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정말 괜찮겠소?
냄새가 장난 아닐······.”
남궁류청이 가장 위에 놓인 관 뚜껑을 잡았다.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확 밀었다.
덜컹.
나는 세 발 정도 뒤에 있었음에도 확 풍기는 냄새에 절로 주춤 물러났다.
부패를 막는 조치를 했다더니 확실히 시체 썩는 냄새는 아니었다.
그건 아니지만······.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냄새야?
약품 냄새인가?’
그에 준할 정도로 고약한 냄새였다.
“윽.”
막개는 관이 열리는 순간 황급히 소매로 틀어막고 신음했다.
우리가 가는 걸 보고 쫄레쫄레 따라오던 다른 거지들은 마치 바퀴벌레 흩어지듯 샤샤삭 멀어진 참이었다.
“아니, 우웩, 밥 한 끼 먹으러 왔다가. 퉤, 퉤퉤.”
“끄윽. 우욱.”
나는 숨을 멈춘 채 자연지기를 조종했다. 주변의 공기를 확 밀어낸 다음 신선한 공기로 주변을 감쌌다.
그리고 나서야 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직도 냄새의 충격이 비강에 남은 느낌이었다.
‘오늘따라 능력 쓰는 일이 잦네.
류청도 도와줘야지.’
속으로 혀를 내두르며 남궁류청 옆으로 다가갈 때였다.
막개의 부릅뜬 눈과 마주쳤다.
‘······설마 느꼈나?’
아버지 정도 되는 고수라면 내가 방금 공기의 흐름을 바꾼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 정도 실력자로는 안 보이는데?’
막개가 물었다.
“소, 소저 괜찮나?”
“뭐가요?”
“혹시 후각에 문제가······?”
“······아니거든요.”
“허어······.”
대단히 감탄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다소 안도했다.
막개가 저런 눈을 할 만했다.
성인인 저조차도 줄행랑쳐버릴 정도로 고약한 냄새였으니까.
그걸 나 같은 아이가 태연하게 버티는 모습으로 보일터.
굳이 그의 착각을 고쳐 주지 않고 남궁류청도 내가 만든 신선한 공기의 영역으로 들였다.
남궁류청이 하얗게 질린 낯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그에게는 갑자기 냄새가 사라진 기이한 상황일 터. 하지만 남궁류청은 말없이 다시 시선을 내렸다.
나도 함께 시신을 보곤 입술을 깨물었다. 나도몇 번 남궁완 아저씨 곁에서 뵌 적 있던분이었다.
“성 무사님이······.”
남궁류청이 다시 나를 휙 돌아보았다.
“네가 어떻게 알아?”
“예전에 만신의를 찾으러 갈 때 함께 하셨던 분이셔.”
“······.”
대답이 없던 남궁류청이 잠시 후 중얼거리듯 말했다.
“난 한 번도 얘기해 본 적 없어.”
“······뭐?”
“이름도 몰라.”
남궁류청이 자조어린 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무능하군.”
이번에 벌어진 일은 그의 능력을 벗어난 부분이었다. 그렇다고한들 저는 하는 일 없이 도움을 받기만 하는 상황은 그에게 처음일 터였다.
그의 꽉 쥔 양손을 내 손으로 덮었다
“성 무사님부터 살펴보자.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가 있을 수 있어. 성 무사님도 그걸 원하실 거야.”
“······그래.”
성 무사는 피가 모조리 빠져나간 것 같은 안색만 뺀다면 평온하게 잠들어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찢어진 옷자락과 자상등,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성무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상처는 가슴팍에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다른 곳에도 상처가 많았지만 모두 그냥 스친 정도였다. 그 말은 전투에서 딱히 밀리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때였다.
“······!”
나는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짚었다.
갑자기 눈앞에 어떤 장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빗소리.’
추적추적 내리는 비 사이로 날붙이들 부딪치는 소리가 계속해 울렸다.
전투중인 사람들이었다. 양쪽 다 이렇다 할 특징 없는 옷차림이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의문을 가지는 순간 쿠르릉, 마치 천둥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의 진원지에 남궁완 아저씨가 있었다. 한 번도 본 적없는 초췌한 모습이 그간의 고초를 내보였다.
‘······다치신 건가?’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서 부상의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큰 부상은 아닌 것 같지만······.’
심지어 남궁완 아저씨는 두 사람의 합공을 막아 내고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은 정체를 금방 알 수 있었다.
‘천귀조.’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으나, 피해는 크지 않았다. 꽤 잘 버티고 있는 느낌이랄까?
‘남궁완 아저씨를 밀어붙이는 저 두 사람만 아니어도······.’
그때였다.
‘아이?’
평범한 양민 아이처럼 보였다.
그리고 내가 아이의 존재를 알아 챈 것처럼 천귀조도 아이를 보았다.
마치 파리 잡듯 천귀조가 아이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소가주님!”
“대협!”
‘아저씨······!’
남궁완 아저씨가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무리한 움직임에틈이 생겼고, 합공하던 자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소가주님을 보호해!”
그 뒤로도 눈앞의 환상은 좀 더 이어지다가 성 무사의 가슴을 꿰뚫는 검과 함께 끝났다.
정수리가 쪼개지고 눈이 타오르는 것처럼 아팠다.
‘방금 그건 대체 뭐지?’
백일몽을 꾼 기분이었다.
‘금안의 능력인 건가? 이런 것까지 가능했다고?’
그리고 마치 무리하게 힘을 쓰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금안의 시야가 확 줄어들었다. 힘이 줄어든 느낌이었다.
머리와 눈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간신히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여전히 앞이 어두웠다.
나는 깜짝 놀랐다가 금세 상황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남궁류청의 품에 내가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뭐야?’
나는 좀 전보다 더 놀라며 고개를 들려 했다. 그러나 남궁류청이 이를 막듯 되레 꽉 끌어안았다.
얘가 미쳤나?
“류청, 이거······.”
그때 머리에 울리듯 전음이 들렸다.
「 너 눈에서 이상한 빛이 났어. 」
그걸 가려 주기 위해 껴안은 모양이었다.
「 ······이제 괜찮을 거야. 」
고개를 숙여 살짝 확인한 남궁류청이 손에서 힘을 천천히 풀었다.
“소저 괜찮나?”
옆에서 깜짝 놀란 막개의 목소리도 들렸다.
“괜찮아요. 제가 어떻게 된 거죠?”
“머리를 짚더니 갑자기 시신 위로 고꾸라지려던 걸 공자가 붙잡았다네.”
“고마워.”
남궁류청이 나를 천천히 붙잡고 일으켜 주었다.
막개가 그런 우리의 모습을 눈을 빛내며 바라보았다.
“둘 사이가······ 음음. 그래. 그렇군. 백리 세가와 남궁 세가라······.”
막개가 헛기침을 하더니 슬금슬금 물러났다.
무척 신경쓰일 만한 일이었으나, 지금은 중요하지 않았다.
앞서 본 그 장면. 그 장면이 정말로 있었던 일이라면······.
‘아저씨를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해.’
시간이 없었다. 바꿀 수 없는 미래란 없었다. 그래야만 했다.
* * *
아래로 향하는 좁고 어두운 계단.
어깨에 큰 짐을 멘 사내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속을 빠르게 걸어 내려갔다.
금세 계단 끝자락에 도달한 사내는 두꺼운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불을 켜 놓은 지 오래된 듯 끝부분만 남은 초가 어렴풋이 방 안을 밝히고 있었다.
잔뜩 쌓아 놓은 상자들로 창고처럼 보였으나, 촛대가 놓인 탁자 근처의 의자를 비롯한 간단한 가구들은 생활감이 있었다.
사내가 터벅터벅 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때 촛불이 밝히지 못한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딜 돌아다니다 온 것이지,
천귀조?”
사내, 천귀조가 어깨의 짐을 내려놓다멈칫했다.
천귀조는 그림자 속을 빤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기척이라도 낼 것이지.”
털썩.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저 짐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어둠 속 목소리가 말했다.
“그것은 무엇인가?”
“백호단 부단주.”
어둠 속 짐 덩어리처럼 보였던 것은 사람이었다. 그는 바닥에 거칠게 던져졌음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천귀조가 아주 흡족한 어조로 말했다.
“저잣거리 약방에 나타난 걸 잡았지. 제아무리 숨어 있으려 해도 남궁완이 그 상처를 입고 계속 버틸 수는 없겠지.”
어둠 속에서 흐릿한 윤곽을 보이는 사내는 이와 정반대로 냉랭한 목소리였다.
“누가 그런 짓을 하라 그랬지?”
천귀조가 표정을 와락 굳히며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뭐야? 내가 네 부하인 줄 알아?”
“내 분명 백리 세가의 병력이 악양에 왔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멋대로 움직이다니.”
“그러니 한시라도 더빨리 붙잡아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네놈들 일을 대신 해 줬으니 감사하다고 여기진 못할 망정, 왜 지랄이야?”
점차 높아지는 천귀조의 언성과 달리 어둠 속 목소리는 고저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
“나 몰래 교도를 객잔에 잠입시킨 것도 내 일을 대신 한 것인가?”
“······.”
순간 움찔 떤 천귀조가 귀찮게 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