽에서 눈꺼풀이 축 처진 노인이 문을 열고 나왔다.
“뉘시오? 처음 보는 낯인 것이 악양 사람은 아닌 듯 싶소만.”
“할아버지, 뭐 그런 걸 물어봐요? 손님이 약 짓는 데 얼마나 걸리냐는데요.”
“그야 무슨 약이냐에 따라 다르지. 무슨 약을 원하오?”
“환부의 괴사를 막는 약이오.”
“뭐요?”
노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괴사? 뭐 뱀에게 물리기라도 했소?”
사내는 딱딱한 음성으로 되물었다.
“지을 수 있소, 없소?”
“거참, 성질머리하고는. 지을 수야 있지. 하지만 직접 환부를 확인하는 게 처방하기 좋지. 괴사라면 침과 뜸도 필요하고. 혹시 환자가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면 들것과 내 손주를 데려가······”
사내가 의원을 말을 자르며 말했다.
“괜찮소. 약만 지어 주시오.”
“뭐······ 그렇다면야 알겠소. 급한 일이오?”
“······.”
“아, 알겠소. 알겠소.”
노인이 손을 내저으며 손주와 함께 약방으로 들어갔다.
드르륵. 덜컥. 탕탕탕.
서랍을 여닫고 약을 빻는 커다란 소리 사이로 노의원의 대화 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를 낮춘 데다 다른 소음까지 섞여 보통 사람이라면 문 너머에서 들리는 대화를 들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괴사라니, 환자를 한번 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오늘 무슨 날인가? 특이한 손님들이 연달아 오네요.”
“그러니까 말이다. 웬 처음 보는 사람들이 들어온 부상자가 있냐고 찾아오질 않나.”
“그러니까요. 그쪽은 딱 봐도 강호인 같던데. 강호인이 여기까진 무슨 일일까요? 이쪽은 강호인들이 올 일이 없는데······.”
대화를 엿듣던 사내가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중얼거렸다
“그놈들이 이런 곳까지······.”
사내는 내려놓은 봇짐 사이로 당장 뭔가 꺼낼 것처럼 손을 집어넣고 말했다.
“노인장.”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노의원이 대답했다.
“나 불렀소?”
“부상자를 찾는 강호인이 온 적 있었다고 하였소?”
노인이 깜짝 놀랐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걸 들었소? 귀도 밝구려.”
“그자들이 언제 왔었소?”
“좀 됐지. 어디 보자, 한 시진 좀 더 된 것 같구려.”
“후우.”
사내가 안도의 숨을 내쉬더니 다시 안쪽 방으로 들어가려는 노인에게 질문했다.
“그들이 뭘 원하는 것 같았소?”
노인이 인상을 찡그리며 성냈다.
“그쪽은 아무것도 말 안 하면서 뭐 그리 다른 사람 일에 궁금한 게 많소? 약이나 받아 가시게.”
사내가 품속에서 주머니를 꺼내 노인에게 건넸다.
똥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열어 본 노인이 눈을 부릅떴다.
“약값일세.”
“아이고, 오늘 돈 좀 들어오는 날인가? 아, 맞아. 그자들도 사람을 찾는 것 같았소만. 그런데 보다시피 우리 약방은 작아서 그런 간호가 필요한 중환자는 못 받소. 부상자를 치료한 적도 들어 온 적도 없다고하니, 실례했다며 돈을 주고 떠났소.”
말하던 노인이 방금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설마 그쪽도 강호인이오? 오, 맞나 보군. 이거 참 별일이구먼.”
사내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노인은 눈치채지 못한 듯 제가 맞힌 사실에 취해 중얼거렸다.
“그럼 그쪽도 알겠구먼, 오늘 찾아온 이들은 아······ 씁, 뭐였지? 분명 들어 본 가문이었는데 말이야.”
“잠깐. 노인장, 가문이라고 하셨소?”
“그렇소. 어디라고 했는데······ 아 기억이······ 얘야, 오늘 찾아온 사람들이 어느 가문 사람이랬지?”
노인이 안쪽 방을 향해 외치자 안에서 청년이 답했다.
“백리 세가요. 할아버지, 또 손님 붙잡고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오세요!”
노인은 손자의 말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아, 그래. 백리 세가, 맞아. 거기였소. 거기 꽤 큰 가문 아니오? 내 신기해서 알아보니 그 가문 사람들이 악양의 약방이란 약방과 의원을 싹 다 돌아다니고 있다던데.”
사내가 흥분한 기색으로 노인의 양어깨를 짚었다.
“노인장, 혹시 그 가문 사람들이 어디 머무는지 아십니까?”
“어······
잠깐 어디라고 듣긴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