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아······ 씁, 이걸 어떻게 대답하지?’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다면 쉽게 답했을 텐데. 가문 간에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아니까 말하기가 껄끄러웠다.
‘게다가 내가 혼담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걸 아저씨도 아시나······ ?’
쓸데없이 침묵이 길어지면 이상하게 여길 터였다. 나는 떠보듯 물었다.
“느닷없이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예요?”
“류청과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말이다.”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갑자기요?”
“그래. 나 잡아봐라 뛰어다니면서 놀지 않았느냐? 너야 그렇다 쳐도 류청 그 녀석 나이가 몇인데. 쯧, 창피한 줄 알아야지.”
“제가요? 제가 언제요?!”
“뭘 모르는 척이야?”
“모르는 척이라뇨?!
전 그런 적 없어요!”
“하, 그런 적 없기는. 객잔 복도에서 저녁을 같이 먹네, 운기조식을 하네 열심히 해라 마라 이러면서 뛰어다녔지 않으냐?”
“······ !”
나는 말을 잃은 채 입을 헤 벌렸다.
‘그, 그걸 다 들었어? 아니 당연히 다 들었겠지!’
같은 층에 있었으니 아저씨라면 듣고도 남았을 텐데 당시에는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않았다.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분명 시뻘게졌으리라.
그리고 남궁완 아저씨는 그런 나를 왠지 모르게 흐뭇한 눈길로 바라봤다.
왜 저렇게 보시는 거야!
눈빛이 이상해!
“그래서 질문에 대한 답은?”
나는 입을 뻐끔거리다 답했다.
“류청······ 류청은 좋은 애죠.”
“좋은 애?”
“네.”
“어떤 점이 좋은데?”
“······ ”
아니,
왜 이렇게 꼬치꼬치 물어보시는 거야? 안 그래도 창피해 죽겠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아저씨는 내가 아직 혼담 얘기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혼담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걸 안다면 남궁완 아저씨 성격에 이렇게 편하게 질문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
내가 침묵하자 남궁완 아저씨가 대신이라는 듯이 물었다.
“이상형이 어떻게 되느냐?”
“이상형이요?”
남궁류청이 좋은 이유를 얘기하다가 이상형 얘기라니.
‘아저씨, 대화 주제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에요?’
이걸 어디까지 모르는 척해야 하나?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게 맞나? 이 정도 되면 모르는 척하는 건 지능부족처럼 보이는 거 아닌가?
어쩔 수 없이 멍청한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 가볍게 답했다.
“몰라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계속 이상한 거 물어보실 거예요?”
나는 가볍게 넘겼다.
남궁완 아저씨가 갑자기 답답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 멍청한 놈. 대체 뭘 하고 지낸거야?”
“네?”
“하긴······ 아니다.”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혼자 고개를 끄덕인 남궁완 아저씨가 말했다.
“혹시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내게 말하거라.”
“예에? 아저씨한테요?”
내 의문이 뻔히 보였는지 남궁완 아저씨가 답했다.
“그래. 얼마나 잘났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다. 최소 내 아들보다는 나아야겠지.”
마치 그렇지 않으면 혼담을 허락 못 한다는 듯한 어조였다.
사실 난 아버지가 둘이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안에 담긴 뜻이 달가웠다. 그만큼 나를 아끼신다는 뜻이었으니.
나는 장난스럽게 답했다.
“글쎄요. 류청보다 잘난 사람이 존재할까요?”
객관적으로 가문에 외모, 능력까지 셋 다 잘난 사람을 찾으려면 으으음.
게다가 부모 눈에는 자식이 제일 예뻐 보인다고, 아저씨 아들이니 류청이 최고로 보일 텐데.
“그래. 잘 알고 있구나. 그럼 됐다.”
남궁완 아저씨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다시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입을 열었다.
“연아.”
“네.”
진지한 목소리였다.
“내가 어쩌다 팔이 부상을 입었는지 아느냐?”
“갑자기 민가 아이가 튀어나와서 지키다가 그리되셨다고 들었어요.”
성 무사의 시신을 보자 갑자기 보인 장면에서도 그랬고, 후일 백호단 무사들에게 들은 묘사도 내가 본 상황과 똑같았다.
다시 한번 내가 본 것이 그저 환상이 아니란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 결국 그 아이는 죽었다.”
“그렇군요······ .”
남궁완 아저씨가 그리되시고 사상자들이 몇이나 나온 상황에서 아이까지 지키기란 어려웠으리라.
“그때의 일을 후회하진 않지만 멍청했지. 그리고 난 그저 그 순간의 내 판단이 잘못되어 팔을 잃게 된 거라 여겼다.”
나는 계속 말씀하시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팔이 낫고 나서 생각해 보니 무척 이상하더군.”
“뭐가 이상해요?”
“내가 그렇게 큰 부상을 입었는데, 그 자리에서 더 몰아붙이면 될 것을 퇴각해 버리다니.”
“······ 격전끝에 겨우 빠져나가신 게 아니었어요?”
“내가 마교를 이끌던 놈에게 부상을 입히긴 했으나, 그렇다고해도 분명 쫓을 여력이 있었을게다.”
그렇다면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그들의 목적은 내게 부상을 입히는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아저씨가 검을 들지 못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고요?”
“아마도.”
남궁완 아저씨가 살짝 혀를 찼다.
“쯧, 천귀조가 살아 있었다면 확인해 볼 수 있었을 텐데.”
“하하, 그, 그러게요.”
남궁완 아저씨가 나를 흘겨보았다.
“왜 네가 겸연쩍어 하느냐? 네가 죽인것도 아니거늘.”
그야, 나는 천귀조가 죽어서 매우 좋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천귀조에게서 아무 정보도 얻지 못했기에, 나는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천귀조의 시신도 몇 번이나 살폈다.
성 무사의 시신에서 기억을 읽었다고 여겨도 될 환상을 보았던 것처럼 뭔가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하지만 성 무사 말고는 다른 이들의 시신에서 아무것도 읽어 내지 못한 것처럼 천구조도 똑같았다.
남궁완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게다가 무림맹에서 습격을 받은 이들 중 나와 비슷한 부상을 입은 이들이 몇 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한 가문이나 문파, 혹은 단체를 이끌던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 아저씨처럼 협객으로 명망이 높았다.
백도 정파라지만 모두 아버지나 남궁완 아저씨처럼 의로운 이들만 있는 곳은 아니었다.
되려 무림맹주처럼 인품에 문제 있는 이들이 더 많았다. 그저 백도 정파라는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선량한 척 꾸며내며 제 이득만 취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림맹주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은 대부분 다친 곳 없이 살아남았다.
죽고 다친 쪽은 아버지나 아저씨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말을 이었다.
“우리의 전력을 약화하는 것은 마교로서는 당연한 행동이다.”
“······ .”
“하지만 죽이면 훨씬 간단해질 일이지.”
남궁완 아저씨의 말처럼 검을 들지 못할 만큼만 부상을 입히는 것보단 그냥 죽이는 게 훨씬 편한 방법이었다.
“분명 어떤 목적이 있는 게야. 그놈들이절대 이유없이 이런 행동을 했을 리가 없어.”
남궁완 아저씨가 나를 응시하는 눈빛이 느껴졌다.
“내겐 누이가 하나 있었다. 마교 놈들에게 살해당했지.”
“······ .”
“어릴 적부터 동고동락했던 놈이 마교의 간자였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크게 뜨고 남궁완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누구도 예상 못 했지. 그놈 때문에 어머니부터 누이, 누이가 혼인한 가문까지 모두······ .”
아주 유명한 사건이었다. 남궁세가의 금지옥엽, 그리고 그 금지옥엽이 시집간 단목 세가가 마교때문에 몰살당한 일이니까.
하지만 내가 태어나기도 전, 남궁류청조차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사건의 내막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남궁류청조차 딱히 언급한 적이 없었으니까.
‘간자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였다니.’
어릴적부터 같이 자란 후에 직계를 죽일 정도라니······ .
대체 어떻게 남궁 세가의 눈을 피해 간자를 심어 놓았는지 그 대단한 능력에 섬뜩할 정도였다.
남궁완 아저씨가 울분이 끓어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맹세했지. 한 번만 더 마교놈들이 내 사람을 건드린다면 절대로 넘어가지 않겠다고.”
갑자기 남궁완 아저씨가 피식 조소했다.
“그런데 복수는 커녕, 그놈들때문에 다시는 검을 들지 못하게 될 뻔하고 꽤······ .”
남궁완 아저씨는 말을 하다 멈췄다. 그리고 끝까지 힘들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괜찮으신 것처럼 보였는데, 그게 다 태연한 척했을 뿐이었다.
팔을 자르라고 결정하면서도 장난스럽게 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제가 있어서 다행이죠?”
“하······ 그래. 고맙다.”
“그리고 조심하거라.”
나는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그놈들이 이유없이 만신의를 찾아 죽인 게 아닐 터다.”
갑자기 튀어나온 이름에 나도 모르게 멈칫했다.
뭐지······ ? 설마 만신의의 능력이 마교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건가?
“만신의를 죽인 놈들이 마교였다.
“만신의를 죽인 놈들이 마교였다고요?”
“그래. 당시에 암살자들을 추적하다 알게 되었는데······ .”
남궁완 아저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마교에서 만신의를 죽인 것은 지금네 능력, 만신의에게 받았다는 그 능력을 노렸던 것일 수 있어.”
“아······ 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하지만······ 만신의의 능력을 노렸더라면, 마교에서 진작에 저를 노렸지 않았을까요?”
“글세. 안도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생각은 예측하기 어렵고, 아주 치밀하고 교묘해. 목적을 위해서라면 몇 년이라도 기다릴 수 있어.”
“······ .”
“아직 어린 네게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
남궁완 아저씨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고 괴로운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미래가 너희들에게 달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