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나는 움직이기 힘들어서 말로 했다.
“치워.”
남궁류청이 화를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넌 간이 배 밖으로 나온거야? 그 상황에서 아버지 팔이 네 것? 하 정말······ 내가 진짜······.”
내 팔을 쥔 남궁류청의 손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
사과라도 해야 하나?
‘하지만 그때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그때 도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놈 키워야 소용없다더니.
후우. 네 아비는 안 보이느냐?”
“······.”
잠시 그대로 있던 남궁류청이 멀어졌다.
나는 잠깐 남궁완 아저씨를 보았다가 발치의 3공자를보았다. 3공자는 눈을 뜬 채였다.
그때 야율이 내게 말했다.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어?”
“응?”
“아는 사람이야?”
나는 말도 안 된다는 듯 말했다.
“그럴 리가 있어? 마교의 3공자잖아. 내가 어떻게 알아?”
“그래?”
그런데 야율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왜?”
야율이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넌 아는 게 많으니까 아는 줄 알았어.”
하지만 야율의 질문에 순간 내 속이 읽힌 것 같아 깜짝 놀랐다.
정확히 말하면 3공자를 본 적 없다는 건 거짓이 아니다. 다만······.
‘어젯밤에 꿈에 나타났던 여인이랑 닮았어.’
타이밍이 묘했다. 어제 꿈을 꿨던 게 아니라면 아마 만나도 전혀 느끼지 못했을 거다.
‘무슨 관계라도 있는 건가?’
나는 3공자의 눈을 감겨 주었다. 아직 남은 온기가 손끝에 느껴졌다.
손을 거두자마자 야율이 손수건으로 내 손을 닦았다. 언제 묻었는지 엄지에 핏자국이 말라붙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바로 전에 야율의 반응도 뭔가 묘했다. 하지만 더는 깊게 고민하지 못하고 왼손으로 간자놀이 부근을 꾹 눌렀다.
머리가 아직도둔해서 잘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었다.
몇 발 떨어진 곳의 대화도 왠지 막에 씐 것처럼 멀게만 들렸다.
대충 남궁 세가의 무사가 대개를 추궁하고 있는 듯했다.
“정말 모릅니다. 억울합니다.”
대개는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진짜 모른다니까요. 총타와 연락을 주고받던 건 막개 형님이었고 저희는 볼 수도 없었단 말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
“그, 그검······.”
“하필 오늘 같은 상황에 자리를 비운 건 너무 공교롭지 않소? 제 집처럼 드나들 땐 언고······!”
“절대, 절대 형님은 그럴 분이 아니십니다! 형님이 배신했을 리가 없다구요. 백리 대협을 돕자고 주장한 것도 형님이란 말입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돕지 않았으면 될 것을 돕고 나서 왜이런 상황을 만든단 말입니까?”
대개의 말을 들을수록 상황이 묘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의 교도들이 움직이는데 개방이 몰랐을 리 없다. 대개의 말과 그간 막개 선배의 행동을 보아서는 배신자일 확률은 낮았다.
‘게다가, 왜 공격하지도 물러나지도 않는 거지?’
시간은 우리 편이었다. 이 대치가 길어질수록 지원이 올 확률이 높았다. 3공자의 죽음에 초연한 것도 그렇고······.
‘뭔가 아직 숨기는 게 있어.’
나는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개 선배, 전서구 있죠?”
“어, 어? 전서구?”
대개가 깜짝 놀라 나를 돌아보았다.
“네. 전서구요.”
“어, 아, 아마?”
개방에서 급한 일이 있을 때 쓰려고 객잔에 데려다놓은 전서구가 있었다.
“잠깐 빌릴게요.”
“으응? 이 상황에서 전서구를 날린다고?”
의문을 가졌지만, 설명하기 귀찮았던 내가 머리를잡고 신음하자 깜짝 놀라 전서구를 가지러 달려갔다.
대개는 금세 새장을 가지고 돌아왔다. 품 속에서 전서구를 보낼 때 주로 쓰는 듯한 먹물에 묻은 세필과 종이마저 꺼냈다. 준비성 하나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대개가 말했다.
“어, 어디로 날릴까요?”
웬 존댓말?
일단 급한 일부터 답했다.
“백리 세가로······ 대충 현 상황을 설명해서 날려 보내세요.”
각기 대화를 하던 이들도 나와 대개를 주시하는 게 느껴졌다.
곧 대개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전서구를 날렸다.
근처 양민들 모두 줄행랑을 친 거리는 생활 소음 하나없이 고요했다.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질 것 같은 긴장된 분위기 속, 회색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전서구 한 마리가 가로질렀다.
모두 저서구에 화살이 날아와 꽂히는 장면을 예상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여전히 고요했다. 화살 한 대면죽을 전서구가 유유히 창공을 가로지르고 이 장소를 빠져나갔다.
“······.”
“······.”
갑자기 공중으로 몸이 뜨는 느낌에 “앗!” 소리를 내며 손에 닿는 것을 꽉 붙잡았다. 남궁완 아저씨가 나를 안아 든 것이다.
“아저씨?”
아니 무슨, 내가 그래도 꽤 자랐을 텐데 팔 하나로 안아드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남궁완 아저씨 목덜미를 꽉 끌어안았다.
나를 부축하고 있던 야율은 왠지 살짝 기분 나쁜 기색이었다.
남궁완 아저씨는 내 말에 답하지 않고 좌중을 돌아보며 말했다.
“예감이 좋지 않아. 바로 돌파한다.”
그러곤 백리 세가의 무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상황상 연이는 내가 데려가마. 그쪽은 야율을 보호하도록. 너희는 류청을 데리고 빠져나가. 방향은 말해 둔 대로. 문제가 생기면 그곳으로 보는 걸로.”
내가 3공자를 살필 때 의논을 끝낸 듯 보였다.
“알겠습니다.”
“무운을.”
그때였다.
갑자기 우리를 둘러싼 교도들 중 일부가 갈라졌다.
‘뭐지?’
이내 나는 겹겹이 겹쳐 시선을 어지럽히는 교도들 너머 있던 것을 발견하고는 아저씨 목덜미를 감싸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갈라진 교도들 사이로 또 흑색 의복을 입은 무사들이 말을 타고 나타났다. 눈만 내보이고 있는 다른 흑의인들과 달리 가장 앞에 선 중년의 인물은 맨얼굴이었다.
홀로 흑의도 아니었다.
나를 안고 있는 남궁완 아저씨의 온몸이 긴장으로 바짝 선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이들 중 남궁완 아저씨를 뛰어넘는 자는 없었다.
그나마 3공자가 엇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이자는 남궁완 아저씨를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좌사도.
무림맹 습격을 주도했던 인물이자 무림맹주 위지백을 도망치세 했던 자였다.
원래도 얼굴이 꽤 알려진 인물이라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말을 탄 채로 객잔 입구 앞에 선 좌사도가 중얼거렸다.
“허, 정말 죽었군? 이런.”
혼잣말이었지만,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곳에서는 선명하게 들렸다.
그는 좌중을 쓱 둘러보더니 말을 돌려 물러났다.
“······.”
좌사도와 함께 온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잡고, 이어서 커다란 마차가 텅 빈 거리를 달려왔다.
온통 새카만 마차가 다가올수록 나는 목이 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숨 쉬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제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마차가 객전 앞에서 멈춰서고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온통 흑색 옷을 입은 사람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온통 검은색 투성이라서 그런 걸까? 공기마저 어둡게 느껴졌다.
그자가 마차에서 나온 순간, 주위의 교도들이 오체투지를 하듯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
그가 제 교도들을 한번 굽어본 다음 정확히 나를 바라보았다.
* * *
며칠 동안 정말 최소로만 쉬면서 말을 달렸다. 고된 여정이었다.
노력이 빛을 발하여 드디어 무림맹 본성이 위치한 무한 성내로 향하는 대로에 접어들 수 있었다.
성에 가까워질수록 대로의 인파가 점점 불어났다. 잔뜩 짐을 짊어진 짐꾼들과 상인들, 이를 보호하는 호위들로 북적거렸다.
무림맹 본성 정도되면 도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컸다. 마교의 습격이 있었으니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을 거라고 예상했으나, 되레 거리는 매우 활기찼다.
백호단 무사 한 명이 의외라는 듯 말했다.
“분위기가 밝네요.”
이내 이유를 개닫고 미간을 좁혔다.
“저희가 좀 지체하긴 했나 봅니다. 벌써 복구를 시작한 것을 보니.”
커다란 나무기둥들과 흙, 돌 등 평소 보기 힘든 자재를 잔뜩 실은 마차와 우마차 등이 군데군데 보였다. 이미 복구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보였다.
거리에 온갖 계층의 사람이 오가도 보니 삿갓을 쓰고 있음에도 그들을 아라보는자들이 나타났다.
“저기 백호단 아닌가?”
“오, 드디어 복귀하나 보군.”
“백리 대협도 함께로군!”
그들의 귀환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수군거림 속에는 선망하는 시선도 함께였다.
“내가 들었는데, 무림맹주가 맹도들을 버리고 먼저 퇴각할 때 백호단은 끝까지 남아서 도왔다더군.”
“맹주 얘기는 하지도 말게. 그런 소인배.”
“목소리 낮추게! 여기 무림맹 본성인 거 모르나?”
“뭐, 욕 먹어도 싸지! 욕 좀 먹었다고 날 잡아가려고? 그게 사파지 정파야?”
“흥, 맞는 말이지. 돈을 뿌리면 다야? 죽은 이들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때 성 안쪽에서 말을 탄 한 무리가 우루루 달려 나왔다. 그리고 정확히 백호단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모두 검을 허리에 찬 건장하고 단정한 용모의 사람들. 무림맹의 무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