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이상하군. 본가에서 아직도 연락이 없다고? 슬슬 도착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맞은편의 무사가 가볍게 답했다.
“어젯밤 같은 비를 마주쳤다면 오는 길이 지체됐을 법합니다.”
“그래도 늦어지면 연락은 할 법하지 않나?”
“이동중이라서 연락이 힘든 게 아닐까요?”
남궁완 아저씨가 팔짱을 끼려다가 멈칫하고 다시 팔을 풀었다.
어젯밤 내게 지도하던 모습을 보아 팔이 나은 것은 맞지만, 그래도 일단은 최대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악양으로 오는 길목에 발이 빠른 녀석을 보내도록 하지. 거의 다 왔다고 들었으니 멀리 가지 않아도 금방 마주치겠지.”
“알겠습니다.”
“하늘이 아직도 꾸물꾸물한 게 또 한바탕 쏟아질 것 같으니 바로 보내도록 해.”
“지금 바로요?”
“그래. 왜? 걸리는 것이 있나?”
“오늘 비무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뭐? 아하, 허, 애들 싸움을 그렇게 보고 싶어?”
“애들 싸움이라니요? 후기지수들의 비무라고 봐야죠. 게다가 제가 들은 말이랑은 다른데요. 소가주께서 분명 도련님이 지면 가만 안 둘 거라고 하셨다고······.”
“당연하지. 그럼 그걸 가만둬?”
“애들 싸움이라면서 왜 진지하십니까?”
“내 생각엔 네가 가는 게 좋겠다.”
“예?”
“뭐 해? 준비 해.”
“소가주님······!”
나야 매일 마주하는 얼굴에, 백리세가에 있을 때 둘이 대련하는 모습을 몇 번 보긴 했지만, 저들에게는 쉽게 볼 수 없는 행사일 터였다.
‘내가 본 대련도 그냥 간단한 몸풀기 정도였지만.’
게다가 대련과 비무는 의미가 좀 달랐다. 대련은 그냥 연습싸움이라면 비무는 정식싸움이랄까.
대련의 승패는 명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비무의 승패는 달랐다.
평생 이 비무의 결과가 이름 뒤에 따라다닐 터였다.
그래서 명성이 높거나 가문이나 문파를 이끄는 자들의 경우 비무도 쉽게 받지 않았다.
괜히 졌을 때의 파장을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객잔의 내원으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나중에는 객잔에 머무는 거의 모든 사람이 다 모인 듯 싶었다. 내가 비무하는 것도 아닌데 살짝 기가 질렸다.
나는 야율을 살폈다.
야율은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무표정한 낯이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살짝 웃음 지었다.
“검은 왜 안 들고 나왔어? 빌려 줘?”
“괜찮아.”
“······.”
내 표정에 설명이부족하다 여겼는지 야율이 빈손을 내보이며 가볍게 답했다.
“이걸로 충분해.”
“······.”
아마 권장법으로 상대하겠다는 뜻인 것 같았는데······ 언뜻 듣기에 오해하기 딱 좋은 언행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싸늘한 시선들이 다닥다닥 꽂혔다. 모두 남궁세가의 무사들이었다.
당연했다. 제 작은 주인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는 발언이었는데.
“······공자의 실력 기대하겠소.”
백리 세가의 손님이자 소가주의 인인이라 온건히 넘어가는 듯했다.
‘아주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지.’
그리고 의외인것은 남궁류청이었다. 눈썹을 살짝 찡그리긴 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동요 없이 태연했다. 비무 전에 평정을 지키는 모양새였다.
곧이어 야율과 남궁류청이 마주섰다.
“······.”
“······.”
잘 부탁한다던가 한 수 배우겠다는 겉치레 담은 말 따위 없었다.
남궁완 아저씨가 몇 가지 당부를 하고는 말했다.
“그럼, 시작 하거라.”
이미 기수식을 취하고 있던 둘은 남궁완 아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격돌했다.
쾅!
충돌로 생긴 장풍에 머리칼이 뒤로 확 휘날렸다.
쿠르릉! 쾅! 쾅! 콰쾅!
맨손과 검이 부딪치는데 우레가 내리치는 것 같았다.
내심 놀랐다. 둘 다 정말로······ 진심이었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허, 아니 저 연배에 벌써 맨손으로 검기를 막다니.”
“담력이 대단한 것인지 미친 것인지. 내공이 조금만 부족해도 손이 그대로 잘려나갈 텐데.”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겠지.”
야율의 흑색 소맷자락이 거칠게 휘날렸다.
그의 양손에는 붉은색 진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두르는 호신강기를 손에 집중해 이를 검기처럼 이용하는 것이었다.
호신강기를 저렇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내공이 그만큼 받쳐 줘야했다.
야율의 눈동자도 양손에 두른 진기와 같은 빛을 했다. 유형화한 진기의 색이 가장 피부가 얇은 곳을 통해 보이는 것이었다.
“대체 내공이 얼마나 깊길래, 남궁 세가의 검을 버티는 거지? 양기 무공이라 그런가?”
양기든 음기든 극단으로 한쪽에 치우친 기운은 파괴력과 밀도가 남달랐다. 대신 그만큼 다루기도 훨씬 어려웠다. 조금만 방심해도 주화입마에 빠지기 쉬운 것이다.
나도 자연지기를 다룰 때 느꼈다.
더 파괴력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쓰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검을 들고 다니더니, 원래 권장법이 주무공이었나 보군.”
“천산염제도 권장법을 썼으니당연하겠지. 게다가 저 열기를 보게. 어디 검이 버티겠나?”
“구화적염결이었던가? 역시 명불허전이군.”
남궁 세가의 절기를 맞받아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신공절학이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저런 무공이 물려받을 사람이 없어서 소실되었다니. 강호의 비극이었다.
‘아니, 따지자면 안타까울 일은 아닐지도······.’
천산염제는 구화적염결은 극양지체가 아니라면 배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매우 어렵긴 하지만 배울 수는 있었다. 비록 배우다가 주화입마에 빠져 죽는 경우가 9할이 넘었을 뿐.
100명의 아이를 데려다 익히게 하면 그중 한둘만이 살아남는다고 했던가.
본디 타고난 체질을 무공이 바꿔 버린다고 했다. 극양지체와 비슷한 몸으로 바뀌는 것을 버티면 살아남고, 버티지 못하면 죽는 것이었다. 극양지체인 사람을 살리는 무공이 일반사람은 죽이는 무공이 되는 것이다.
천산염제 또한 그렇게 구화적염결을 배우기 위해 거둬진 고아 중에 살아남은 것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고수일수록 수명이 길었다. 내공이 깊어질수록 노화가 더디고 병에 걸릴 일이 적으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천산염제는 벌써 수명의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산염제와 비슷한 연배인 백리 세가주인 내 할아버지나 남궁 세가주인 남궁무철이 아직 현역인 것과는 전혀 달랐다.
‘아마도 구화적염결로 체질이 바뀐 영향이겠지.’
짐작일 뿐이었지만.
그런데도 천산염제가 제자를 정말 들이고 싶었다면 가르칠 아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으리라.
황국이 제 기능을 못한 지 오래였다. 도처에 비적들이 날뛰고 고아들이 넘쳤다.
게다가 죽을 수 있더라도 신공절학이었다. 죽을 확률이 9할이라도 제 자식을 가져다바치는 사람들이 줄을 섰을 것이다. 신공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던지는 게 강호인들이었다.
하지만 회귀 전 천산염제는 결국 제자를 두지 않았다.
나는 문득 의아한 사실을 깨닫고 물었다.
“왜 막개 선배가 없죠?”
이런 구경거리, 정보 수집 기회를 놓칠 사람이 절대 아닌데.
“저도 잘 몰라요. 아침에 일어나니까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대신 급하게 왔죠.”
거지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답했다.
대개라는 이름과 일치하는 거대한 덩지랑 다르게 무척 순한 사람이었다.
“소개도 어디 갔는지 안 보이고······.”
쿠르릉-!
뇌우가 내리치는 소리에 대개와 나는 입을 다물고 다시 비무로 시선을 돌렸다.
야율이 대단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를 상대하는 남궁류청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
야율의 구화적염결은 양기, 화기를 띠고 있기에 맞부딪칠수록 상대의 진기 흐름을 흐트러뜨리기 쉬웠다.
하지만 남궁류청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더는 검기를 두르는 데 문제가 있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안정적으로, 아니 되레 몰아치듯 검을 휘둘렀다.
야율의 양손이 번갈아 가며 남궁류청의 검면을 강타했다. 보통이라면 검로가 틀어지고도 남았다. 하지만 남궁류청의 검로는 바뀌지 않았다. 검에 담긴 파괴력이 야율의 장력을 버틴 것이다.
백색 검광이 공기를 가르며 야율을 찔러 들어갔다. 살짝 미간을 찡그린 야율의 양손의 진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 더 두껍게 두른 호신기와 백색 검광이 맞부딪쳤다.
쾅!
또 한차례 큰 장풍이 퍼졌다.
흑색 옷자락과 청색 옷자락이 펄럭이며 바닥에 긴 선을 만들어냈다. 충격에 밀려났던 둘이 다시 맞부딪치려는 순간······.
남궁류청과 야율 둘 다 객잔 입구를 바라보았다.
“······.”
“······”
객잔 입구에는 고급스러운 차림새의 사내가 서 있었다.
언제 왔는지, 사내가 객잔 정문을 넘어올 때까지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에 허리에 소름이 쫙 끼쳤다.
사내가 제게 집중된 시선에 느긋하게 말했다.
“한참 재미있었는데. 나는 신경쓰지말고 계속하지 그러나.”
남궁완 아저씨가 말했다.
“누구냐?”
그 순간, 주변의 기운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둡고 탁한 기운이었다. 남궁완 아저씨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강자.
게다가······.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남궁완 아저씨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중년의 사내가 남궁완 아저씨를 보며 혀를 찼다.
“정말 팔이 멀쩡하잖아? 이거참·····.”
“······.”
남궁완 아저씨가 검 손잡이를 쥐었다. 객잔의 무인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각자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도 사내는 객잔 안을 느긋한 태도로 둘러보다 내게 시선을 멈췄다.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눈을 마주친 나는 사내가 살짝 놀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란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사내가 내게 말했다.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무슨 짓이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