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 * *
1층 객잔.
터벅터벅 일부러 기척을 내며 다가오는 걸 알고도 돌아보지 않았다.
“조심히 앉아.”
“그냥 잠깐 온 거야.”
“그래.”
침묵하던 남궁류청이 말했다.
“손 좀 보여 줘.”
“손? 왜?”
남궁류청이 대답 없이 재촉하듯 고개만 까딱였다. 식탁 위에 올라와 있는 왼손을 보여주자 다른쪽도 보여 달라는 듯 또 고갯짓 했다.
오른손도 보여 주자 남궁류청이 고개를 기울였다.
“뭐야, 멀쩡하네?”
“응?”
“야율이 네 손 괜찮은지 확인하고 오라고 해서.”
“뭐? 아, 부엌에서 있었던 일 때문인가?”
바로 숨겼는데
또 그걸 어떻게 본 건지.
그때 잠깐 따끔따끔했지만, 그 정도는 자연지기를 이용해금방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근데 그걸 야율이 너한테 부탁했다고?”
지금 야율은 잡은 간자를 감시하고 있었다.
‘하, 야율, 이 자식 귀엽네.’
내가 남궁류청과 사이를 걱정하는 것 같으니까 일부러 남궁류청한테 부탁하는 식으로 정말 싸우지 않았다고 증명하는 것이다.
그때 아래서 성난 소리가 들렸다.
“캭!”
나는 빨리 다시 손을 내려 다리 위의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뭐야, 걔도 있었어? 어쩐지.”
남궁류청이 결이를 보곤 콧등을 찡그리고 내게서 좀 더 멀어졌다.
여전히 남궁류청은 결이만 보면 거부반응을 보였다. 어릴 적 처럼 보기만 해도 재채기를 계속할 정도로 심하진 않았지만.
“왜 피해? 얘 아니었으면 못 찾아냈다고.”
“아, 간자한테 찾아낸 게 있다더니. 그거야?”
남궁류청이 내가 계속 바라보고 있는 가루를 보았다.
“응. 소매 끝단 사이에 숨겨 놨더라고. 어찌나 교묘하게 숨겼는지.”
그렇게 간자가 숨기고 있던 약을 찾아낸 결이는제가 일을 했으니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것처럼 자리를 잡고 쓰다듬는 손을 멈추기라도 하면 성질을 냈다.
“약이 뭔지는 못 알아냈다며?”
“입이 무겁더라고. 근데 상관없어. 뭔지 아니까.”
“뭔데?”
“산공독.”
남궁류청이 인상을 팍 찡그렸다.
“······확실해?”
“응.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약을 공부했거든.”
“그럼······ 설마 이걸 우리에게 쓰려고 한 건가?”
“아마도. 요요 아니, 간자가 입을 다물어서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말하곤 입술을 꽉 깨물었다.
“······똑같은 수법을 쓰려고 하다니.”
왜 소설 속에서 천귀조가 남궁류청을 습격한 적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천귀조가 아버지의 제자에게 복수하려고 남궁류청을 습격했을 때. 그때도 일행에게 산공독을 먼저 써서 무력하게 만들고 남궁류청을 습격했었다.
‘이게······ 말이 되나?’
분명 바뀌긴 바뀌었다. 벌어진 시기, 상황 등은.
하지만 천귀조가 손을 쓰려는 방향은 기이할 정도로 소설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상황이 달라졌더라도 음모를 꾸민 사람이 같으니 그냥 비슷하게 맞아 떨어진 걸까?’
그게 아니라면······ 벗어나지 못하도록 누군가 조종하고 있는걸까?
보이지 않는 그물에 얽매인 것만 같았다.
그때 남궁류청의 목소리가 내 상념을 깨트렸다.
“아버지께 들은 적 있어. 천귀조와 싸우기 전에 용봉지회 선배님들과 함께 산공독에 당했었다고.”
“맞아.”
나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고 말한 건 아니었지만, 남궁류청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때 네가 아니었다면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는데.”
“내가 아니라 아버지 덕이지.”
남궁류청은 내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말했다.
“이번에도 신세를 졌네.”
남궁류청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왠지······ 이상했다.
뭔가 무척 열망하는 듯한 눈빛? 그냥 고마워서 바라보는 시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왠지 모르게 뺨이 달아올랐다.
왜 그렇게 보냐고 물어보려는 찰나 갑자기 객잔 정문 앞에서 소란스러운 기척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지?”
곧 문이 열리고 두 대의 짐마차가 객잔 안뜰로 들어왔다.
마차 옆에는 거지 차림새의 사람들이 몇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거지 중 가장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두리번거리다 안뜰로 나온 우리를 발견하곤 다가왔다.
“남궁 공자 맞소? 옆에는 백리소저이시고? 저는 개방 악양 분타 소속의 막개라오.”
“이게 무슨 일이죠?”
객잔을 지키던 자들이 문제없이 문을 열어주었으니 허락을 받고 들어온 것일 터.
나는 그들과 함께 들어온 짐마차를 살폈다. 허름한 짐마차 천막 아래로 크고 길쭉한 나무함 여럿을 볼 수 있었다.
‘관!’
이를 알아본 남궁류청의 낯이 하얗게 질렸다.
내가 나서서 물었다.
“이것들이 다 뭐죠?”
“아, 뭘 걱정하는지 알겠군. 걱정 마시오. 저 시신이 남궁 소가주는 아니니.”
나도 남궁류청도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잠깐 사이에 손에 땀이 잔뜩 났다.
내가 손바닥을 옷자락에 닦는 사이 막개가 말을 이었다.
“어찌 된 사정인지 설명을 하자면, 며칠 전에 악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무리의 시신들이 발견되었소.
시신을 살피다 신원을 알아냈는데, 백호단과 남궁세가 호위단이었네.
싸움이 벌어졌을 때부터 계속 비가 내려서 추적은 불가능했지.
전서구를 보내고 우리는 일단 시신을 수습한 참에 백리 대협과 남궁 공자가 악양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로 온 걸세.”
고향이 있다면 고향으로, 혹은 사문과 가족의 품으로 시신이나마 돌려보내기 위해 이리 온 것이었다.
“대협은 자리를 비우셨다고?”
“네. 돌아오시라고 연통을 넣어두긴 했는데, 언제 오실지는 몰라요.”
“그럼 여기서 좀 기다리마.”
“그러세요.
그런데 차도 못 내드려요.”
“음?”
“지금 직원이 없거든요.”
막개가 여기서 기다린다는 말을 하자마자 1층 식당으로 신나게 달려가던 거지들이 눈을 부릅뜨고 날 돌아봤다.
“말도 안 돼! 백리 세가에서 여기 통째로 빌렸다 들었거늘?!”
무슨 밥 얻어먹으러 온 거야?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저들의 본질은 거지였다.
막개가 눈을 끔뻑이다 말했다.
“하하, 그 백리 소저. 백리 세가에서 있었던 일은 우리의 실수였소.”
그리고 목소리를 확 낮췄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우리도 그자가 마교의 첩자인 줄 정말 몰랐소.”
“······.”
나는 얼굴을 긁적였다.
지금 부엌이 엉망이고, 객잔 주인부터 점원까지 모조리 붙잡아 둔 상태라 차 내줄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막개는 우리가 개방에 불만이 있어 대접이 이런 걸로 생각하는 듯했다.
“사정이 있어서 진짜 없어요.”
“······그래.”
“안 돼! 밥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몇몇 다른 거지들이 구시렁거리는 걸 뒤로하고 막개가 말했다.
“손이 부족할 텐데 우리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편하게 말 하시오.”
“네.”
“별로 믿는 기색이 아니구려. 이건 정말이오. 개인적으로 나도 대협은 돕고 싶으니.”
개인적?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아버지랑 아는 사이예요?”
“그건 아니오.”
“그럼 왜요?”
“대협이 우리 거지들 사이에선 아주 큰손이니까.”
“큰손이요?”
“우리 거지들만 보면 꼭 적선하시거든.”
“······.”
“백리 대협만 지나가면, 근방 거지들은 아주 배 터지게 고기와 술판을 벌일 수 있지.”
막개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반면에 나는 말문을 잃었다.
‘아니, 아버지 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신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가 왜 그러고 다니시는 지 알 것 같았다.
내가······ 백리 세가에 오기 전 거지로 떠돌았던 일 때문이었다.
‘아니, 나도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막개가 이게 익숙하다는 듯 편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악양에 오자마자 개방으로 협조를 요청하러 오실 줄 알았는데 말이야. 오시자마자 바로 뒷골목을 들쑤시고 다니실 줄이야. 동호방 앞마당에서 이렇게 대범하게 굴 줄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 아마 마교 놈들도 지금쯤 깜짝 놀랐을 걸세.”
“동호방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직 상황 파악 중이지. 백리 대협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휘젓고 다니는지, 뒷배라도 있는 게 아닌지 통박 굴리느라 바쁘다고 하더군.”
“할아버지가 오시기로 한 것일까 봐 눈치 보고 있단 뜻이로군요.”
그가 살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동호방은 사람과 돈이 많은 곳이지 이름난 고수가 있는 곳은 아니니까요. 지금 열심히 고수를 모으고 있겠네요.”
“소저말이 맞아. 백리 대협의 딸이 백리가에서 가장 똑똑하다더니 정말이었군.
“칭찬 감사해요.”
그런데 이 정도는 정세에 관심이 많다면 금방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몇 마디 칭찬을 더 한 막개가 이게 본론이라는 듯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소저, 혹시 첩자를 알아보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가?”
“······.”
아직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내가 또 객잔의 첩자를 잡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젠 빼도 박도 못할 것이다.
‘계속 숨길 순 없을 거야.’
앞으로 첩자를 발견할 일이 또 있을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이상해.’
제갈화무의 말로는 내 눈의 능력은 교주와 연관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첩자를 알아 볼 수 있는 걸 교주도 알 터였다.
백리 세가 회의에 들어온 첩자가 들킨 것은 우연이었다. 하지만 이번 요요는 아니었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이 객잔에 첩자를 밀어 넣었다.
의문을 뒤로하고 다시 막개를 보았다.
“그냥 제가 눈이 좀 좋아요.”
“눈? 백리 세가에 그런 안법이 있었나? 처음 듣는 얘기······.”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막개가 입을 다물었다.
“음, 그래 알겠다.”
그때였다. 우리가 대화하는 내내 침묵하고 있던 남궁류청이 입을 열었다.
“시신을 좀 봐야겠습니다.”
막개가 놀라며 만류했다.
“도사를 불러 시신이 부패하지않도록 조치를 하긴 했지만,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닐텐데. 우리방도 두 셋은 입맛을 잃어서 밥도 못 넘······.”
“······.”
남궁류청은 막개의 말을 무시하듯 관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막개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함께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