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남궁류청과 야율의 비무에는 다들 관심이 지대했다.
어쩌다가 그 이야기가 흘러나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남궁 세가 무인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흥, 우리 도련님이 누군데!”
“그래도 천산염제의 제자지 않는가? 평생 제자를 둔 적 없었는데 들인 걸 보면 재능 하나는 타고났겠지.”
“확실히 기도 자체가 가볍지는 않아. 남궁 공자에게 그렇게 간단히 밀리진 않을 걸세.”
아버지가 떠나신 지 벌써 나흘이 지난 저녁이었다.
1층 식당에는 저녁을 먹으러 나온 무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식사하며 한잔씩 걸치고 있었다.
“아기씨!”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 식당을 지나치던 나를 누군가 불렀다.
돌아보자 남궁류청을 응원하던 남궁 세가의 무사였다. 나와 함께 만신의를 찾으러가기도 하여 꽤 익숙한 이었다.
“아, 이제 소저라고 불러야죠.
아기씨가 입에 붙어서 말입니다.
어디 가십니까? 저녁은 드셨습니까?”
“올라가서 먹으려고요.”
고개를 주억거린 그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소저는 누굴 응원하십니까?”
당연히 자신들의 대화를 들었을 거라는 어조였다.
“글쎄요.”
맞은편의 백리 세가 무사가 타박하듯 말했다.
“우리 아가씨께 그런 곤란한 질문 하지 말게.”
“곤란할 게 뭐 있나? 당연히 우리 도련님 아닌가! 그렇죠?”
“으음, 하 무사님의 모습을 보니 왠지 저라도 야율 편을 들어야 할 것 같은······.”
“아이고, 그런 게 어딨습니까? 안 되죠!”
“그럼 나도 아가씨의 의견을 따라서······.”
“아니 자네도?”
산적 같은 생김새의 사람이 어울리지 않게 울상을 짓는 모습에 다들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며칠 전 남궁완 아저씨가 누워 계실 때의 우중충한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3층 계단을 다 올라왔을 때였다.
“야율을 응원한다고?”
남궁류청이 난간에 기대 서 있었다.
“들었어?”
“그렇게 크게 떠드는데 당연히 들리지.”
“다 들었으면 알잖아. 그냥 웃자고 한 소린 거.”
“······흥.”
획 돌아가는 몸짓에 따라 감색 장포 자락이 펄럭였다. 남궁류청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객실로 돌아갔다.
“뭐야, 같이 밥 먹으려고 기다린 거 아냐? 어디 가?”
“혼자 먹어.”
나는 쪼르르 쫓아갔으나 눈앞에서 남궁류청의 객실 문이 닫혔다.
나는 문 앞에서 소리쳤다.
“류청, 류청! 삐졌어? 응?”
안에서 애써 소리를 억누른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치지 마. 누가 삐졌다는 거야?”
“그래? 그럼 나 들어간다?”
“안 돼.”
“왜?!”
“······운기조식할 거야.”
순간 웃음이 터질 뻔 해 볼 안쪽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는 느물거리는 어조로 말했다.
“아~ 그래~ 맞아~ 열심히 해야지~”
네가 이기려면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냐는 어조였다. 이를 남궁류청이 읽지 못할 리 없었다.
벌컥 객실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나는 까르르 웃으며 내 방으로 도망쳤다.
저녁을 먹은 후, 나도 운기조식을 했다.
운기조식은 반쯤 꿈의 경계에 걸쳐져 있는 상태였다. 꿈을 꿀 때 그렇듯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운기조식을 끝내고 눈을 떴을 땐 밤이 깊어져 있었다. 운기조식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1층 식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했다.
‘이번에는 별로 건진 기억이 없네···.’
나는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았다. 짙게 구름이 낀 하늘은 달을 찾을 수 없어 시간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구름에 가린 달 대신 어두운 객잔의 안뜰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한참 움직이던 사람이 우뚝 멈춰 섰다.
「”백리연, 안 자고 뭘 하느냐?”」
전음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힘들다.
게다가 달도 안 뜬 어두운 밤이라 날 제대로 볼 수도 없을 텐데도 바로 옆에서 말한 듯이 들렸다.
살짝 감탄한 나는 바로 옆 사람에게 말하듯 평범하게 답했다.
나는 저 거리까지 전음하기 힘들고, 어차피 이렇게 말해도 남궁완 아저씨는들으실 수 있으실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눈치채셨어요?”
“어찌나 빤히 바라보는지 모른 척을 할 수가 없구나.”
“하하,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어서요.”
내 말을 끝으로 남궁완 아저씨가 침묵했다. 나는 잠시 기다리다가 창문을 닫고 물러나려고 했다.
사실 이 시각에 수련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이에게 수련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개인의 수련을 몰래 지켜보는 것은 무례이기도 했다.
그때 남궁완 아저씨가 말했다.
“내려오너라.”
“네?”
“검도 챙겨서 오너라.”
의문을 가진 채 검을 챙겨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
남궁완 아저씨가 뭐 하냐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어딜 가느냐?”
“네? 내려가려고······.”
“창문으로 나오면 되잖느냐?”
“······.”
나는 창틀을 잡고 객잔 3층에서 뛰어내렸다.
탁. 가벼운 소리와 함께 바닥에 착지했다. 나는 바닥을 쓴 옷자락을 털며 말했다.
“아버지가 보셨으면 잔소리하셨을 거예요.”
“벌써 혼나 본 적 있는 모양이구나?”
“네. 문이 있는데 왜 창문으로 다니냐고······.”
“그놈의 잔소리.
나도 많이 들었느니라.”
남궁완 아저씨가 질색하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가겠다.”
“네?”
뭘 오겠다는 거야?
의문을 가지는 순간 내게 찔러 들어오는 검이 보였다. 깜짝 놀라서 몸을 틀었다. 아슬아슬하게 검이 나를 비껴갔다.
그 이후로 연달아 검격이 이어졌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남궁완 아저씨의 검을 피할 수 있었다.
“치사, 앗, 헉! 치사해요! 어떻, 게 선공을 아저씨가 가져갈 수······!”
“그래서 내 미리 말하고 공격하지 않았느냐? 네가 아직 말이 많은 걸 봐선 너무 봐준 모양이다.”
그 말대로 그 뒤로는 입을 열 수 없을 정도로 거센 공격이 이어졌다. 간신히 피하다가 겨우 검을 뽑아 들었을 땐 옷자락이 이미 너덜너덜할 지경이었다.
챙-!
남궁완 아저씨의 검을 막은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왜, 소리가 조용해서?”
“어······, 네.”
남궁세가의 검법은 뇌우같은 소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었다.
“이 야밤에 모두 깨울 일 있느냐? 그 정도야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고작해야 널 상대하는 데 전심전력을 다할 필요도 없고.”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얄미운 태도였으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
“몸놀립은 가벼운 것 같은데 왜······ 흠, 몸이 눈을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인데. 더 빨리 움직이지 못하느냐?”
심지어 검면으로 몇 군데 얻어맞기까지 했다.
“그렇지. 눈에만 의지하지 말고 감각을 키우거라. 더 가볍게 움직여.”
그리고 검을 맞부딪칠 때마다 조금씩 커지던 소음이 어느 순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쾅-!
남궁완 아저씨가 뒤로 물러났다.
“여기까지 하지.”
“하, 하아, 하아, 하아.”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검을 바닥에 세워 기대듯 주저앉았다.
“마지막 수는 괜찮았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갑작스럽게 시작한 것이었지만 남궁완 아저씨의 지도 대련이라니 귀한 경험이었다. 아버지와 대련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느낌이었다.
아버지와의 대련은 이미 익술할 대로 익숙한 데다 백리 세가의 무공이 수비적으로 공격을 받아치는 방식이다보니 머리싸움을 하는 느낌인 경우가 많았다.
반명 남궁완 아저씨의 검은 패도적으로 몰아치는 느낌이었다. 머리를 굴려 반격하려 들면 힘으로 짓누르고 피하면서 기회를 노리려고 하면 되레 피하기 힘들정도로 정제된 공격이 들어왔다.
“어떤 것 같으냐?”
“하아, 하아, 하악. 무, 뭘요?”
“내 팔 말이다.”
나는 뭐 그런 걸 물어보냐는 듯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아주, 아주, 아주 괜찮은 것 같, 같은데요.”
검을 검집에 넣은 남궁완 아저씨가 숨을 가다듬으며 오른손을 펼쳐 보았다.
“그래 보이느냐?”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아니에요?”
“음, 아직은 좀 둔한 느낌이다.
한번 신경이 죽었으니 그런 거겠지.”
이게 둔해진 거라니.
남궁완 아저씨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류청과 야율 비무를 시켜도 괜찮겠구나.”
입술을 비죽이던 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너와 대련하며 꽤 감각이 돌아왔다.”
비무 중에는 다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저 조건이 기본적으로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비무를 하다가 다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진검으로 싸우는지라 조금만 잘못해도 생각지도 못한 큰 부상을 입는 경우가 있었다.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니 중재하는 사람의 실력이 매우 중요했다.
“아무래도 다들 내 팔 걱정에 제대로 상대를 못 할 것 같아서 말이다.”
“······.”
그러니까 다들 아저씨 팔 걱정에 슬슬 피하니까 나를 불러다 대련했다 이 말인가?
겸사겸사 나를 가르친 것도 있고.
감동이 조금, 아니 꽤 희석되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대뜸 물었다.
“너는 누가 이길 것 같으냐?”
“야율이요.”
“뭬야?”
나를 흘겨본 아저씨가 이내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그것도 나쁘진 않지.”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니, 아저씨 아들이잖아요. 그렇게 말해도 돼요?”
“그놈은 져 보기도 해야 한다.”
“······.”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비무, 왜 하는지 들으셨죠?”
“그래.”
그런데 괜찮으냐는 내 표정에 남궁완 아저씨가 말했다.
“원래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게다.”
이번 비무를 어찌 생각하는지가 담겨 있는 깜끔한 말이었다. 남궁류청의 성품이 누구를 닮았는지 알 수 있기도 했다.
남궁완 아저씨가 내게 손을 뻗었고 나는 이를 잡고 일어났다.
나는 남궁완 아저씨와 나란히 걸었다. 땀으로 흠뻑 젖은 옷자락을 밤바람이 식혔다.
‘그러고 보니 옷은 어쩌지? 망했네.’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선 짐을 최대한 적게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즉 챙겨올 수 있는 의복이 몇 없다는 소리였다. 그렇게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였다.
“연아.”
“네. 말씀하세요.”
“류청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
남궁완 아저씨의 질문이 나를 훅 치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