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백호단 부단주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말했다.
“설마 저거, 저희를 맞이하러 오는 겁니까?”
“그래 보이는군.”
백리의강은 곧은 자세로 다가오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천귀조는 죽었다고 연락하지 않았습니까?”
“했지.”
굳이 저렇게 요란 피우며 데리러 올 필요가 전혀 없었다.
갑작스레 등장한 한 무리의 기마들에 대로의 사람들이 서로 가장자리로 피했다.
“어머!”
“아이쿠!”
몇 사람은 급하게 피하느라 부딪치고 넘어지며 소란도 일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화내거나 소리치지는 못하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뒤꽁무니를 노려볼 뿐이었다.
순식간에 코앞까지 달려온 무인들이 말에서 뛰어내렸다.
빠르게 달린 말들이 숨을 고르듯 푸르릉 거리며 고갯짓했다.
백호단 무사들도 말에서 내렸다. 몇몇 무사들은 숨긴다고 숨겼지만 떨떠름한 감정이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고개를 치켜든 채 수염만 쓰다듬는 사내 뒤에서 젊은 무사가 포권을 했다.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마주 포권한 백리의강이 수염을 쓰다듬던 사내를 향해 말했다.
“벽 소가주께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고생한 무림맹 단원을 맞이하러 온 것이오.”
벽 소가주 옆에는 아들인 벽성율도 함께였다.
용봉지회 소속으로 천귀조와 마주쳤을 때까지만 해도 아직 소년티가 남아 있었으나, 이제는 스물이 넘은 청년이 되어있었다.
벽성율은 백리의강과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그때 벽 소가주가 말했다.
“남궁 소가주는 함께 안 왔소?”
“이미 연락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악양에 남고 백호단만 함께 올 거라고 연락했었다. 그들이 아무리 빨리 왔다고 한들 그 전에 이미 전서구가 당도하고도 남을 시점이었다.
“듣긴 했소만, 그냥 한번 확인해 봤소. 남궁 소가주가 큰 부상을 당했다고 하던데?”
전서구에 그런 매용은 적어 넣지 않았다.
백리의강이 벽 소가주를 물끄러미 응시하다 말했다.
“큰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다면 그가 함께 오지 못하는 것도 아시지 않습니까?”
벽 소가주가 움찔 몸을 떨었다가 말했다.
“아니,그저 걱정되어서 말해 본 것이오.”
앞뒤 말이 전혀 맞지 않았다.
백리의강은 담담하게 말했다.
“후일 만나거든 벽 소가주께서 염려하였다고 전하지요.”
그때 벽 소가주가 목청을 키워 말했다.
“큼, 남궁 소가주의 부상이 다시는 검을 들지 못할 정도라 하던데.”
“······.”
구경하러 모여든 사람들이 놀라 숨을 들이켜고 수군거렸다.
남궁 소가주, 검, 부상 등의 단어들이 들렸다. 그간 무림맹의 전력 약화를 최대한 소문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던 것과 전혀 다른 행보였다.
안에서 조용히 의논해도 모자랄 일을 이건 마치 모두 들으라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부단주가 화를 억누른 목소리로 답했다.
“벽 소가주께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남궁 소가주께서는 완전히 회복하셨으니까요!”
당연히 벽 소가주가 당황할 거라 여겼으나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쳤다.
“그것 참 신기한 일이오. 다른 이들도 그리 치료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부단주는 왠지 모르게 말려든 기분에 눈을 가늘게 떴다.
구경꾼들이 “그럼 그렇지.” “후, 다행일세.” 등의 말을 했다.
벽 소가주가 보란 듯 주변을 둘러보고 또 물었다.
“천산염제의 제자는 없소?”
이번에는 백리의강이 바로 답했다.
“야율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소.”
“그 아이는 왜 찾는 것이오?”
벽 소가주가 오히려 백리의강이 이상하다는 듯 쏘아붙였다.
“친지로서 행방을 궁금해하는 게 당연하지 않소?”
“그동안 벽가에서 야율을 찾는 것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어 그랬소.”
“그쪽과 무슨 상관이오? 누가보면 그쪽이 보호자인 줄 알겠소.”
“벽가에서는 야율의 친부도 모르고, 심지어 벽가에는 야율에대해 들은 자도 없는 걸로 아오만.”
헛기침한 벽 소가주가 뻔뻔하게 답했다.
“큼, 집안 사정이오.”
그러곤 들으란 듯 중얼거렸다.
“뭐 그리 남의 가정사를 파헤치고 다녀? 그러는 본인 딸의 어미도 누군지 말하지 않으면서······.”
“······.”
“말이 너무한 거 아닙니까?”
백호단 무사 한 명이 머리끝까지 화나 소리쳤다.
벽 소가주가 제가 뭘 잘못했냐는 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뻔뻔하게 턱을 치켜들다 백리의강과 눈을 마주치고는 순간 움찔 뒤로 물러났다.
부단주가 차갑게 말했다.
“소가주께서는 저희를 맞이하러 오신겁니까, 추궁하러 오신 겁니까?”
주변에 구경하듯 모여든 이들도 저게 뭐 하는 짓이냐고 성토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저럴 거면 뭐 하러 온 거야?”
“왜들 저래? 뭐 급한 일 있는 것처럼 달려와 민폐를 끼치더니, 이럴거면 차라리 안 오는 게 낫겠네!”
벽 소가주의 낯빛이 붉으락 푸르락해졌다.
그때 백리의강이 갑자기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자 백리의강 머리 위를 빙빙 도는 새 한 마리를 볼 수 있었다.
백리의강이 손을 뻗자 새가 천천히 활공하며 다가왔다.
벽 소가주가 인상을 찡그린 채 물었다.
“그건 무엇이오?”
“뭐긴 뭐겠습니까? 전서구지요.”
백리 세가의 무사가 쏴붙이듯 답했다.
벽 소가주가 새빨간 얼굴로 답했다.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보오?
어디서 온 것이냐는 거지않소.”
“알아서 뭐 하시려고요?”
“아니, 이 자가 아까부터······ 그쪽은 직위가 어찌 되기에 내게 이리 무례하오?”
백리 세가의 무사와 벽 소가주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자 백호단 부단주가 끼어들었다.
“두 분 다 그만하시지요. 단주님 가문에서 온 전서구입니다.”
“······.”
벽 소가주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뒤쪽의 무림맹 무사들을 확인했다.
전서구의 서신을 읽은 백리의강의 표정이 굳었다.
부단주가 의아하다는 듯 불렀다.
“단주님?”
부단주의 물음에 답하지 않은 채 백리의강이 벽 소가주를 보았다.
“제게 할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건 본인이 할 말이오.”
벽 소가주가 손짓하자 뒤편의 무림맹의 무사들이 검을 뽑아 들었다.
모여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후다닥 물러났다.
놀란 것은 백리 세가의 무사와 백호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또한 검을 마주 뽑아 들었다.
부단주가 소리쳤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벽 소가주가 주변을 두러보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소리쳤다.
“백리 세가가 마교와 내통했다는 얘기가 있소.”
“말도 안 되는 소리!”
곧바로 누군지 알 수 없는 외침이 터졌다.
벽 소가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우리도 이러고 싶지 않소, 백호단주. 아니, 이제 백호단주도 아니오. 그제 해임되었으니 이제 전 단주가 되겠지. 부단주, 검을 겨눌 사람은 우리가 아닐세!”
부단주가 이를 악물었다.
“누구 마음대로 단주님을 쫓아낸단 말입니까? 어디서 그런 허무맹랑한 소문을 듣고는······.”
잠깐 말을 흐리던 부단주가 검 손잡이를 꽉 쥐며 말했다.
“설마 맹주님입니까?”
“누구든 무슨 상관이오? 의심가는 정황이 있어 조사하려는 것 뿐이오.”
“맹에서 지금 단주님을 억압하겠다는 겁니까?”
“걱정마시오. 그간의 행적을 보아 정중히 대할 것이오. 백리 공자는 맹에 머물면서 찬찬히 소명하면 될 것이오.”
그때 백호단원이 벽 소가주 뒤쪽의 말끔하게 생긴 청년을 향해 소리쳤다.
“벽 공자! 자네가 한번 설명해 보게. 그래도 단주님께 받은 은혜가 있는데 헛소리를 지껄이진 않겠지!”
“······.”
움찔 떤 벽성율이 시선을 피했다. 벽 소가주가 나서며 버럭 소리쳤다.
“애먼 사람 잡지 말게! 설명해야 할 자는 성율이가 아니라 자네겠지, 백리의강! 자네와 자네의 가문은 분명 맹회에 참석하기로 했지. 허나 갑자기 말을 바꿔 중간에 되돌아갔지. 왜 그랬나!”
“가문에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었소.”
벽 소가주의 요란스러운 다그침에도 백리의강은 덤덤한 목소리였다.
벽 소가주가 어디 언제까지 그리 태연할 수 있는지 보겠다는 듯 노려보고 이어 소리쳤다.
“그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오?”
“좀 전에 벽 소가주께서는 집안 사정에 기어들지 말라지 않았소?”
벽 소가주는 순간 말문이 막힌 얼굴을 했다. 물러났어도 아직 둘러싸고 있던 인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웅성거렸다.
벽 소가주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흥, 발뺌해도 소용없네! 이미 다 밝혀졌네! 자네 누이가 마교와 내통했다는 게!”
“······!”
백리 세가의 무인들이 흠칫 놀랐다.
그들이라고 정확한 사정을 알진 못했다. 다만 그들이 남궁완을 구하러 출발하기 전 백리 세가 내부에서 한차례 큰 소란이 일고 백리의란이 어디론가 쫓겨났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리고 백리 세가만 마교의 습격을 피했지!”
“······.”
“아주 대단한 우연 아닌가? 백리 세가에서 내통자가 생기고 백리 세가만 화를 피하다니!”
뒤늦게 백리 세가의 무사가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고작 그것 가지고 백리 세가를 모함한 것입니까?”
“흥. 그렇다면 이건 어찌 된 일이오? 자네가 보증한 천산염제의 제자, 야율이 흡성마공을 익힌 것 말이오!”
이번에는 백리 세가의 무인과 백호단 모두 정말 깜짝 놀라 되물었다.
“공자가 흡성마공을 익혔다고요?”
“그럼 내 거짓말이라도 할까! 천귀조가 흡성마공을 익힌 마인이었더군. 야율은 천귀조 아래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처음부터 이상한 일이었지! 천귀조에게서 배운 거라면 이해 가는 일이지!”
“······.”
“설마 백리의강 자네 정도되는 무인이 보호자를 자청해놓고 몰랐다는 건 아니겠지!”
“······.”
“게다가 애써 잡은 천귀조도 갑작스레 죽었지. 왜, 천귀조의 죽음도 우연이란 말이오?”
그때 웅성거리는 인파들 사이에서 유달리 선명한 목소리가 들렸다.
“수상하긴 수상하군. 결백하다면 맹에 가도 문제없는 것 아닌가?”
벽 소가주가 미리 인파 사이에 껴 놓은 바람잡이였다. 벌써 몇몇 사람들이 바람잡이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백리의강이 이 자리에서 도망친다면 소문은 걷잡을 수 없게 될테고, 만약 순순히 무림맹에 들어선다면 핏줄이 붙잡힌 백리 세가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게 될 터였다.
벽 소가주가 의기양양하게 백리의강을 바라보았다.