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 * *
객실로 올라간 백리의강은 남궁완을 한 번 확인한 후 방을 나와 널찍한 탁자로 향했다.
백리의강이 다구를 꺼내 두 잔을 채웠을 때, 객실 안으로 한 사내가 들어왔다.
“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앉게.”
자리에 앉은 사내는 백호단 부단주였다. 다가오던 부단주가 방을 둘러보고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남궁 공자는 자리에 없습니까?”
“잠시 비웠다네. 대신 내가 지키고 있는 것이지.”
부단주가 살짝 놀라더니 밝아진 낯빛으로 자리에 앉았다.
“남궁 소가주님의 상세가 많이 회복되셨나 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찻잔을 쥔 부단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소가주님의 팔은······?”
“최선을 다했으니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부단주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약을 구하느라 모습을 드러내면 바로 추적이 들어올 것을 알면서도 약을 구하러 나섰을 만큼 남궁완의 상태에 대해선 부단주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선택입니다.”
백리 소저가 자신의 것인 천명금혼단을 넘긴 것 또한 알았다.
잠깐 씁쓸하게 웃은 백리의강이 말했다.
“그러는 자네는 괜찮은가?”
“물론입니다. 단주님 덕이지요.”
팔을 잘라내야 할 뻔한 남궁완보다는 나은 상황이었지만, 부단주도 부상이 상당했다.
“다른 이들의 부상은 어떠한가?”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건과 일성, 준안 이렇게 셋은 아직 운신을 조심해야 한다더군요.”
“마차를 타는 건 가능한가?”
“예.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잠시 백리의강을 응시한 부단주가 말했다.
“설마 출발하려는 겁니까?”
백리의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단주가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남궁 소가주가 있는 방 방향을 보았다가 답했다.
“내일 당장이라도 출발할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백리의강이 속내를 읽은 듯 말했다.
“완이 곧 깨어날 것 같아서 미리 말해두는 거네.”
“아, 곧 깨어나실 것 같습니까? 다행입니다. 함께 생사를 헤치다보니 일어나신 모습을 보고 갔으면 해서요.”
“이해하네.”
“그럼 어디로 가실 생각입니까?”
“본성으로 갈까 하네. 개방에서 알아 온 바로는 맹주님께서 다시 무한으로 귀환하고 계신다더군.”
무림맹을 습격했던 마교는 물러난 지 꽤 되었다고 한다. 거리가 워낙 멀고 이쪽도 계속 움직이다보니 소식이 닿는 데 오래 걸린것일 뿐이었다.
심지어 남궁완이 마교와 천귀조에게 쫓기고 있을 때 맹주 일행을 쫓던 인원은 이미 물러난 상태였다고했다.
부단주가 조시스럽게 물었다.
“맹주님이 오시는 겁니까?”
“그렇지.”
백리의강이 굳은 얼굴로 끄덕였다.
맹원들을 버리고 도망친 맹주의 행동에 실망한 것은 백리의강도 마찬가지였다. 그 자리에 있었던 부단주라면 감정이 더욱 좋지 못하리라.
부단주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단주님,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백리의강이 말하라는 듯 부단주를 바라보았다.
부단주가 말을 꺼내기 어려운 듯 차를 몇 모금 넘기고서야 입을 열었다.
“단주님께서 몇 년 전 흑시에서 구하셨던 아이들에 대해 기억하십니까? 남궁 세가를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무림맹 입무에 잠깐 참여하셨던 일이요.”
“물론 기억하네.”
“단주님께서 백리 세가로 아이들 몇을 데려가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혹시 어떤 기준으로 나누신 겁니까?”
부단주의 질문에 백리의강이 의아한 눈빛을 했다.
“내가 나이가 어린쪽을 데려왔네.”
“왜 그러셨습니까?”
“맹원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려가기엔 불편할 테고 가문에 사람을 받는다면 어릴 수록 좋다 여겼네.”
세가의 경우엔 사람을 받는 데 폐쇄적인 편이라 그나마 나이가 어려야 받아들여지기 편했다.
“그 아이들은 문제없이 잘 있습니까?”
“별문제는 없다고 들었네. 그 아이들에 대해서는 연이가 잘 알 걸세.”
“그렇군요. 역시······.”
말을 흐리는 부단주에게 백리의강이 물었다.
“무슨 일인가?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몇 명이 사라졌습니다.”
“사라졌다니?”
“예. 가족을 찾았다고 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습니까?”
무림맹으로 데려간 아이들은 부모나 친지를 찾아 줄 수 있으면 찾아 주고, 끝내 돌아가지 못한 갈 곳 없는 아이들은 무림맹에서 거뒀다. 대부분 하인이나 하녀로 무림맹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가족을 찾아 사라지다니?
“제대로 설명도 없고 짐도 그대로 둔 채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같이 흑시에서 구출된 이들이 실종신고를 했습니다만······ 별다른 조사가 없었다고 합니다.”
허드렛일을 하던 이들이었어도 무림맹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실종되었다면 무림맹에서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조사를 해야 할 무림맹의 치안대원들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며 이런 일로 귀찮게 굴지 말라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관을 찾아가도 무림맹에서 일하던 사람이니 그쪽에서 알아서 하라며 쫓아내었고.
“본인이 가족을 찾았다며 떠났다는데 뭘 어쩌냐면서 은혜도 모르는 사람 취급했다더군요.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희 백호단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혹여 정말로 가족을 찾았을 수도 있지 않나?”
부단장이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럴 리 없다더군요. 흑시에 팔려 올때 이미 가족들이 다 죽었다고 여러 번 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쨌나?”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조사를 좀 했습니다. 그런데 흔적이 맹 내로 이어지더군요.”
“맹 내부로 이어졌다고?”
“예. 그래서 좀 더 제대로 조사해 보려는 찰나, 갑자기 감찰원에서 조사를 막았습니다.”
감찰원은 맹원들을 조사하고 감독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부단주를 막은 것이다.
탁자 위에 올라와 있던 부단주의 손이 주먹을 꽉 쥐었다.
“저희 권한이 아니라면서 괜히 들쑤시고 다니지 말라더군요.”
“누가 막았는지는 아는가?”
“알 수 없었습니다. 감찰원이 경고한 것뿐이라서요.”
하지만 감찰원을 움직일 정도면 맹 내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맹회에 단주님이 돌아오시면 보고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지 않았군.”
“마음 쓰지 마십시오. 단주님께서 오지 못하셨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
“단주님께 서신을 보낼까 했습니다만 왠지 서신도 믿을 수가 없어서요. 그래서 독단으로 소가주님께 조사를 부탁드리려고 했습니다.”
“완에게?”
“예. 아무래도 남궁 세가의 영향력이라면 제대로 조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게다가······.”
부단주는 목이 타는지 차를 들이켜고 말을 이었다.
“이 일이 왠지 맹주님과 얽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인가?”
“정확한 증좌가 있는 건 아닙니다. 그냥 제 느낌일 뿐이라서요.”
부단주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전대 무림맹주뿐 아니라 여러번 무림맹주를 배출한 남궁 세가는 지금도 꽤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현재 남궁 세가는 현 무림맹주와 대립 중이었다.
만약 정말 무림맹주와 연관된 일이라면 남궁 세가에서 제대로 파헤치려 들 터.
남궁완이 믿을 만한 사람인 것도 이유였지만, 둘이 대립 관계라는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소가주님께 설명하려고 할 때 하필 마교의 습격이 일어나 함께 맞서다 도망치게 되었지요.”
부단주가 한숨을 내쉬어다.
“그 아이들이 살아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
백리의강이 심각한 낯빛으로 미간을 문질렀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를 들어 문가를 보았다.
부단주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지?”
백리의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야?”
야율이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왔어?”
남궁류청이 기가 찬다는 듯 소리쳤다.
“왔어? 왔어어? 네가 지금 그렇게 태연할 처지야?!”
“왜 둘이 여기에 같이 있는 거야? 게다가······ .”
나는 두 사람 발치의 천귀조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소란에 미동조차 없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동안 확인했듯이 진기의 흐름이 모두 멈춰버린 채였다.
하- 허탈한 숨이 터졌다.
“죽었네.”
천귀조가 죽었다.
허망한 최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
잘됐다.
그리고 함께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내가 차마 실행하지 못한 일을 누군가 대신해준 기분이었다.
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오는 길에 우리 가문 무사들을 만났어.”
두 사람을 찾아 식당을 빠져나온 나는 어술렁거리던 백리세가 무사들을 마주쳤다.
목례를 하고 별 생각없이 지나치려는데 그들이 나를 보고 깜짝놀란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되려 수상한 모습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고, 그들에게 남궁류청이 천귀조를 만나고 싶다고 찾아왔고 자리를 비워주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류청 네가······ 야율을 들어올 수 있게 도와준 거야?”
남궁류청이 입술을 꽉 깨물고 야율을 노려보았다. 이내 야율의 멱살을 밀치듯 내려놓고 나를 보았다.
“맞아, 그랬어. 이 녀석이 만나고 싶은데 도와달라길래······ 내가 깜빡 속았지. 웬일로 말을 거나 했더니만···.”
남궁류청의 몇 마디 말들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상황을 설명한 남궁류청은 무척 화가 났지만, 왠지 조금 허탈해 보이기도 앴다.
“만약에 이 녀석이 여기서 도망치기라도 했으면 다 내가 뒤집어썼겠지.”
야율이 느긋하게 말했다.
“그러게. 도망칠 걸 그랬네.”
“뭐······ !”
“그럴 생각도 없었잖아.”
남궁류청이 뭐라 소리치려다 나를 보았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류청, 저런 말에 넘어 가지 마. 야율이 정말 도망치려고 했다면, 충분히 몸을 뺄 시간이 있었어.”
“······ .”
인상을 찌푸린 남궁류청이 조용히 야율을 바라보았다.
야율은 남궁류청의 시선에 살짝 웃었다. 이 모든 상황이 웃기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왜 화를 내? 천귀조는 죽어도 싼 쓰레기가 아닌가? 오히려 내가 대신 처리해 줬으니 고마워해야지.”
스릉. 남궁류청이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