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천귀조가 목덜미를 긁적이며 뻔뻔하게 말했다.
“네놈들이 꾸물대니 내가 먼저 손을 좀 썼지. 아,걱정 마. 제대로 잠입했네. 앞으로 그놈들이 무엇을 계획 중인지 알아내기 편하고, 손을 쓰기도 쉽지 않겠나?”
“손을 쓰기 쉽다?”
“그래. 객잔에 잠입시킨 녀석으로부터 벌써 괜찮은 정보가 들어왔어.”
“괜찮은 정보라면?”
“오늘 남궁완 그 자식의 아들에, 백리의강의 딸이 올 거라더군. 심지어 그 녀석까지. 이게 몇 년만인지······.”
천귀조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맴돌았다.
이에 찬물을 뿌리듯 어둠 속 사내가 말했다.
“쓸모없는 정보로군. 그건 이미 알고 있었네.”
천귀조가 고개를 휙 돌려 어둠속을 바라봤다.
“뭐야? 알고 있었다고?
그런데 왜 나한텐······!”
“교의 모든 정보를 공유해야 할 이유가 있나?”
천귀조가 인상을 와락 찡그렸다. 그러나 이내 상관없다는 듯 갑자기 다시 실실 웃는 표정으로 변했다. 전혀 종잡을 수 없는 감정 변화였다.
“뭐, 그래. 그래도 이건 모를걸.
천산염제의 제자라고 같이 온 그 녀석에 대해 아나?”
“야율을 말하는 건가?”
“그래. 그놈 내게서 마공을 배웠지.”
천귀조가 흐흐흐 웃음을 흘렸다.
“내 제자라고도 볼 수 있지. 하, 천산염제의 제자라니 웃기지도 않는 소리! 흐흐, 그놈 어떻게 자랐는지 참 궁금하단 말이야.”
“······”
“백리의강 그 자식이 살린 건 정말 의외였단 말이야. 야율 그놈이 마공으로 다른 아이들을 죽였다는 걸 눈치 챘을 텐데. 누구보다 맹의 계율을 중시하던 놈이었는데.”
천귀조가 허공에 의미없는 손짓을 하며 계속 혼자 떠들어댔다.
“남궁놈도 마교라면 치를 떨었던 걸로 아는데 말이야. 그놈이 동의했을 리가 없는데. 뭐, 이제 곧 알게 되겠지.”
“······.”
“그러고보면 백리의강 그 자식도 아주 웃기는 놈이야. 이 상황에 맹에 지원을 가는 게 아니라 제 친구를 찾겠다고 악양에 오다니.”
그렇게 계속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천귀조가 다시 어둠 속 사내를 획 돌아보았다.
“이봐, 이런 기회 흔치않아. 겁쟁이처럼 굴지 말게. 내게 계획이 있네.”
“계획?”
“그래. 그 간자도 내가 계획이 있어 집어넣은 걸세. 아무 생각없이 집어넣었겠나?”
사내가 계속 말해보라는 듯 팔짱을 꼈다.
“이번 기회에 백리의강도 함께 처리하는 게야.”
천귀조가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죽은 거죽을 만지는 듯한 미묘한 느낌.
천귀조는 반대쪽 손을 쫙 폈다가 갈고리처럼 굽히기를 반복했다.
인피면구 아래, 백리의강에게 베였던 상처는 이미 다 나아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아직도 시시때때로 욱신거리기 일쑤였다. 그 통증은 그에게 그날의 패배를 떠올리게 했다.
“어차피 백리의강이 온 암흑가를 뒤집고 다니는 이상, 남궁완 귀에 들어가는 건 시간 문제지. 이놈도 약방에 잠시 들른 것만으로도 알아냈을 정도니.”
천귀조가 바닥에 쓰러진 백호단 부단주의 얼굴을 발로 툭툭 밀었다.
“그렇다면 이를 반대로 이용하면 되지않겠나?”
천귀조가 번뜩이는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백리의강이 왔다는 걸 백호단과 남궁 세가에서 안다면 곧장 그와 합류하려 하겠지. 그들이 합류하도록 두는 걸세.”
“합류하도록 둔다고?”
“그래. 내가 객잔의 간자에게 산공독을 주었네. 남궁세가 놈들도 백호단 녀석들도 백리세가와 합류하면 안심하겠지. 그때를 노리는 게야. 그들이 가장 안심했을 때를!”
천귀조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는 듯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모두 중독시킬 필요도 없어. 백리의강을 비롯한 몇 명만 손쓰면 돼. 쫓기던 놈들은 이미 대부분 부상을 당했으니.”
“굳이 남궁세가 놈들을 찾겠다고 고생할 필요도 없고, 백리세가 놈들을 피해 다닐 필요도 없지. 어떤가? 한 번에 백리의강과 남궁완 두 놈을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렇군. 이야기 잘 들었네.”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천귀조가 와락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 그건 무슨 뜻이지?”
“백리 세가와 충돌하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이네.”
“그쪽도 무림맹 별동대 단주를 처리하면 좋은 일 아닌가?”
“교주님께 명 받은 바 없네.”
“허.”
천귀조가 기가 찬 듯이 숨을 들이켰다.
“아니, 하, 이봐. 잘 생각해보게.
이번 기회에 저 두 놈을 함께 처리하면 너희들에게도 좋은 일 아닌가?어차피 남궁완은 처리하려 들었고, 백리의강도 네 놈들의 주적이잖아?”
“명 받은 바 없다고 말했네.”
쾅.
천귀조가 탁자를 내리치자 길이가 얼마 남지도 않았던 촛불이 확 꺼지며 방 안이 어둠에 잠겼다.
“그 잘난 머리는 장식이야? 머리를 좀 굴려 보라고! 어? 이번에 한 번에 처리하면 너희들도 좋을 거라니까!”
“우리는 명 받은 일을 수행할 뿐. 백리의강을 처리할지는 교주님의 판단니 필요한 일이네.”
“천 리 밖에 있는 너희 교주가 지금 상황을 알겠어? 백리의강이 여기에 올 줄 어떻게 예상했겠냐고? 명령을 언제 기다리고 있어? 유동적으로 생각해. 여기서 한번에 처리하면 너도 공을 세우는······.”
“교주님은 천리(天理)의 지배자.
모든 일을 알고 계시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면 교주님께서 처음부터 명하셨을 터.”
“이 미친 광신도들이······.”
지금껏 똑같은 어조로 말하던 어둠 속의 실루엣이 혀까지 차며 한심하다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쪽이야말로 복수에 정신 줄을 놓았다더니 정말 말 그대로군. 그따위허무맹랑한 망상에 본교의 교도를 함부로 이용하다니.”
“뭐야? 하, 네놈들도 날 계획에 이용하였는데, 나는 그럼 안 된다는 이유 있어?”
“어디서 잡기 같은 마공이나겨우 익힌 불신자 주제에 본교의 대업에 한 발 얹을 기회를 얻은 것을 은혜로 받아들이진 못할망정, 제 사감을 밀어넣다니. 이래서 근본도 없는 자는 멀리해야 하거늘.”
천귀조의 얼굴에 황당함과 분노가 떠올랐다.
사내는 그러든지 말든지 말을 이어갔다.
“우리의 목표는 무림맹과 남궁세가 소가주뿐. 목적을 이뤘으니 더 무리할 필요 없네.”
“······목적을 이뤘다고?”
“······”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천귀조가 이를 갈며 말했다.
“처음부터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었군?”
그림자 속 사내가 혀를 차고 말했다.
“이렇게 되었으니 알려 주지. 지금 백리 세가에 손쓸 필요는 없네. 현 무림맹주인 위지백은 이 상황을 수습할 능력이 없는 졸장. 그는 절대 무림맹주의 자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네.”
“그게 지금 일이랑 무슨 상관······.”
“그리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책임을 전가할 희생자를 만들겠지.”
“희생자?”
“그 희생자는 맹회에 참석하겠다고 했다가 직전에 참석 취소를 통보한 백리 세가주 백리패혁과 백호단주인 백리의강이 될 테고.”
“이제 와 그 얘기를 하는 이유는 설마······?”
“그래. 본교는 이만 손을 떼고 철수하겠네.”
천귀조가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돌아가겠다고?”
“그렇네.”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어둠 속 목소리는 태연하게 말했다.
“지금껏 수고했네.”
천귀조가 이를 아득 물었다.
“입교하라고 매달릴 때는 언제고 이 개 같은······.”
그렇게 통보한 사내가 그림자 속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는 문고리를 잡았을 때였다.
“잠깐.”
“뭔가?”
천귀조가 분노를 애써 누르는 말투로 말했다.
“그럼 이 자식은 네놈이 데려 가.”
천귀조가 부단주를 발로 툭 밀었다. 사내가 부단주를 흘끔 보고 무심하게 말했다.
“알아서 처리하게.”
“네가 해. 어디서 명령질이야?”
잠시 멈춰 있던 사내가 혀를 차고는 바닥의 부단주를 향해 다가갔다.
여전히 부단주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내가 잠시 부단주에게 시선을 판 순간이었다.
“컥······.”
손이 사내의 몸을 꿰뚫었다.
“오, 그래도 꼴에 간부라고 즉사는 피했군.”
천귀조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래 봤자 고통만 길어지겠지만.”
“······.”
꿰뚫었던 손이 빠져나가자, 후두둑 피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가 비틀거리다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믿기지 않는 눈으로 천귀조를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본교에서······ 가만······.”
“후, 입교하면 되지. 너 같은 잡놈 하나 죽였다고 뭐라 하지 않을 것 같은데? 너희가 매번 하는 말이 약육강식 아니던가?”
“······.”
천귀조가 피에 젖은 손으로 사내의 뺨을 툭툭 쳤다.
“내가 말했잖아. 입교하라고 매달린다고. 내 끈이 너 하나뿐일리 없잖나.”
쌕쌕 숨만 간신히 내쉬던 사내가 중얼거렸다.
“설마 오······ 장로가······.”
“쯧, 잡놈들이 모이면 개뼈다귀 가지고 다투는 꼴이 꼭 벌어진다니까. 내 이래서 입교는 안 하고 싶었는데 말이야.”
천귀조의 손이 사내의 목을 움켜쥐었다.
우드득.
짙은 어둠 속에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